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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액정 깨진 기념으로 쓰레기 소설 하나 투척.

2011.05.11 21:26

하나조노 조회 수:230

원래 7개씩 나누려고 했었는데, 길이도 짧고, 한 똥을 7번에 걸쳐 싸는 것 같아서 그냥 한꺼번에 올림
다음번에는 막 쓰지 않고 제대로 써 봄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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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방의 폐허.
사방의 폐허.
사방의 폐허.
사방의 폐허.
잠들어 있는 사람들.
사방의 폐허.
이것이 방금 잠에서 깬 그의 눈에 보인 세상 전부였다. 분명히 그는 자기 집 방에서 자고 있었을 텐데. 그랬을 텐데.
그가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안에 있던 자신은 밖으로. 깨어 있어야 할 사람들은 꿈나라로. 모든 것이 180도 달라진 세상.
세상은 멸망해 있었다.


세상이 멸망한 것인가, 아니면 인류가 멸망한 것인가. 부서진 폐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든 인류의 입은 꼭 닫혀 있었다. 그 와중에 깨어난 소년은 정처 없이 돌아다닐 뿐이다. 여기저기. 요리조리. 둘러봐도 둘러봐도 똑같다. 폐허와 그냥 잠든 사람들. 이 기괴한 광경에도 소년은 놀라지 않고 주위를 서성인다.
그리고 들린 소리.
터벅. 터벅. 터벅.
소년 자신의 발소리는 아니었다. 좀 더 가볍다. 그렇기에 소년은 자신의 발소리를 죽이고 그 발소리를 따라갔다. 이윽고 그 모서리를 돌아봤을 때 소년은 보았다.
한 소녀를.


