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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2011/05/14 산다이바나시

2011.05.14 13:56

롤링주먹밥 조회 수:210

저금통 골절 오르골

12:03 시작


오늘은 축제날.
소란스러운 웃음소리와 어둠을 밝히는 몇백개의 등불.
오늘만큼은 싫은 일따윈 전부 잊고 싶어지는 특별한 날.
한명의 소녀가, 가쁜 숨소리와 함께 언덕을 뛰어 오른다.

단 한명의 소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깐.



그녀는 마을의 조그마한 빵집의 외동딸이였다.
소박한 생활이였지만 가족들은 자신을 사랑해주었고, 마을사람들은 하나같이 따듯했다.
밝고 활기찬 소녀는 마을의 마스코트같은 존재였고, 그녀 자신도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겐 하나의 꿈이 있었다.

언젠간 도시로 나가서 자신의 노랫소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것.

부모님은 자신이 빵집을 이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가 진심으로 하고싶은 일이라면, 부모님도 반대하실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꿈을 이루고 싶었던 소녀는 가족들 몰래 저금통을 하나 마련했다.
소녀는 하루하루 집안일을 도와주며 용돈을 모았다.
저금통에 은화가 하나씩 채워질 때마다, 그녀의 꿈도 한걸음씩 채워지는것 같았다.

그런 꿈에 젖은 행복한 나날.

소녀는 예상치못한 고난에 부딪히고 말았다.
저금통이 반쯤 채워졌던 때였을까, 부모님에게 저금통의 존재를 들키고 말았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였다. 차라리 지금 얘기해 버리자.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멋쩍게 웃으면서 자신의 꿈을 얘기한 외동딸에게, 부모님은 다짜고짜 호통부터 치셨다.

- 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아이야! 니가 도시에 나가봤자 뭐가 될거라고 생각하는거니!
- 엄마야말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일은 한다는게 뭐가 나빠요!

- 불쌍한 아이... 넌 여기서도 충분히 행복하잖니?
- 내가 왜 불쌍하다는 거에요!

충격이였다.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리라 믿었던 가족들이, 그녀를 몰아세웠다.
소녀는 그날 밤 집을 뛰쳐나왔다.

호수를 끼고, 밀밭을 지나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자그마한 언덕.
그녀가 이 마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울상이 된 소녀를 맞아준건 조용한 밤풍경이 아니였다.
누군가가 먼저 그곳에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소녀였지만, 놀라움보다도 호기심이 그녀의 머릿속을 채웠다.
이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언덕에 앉은 그 소년은 이젤과 캔버스를 마주보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이 울상인것 조차 잊어버린건지, 소녀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 여기서 뭘 그리고 있는거야?
- !! 한밤중에 갑자기 등뒤에서 말 걸지 말아주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 아 미안... 그래도 참 신기해 보여서. 하하..
  그도 그럴게 네 말대로 지금은 한밤중이야. 마을이라면 저녁노을이 비칠때가 더 잘 그려지지 않아?
  뭘 그리는 건지 알려 줄수 있을까?
- 초면에 질문이 많은 분이시네요... 지금은 밤하늘을 그리고 있답니다.
- 밤하늘? 그런거 거의다 검정색으로 칠해질거 아니야?
-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밤하늘은 단순히 검정색이 아니라 푸른색, 때로는 초록색, 또 어떤때는 붉은색이기도 하거든요.
- 난 전혀 모르겠는데...? 너 되게 이상한 애구나.
- 그쪽도 한밤중에 울상이 되어선 초면에 놀래키시기나 하시고.. 이상한 분이시네요.
- 하하... 생각해 보니 그렇네. 그럼 이상한 사람들끼리 친해진 증거로 악수!
- ...이상한 사람.

그 날 밤 이후로, 소녀는 가끔씩 밤하늘 아래의 언덕을 찾아가곤 했다.
가족들과 심하게 싸운 이후로도,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밤하늘을 그리는 신비한 소년은, 몇안되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한 소년과 소녀가 만나가는 횟수가 늘어날때마다,
저금통에도 은화가 한닢씩 채워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결국 저금통이 은화로 꽉 채워지는 날이 다가왔다.
소녀는 자랑스럽게 저금통을 들고, 밤하늘아래의 언덕을 찾아갔다.

