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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소설] 행복

2011.05.08 20:26

하나조노 조회 수:263


행복

이택근 씨의 눈앞에 있는 건 악마였다. 도스토옙스키의의 "바보 이반"이라는 소설에서 나온 대왕 악마와 같이 정장을 빼입고 있었다. 마술사가 쓸 법한 커다란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모습은 악마라고 믿기 어렵게 만들 정도로 정중했다. 하지만 믿을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 공간을 만들어놓고 자기가 그렇게 주장한다면 믿을 수밖에 없다.
새까만 공간이다. 바닥도, 천장도 없는 것 같은 공간. 오직 자신과 악마, 그리고 책상 하나만이 보였다. 이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딛고 이택근 씨는 악마와 대면하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악마는 본심을 꺼냈다.
"아, 저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당신에게 한 가지 계약을 제안하러 왔습니다."
"...계약...??"
"예. 계약입니다. 당신의 영혼과 소원을 바꾸는 겁니다."
마치 소설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당신과 저는 계약을 맺는 겁니다. 당신은 저에게 영혼을 주고, 저는 당신의 소원을 하나 이루어 드리는 겁니다. 이 계약은 한 번 성사되면 절대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또한, 소원의 크기에 따라 저희가 회수해 가는 영혼의 양은 많아집니다. 그러니까 빨리 죽게 된다는 거지요. 그러므로 소원을 신중히 결정하셔야 합니다. 물론 계약하기 전에 그게 얼마나 커다란 계약인지는 말씀드립니다. 만약 계약하기를 원하시지 않는다면 저와 만났던 기억은 모두 사라집니다. 아, 그리고 기억해 두세요. 계약은 하나밖에 하지 못합니다. 이상입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
이택근 씨는 차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상대는 악마였다. 악마와 연관된 일이라면 뭐든지 나쁘게 끝나는 것이 그동안 우리가 배워오던 것이었다.
"잠시만 생각해 볼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이 공간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으니까요."
이택근 씨는 생각했다.
'너무 커다란 소원을 빌게 된다면 내가 바로 죽어버릴 거야. 안 돼. 안 그래도 우리 아들들이 아내와 이혼까지 해서 부담될 텐데, 나까지 죽어서 더욱 커다란 부담을 줄 수는 없어. 아, 그렇다면 내가 죽더라도 가족들은 행복하게 해준다면 되지 않을까?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내가 죽더라도 우리 아들들만 행복해지면 되는 거야.'
"결정했어."
"아, 계약하시는 겁니까?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게 손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수명이 조금 줄어드는 것쯤이야. 그렇죠? 그렇다면 소원은 무엇인가요?"
"가족들의 행복."
"가족들의 행복...말인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가족들의 행복이면 말 다 한 겁니다. 그 정도면 알아들으셔야죠."
"아니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게..."
"악마는 원래 그 정도 말도 못 알아듣는 건가?"
순식간에 악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하지만 다시 하얀 얼굴로 돌아왔다.
"좋습니다. 해드리지요. 소원의 크기는 E등급. 최하입니다."
'뭐??'
"E등급이라고? 그렇다면 A등급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소원인 거야?"
"악마세계의 기본 판도를 바꾸는 정도이지요. 예. 여기에 사인해 주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싶으실 때는 아무 거울에나 대고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으로 사인하시면 됩니다."
이택근 씨는 종이 위에 사인을 했다.
"그러면 안녕히 계십시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검은 공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왔다.
공사장의 휴게소.
이택근 씨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직장으로부터의 해고. 그리고 아내로부터의 이혼. 모든 걸 나에게 떠맡기고 나를 떠나갔다. 아들들은 못난 날 만나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하지만 괜찮다. 행복해질 것이다. 그들의 행복을 소원으로 빌었으니까. 행복해질 것이다. 분명히.


다음 날 아침, 이택근 씨는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막내아들이 차려줬을 것이다. 그리고 붙임쪽지가 붙어 있었다.
'안녕.'
이택근 씨는 그 메모를 보고 피식 웃었다. 언제나 막내아들은 말수가 적었다. 메모도 언제나 간결했다. 행복해지면 말이 더 늘어날까?
아침을 배불리 먹고 이택근 씨는 공사장을 향해 갔다.
'어라? 저게 뭐지...'
건널목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택근 씨는 호기심에 문득 그곳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리고 그는 봤다. 피투성이가 된 자기 막내아들을.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이택근 씨는 소리치고 있었다.
"우리 아들이 차가 오는데 갑자기 뛰어들 리가 없잖아! 네 잘못이잖아!"
"무슨 소리 하는 거요 이 인간아! 저 애가 먼저 뛰어들었다니까! 아, 거 참 답답하네."
"저...잠시만..."
경찰이 이택근 씨를 불렀다.
"이런 걸 피해자의 옷 속에서 발견했습니다만..."
붉은 피로 물들어 있는 종이였다. 하지만 그 내용은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친구들이 가난하다며, 부모님을 욕하는 걸 참지 못하고,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합니다. 죄송합니다. 더 이상은 살 용기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행복해 보였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간결했다. 마치 오늘 아침의 작별인사와 같이.
"네가 멈췄으면 됬잖아! 운전 몇 년 했길레 그것도 못 보고 못 멈춰!"
"아니 이 사람이 아직도 그러네. 종이에 대놓고 지가 가난해서 죽는 거라고 적혀있구만. 지 가난한 건 탓하지도 않고 남 탓만 하네."
그리고 그 사람은 이택근 씨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떠났다.
그렇게 막내아들은 죽었다.