멸망하는 세계 7

대략 160cm 정도의 키에 긴 금발 머리, 중세시대의 느낌이 나는 흰 드레스를 입은, 흰 피부의 소녀는 마치 놀란 듯이 엷은 초록빛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아마 이 소녀도 잠들지 않은 사람 중 하나이고, 그 동안 잠들어 있지 않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겠지. 그러니까 놀란 거다.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저기, 놀라지 말고..."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아니, 방금 왔어."
"언제 일어났어?"
"방금."
"뭐?"
소녀의 귀여운 얼굴이 찡그려졌다.
"왜? 내가 뭐 잘못했어?"
"......"
소녀는 그냥 얼굴을 획 돌려버렸다.
"뭐야...아, 그러면 너는 나보다 일찍 일어났으니까 알수도 있겠다. 이거 왜 이런 거야?"
"......설명해 줄께."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건 마치 영화같은 허무한 말이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이 세상이 운석에 의해 멸망하기까지는 이제 7일 남았다. 그리고 7일 후는 1998년 9월 8일. 우리들 꿈 속의 시간으로는 2012년 12월 21일. 꿈 속에서는 시간이 더욱 느리게 간다고 하더라.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모두를 잠재운 건 자기란다. 자기는 여신이란다. 그래서 모두가 공포에 질려서 죽는 꼴을 못 보고 안식을 주기 위해서 모두 잠재웠다고 한다. 그래서 전부 쿨쿨 잠들어 있고, 자기만 깨어 있다고 한다.
"그러면 모두 같은 꿈을 꾸는 거야?"
"응."
"어떻게?"
"뇌를 연결했어."
"어떻게?"
"여신의 힘으로."
"..."
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뭐..뭐야..."
"그냥 해봤어."
"...너 너무 무관심한 거 아냐?"
"무슨 소리야."
"넌 적응력이 뛰어난 수준을 벗어났어. 세상이 멸망한다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잖아."
"어차피 이건 꿈이잖아."
퍽! 한 대 맞았다.
"왜 때리냐?"
"이렇게 아픈데도 꿈이냐?"
"생생한 꿈인가보지."
"그럼 빨리 꿈에서 깨어나."
"내 맘대로 되냐?"
"그럼 어쩌라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내가 깨어나고 싶을때 깨어나지 왜 참견이냐."
"내가 너희들을 모두 잠들게 만든 이유가 뭔 줄 알아? 너희들 모두가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한 거야. 그래. '모두'가. 그런데 한 명이 깨어나서 그걸 못 이루게 되었어. 여신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너 너무 마당발 아니냐?"
"무슨 소리야."
"니가 여신이랍시고 뭐랍시고 이 세상 사람들 전부를 걱정하고 있는데, 너 혼자서 이 세상 사람들을 걱정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마치 학교에서 한 사람이 전교생을 왕따하는 거랑 다른 점이 뭐야?"
"나는 진짜 여신이라는 거지."
"그래서? 증거는?"
그 말을 하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빛과 날개가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날았다. 저 하늘 멀리로. 몇 분이 지났을까. 그녀는 내려왔다.
"어때?"
"응. 알았어."
"이것 봐. 넌 너무 모든 걸 쉽게 받아들여. 아예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다는 듯이. 아마 지금까지의 대답도 그냥 내가 대답해서 대답하는 거였겠지."
"그러면 그냥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면 되는 거 아냐? 나따위는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내 말 무시하지 마!"
한 대 맞았다.
"아니다. 그럴 수는 없겠지.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거라면 세계의 멸망을 인간의 편안한 안식보다 더 우선순위에 두었겠네. 아, 이해됐다."
"혼잣말하지마!"
한 대 더 맞았다.
"어쨌든 내가 이 꿈에서 깨어나면 되는 거지?"
"그래. 잠들면 돼."
"그래. 그러면 일단 먹을 것 좀 줘."
"...그런 게 어딨어?"
"없어?"
"응."
"넌 뭘 먹는데."
"안 먹어."
"..."
"여신이라서 안 먹어도 살 수 있는데?"
"그러면 나는?"
"굶어."
"아, 모두를 위하겠다는 여신이 불쌍한 사람 한 명이 빵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겠다? 이거이거 여신 실격인데?"
"..."
한 대 맞고 빵을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다시 잠들어야지."
"아, 잠에서 깨는 거?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 아냐?"
"이거 꿈 아니라고!"
"그럼 뭐냐. 소설이냐? 만화냐? 애니메이션이냐? 너는 뽀로로고 나는 크롱이냐? 노는 게 제일 좋지?"
"아오 진짜. 이걸 봐."
그리고 그녀는 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쇠로 만들어진 작은 팽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걸 바닥에 돌렸다. 10초도 안 되어서 팽이는 쓰러졌다.
"봐? 토템이 쓰러졌잖아. 여긴 꿈이 아니야."
"현실과 영화를 착각하지 맙시다. 내가 자고 있을 때도 토템은 쓰러졌다고. 거기다가 니가 어떻게 내 꿈 속에서 상영했던 영화를 알고있는 거냐. 그것만으로 너는 내 환상이라는 게 정해졌어."
"난 여신이니까 모든 걸 알아."
"이 세상의 진리는 뭐야?"
"..."
"이겼다!"
"맘대로 이기지 마!"
한 대 맞았다.
"답이 뭔데."
"42."
한 대 더 맞았다. 오늘 하루에만 몇 번을 맞는 거지?
"뭐, 내가 알고 있는 걸 모르니까 일단 넌 내 환상은 아니네."
"...그렇군."
묘하게 안도하는 얼굴이다. 얼굴이 풀어졌다.
"그래도 니가 내 꿈속의 존재라는 건 확실해."
"도대체 어떻게 하면 믿는 건데!!"
"몰라."
또 한 대 맞으려는 순간 나는 막았다.
"막지 마!"
"안 막으면 사람들이 날 여자한테 맞고만 사는 남자로 본단 말이야."
"너하고 나밖에 없으니까 막지 마."
"니가 있네. 저는 맞고만 사는 인간 아니니까 그만 때리세요. 알았죠 뽀로로양?"
"뽀로로라고 부르지 마!"
"쨩도 안 붙였는데."
"시끄러."
조용해졌다.
"그나저나 이름도 안 물어봤네. 이름은 뭐야?"
"마도카."
"진짜로."
"...캐서린."
"아, 그렇군. 그런데 한국어를 할 줄 아네?"
"여신이니까 모든 언어를 구사할 수 있지."
"여신이란 거 편리하네."
"네 이름은 뭐야?"
"사이토."
마지막으로 한 대 맞았다.
"백의성이야. 잘 부탁해."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도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우리는 악수와 함께 이 세계에서 다시 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7일간의 사투를 시작했다. 우선 잠부터 자자.


