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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 와서도 기숙사에서 살게 되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게 교칙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대학교는 집과의 살인적인 통학거리 때문에 어쩔수가 없었다. 기숙사 살면 8시 50분에 일어나도 9시 수업에 늦지 않지만 집에서 다니면 10시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집에서 5시에 일어나야 하다니! 밤잠 없고 아침잠 많은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6명이 한방을 쓰고, 침대밖에 없던 고등학교때의 기숙사와는 다르게 대학교 기숙사는 3인 1실에 책상, 옷장은 덤. 대학교 와서 처음 기숙사생활을 해보는 아이들은 우는 소리를 했지만 더 열악한 환경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본 입장에서는 천국이나 다름 없었다. 비록 12시가 지나면 밖에 나갈수가 없었지만 뭐 어떠한가. 못나가면 돈아끼고 살빠지고 일석이조 아닌가. 만난 룸메이트들도 다들 성격이 좋아서 별 문제없이 한학기를 지낼 수 있었다. 문제는 2학기. 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명이 휴학을 한다는게 아닌가. 처음엔 새로운 사람과 친하게 지낼수 있을거라며 좋아했지만 성격 더러운 이상한놈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커지기 생각했다.
 잔뜩 불안을 짊어지고 맞이한 2학기 개강날. 보통은 하루나 이틀전인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들어와서 집에서 택배로 보낸 짐을 풀고 정리하는게 일반적이지만 난 전날 토익시험도 있고 월요일 오전엔 수업도 없고 해서 월요일 새벽기차를 타고 학교에 내려 왔다. 열쇠를 받고, 사진촬영 하고, 경비실에서 택배 찾아오는 등 방에 들어갈 만반의 채비를 갖춘채 방의 문을 열며 인사를 했으나.
 "안녕하세요~. 아, 아무도 없구나."
  아무도 없었다. 내 책상만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고 다른 두 책상 위엔 노트북, 유인물, 전공서적 등이 너저분하게 펼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다들 수업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도 오후부터는 수업이 있었기에 점심값과 함께 택배 상자에서 교재만 꺼내 방을 나왔다.

 "너 룸메이트 바뀌었다며, 어때?"
 "야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 내려왔는데 아무도 없어."
 "넌 예전부터 아는게 뭐냐. 으이구. 이쁜 여자였음 좋겠다 히히."
 "학교가 미쳤다고 남자랑 여자랑 같은방을 쓰게 해주겠냐. 야 밥이나 먹어라 밥이나."
 "밥보다 저 여자봐봐. 엄청 이쁘지 않냐?"
 "뭔 또 여자야. 암만 그래봐야 우린 안생겨."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친구가 가리킨 학생식당 입구를 슬쩍 쳐다보았다. 긴 생머리에 순백색의 원피스, 새하얀 피부색,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나온듯한 귀여운 얼굴. 세상에 여신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야 거기 말고 저기. 저 흰 원피스 뒤에 있는 사람."
 여신님 뒤에 있는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니 몸매는 좋은데 얼굴이 영 꽝이다. 저런 여자라면 대기업 회장님의 따님이라고 해도 사절이다.
 "쟤가 이쁘냐? 어휴 그건 아니지."
 "야 얼굴이 뭐가 중요하냐. 얼굴이야 수술하면 되는거고. 몸매 안좋으면 수술도 비싸다니까."
 "아, 예예. 어련하시겠어요?"

 밥을 다 먹고 수업에 들어가니 식당에서 본 여신님이 내 앞자리에 앉아있다. 듣기 싫었지만 1학기때 혼자 D가 나온 과목이라 어쩔수 없이 재수강 하는 과목이었는데,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수업으로 돌변했다. 비록 교수님의 말소리는 자살을 위한 최고의 수면제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지만 바로 앞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샴푸냄새에 졸래야 졸 수가 없었다. 수업내용따위 귀에 들어오자마자 흘려 보냈지만, 교수님은 내가 수업시간에 안조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칭찬을 잔뜩 해주시더라. 그렇게만 하면 재수강이니 A+는 못줘도 A는 충분하다고.
 수업을 마치고 방에 돌아가니 이번엔 두명 다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자 한명은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라며 큰소리로 대답을 해주었지만 작은 체구의 한명은 부끄러운지 고개만 숙이고는 다시 자기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삼일쯤 지났을까. 수업이 일찍 끝나고 방에 들어오는데 경비실에 방으로 온 택배가 다섯개나 쌓여있는걸 발견하고 -비록 내 물건은 하나였지만- 전부 방으로 가지고 올라왔다. 방 문이 열려있길래 활짝 젖히며
 "택배왔습니다!"
 라고 외친것까진 좋았는데 방 안에 있는건 며칠전 수업때 내 앞자리에 앉았던, 흰 원피스가 어울리는 긴 생머리의...
 "죄송합니다! 변태 아닙니다!"
 라고 크게 소리치고는 바로 문을 닫고 빠져나왔다.
 기숙사 건물 구조가, 양쪽에 입구가 있어서 한쪽은 여자기숙사, 한쪽은 남자기숙사로 통하는 구조인데, 이게 매 학기마다 바뀐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저번학기에 쓰던 입구로 들어갔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 전에 빨리 나가려고 계단을 뛰어나가는데 입구에서 룸메이트녀석을 만났다.
 "어, 또 수업?"
 "어? 아니 모르고 여자기숙사로 들어와서 변태취급받기 전에 빨리 나가려고."
 "여기 남자기숙사 맞는데... 그전에 남자는 여자기숙사 입구 출입 자체가 안된다고. 카드 찍어야 들어올 수 있잖아."
 나는 별 문제없이 들어 왔고, 저녀석도 별 문제없이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와 있다. 그 이야기는...
 "너 임마 내가 오랫만에 커피한잔 사줄께. 가자."
 "어 진짜? 땡잡았다!"

 룸메이트와 한시간정도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녀석은 수업있다며 가버렸다. 이정도면 방에 아무도 없겠지 하고 방에 들어갔더니
 "속여서 죄송합니다!"
 는 말과 함께 무릎을 꿇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어... 그러니까... 여기가 여자기숙산가요 아님 잘못들어오신건가요."
 "나...남자기숙사고 잘못들어오지도 않으셨어요!"
 "근데 암만봐도 여자분이신데... 아 혹시 여장이 취미신 귀여운 남자아이라던가."
 "아...아뇨. 여자에요!"
 "예...에?"
 이야기는 이러했다. 3년전까지만 해도 남자로 살아 왔다는 것. 하지만 고등학교때 여자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그렇고 그런 상황이 되었는데, 그렇고 그런짓을 하고싶어도 반응이 없었다는것. 혹시 뭔가 문제가 있나 해서 병원에 가봤더니 겉은 남자지만 속은 여자라고. 이제라도 수술을 받으면 여자와 똑같다는 것.
 "음... 그건 알겠는데 왜 남자기숙사에..."
 "아직 주민등록이 남자로 되어 있거든요. 1학기때는 통학을 해서 별 문제 없었는데 이번학기에는 아버지가 해외로 발령받으면서 저 빼고 전부 해외로 가버리는 바람에요..."
 "아니 그럼 학교에 여자라고 이야기를 하지..."
 "안믿더라구요."
 "아..."
 일단 다른 한명의 룸메이트에게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했다. 모자란건 아닌데 성격이 좀 맹해서 비밀이라는게 없는 사람이라.

 그렇게 그녀와의 동거생활은 시작되었다.



6시 36분 시작 7시 28분 끝

더 길게 쓸까 하다가 그러면 며칠 걸릴거같아서 컷.

시간되면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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