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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2011/05/06 산다이바나시:눈,무음,창가에서

2011.05.07 00:57

세인트윈터러 조회 수:276

23분 53시작..


그녀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말을 하지 못했고, 들을 수도 없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여름날 쓰르라미 우는 소리조차도 듣지 못했다. 
그저 만신창이가 된 몸에 허연 무명복을 걸치고, 침상에 몸져 누으며 다시 일어설 날을 기다리고 있는게 전부였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녀도, 그리고 그녀를 돌보고 있는 나도. 그리고 그녀를 고치려고 했던 의원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사지가 멀쩡한게 다행이군, 기경팔맥奇經八脈도 미약하지만 최소한 끊어지지는 않았다네. 하지만ㅡ"

청력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마비가 된게 아니다, 청력을 관장하는 인체의 기관 같은게 완전히 손상된 것이었다. 결국 말은 물른이고 전음傳音조차 할 수가 없었다.
중원 최고의 의원이자 사천당문四川唐門의 수장인 신독약의神毒藥醫 당유진唐有鎭의 말을 듣고 나는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그녀에게 전해줄 수가 없었다. 다만 귀가 많이 병들어 있지만 언젠가는 나을수 있다는 거짓말만 필담으로 늘어놓았을 뿐이었다.
그녀의 상태는 어떤 영약으로도, 어떤 절세의 심법을 연마하더라도, 환골탈태를 하지 않는 한은 결코 나아질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환골탈태를 했다던 사람은 전설로만 전해지는 선인仙人들을 제외하곤 단 한명도 없었다.
그 선인들 조차도 실존하는 존재인지 의심스럽다. ㅡ하기야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전설이 될 수가 없었겠지.ㅡ
그만큼, 그녀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괴로워하며 내 품에 오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절망을 실감했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몸이 많이 나아져서 사지로 뛸 수도 있었고 원래의 내공을 되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무공은 반정도밖에 되찾지 못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청력이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음공音功에 미쳐있었고,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그녀는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해왔던 거문고를 팔아버렸다.
그리고 그 돈으로 칼을 샀던 것이다. 여자애가 들기 버거울 정도로 크고 긴 왜도倭刀. 나의 것과 똑같았다.
칼날만 해도 다섯 자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이 커다란 칼은, 왜놈들이 야태도野太刀라고 불리는 무기었다.
길이도 길 뿐만 아니라 무게도 보통 무게가 아니라 제대로 휘두르기 힘든 무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고 있었다. 
칼끝은 눈에 덮힌 땅을 베면서 글자를 새기고 있었다. 그리고 새긴 글귀가 나를 향한 말이라는걸 깨달았다.

ㅡ명明. 검법을 가르쳐줘.

"..."

뭐라 반박해주고 싶었다. 린린麟璘. 너는 어찌해서 이런 몸이 되었는데도 강해지려고 하는 것일까. 어찌해서 나의 거짓말을 믿고 수련을 할려고 했던 것인가.
바보같이, 바보같은 짓좀 하지 마라고, 내가 널 지켜줄거야. 몇번이나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무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잔혹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절대로 나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아.."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고 있었다. 그녀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흐린 하늘에서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ㅡ그날도 눈이 내리는 날이었지

그런 말을 땅애 칼끝으로 새겼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을 잊을 수야 없었다.
그녀가 청력을 잃어버린 날이자 나의 목이 말을 잃어버린 날. 그리고 철천지원수였던 그자를 죽여버리던 날이었다.

복수를 갚기 위하여 나와 린린은 소림사로 향했다. 상대는 소림사 방장인 정인대사正忍大師였고. 우린 그자를 죽이기 위해 15년동안 칼을 갈아왔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정파라는 것들이, 단지 우리의 명교明敎가 자기네들의 가르침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교魔敎로 낙인찍고,
이제까지 100년동안 계속 싸우면서 은원관계를 쌓아왔다는 것을. 그리고 명교를 마교로 낙인찍으며, 제일 먼저 싸움에 앞장섰던 것은 소림사였다.
그리고 그 소림사의 최강 고수이자 마교토벌대의 첨병은 바로 정인대사였다.
아버지는 그자의 달마신권達摩神拳에 맞아 죽었다. 린린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마교 교주님은 그자의 여래신장如來神掌에 심장이 꽤뚫렸다.
그리고 남은 명교의 후예들은 우리밖에 없었다. 소림의 손에서 희생된 원한들은 점차 우리에게로 왔었다.

복수를 다짐하기 전에 이런 의문이 들었다. 대체, 부처는 세상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부처는 이교도의 피를 바라는 것인가?
만약 그들 말대로 죽은 자는 업을 타고 다시 태어남을 반복한다면, 그들의 살인도 정당화할 수 있겠지.
그렇다. 불교, 부처의 가르침은 결국 석가의 거짓된 가르침에 불과하다. 그러니 그 가르침에 현혹하며 악행을 저지르는 그들을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품에 오열하고 있는 린린을 끌어안으며, 그렇게 다짐했다.. 최소한 소림사는 처부수겠다고. 그리고 우리들은 그 복수를 달성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수많은 원한과, 잃어버린 말 뿐이었다.

창가 밖으로 눈이 내렸다. 린린은 털실를 지으며 옷을 만들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도 목의 상처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린린은 창가의 눈을 바라보며 붓으로 종이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ㅡ명. 지켜주는 것이지?

끄덕.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를 다짐한 동시에 목숨을 걸고 결심한 다짐이었다. 죽을 때까지 린린을 지키겠다고.
그리고 그 다음 말이 나의 마음을 울렸다.

ㅡ나도 너를 지켜주고 싶어. 네가 나를 지켜주는 만큼. 내가 너를 지켜줄거야.

그 말에, 나는 린린을 품에 껴안았다. 그리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죽은 때도, 복수를 맹세할 때도, 그리고 사람을 수없이 죽일 때도 흐르지 못했던 눈물은 린린의 못을 적셨다.
린린. 나의 성녀여. 그리고 나의 아내여.
우리 둘은 마음 속으로 같이 결심했다.
살아가자. 수명이 다할 때 까지 끝까지. 끝까지 싸워서 살아가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무 생각없이 쓰다 보니 불쏘시개 무협이 된건 자랑.

퀄리티가 너무 낮고 조잡한건 안자랑.

3분 오버한 것도 안자랑.

사실 내 뇌속에서 린린은 발육이 부진한 슈퍼 로리고

명은 과묵한 미소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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