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이바나시 [여장남자, 보디가드, 정체성] : Red Moon 1
2011.06.04 00:55
산다이바나시 [여장남자, 보디가드, 정체성]
산다이바나시
여장남자
보디가드
정체성
Red Moon 1
"잘 다녀와라. 네녀석의 그 썩을 마음가짐을 고쳐서 와라."
리암(Liam Granville)의 아버지는 그 말로서 자신의 아들을 배웅했다. 그리고 기차는 역을 떠났다. 리암은 멀어지는 자신의 아버지를 갈색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 스스로도 굳게 다짐했다. 조금 더 남자다워지겠다고.
리암은 입을 쩍 벌렸다. 커다란 집이라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커다랄 줄은 몰랐다. 리암은 자신의 집도 꽤 크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자신도 귀족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건...그 차원이 달랐다. 그가 어릴 적 신화를 볼 때 상상했던 신들이 사는 궁전. 마치 그 궁전같았다.
그가 다가가자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리고 양복을 쫙 빼입은 중년의 신사가 그에게 인사를 했다.
"리암 씨. 맞나요? 이번에 새로운 보디가드로 고용되신 분."
"예."
"이 쪽으로 따라오세요."
그는 앞에 서서 리암을 안내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기다란 홀이었다. 빨간 양탄자가 끝까지 쭈욱 이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동양풍의 화분이 있었다. 흰색 도자기에는 금색으로, 옥색 도자기에는 흰색으로 용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노란 벽에는 다른 남자들이 모두 똑같은 자세로 서있는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 집의 주인들일 것이다 라고 리암은 생각했다.
그렇게 리암은 기나긴 홀을 지나고 이리저리 미궁과 같은 계단과 복도를 지나 드디어 한 문 앞에 서게 되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문 뒤에서 피아노 반주와 함께 들려왔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름다운 노래를 멈췄다.
"들어오세요."
중년의 신사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무슨 신발을 신고 있는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다란 금빛 드레스를 입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그보다 더 금빛으로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흰 얼굴과 에메랄드빛 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줬다. 은은한 붉은색이 감도는 입술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방금 전의 노래같이 부드러웠다. 리암이 넋이 나가 있을 때 중년의 노인은 그 사람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이번에 새로 고용된 보디가드입니다."
"아, 당신이...?"
"예."
"그렇군요. 클레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클레어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리암은 악수를 위해 손을 잡았다.
'손 힘이 약간 센 것 같은데...'
"그러면 수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중년 신사는 나갔다. 방 안에는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클레어는 조용히 앉아있었고, 리암은 조용히 서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클레어였다.
"아, 그 쪽의 이름을 듣지 못했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리암. 리암 그랜빌입니다."
"아, 그렇군요."
다시 뭔가 불편한 분위기, 정적이 찾아왔다.
"저..저는 나가있겠습니다."
"예..."
그리고 리암은 허리숙여 인사한 후 방을 나갔다. 클레어는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딸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졸고 있던 리암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서는 클레어가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피곤했으면 방에 가셔도 됬는데..."
"아..아닙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뒤돌아서 복도로 나갔다.
"본격적인 첫 일이 될 거에요. 따라오세요."
리암과 클레어는 연회장에 도착했다. 거대한 샹들리에는 밝은 빛을 받아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끝도 없이 펼쳐진 연회음식들과 사람들. 모두들 그 속에 동화되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전..."
"아, 예. 감사합니다."
리암은 그리고 클레어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기둥에 등을 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이었다. 옆에서 시녀가 쟁반에 샴페인이 담긴 잔을 들고 그를 보고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그는 잔 하나를 들어서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클레어를 보았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동화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리암은 샴페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처음 뵙는 분이시네요."
검은색 머리카락을 어깨에 살짝 닿을 정도로 자른 여자가 리암에게 말을 걸어왔다.
"예."
"혹시 어떤 분이신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 저는 클레어 님을 호위하고 있는 보디가드로 고용된 리암이라고 합니다."
"어머나, 새로운 보디가드를 고용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 분이셨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클레어 양을 호위하기 위해 오셨나요?"
"예."
"어라? 그런데 어째서 클레어 씨 곁에 있지 않으신 건가요?"
"제가 곁에 있으면 이야기하기 불편하실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참 사려깊으신 분이네요. 그러면 재밌게 즐기다 가시기 바랍니다."
"어머, 아이리스."
그 때 옆에서 클레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요한 말을 한다고 하길레 왔는데 혹시 나한테 몰래 말해줄 수 없어?"
"그 때까지 기다리세요."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럼 저는 이만..."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아이리스는 환하게 웃으며 리암을 보냈다. 리암은 다시 클레어에게서 멀어졌다. 그는 빈 샴페인 잔을 지나가던 시녀의 쟁반에 놓고 새 샴페인 잔을 받았다. 그리고 한 모금 마셨다.