멸망하는 세계 6

치리리리링. 치리리리링. 치리리리링.
무언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닥에 끌려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덕분에 잠을 자던 나는 잠에서 깼다. 캐서린이 나를 보고 있었다.
"넌 안 잤냐?"
"필요없어."
"밤동안 심심해서 뭐했냐?"
"너를 어떻게 하면 다시 잠재울까 생각했어."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눈 감고 뒤돌아 앉아봐."
시키는 대로 했다. 한동안 침묵만이 감돌더니 무언가를 끄는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그건 내 등 뒤에서 멈췄다. 그리고 후웅 소리가 났다.
"에에잇!"
머리에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머리를 감싸쥐고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내 뒤로 캐서린의 한 마디가 들렸다.
"이 녀석의 머리는 괴물인가."
머리에는 혹 하나와 뿔 두 개. 두 눈은 빨개져서 나는 일어났다. 입에서는 입김과 함께 양갈래 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흐이이이익! 악마다! 미안미안미안!!!"
"..."
아무 말도 안하고 무릎 꿇고 비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그랬다.
"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
572번이나 반복했으니까 봐줄까.
"거짓말이지만."
안되겠다.
"고심 끝에 생각해낸 거라고! 너를 기절시키면 되는 거였어!"
"오호라, 그런데 차마 힘이 없어서 배트를 강하게 휘두르지 못했다?"
"그래! 고의가 아니었어!"
"휘두른 건 고의였잖아."
"그..그건 그렇지만..."
"후...그래. 봐주지. 너같이 특이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니까."
세상에는 선이 보이는 사람도 있고, 살인이 취향이라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래서. 이 방법은 실패했네? 이제 어쩔거야?"
"더 세개!"
한 대 때렸다.
"왜 때려! 여자를 때리지 말라고!"
한 대 더 때렸다.
"때리지 말라고!"
또 한 대 더 때렸다.
"때리지 마..."
이제는 울먹이면서 부탁한다. 슈렉에서 나오는 고양이가 연상되지만 한 대 더 때렸다.
"...."
이제는 말도 안하고 구석에서 훌쩍거리며 운다. 겨우 4대 때렸다고 우는 건가...약한 여신이네.
"야."
"..."
"울지 마."
"...."
"미안해."
"....."
"미안하다고."
"......"
가까이 가서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나는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갔다. 그리고 퍽 소리와 함께 나는 정신을 잃었다.

나는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나는 기억을 잃은 건가?
비록 맨 운동장은 아니었지만 나는 일어났다. 주변을 돌아보니 캐서린이 나를 보고 있었다.
"저기...저기 멀리서 어떤 저격수가 당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는데요?"
"이 배트는 핸드소닉이 아닌데?"
"어쨌거나 여긴 어디죠?"
"폐쇄공간입니다. 이제 곧 신인들이 나타나죠."
"잿빛 세상이 아니잖아!!"
"다행이네. 머리에 이상은 없네."
"아니.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아."
"10분마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거야?"
"그런 것 같아. 온 몸에 문신을 새겨야겠네."
"Don't believe his lies. 거짓말하지마."
"미안."
"그래서. 어땠어?"
"전혀. 이렇게 짧은 시간으로는 안 되는 거겠지."
"짧다고?"
"지금 몇 시인데."
"시계는 없지만, 지금 태양을 한 번 봐봐."
해가 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넌 기절해 있었다고. 짧은 시간이 아니야."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건..."
"이건 소용없다는 의미."
"그렇구나."
"그렇다면 이제 무슨 방법이 있을까?"
"밤도 깊은데 밤을 새면서 한 번 생각해 보지."
"어라? 오늘은 안 자?"
"하루종일 기절해서 잤잖아."
"아."


