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5/14 산다이바나시 - 보석 자동차 꼬맹이
2011.05.14 16:53
주제 - 보석, 자동차, 꼬맹이
3:55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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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동생은 아직 7살도 채 안된 새파란 꼬맹이다. 참고로 내 나이는 올해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꽃다운 17살.
한마디로 10살차이나 된다는 얘기다.
아직 철이 없는 내 동생 한수는 요즘 자동차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에 자동차 광고만 나와도 앞에 딱붙어서 보는 꼴이란..
내가 아무리 '티비는 멀리서 보는거라고 했지?! ' 라고 훈계를 줘도 소용없었다. 이게 다 최근에 아빠가 사줬던 자동차 장난감때문이야!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한수가 나한테 와서 이런 소리를 했다.
" 보석, 보석으로 자동차 살수있어? "
나는 너무나 황당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보석으로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깊이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 음.. 가능하지 않을까? 근데 보석이란건 너같은 어린이가 얻을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가서 미니카가지고나 놀아라. "
동생이 실망했거니 하고 나는 미소지으며 녀석의 표정을 보았다. 근데 왠걸? 생글생글 웃고있는게 아닌가?
" 보석이란거 어디가서 얻을 수 있어? 응? 누나!! "
" 뭐, 뭐라고? 너 그거 진심이었어?! "
내가 동생의 동심을 너무 얕봤었다. 녀석은 정말로 자동차를 살 생각이었다. 난 너무나도 황당해서 대체 어떤 자동차를 가지고싶냐고
한수에게 물어보았다. 한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 흐음~ 그러니까.. 뽀로로가 맨 앞에 그려져있고 파란색으로 도배된 나만의 자동차! "
10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녀석이 말한 그 '자동차'라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일반 자동차가 아니었다.
요새 아이들 사이에선 뽀로로, 즉 '뽀통령'이 주름잡고 있는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나도 동생따라 뽀로로를 가끔씩 보곤한다.
근데 최근 대형마트에서 새로이 출시한 '뽀로로 자동차'가 아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왔다. 어린이날 선물의 0순위가 바로 이
뽀로로 관련 상품 중 '어린이용 자동차'였다.
내 동생 한수는 바로 그 뽀로로자동차에 완전히 매수되었던 것이다..
밤이 되고, 아빠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셨다. 아빠는 피곤하신 듯 옷갈아입고 씻은 후 바로 잠자리를 청했다.
나는 아빠에게 저녁 먹고왔냐고 물었다. 아빠는 이미 먹었다며 너도 빨리 자라고 말하셨다.
" 그래.. 알았어. 아빠 잘자~ "
" 응, 우리 딸도 잘자.. "
[탁]
그러고보니 이틀 후면 어린이날이구나.. 뭐 우리집에 어린이라곤 저 자동차광 한수밖에 없지! 내일 아빠한테 얘기해봐야겠다.
나는 계단으로 올라가 한수의 방을 살폈다. 이 녀석, 이제 12시인데 잠들었겠지?
역시나, 쿨쿨 자고있다. 그렇게 좋아하는 미니카 자동차를 품에 안고서는.. 내 동생이지만 귀엽단 말이야?
그렇게 아침이 되었다. 나는 아빠에게 넥타이를 매주면서 한수에 대해 말을 꺼냈다.
" 아빠, 한수가 요즘 자동차에 관심있는건 알지?
" 어, 알지. 왜? "
" 저 녀석 저번에 나한테 말하더라고, 뽀로로 자동차 가지고싶다면서.. "
" 뭐? 뽀로로 자동차? "
아빠는 경악했다. 그럴만도 한게 그런 어린이용 자동차가 좀 비싼가? 하지만 아빠는 우리집에 하나뿐인 어린이인 내 아들을 위해서
기꺼이 사주겠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역시 우리 아빠는 멋쟁이라니까!