- 봐! 이젠 이걸로 부모님도 뭐라 할 수 없겠지. 내가 단순한 모험심으로 도시에 가겠다고 한게 아니란걸 알아 줄거야!
- 다행이네요.. 꿈을 이루는건 정말 좋은 일이니깐요.
- 헤헷. 나도 이젠 창창대로를 달리게 될거라 이 말씀! 
  그런데 오늘은 그림 안그려? 밤하늘 그림. 캔버스가 하얀색인걸..?
- ... 오늘은 작별인사를 하러 왔어요.
- !? 무슨 작별인사야? 어디 가는거야?
  너도 도시로 떠나는거니?
- 그랬으면 좋겠네요..하하.. 제가 꾼 꿈만큼, 당신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랄게요.
- 무슨 소리 하는거야! 제대로 설명하라고!
- 어두워서 잘 안보이시겠죠. 이쪽으로 와주세요.
- ...? 너... 팔에 그게 뭐야...?
- 붕대에요. 그림도구를 사러간 시장에서 골절사고를 당해서...... 참 바보같죠?
- ... 어느 정도 지나면 낫는데?
- 아마 평생요. 의사선생님이 앞으로 붓 잡기는 힘들거라고...
- 무슨소리야!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어디 있어! 네가 얼마나 열심히 그림을 그려왔는데...
- 그러니깐 오늘은 작별인사에요. 그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 고마웠어요.
- 난 절대로 납득못해! 이런거.. 너무하잖아.. 
- 납득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전 그림을 그릴 수 없게되었다. 그게 사실이라고요...
- 바보! 멍청이! 포기하지마! 나도 꿈을 포기할뻔 했지만, 어떻게든 힘내 왔다고! 너도 어떻게든 될거야!
- 무리에요. 
- ---! 바보... 니가 포기하지 않고싶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번 축제날 저녁에 이 언덕으로 와! 기다릴테니깐!

소녀는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걸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소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뭐라고요...?
- 네가 저금통에 돈을 모으던걸 보고.. 우리도 너에게 기회를 줘보고 싶어졌단다.
- 단, 여기에 가서 하나부터 제대로 배우고 나쁜일에 빠지지 않도록 가르침을 받는게 조건이지.

부모님이 내민 서류에는 도시에서도 유명한 음악학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 출발은 축제 다음날 아침이다. 축제는 마음껏 즐기고 가도록 해. 마을녀석들이 널 위해서 힘낼 테니깐.
- 고마워요... 아빠... 엄마..!

드디어 꿈을 이룰수 있게 되었다. 소녀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지만 소녀가 행복해 하면 할 수록, 그녀의 머릿속엔 한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소년. 그의 얼굴이 지워지지를 않는다.

오늘은 축제날.
소란스러운 웃음소리와 어둠을 밝히는 몇백개의 등불.
오늘만큼은 싫은 일따윈 전부 잊고 싶어지는 특별한 날.
한명의 소녀가, 가쁜 숨소리와 함께 언덕을 뛰어 오른다.

단 한명의 소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깐.

소녀가 숨을 고르며 언덕에 다다르자, 그곳엔 이젤도 캔버스도 없이 의자에 앉은 소년이 한 명 있었다.

- 여기에 왔다는건... 아직 포기 할 마음이 없다는 거겠지?
- ....
- 나, 도시에 있는 음악학교에 가게됐어. 그렇게 바라던 도시에 가게 됐다고.
- 다행이네요.
- 이거 받아.
- 뭔데요..? 오르골?
- 축제에서 산 싸구려이긴 하지만... 오르골가게 할아버지가 내 노랫소리를 넣어줬어.
  내일 출발하는 날 위한 서비스라나.
  내가 도시로 떠나도 네 옆에서 잔소리할 사람은 남아있는 거라고.
- 이걸 저한테 주시는 이유는 뭐죠? 절 비웃는건가요..?
- 바보! 멍충이! 니가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하니깐 주는거라고! 
  그림은 왼손으로도 그릴 수 있잖아! 
  못그려도 좋아!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지... 그러니깐 꿈을 포기하진 말아줘.
  내가 계속 꿈을 쫒을 수 있었던건... 네가 있어줘서 였으니깐.
- .... 이상한 사람.

오르골을 받아든 소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 조금만 더 힘내 볼게요. 이번엔 내가 꿈을 쫒기 위해서... 당신이 있어 줄 테니깐.
- 그래야지! 약속이야..  안 지키면 내가 또 바보라고 혼내주러 올거니깐 말이야. 꼭... 약속이야..

축제날의 석양을 뒤로하고, 소년과 소녀는 약속을 나눈다.
서로간의 꿈을 이루게 해준, 두 사람의 이야기.

몇년이 지난 지금도 소녀의 방에는, 몹시도 서투른 한 폭의 그림이 걸려있다.
익숙치 않은듯 한 붓놀림. 하지만... 그 어떤 밤하늘 보다도 아름다운 한폭의 밤하늘.
소녀는. 미소짓는다.







13: 54 종료






시간 두배 오바ㅡㅡ
레알 변명이지만 세탁기 AS가 도중에 왔어용ㅋㅋㅋ
LG전자가 너무 친절해서 탈임ㅡㅡ
그리고 이번도 망해서 죄송합니다 고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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