멸망하는 세계 5

결국 아무 말도 없었다. 대안도 없이, 생각도 없이 12시간을 보냈다. 내가 능력이 없는 거는 아니고. 응? 나?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가.
그렇게 작가와 물아일체가 된 백의성이었다. 솔직히 나도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뒤에서 캐서린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는 빵을 툭 던지고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방법은 떠올랐어?"
"응."
"진짜?"
"일단 기절만으로 안 된다는 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거야."
"응!"
"그리고 그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봤는데 말이지?"
"응!"
"니가 항상 내가 세상에 관심 없다고 하잖아?"
"응!"
"아무래도 내가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거든?"
"응!"
"그런데 나는 세상에 관심이 없잖아?"
"응!"
"우린 안될꺼야. 아마."
한 대 맞을 뻔한 걸 피했다. 제발 예전처럼 손으로 때려달라고. 휘두르지도 못하는 야구방망이 휘두르지 말고.
"그런데 너 그 야구방망이는 도대체 어디서 구했어?"
"그냥 주워왔는데?"
"너 캐릭터 겹치는 건 아냐?"
"응? 누구랑?"
"말 그대로 일상만 보여주는 일상물에 나오는 꼬맹이랑."
"괜찮아. 애초부터 도서관에 사는 금색의 요정 캐릭터랑 겹쳤거든."
"그러니까 그러지 말라고."
"뭔 상관이냐."
"내가 그 캐릭터들을 좋아해서 니가 그 캐릭터들이랑 겹치면 여기에 미련이 생길 것 같거든."
"뭐..뭐??"
갑자기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는 한 대 맞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휙 돌아서더니 말한다.
"빵이나 먹어."
그리고는 저 멀리로 뛰어가서는 잠들어 있는 사람 한 명을 콕콕 찌르고 있다. 어이. 잠든 사람 괴롭히지 마.

"심심해!"
나는 외쳤다. 너무 커다랗게 외친 모양인지 저 멀리서 "시끄러!"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야!"
"왜!"
"넌 언제부터 여신이 된 거냐!"
"몰라!"
"왜 몰라!"
"나도 모르게 되어 있었어!"
"그게 뭐야!"
"모른다니까!"
"나이는!"
"물어보지마!"
"심심하단 말야!"
"어쩌라고!"
"나이는!"
".........."
갑자기 조용해졌다. 화났나? 또 야구방망이로 맞고 기절해야 하나?
"..살."
"뭐라고!"
"18살!!!"
"어디 나이로!"
"뭐!"
"외국 나이로 아니면 한국 나이로!"
"한국 나이로!"
"뭐라고!"
진심으로 놀랐다. 18살이라고. 나랑 똑같은 나이잖아. 저 꼬맹이가?
"너는!"
"19살!"
거짓말이지만.
"거짓말하지마!"
"뭐라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들켰다. 어떻게 알았지?
"어..얼굴이 19살 얼굴이 아니잖아! 딱 봐도 어려보이잖아!"
그렇게 내가 미성숙해 보인 건가. 후..상처받았다.
"어쨌거나 돌아갈 길은 찾아봤어!"
"미안!"
"그럼 조용히 해!"
정적만이 감돌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이제 캐서린은 일을 다 끝낸건가. 해가 지자마자 그녀는 다른 곳으로 간다. 무섭다나 뭐라나. 하기야 무섭긴 하겠지. 밤에 혼자 있는 것보다 밤에 자기또래 청소년기의 남자아이와 같이 있는 게 더 무서운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거든.
"아, 캐서린!"
"왜?"
"가기 전에 하나만."
"뭔데."
"종이하고 펜 하나만 줘!"
"니가 찾아써봐. 심심함도 달랠 겸."
그리고 그녀는 갔다. 무정해라. 그렇게도 내가 깨어있는 게 싫을까. 하지만 덕분에 확실히 결심할 수 있겠네. 그래. 일단은 잠이나 자자.


멸망하는 세계 4

"종이 찾으러 다녀온다!"
"보고할 필요 없어. 잘 가."
"오지는 말고?"
"올 필요없어!"
"네가 없으면 다른 세계로 못 돌아갈 수도 있잖아. 네가 필요하다고."
"시..시끄럽고 빨리 다녀와!"
"응."
그리고 나는 종이와 펜을 찾아서 여행을 떠났다.