아빠가 출근하신 후, 한수가 아침을 먹으며 여전히 자동차 타령을 하자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 보석으로 자동차를 사는건 네가 더 커서 해도 안늦어. 이번엔 아빠한테 맡겨! "
" 와, 진짜? 우리 아빠 만세!! "
" 외쳐! 아빠 만세!! "
" 아빠 만세~!! "
그리고 어린이날이 돌아왔다. 한수는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나도 내심 한수가 기뻐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저녁이 되고, 나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멋진 저녁상을 차렸다. 불고기, 잡채 등 한수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8시가 되고 9시가 되도록 아빠한테 소식이 없는 것이다. 한수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난 동생을 위로하면서 아빠에게 연락했다. 뚜르르-뚜르르- 딸칵.
" 여보세요? 아빠? 지금 어디야? "
" 아, 지금 좀 늦을것 같다. 일이 급작스럽게 밀려서 야근해야될 것 같아. 한수한텐 정말 미안하다고 전해줘.. "
" 아.. 알았어. 응, 끊어. 응.. "
난 한수에게 차마 아빠가 오늘 일이 많아서 늦게 오신다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 알아, 아빠 야근하는거. "
" 한수야..! "
" 괜찮아! 어린이날은 내년도 있고, 내 생일도 있잖아. 저녁 빨리먹자. 나 배고파. 헤헤.. "
녀석.. 마냥 꼬맹이인줄 알았더니, 의젓해졌네. 괜히 눈물나려고 하잖아.
이럴때 내가 엄마 역할을 할 수 없는게 너무나도 서글퍼졌다. 엄마는 왜이렇게 빨리 가버리신거야.. 엄마.
저녁을 다 먹고, 한수는 잠을 청하러 방에 들어갔다.
나는 설거지를 마치고 숙제를 하기 위해 계단으로 빨리 올라갔다. 근데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아빠였다..!
" 아빠, 오늘 야근이라면서? 근데 일찍왔네? "
" 생각외로 일이 일찍 끝났더라고? 그래서 끝나자마자 2마트에 들러서 큰맘먹고 샀지. 자! 여기~ "
아빠가 등 뒤에서 꺼낸것은 다름아닌 한수가 그렇게 좋아하던 뽀로로 자동차... 가 아니라
" 이, 이게뭐야.. 어린이용 자동차..아니네? "
" 아니, 마트에 잽싸게 달려갔는데도 이미 다 팔리고 없더라고.. 하하.. 그래서 꿩대신 닭이라고. "
박스에 써있던건 '뽀로로 무선 장난감차'였다. 이것도 물론 인기가 많아서 사는데 고생하셨다네? 아빠도 참.. 없으면 사오지 말지.
아빠는 박스에 들어있던 장난감차를 꺼내들고 계단으로 재빨리 올라갔다. 싱글벙글한 표정하고는..참.
한수의 방문을 여니 무슨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 이불 속에서 훌쩍훌쩍 울고있던 것이었다.
아빠는 이불을 확 들춰냈다. 한수는 깜짝 놀라서 멍하니 아빠를 바라보았다.
" 아빠.. "
" 우리 아들, 아빠 없는동안 울고있었구나~ 에휴, 왜 울어 사내자식이! 자, 아빠가 주는 어린이날 선물이다.
뭐 5분 늦었지만.. 그래도 받아줄거지? 큰 자동차가 아니라서 미안해. "
한수는 자동차를 보자마자 활짝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아빠를 꼭 껴안았다.
" 아빠만세! 아빠 최고야!! 아빠 사랑해~ "
" 나도 우리아들 사랑해~ "
왜 괜시리 눈물이 나는거야.. 나는 눈가에 맻힌 눈물을 닦아내고 얼른 내 방으로 들어갔다.
집안의 방문은 전부 닫혔다. 단 하나, 한수의 문을 빼고. 왜냐고?
엄마가 와서 '우리 한수..우리 한수..' 하고 쓰다듬어 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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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밝게 시작하다가 마지막엔 감동?
인지는 모르겠소이다ㄲㄲㄲ
암튼 딱 한시간에 맞춰서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