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닿 팬픽> 소유
2011.06.03 11:56
쿠로누마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있는 카제하야의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카제하야는 잠이 들었는지 눈을 감고 있었고 쿠로누마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저기……. 카제하야 기억나? 우리 처음 만났던 날”
쿠로누마는 꿈꾸는 듯 몽롱한 표정으로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 날 봄은 참으로 따스했지. 벚꽃이 흩날리며 향긋함이 물씬 풍기던 그런 날. 만일 카제하야랑 못 만났으면 나 어떻게 되었을까?
매일 같이 애들에게 웃으며 다가가고, 또 수많은 선행을 해도, 음침하니 귀신이 붙었네. 등의 소리를 들으며 아무리 다가가고 싶어도 결국 다가갈 수 없었겠지?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려해도, 그런 내게 모두들 멀어지려만 하니 사실 너무 무서웠어. 마침 카제하야가 나타나서 이런 내게 용기를 주고, 나의 조그만 행동 하나조차 지켜보고 응원을 해줄 때. 그때 카제하야가 얼마나 멋졌는지 알아?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백마 탄 왕자님이 따로 없었다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햇살이 비친 방 안에 먼지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먼지들을 바라보다 개중 하나를 손짓으로 잡아본다. 먼지를 가는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열심히 청소하는데 이런 먼지는 꼭 있어. 속상해. 카제하야는 알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청소하는지를 그리고 깔끔한지를 말이야. 그거 알아? 몇 일전에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데 앞집 문이 살짝 열려있어서 봤거든? 그런데 거실에 머리카락이며 먼지 뭉치가 둥글게 말려서 굴러다니더라고 그것만 봐도 그 여자가 얼마나 지저분한지 알 수 있어. 카제하야는 모르지? 그게 얼마나 지저분한 건지? 그런 여자하고 사는 남자는 얼마나 불행할까? 카제하야는 행복한 거야. 나 같은 여자 만나서.”
쿠로누마는 손을 내저으며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는 생각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런데 무언가 슬픈 생각이 들었는지, 방금 일은 잊은 듯 눈에는 물가가 촉촉이 젖고 울 듯 한 표정을 지으며 카제하야에게 말하였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왜 날 미워하시는 걸까? 처음 인사 간 날도 그러셨잖아. 내가 얼마나 서운했는데…… 어머님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각오하고 있었지만 대문 안으로 까지 들이지 않으실 줄은 생각도 못했었어. 어머님한테 인정받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카제하야는 모르지?”
쿠로누마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잠든 카제하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용한 방안은 시계 초침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리고,
작은 방안으로 스며들던 붉은 햇살은 서서히 어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카제하야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나 같은 여자가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어쩌면 한결 같이 날 미워하시는 거야? 지난달에도 찾아오셔서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었잖아. 하지만 괜찮아. 이제 어머님도 더 이상 우리한테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어. 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지 말씀 드리고 설득 시켰거든. 나…… 잘했지?”
그 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답이라도 받았다는 듯 활짝 카제하야에게 웃음을 지었다.
“카제하야가 날 사랑해주니까 어머님을 설득할 용기도 다시 생긴 것 같아. 카제하야가 날 사랑해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당신도 나만 있으면 되지? 그렇지? 그런데 카제하야 사실은 나 고백할게 있어.”
쿠로누마는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어두워진 방안을 바라보았다.
“불 킬까?”
대답을 기다리는 듯 잠시 말을 멈추고 카제하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카제하야는 그녀의 대답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이
조용히 자고 있었다.
“난 이대로가 더 좋은데, 카제하야도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카제하야랑 난 어쩜 생각까지 같을까? 남들이 질투할 만해. 그렇지?”
쿠로누마는 기분이 좋은지 입을 가리며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어두운 방안은 웃음소리로 꿈틀거렸다.