"휴..진짜로 황량하구나..."
혼잣말과 함께 여기저기 들쑤셔보는 나였다. 검은 날개라도 돋아서 나에게 속삭여주면 좋을 텐데. 현실은 가혹하네.
나는 전설이 된 느낌과 함께 눈에 보이는 곳마다 들어가 보았다. 그녀가 모두를 한 곳에 모아두었는지, 얼마 가니까 정말로 사람도 없이 부서져버린 건물들만이 보였다.
......
나 혼자 말하면 자폐아 같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그렇게 나는 5시간동안 종이와 펜을 찾아서 캐서린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캐서린.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
"뭔데?"
"...까먹었다."
한 대 맞으려는 순간 한 대 때렸다.
"때리지 말라고!"
"왜 너만 때리는데."
"나는 여자니까!"
"만민에게 평등해야 하는 여신이 성차별을 하고 있네..."
"이....몰라!"
한 대 맞아줬다. 찰싹! 찰지구나!
"그나저나 너는 살아남지 않아?"
"운석이 떨어지면?"
"응."
"아니. 죽어."
"여신은 불멸불사의 존재가 아니었어?"
"아니야. 나는 단순히 지구의 여신일 뿐이야. 다른 곳에도 여신이 있고, 그 여신을 다스리는 존재가 우주야. 그리고 그 우주를 다스리는 또 다른 초월적인 존재가 있지."
"계급이 정해져 있구나."
"응."
"믿으라고 하는 소리냐?"
때리려다가 말았다. 또 울면 곤란하다. 귀여운 얼굴이 망가져버린다.
"당연하지."
"허..."
"...너 은근히 많이 바뀌었다?"
"응? 그래?"
"응."
"그렇구나...나도 많이 늙었네."
"3일밖에 안 늙으셨거든요."
"뭐...그런 건가..."
나는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거 아냐?"
"손 치워!"
"고마워."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도 남자가 말한다고 부끄러워하는 건가.
"그럼 간다. 잘 있어."
"응."


멸망하는 세계 3

어두운 밤에는 역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무리 높은 곳에 있어도, 빛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래. 나는 지금 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걸 보니 확실히 높은 빌딩 위다. 남자 한 명이 아무도 없는 시간에 높은 빌딩 위에서 아래를 보고 있으면 그 목적은 확실하다.
자살.
나는 멍청해서 내가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을 상상할 수도 없다.
어디까지나 그녀가 원하는 건 "행복한 죽음"이겠지. 그렇다면 아무래도 그녀가 원하는 걸 이뤄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부터 그녀에게 관심이 가게 된 걸까. 본래는 무관심이었어야 할텐데. 어쩌면 첫눈에 반한 사랑일까? 아무래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그녀에게 관심이 갔다는 거겠지.
관심은 순식간에 다른 감정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녀와 나밖에 없어서 이 정도 결심을 할 정도로 격정적인 감정으로 변하게 된 것일까. 언제부터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마 내 이야기를 글로 쓴다고 해도 언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
결국 나는 그녀의 많은 것을 알고 싶어졌다. 동시에 그녀를 위해서 뭐든지 할 각오도 되어 있었다.
확실하게 그녀는 내가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궁극적인 목적은 편안한 죽음을 위해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궁극적인 목적만 이루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자살할 것이다. 행복하게. 그녀를 위해서. 아마 그녀도 행복하겠지.
...나는 행복한가? 아니. 행복하다. 행복하다고 믿어야 한다. 그래야 그녀도 행복하니까.
편지는 써놨으니까 전부 이해하겠지. 그래. 이제 끝이다. 그녀를 위해서. 나는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멸망하는 세계 이면의 세계

아, 나는 죽은 건가? 그런데 지옥은 아닌 것 같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따뜻하고 푹신푹신하다...
나는 문득 눈을 떴다. 침대? 아, 병원이구나.
문득 눈을 돌려보니 간호사가 깜짝 놀랐다는 듯이 나를 보고 달려간다. 뭐야. 난 혼수상태였던 건가? 뭐, 상관은 없지만.