장례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이 비어 있어서 놀랐다. 둘째는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을 것인데, 첫째가 없었다. 어디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이택근 씨는 당장 학교 폐건물 옥상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역시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혼자였다.
"범수야..."
"힉. 흐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주변에 뒹구는 소주병들이 모든 걸 설명해주고 있었다.
"너 지금 여기서 혼자 뭐하는 거니! 빨리 집으로 가자!"
"싫어. 어차피 내가 있어도 아빠는 행복하지도 않잖아?"
"뭐라고?"
"범영이보다 공부도 못하고. 만날 나쁜 친구들이랑 나쁜 짓만 하고 다니고...미안. 나도 다 아는데 끊지를 못하겠어. 이렇게라도 안 하면 너무 수치스러워서 견디지를 못하겠거든."
"시끄러워! 당장 이리로 오란 말이야! 위험하다고!"
"히히. 여기서 휙~ 떨어지면 아빠는 짐이 하나 줄어든 것 같겠지? 아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범영이같은 공부 잘하는 아들만 있어서. 거기다가 나도 범영이랑 비교당하지 않겠네. 지옥에서까지 비교당하려나? 얘는 공부 잘했던 아이네~ 얘는 공부 못했던 아이네~ 하고?"
"당장 내려와!"
"그렇게 소리 지르다가 이렇게 삐끗 하..."
그렇게 말하는 순간 첫째 아들의 몸이 반대편으로 기울어졌다. 그리고 이택근 씨가 잡을 찰나조차도 없이 폐건물 밑으로 떨어졌다. 첫째 아들의 비명은 퍽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첫째아들도 죽었다.


이택근 씨는 마치 시체와 같이 힘이 빠진 모습으로 저벅저벅 집으로 걸어왔다. 눈은 붉었고, 동공이 풀린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집에 들어왔을 때, 그는 아직도 집이 조용하다는 걸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절망감과 함께 아들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보았다. 아들은 침대에 쓰러져 있었다. 옆에는 수면제 통만이 열려 있었다. 이택근 씨는 직감했다. 둘째 아들마저 죽었다는 것을. 둘째 아들이 죽은 이유는 아마 시험공부에 대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은 많으니까. 공부가 없는 지옥은 행복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택근 씨는 이제 모든 걸 포기했다.
그는 아들의 방 안에 있는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사인했다. 계약서가 나타났다. 그리고 악마의 얼굴도 나타났다. 마치 이택근 씨를 비웃는 듯. 자기 자신을 화나게 한 이택근 씨를 조소하는 듯. 악마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자신을 비난하는 듯.
이택근 씨는 거울에서 등을 돌리고 둘째아들 곁으로 갔다. 그리고 수면제 통을 들어서 그 안에 남은 모든 수면제를 자신의 입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수면제가 들어갈수록 악마의 웃음은 커졌다. 그리고 기어코 모든 수면제가 들어가고 이택근 씨가 그걸 씹어 삼키는 순간, 악마의 얼굴은 사라졌다.


"아버님, 몸 괜찮으세요?"
이범영 씨는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대답했다.
"오오. 괜찮다. 그런데 범수하고 범진이는 어디 있느냐?"
"일이 있어서 못 온대요."
"그렇구나. 그래. 게네들이 행복하다면 뭐든 괜찮다. 너는 어떠니? 일은 잘 돼가니?"
"예. 순탄하게 잘 되가고 있어요."
"오오냐. 좋구나. 그렇다면 좋지. 허허..."
"그러면 아버지. 이제 가 볼게요."
"그래그래. 다음번에 또 만나자."
"안녕히 계세요."
"잘 가라."
그렇게 이범영은 그 방에서 나왔다.
"저희 아버지 상태는 어떤가요?"
"뭐, 그대로입니다."
"개선될 여지는요?"
"희박합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요."
"음...그렇군요."
"사실 제 견해로는 저 상태로 그대로 두는 게 저분께는 행복하지 않을까 합니다. 치료돼서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는 환상 속에 살아가는 것이요."
"하지만..."
"뭐, 치료는 계속해 갑니다. 어디까지나 저희의 목적은 환자의 치료니까요."
"감사합니다."
이범영은 병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악착같이 공부해서 내 뜻을 이뤘지만, 아버님께서...'
그날 이범영은 단순히 자고 있었다. 수험 스트레스인지 잠이 잘 안 와서 수면제 한 알을 먹고 바로 잠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어나 보았더니 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 놀라서 구급차를 불렀지만 이미 상황은 늦어서, 아버지는 죽는 대신 정신적으로 이상해져 버렸다. 그리고 이범영은 정말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를 부양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죄송합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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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후진 스토리를 후진 필력으로 가져와서 쓰레기가 하나 더 태어났습니다. 
논리에 안 맞는 것도 있고, 병신같은 전개도 있고
너무 짧게 끝내려다보니까 (길게 쓰기 귀찮아서) 핵폐기물이 탄생했음. 
보고 막 까주셈. 
M이어서가 아니라 개선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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