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
2011.05.12 04:54
일상 1
따르르르릉!
이상현은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알람은 저 멀리서 울리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알람을 끈 이상현은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어머니는 벌써부터 일어나서 토스트를 준비하고 계셨다.
"일어났니?"
"응."
"오늘부터 고등학교 2학년 시작이네?"
"응..."
밖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어젯 밤 11시 20분 경, 또다시..."
TV소리가 꺼지고 이상현의 아버지가 부엌으로 들어오셨다.
"요즘 세상이 참 흉흉해. 그렇지?"
"그러게요. 도대체 몇 명 째인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그러게 말이다. 그것도 너희 또래의 아이들을."
"에휴..."
그 말과 함께 이상현은 딸기잼이 발라진 식빵을 한 입 물었다.
아침을 다 먹고 샤워까지 한 이상현은 가방을 매고 학교를 나섰다. 버스를 잡기까지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빨리 뛰어갔다. 그녀를 보기 위해서.
그가 요즘 주시하는 여자가 있었다. 키도 훤칠하고 긴 생머리가 백옥같은 피부와 어울리는 같은 학교 같은 학년 여학생이었다.
'이름은 김하혜. 우리집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꽤 부자인지 2층집에서 살고 있다. 공부도 우리 학교의 탑을 달리는 학생 중 하나.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다.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전교의 학생들에게. 심지어 고운 성품은 여자들의 질투심마저도 종식시킬 정도다.'
그리고 이상현도 그 전교의 학생 중 하나였다. 그는 항상 그녀를 보기 위해서 집 앞에 있는 정거장까지 뛰어갔다. 항상 그녀는 이상현보다 먼저 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오늘도 바뀌지 않았다.
방학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했다. 바뀐 것 하나 없이. 이상현은 그녀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오히려 맞는 버스가 오는 지 확인하는 시간보다 그녀를 쳐다본 시간이 더욱 길었을 것이다.
버스에 탄 이후에도 뒷좌석에 앉아서 그녀를 계속해서 쳐다보는 이상현이었다. 마치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기라도 하듯이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현에게는 행운의 날이었다. 그녀와 같은 반에 배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가 앉은 칸에서 두 번째 뒤쪽의 칸에 앉았다. 바로 뒤에 앉으면 그녀만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걸 들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자리는 창가 근처의 가장 뒤쪽 자리가 되어버렸다. 그는 그녀를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쪽지가 하나 전달되었다. 그녀는 그 쪽지를 보더니 그 위에 뭔가를 적어서 다시 전달했다. 이상현은 그 내용을 볼 수 없음에 아쉬워했다.
'바로 뒤 쪽에 앉았으면 알 수 있었을 텐데...'
그 쪽지가 어디로 가는지 이상현은 눈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그 종착점은 강도형.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학생 중 하나였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학생과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학생. 이 두 조합이 만들어내는 기류는 이상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입학 첫날의 절차가 모두 끝나고 그는 공원으로 갔다. 그리고 그는 발견했다. 김하혜의 모습을. 그리고 강도형의 모습을. 그는 조용히 의자 뒤에 숨어서 그들의 말을 엿듣기 시작했다.
"와줘서 고마워."
"응."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께. 지금까지 쭉 좋아해왔어."
철렁. 이상현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와 사귀어 줄레?"
이상현은 빌었다.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거절해라. 거절해라. 거절해라. 거절해라. 거절해라.
"응."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그의 모든 기대를 산산조각냈다. 그는 온 몸의 힘이 쭉 빠진 듯 의자에 등을 완전히 기대어 누웠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벤치의 틈으로 그들을 보았다. 그 둘은 서로 친근한 듯이 손을 잡고 있었다. 확인사살이었다.
이상현이 집에 돌아온 건 12시였다.
"오늘도 공부하다 이제 왔구나."
"응."
"수고했어. 빨리 들어가서 쉬렴."
"응."
그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는 머리를 감싸쥐고 책상 앞에 앉았다. 내일부터 그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는 그것을 생각해야 했다.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녀를 위해서 그는...안 돼."
그리고 그는 안절부절 방 안을 걸어다니다가 다시 책상 앞에 앉아서는 중얼거렸다.
"그래. 잘못 본 걸 수도 있어. 한 번만 더 확인해 보자..."
일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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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쓴다고 썼는데도 엿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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