아마 다음날부터 학교에 가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집인가. 내 방. 여기서 그 세계로 끌려들어가게 됬지? 여기서 잠들었다가. 깨어났더니 그 세계로.
나는 그 침대 위에 누웠다. 이 느낌이 차가운 돌바닥으로 변한 줄도 모르고 편히 자고 있었구나...
천장을 주시했다. 계속해서. 흰 천장. 그 위에 그려지는 얼굴은...
"휴...잠이나 자자."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 그곳에서의 일은 없었던 거겠지.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쟤 다시 왔네?'
'그러게.'
축하해주는 사람도 없이 그냥 학교에서 앉아있는 나였다. 본래라면 괜찮았다. 벽을 쌓고 아무도 들어올 수 없던 나만의 세계에 살고 있었던 그 때는 괜찮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지? 누군가 그 벽을 깨트려버렸다. 야구방망이로? 손으로?
그 이후로는 외로워서 견딜 수 없다. 외로워서...
...꼴불견을 보이고 말았다. 감정을 숨기는 거다. 다시 벽을 세우는 거다. 할 수 있다.
"..괜찮아?"
결국 벽은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는 더 이상 눈물 방울이 나온다고 할 수 없는 정도로 돌입해 버렸다.

결국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나에게 말을 건 여자애가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아졌어?"
"응..."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아냐. 고마워."
그 여자애는 놀란 듯이 날 쳐다보았다.
"빨리 가야지. 수업 이미 시작했잖아."
"응..."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휴...잠이나 자자."


"안녕."
"그래, 안녕."
어제 그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대답 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왠지 시끄러운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휴...잠이나 자자."

"안녕."
"그래, 안녕."
어제 그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대답 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왠지 시끄러운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휴...잠이나 자자."

"안녕."
"그래, 안녕."
어제 그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대답 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왠지 시끄러운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휴...잠이나 자자."

"안녕."
"그래, 안녕."
어제 그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대답 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왠지 시끄러운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휴...잠이나 자자."

"안녕."
"그래, 안녕."
어제 그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대답 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왠지 시끄러운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휴...잠이나 자자."

"안녕."
"그래, 안녕."
어제 그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대답 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왠지 시끄러운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휴...잠이나 자자."

"안녕."
"그래, 안녕."
어제 그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대답 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왠지 시끄러운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휴...잠이나 자자."

"안녕."
"그래, 안녕."
어제 그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대답 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왠지 시끄러운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휴...잠이나..."
기시감을 느꼈다. 몇 번째 반복이지? 아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무언가가 부족하다. 그게 뭐지? 그래야만 이 루프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숙제? 이 경우는 아니다. 컴퓨터를 켜는 것? 그것도 아니다. 칼에 찔리는 것? 아, 그거다! 가 아니잖아...
...역시 잊지 못하는 건가.
"...라고."
"뭐라고?"
"...오라고."
"뭐라고!"
"돌아오라고!"
"..."
역시 어쩔 수 없는 건가.
그 생각과 함께 이 세계의 나는 쓰러졌다.


멸망하는 세계 1

....
아아...익숙한 광경이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다. 울지 마. 행복하라고 한 거란 말야.
손을 들어 그녀 눈에 걸친 눈물을 닦았다.
"이제 가지 마..."
"그래도 니가 원하는 게 아니잖아."
"상관없어. 언제부턴가 나는 너를 다른 사람보다 더 신경쓰게 되었어. 그러니까 네가 없으면 신경쓸 사람이 없어져서 외로워. 가지마."
"..부끄러운 대사 금지."
그리고 나는 웃었다. 환하게는 아니지만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웃음에 환한 웃음으로 답해줬다.
고마워.


에필로그 : 멸망하는 세계 0

그렇게 소년과 소녀는 두 손을 마주잡고 앉아 있었다.
"너무 정신없지 않을까?"
"그렇겠지. 감정묘사도 제대로 안 되어있고. 개연성도 없고. 정신없고. 감정에 집중도 안되고. 필력도 떨어지고. 분량도 일부러 늘린 느낌이 엄청 들고. 쓸데없는 걸 팍 줄이면 원고지 한 쪽도 안 나올 것 같고. 여러모로 졸작이 될 거야."
"너무 솔직하잖아."
엄지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어루만져준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그런가."
"그럼 준비됬어?"
"너랑 함께라면."
"그래. 눈을 감고 100을 세면 우리는 이 세상에 없을 거야."
"괜찮아. 나는 행복해. 진심으로."
"...다행이네."
마지막까지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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