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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2011/05/12 산다이바나시 : 사탕, 엔진, 책장

2011.05.12 20:21

세인트윈터러 조회 수:261

7:25 스타트

엔진.

인력, 화학, 전기 등의 에너지를 기계적인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 기계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내연기관과 외연기관, 로켓엔진, 가스터빈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엔진을 돌리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하며, 대부분은 자연이고 한정된 자원으로 돌린다. 석탄이나 석유같은게 대표적이겠지. 비록 물과 바람같은 무한한 자원이라 할 지라도 그것도 자연의 일부다. 내가 만들려고 하는 엔진은 그보다 조금 더 다르다.

사람의 정신력을 에너지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정신력. 혼의 힘. 인간의 일상적인 힘을 초월하여 모든 것에 작용하는 초력超力. 인간의 혼 부터 무생물인 도구까지 모든 것에 깃들며, 모든 힘을 낼 수 있는... 말하자면 신의 피조물이 신을 닮을 수 있는 힘. 바로 마나Mana를 뜻하는 것이다. 그 마나를 에너지로 만드는 엔진을 지금까지 계속 연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흠...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여기 룬 문자에 이 탈리스만을 넣는다면.."

마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기공氣功에 대해 알아야 했다. 무협에서 밥먹듯이 나오는, 육체에 비롯된 무형의 에너지인 그 기氣말이다. 정신과 육체는 각자 개별적인 것 같으면서도 밀접한 것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마나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 기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반드시 한계가 따랐고, 기공을 배울 때마다 심지어 정신은 육체의 일부라는 말까지 실감하게 되곤 했다.

마나이즘Manaism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서양에 한정된 사상은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여러가지 금기가 있으며, 그것은 마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흔히들 다리 떨면 복이 나간다는 그 금기도, 마나이즘대로 설명하자면 다리를 떨어 불안을 나타내면 마나가 빠져나간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육체의 에너지. 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정신에 따라서 육체가 온전할지도, 망가질지도 모르니까. 예를 들어 예수 열심히 믿어서 암을 치료한 기적도, 신앙으로 생겨난 충만한 마나가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그것이 육체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공에 통달하고, 마나이즘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으로 꿈의 엔진. 마나를 연료로 하는 무한엔진을 만들기에는 너무나 벽이 높았다. 연료에 대해 알고 있어도 그 연료를 어찌 연소할 것인가. 그리고 그 연소해서 생긴 에너지를 어찌 활용해야 할 것인지. 그것을 아직도 쓰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자리걸음이군..."

머리를 감싸매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책장에는 수없이 많은 스캐치가 그려져 있었다. 전부 마나 엔진의 설계도였다. 하지만 이 중에서 그나마 엔진으로 쓸만한 구조는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 화석연료나 청정연료로 가동되는 엔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예외가 있다고 해도 이미 엔진이 아닌 엉터리뿐이었다. 실험도 몇번이나 해 보았다. 최소한의 희망을 걸고 설계대로 제작하고, 만들어보았지만 결국 실패 아니면 실패였다.

이쯤에서 포기할까. 그런 생각을 몇번이나 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주어진 사명이 너무나 많았다. 인류는 이미 대부분이 지리멸렬해버렸고, 남은건 소수의 인간들과 생물들, 그리고 마수魔獸들밖에 없었다. 마수에게 대항할 인류의 무기들은 강력하지만, 대부분이 화석연료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연료들조차 구하려면 마수들과 싸워야 했으니 딜레마가 따로 없었다. 청정연료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자연에 구하는 연료가 아닌 다른 연료가 필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 찾아 헤멨고. 마나는 찾고 있는 그 가능성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포기할 수가 없지."

목캔디를 씹어먹어 당분을 보충하고. 다시 연필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그러면서 펜대를 굴려 이론을 정리하고, 수식을 쓰기 시작했다. 분명 미친 짓인지도 모른다. 선구자라 불리고 싶지만, 모두에게 내가 하는 연구는 전부 중2병스러운 설정놀이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씹어먹은 캔디도 이제 한박스다. 최소한 그 몫만큼이라도 최소한의 성과는 내야 하지 않겠는가.

모두에게 힘이 되는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에너지로 새로운 인간세상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한 꿈이 담긴 펜은 연습장에 잉크를 묻히고, 낡은 책장은 그 꿈을 지지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마나에 집착하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이미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나의 힘을 다루는. 마법소녀의 존재를. 그리고 그 존재의 중심에 잊혀졌던 누군가가 있었기에.




그것은 갑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컸다. 엄청나게 크고, 무겁고 조잡했다. 18m나 다다른 이 갑옷은 거대한 강철의 상과 같았다. 하지만 그 갑옷은 살아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두 눈에는 분홍색 안광이 흩뿌리며 빛나고 있으며, 손은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주먹을 쥐었다 펴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군. 인간의 문명이, 결국 우리들 인큐베이터를 능가하게 되다니."

큐베는 커다란 병기를 보고 경악했다. 인간의 저력에 대해 어느 우주인보다 알고 있는 큐베였지만. 그것이 신의 경지로 다가가게 되었다는 것을 예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흑발청안의 소녀. 최후의 마법소녀인 아케미 호무라는 이미 납득하고 있었다.

"결국... 자기 누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 목소리에, 갑옷의 안광은 시퍼래지다가 다시 분홍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호무라는 갑옷을 착용하는 자의 이름을 되뇌었다.

"카나메 타츠야. 너는 결국 마법사가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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