리암이 샴페인을 5잔 째 마셨을 때, 갑자기 앞쪽에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한 남자가 이 쪽을 주목하라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아이리스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연회를 열게 된 이유는, 어..그러니까...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얼굴은 빨개졌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더니 결국 그녀는 조용하게 말했다.
"저. 블레어 공작님의 아들인 카밈 블레어 씨와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순간 정적이 돌았다. 잠시 후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렸다. 그 박수소리는 홀 전체를 감쌌다. 리암은 문득 자신이 호위하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 여자는 놀란 듯이 입을 두 손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친구가 결혼하니 놀랄 만 하겠구나.'
그리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이 연회의 주인공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주인공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쑥스럽다는 듯 웃고 있었다.
박수 소리와 함께 후끈 달아오른 열기와 샴페인의 취기 때문에 리암은 약간 덥다고 느꼈다. 그는 얼굴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휴..."
밤공기는 서늘했다. 붉어진 귓불에 닿은 바람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노란 달이 하나 떠있었다. 얼마 전에 보름달이 떴다가 다시 기울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치 완전히 찬것처럼 보였다. 그는 벽에 기대어 그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그는 다른 사람의 발걸음을 들었다. 그 발걸음은 천천히 가까워져가다가 멈췄다. 리암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저건 누구의 발걸음일까. 여기 처음 와서 아무도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을 제외하고 이 어두운 밤에 밖으로 나와서 연회장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사람은 누구일까 하고 리암은 궁금해졌다.
그는 조용히 그곳으로 걸어가 보았다. 최대한 발걸음을 죽이고. 그렇게 몇 걸음을 가자 마침내 누구인지 그는 알 수 있었다.
"클레어 님?"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클레어는 한 쪽 다리는 펴고 한 쪽 다리는 구부린 채로 잔디 위에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낮에도 봤던 드레스는 달빛을 받아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노래를 시작했다.
그가 처음 만났을 때 문 뒤에서 부르던 노래와는 다르게 슬픈 분위기의 노래였다. 5월 31일 여름 밤의 생동감있는 연회장과는 괴리감있는 노래였다. 더욱 의외인 것은 그녀의 볼 옆으로 새벽녘 이슬과 같이 또르르 흐르는 은빛 방울이었다.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그녀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오늘 처음 만나긴 했지만...'
이유도, 근거도 모르는 장면을 본 리암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연회는 끝났다. 모두들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리암과 클레어도 집으로 돌아왔다. 리암은 클레어가 축하무대로서 노래를 환상적으로 불렀기에 분명히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녀를 재촉했다.
"괜찮으신가요?"
"뭐가요?"
"아니..그게..오늘 피곤하실 것 같아서..."
"아, 괜찮습니다. 그쪽은 괜찮으신가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아,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 그는 홀 저편으로 걸어갔다. 클레어는 그 모습을 죽 보고 있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클레어는 옷을 갈아입는 일 없이 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이불도 덮지 않고 축 늘어져서는 팔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 은빛 이슬이 다시 한 번 떨어졌다.
같은 시간, 리암은 방에 도착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연회장에서 들은 밝은 노래가 아닌 밖에서 들어버린 슬픈 노래가 계속 머리 속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리암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노래를 조용히 입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가 침대에 눕자마자 그 노래는 끝났다. 그리고 클레어의 은빛 방울만이 그의 머릿 속에는 남았다.
"도대체 뭐였을까..."
그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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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날지 몰라서 제목하고 숫자까지 붙였음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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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윈터러
2011.06.04 00:57
-
세인트윈터러
2011.06.04 01:04
속독하는 버릇이 들다 보니. -
みーくん
2011.06.04 01:00
님 속독 배우셨음? 왜 이리 읽는 시간이 빠름 ㅎㄷㄷ -
지크프리시아
2011.06.04 01:02
여장남자가 없어서 화났다. 빨리 마도카와 나의 신혼생활을 쓰라고! -
지크프리시아
2011.06.04 01:16
시나리오라... 그런거 없고 그냥 달달하게 설탕 쏟아내다가 마지막에 포풍 ㅆㅆ 해주시면 되요^^ 그리고 여자아이 남자아이 낳고 잘사는걸로 끝 -
みーくん
2011.06.04 01:11
쓰는 건 제 시험 망치고 쓸 수 있는데 뭔가 좋은 시나리오가 안 떠오름. -
Less2
2011.06.04 01:10
클레어는 언제 임신하나여 -
みーくん
2011.06.04 01:37
언젠가요. -
호이호이씨
2011.06.04 12:53
올ㅋ ㄱㅅ 아직 초반이라 달리 할말이 없네 -
AugustGrad
2011.06.04 15:51
리암이 알고보니 남장여자라거나 한건 아니겠지? -
みーくん
2011.06.04 20:56
헐 들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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