그러나 금세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깊이 숙이며 여자는 축축한 목소리로 남자의 귓가에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카제하야 실은…… 어제 병원에 다녀왔어. 자궁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난 임신을 할 수가 없대. 난 자기를 닮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거야…… 흑……”
그녀 눈에는 어느새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손으로 훔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참을 훌쩍이던 울음이 잦아들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머물렀다.
“고마워 역시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어.…… 아이가 없으면 어때 우리 둘이 이렇게 사랑하는데” 그 말과 함께 쿠로누마는 카제하야의 얼굴에 자신의 뺨을 비비고 보듬으며 가는 숨소리를 내었다.
그런데 이내 어떤 기억이 떠올라 감정이 격해지는지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입술을 카제하야의 귀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런데 카제하야 며칠 전 앞까지 자길 바래다 준 사람 누구야? 혹시 쿠루미 그 년이야? 아직도 당신한테 엉겨 붙는 거야? 당신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느낌이 이상해서…… 아니지? 그래 말하기 싫음 안 해도 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카제하야가 말하기 싫으면 말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쿠로누마는 카제하야의 입술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래 직장 동료라고 생각할게. 우리도 차살까? 요즘 할부로 차 살 수 있잖아. 아니면 중고차도 괜찮을 거 같은데, 미안하잖아 남의 차타는 거 말이야. 좀 더 절약해서 생활하면 그 정도는 문제없어, 물론 다른 여자 차를 탈일도 앞으로 안 생기겠지?"
쿠로누마는 그런 자신의 생각이 만족스럽다는 듯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게 좀 더 카제하야에게 수다를 떨려던 쿠로누마는 자신의 배와 벽에 희미하게 시계 초침을 보며 조그만 탄성과 함께 남자에게 손을 떼며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배고프다. 카제하야도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조심스럽게 카제하야의 머리 밑에 배게를 대주고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익숙해진 어둠 속에서 카제하야는 여전히 자고 있다.
‘스르르륵…… 툭’
카제하야가 고개를 돌리는가 싶더니 머리가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무언가로 거칠게 잘린 듯 한 목 단면은 말라붙은 피로 인하여 검은 빛을 띠고 있었고. 그 아래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문이 열리고 앞치마를 두른 그녀가 들어오더니 불을 켰다. 붉은 방, 방안에는 붉게 물든 벽지와 바닥, 낡은 검은 시계, 그리고 원래 색깔이 무엇이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검붉은 침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남자의 머리를 보더니 싱긋 웃어 보이고는 머리를 들어 침대에 놓으며 말하였다.
“애도 아니고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지면 어떡해? 조금만 기다려 금방 밥 해줄게”
카제하야의 이마에 입을 맞춘 쿠로누마는 다시 한 번 웃어 보인 뒤 불을 끄고 방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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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어 봤을 법한 괴담을 응용해서 싸버린 괴상한 글.
나름 여름맞이 기념으로 괴기스럽게 쓰고 싶었지만, 난 그 정도 글 실력은 안된다 이말이지.
여튼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네.
댓글 9
-
갱뱅컬렉터
2011.06.03 12:06
빠른 수정이군 -
쿠로누마사와코
2011.06.03 12:09
올ㅋㅋ 적절한 지적이네 수정해야지. -
롤링주먹밥
2011.06.03 13:13
히잉 가슴훈훈한 너닿을 기대하며 들어왔건만ㅜ
이건 이거대로 재미있네ㅋ -
갱뱅컬렉터
2011.06.03 13:26
왜 따뜻하잖아.
카제하야의 피로 -
오노데라
2011.06.03 14:39
짤부터 심상치 않더라니....ㅠㅠㅠㅠ -
앱씨
2011.06.03 15:37
는 어디선가 본 듯한 괴담.
내가 아는 쿠로누마는 이렇지 않아ㅠㅠ -
오보에
2011.06.03 17:17
와 훈훈해 미칠 것 같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다가 막판에 뒤통수 제대로 때리네... -
쿠루키리
2011.06.03 20:45
달달해서 좋네~ -
세인트윈터러
2011.06.03 21:09
달달하게 썼네. 뭔가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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