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이바나시 [안경 물고기 피자]
2011.08.25 23:24
눈을 떴을 때, 나는 바닥에서 구르고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건 손이었다.
'어째서...'
나는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다. 폐속으로 들어오는 공기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도대체...'
이 모든 상황이 이상했다. 나는 지느러미였어야 할 손을 움직여 봤다. 그리고 나의 앞면을 만졌다. 기묘한 굴곡이 느껴졌다. 서툰 손을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봤다. 이상했다. 그리고 나는 내 몸을 돌아봤다. 두 다리. 연주황빛 살. 마치...
'인간같아...'
나는 목소리를 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잘 나오지 않았다. 기묘하게 꺽꺽댈 뿐이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목에서 따끔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 고통은 가지 않고 날 계속 괴롭혔다. 나는 목을 감싸쥐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끄..꺼..."
그 때 문이 열렸다.
이 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그 때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내가 누구인 줄도,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면서 나를 지극정성으로 대해줬다. "로렐라이"라는 예쁜 이름도 붙여주었고, 그의 도움으로 나는 차츰차츰 말을 배우고, 규칙을 깨달으며 인간의 세계에 적응해갔다. 지금은 17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내 이름은 로렐라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한다.
탁!
"아야!"
"집중해라."
교실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기나긴 회상을 끝내고 다시 선생님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
"내일 봐!"
"응!"
로렐라이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고 빨리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멈춰섰다. 갑자기 숨이 막혔다. 마치 모든 세계에 물이 찬 듯이. 온 세상이 차가워졌다. 꼼짝도 못한 채 기포가 차오르는 푸른 세계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여라."
"그를 죽여라."
"너는 그것만을 위해 이 곳에 나온 자."
"죽여라."
"이런 세계로 돌아오고 싶지 않으면."
로렐라이는 뭐라고 외쳤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명심해라."
"너는 그를 죽이기 위해서 물 밖으로 나온 자라는 걸."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게 돌아왔다. 그녀는 횡단보도 한복판에 서 있었다. 신호는 이미 빨간 불로 바뀌었고, 경적 소리가 주위를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반대편을 향해 달려갔다.
#
그녀는 문을 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를 반겼다.
"어서 와."
그는 주방에서 무를 썰고 있었다.
"오늘은 뭐야?"
"돼지고기 무조림."
"도와줄께."
"됐어."
"글은 안 쓰고 자꾸 요리만 하고 있으니까 자꾸 편집장이 글 빨리 쓰라고 독촉하잖아."
"너 숙제나 열심히 하세요."
"칫."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서 빙글빙글 돌며 그녀는 생각했다.
"아직도 나를 어린애로 생각하는 걸까..."
그 순간 다시 숨이 막혀왔다. 파랗게 물든 세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죽이지 않았지? 요리를 도와주는 척 하면서 식칼로 찌르면 쉬웠을 텐데. 어째서 죽이지 않았지. 절호의 찬스였는데. 어째서."
온 세계가 울리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지?"
기포에 막혔던 그녀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그 외침에 대답했다.
"나는 신이다."
"뭐?"
"네 녀석을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바꾼 신. 증거를 원하나?"
일순간에 그녀의 몸이 황금색으로 빛나더니 점점 물고기의 것으로 바뀌어갔다.
"싫어! 싫어!!!!!!!!"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다 됬어. 밥 먹자."
그녀는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새로 바꾼 안경 안 어울려?"
"아니. 잘 어울려."
그녀는 불안을 품고 의자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방을 나갔다.
#
다음날 아침에 그녀가 일어났을 때 냉장고에 메모가 붙어있었다.
"오늘 자료수집 때문에 집에 하루종일 못 있을 것 같아. 아침은 시리얼로, 점심은 피자로, 저녁은 레토르트로. 미안. 내일은 맛있는 곳에 데려가 줄께!"
그녀는 꿍한 표정으로 그 쪽지를 보고 시리얼을 향해 손을 뻗었다.
2시간동안 그녀는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TV를 보고 있었다. 눈만은 TV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TV광선으로 빛나는 그녀의 눈과 별개로 그녀는 그동안 일어났던 기묘한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푸른 세계. 절대자의 목소리.
"나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졌다.
#
땅거미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그녀는 호수 앞에 앉아있었다.
"그래서, 네녀석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거냐?"
"응."
그녀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물고기로 돌아가면 아마도 모든 걸 잊어버릴지도 몰라. 감정도. 기억도. 하지만 지금은 그를 죽일 수 없어."
그녀는 천천히 호숫가를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차가운 물이 그녀의 발을 감쌌다. 그 물은 점점 위로 차올라, 그녀의 가슴팍까지 차올랐다.
"나를 인간으로 만든 게 당신의 실수였어."
그리고 그녀는 쓰러지듯 호수 깊은 곳으로 빠졌다. 점점 숨이 가빠왔다. 밤의 호수는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고독과 같이 어두웠다. 호수 깊은 곳으로 가면 갈수록 그녀의 의식도 점점 옅어져갔다. 호수 표면에 비치는 달빛이 점점 흐려져갔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희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사랑했어요. 안녕."
이윽고 달빛마저 보이지 않자, 어둠의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군. 그게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차이였던 건가. 너는 좋은 걸 가르쳐줬군. 답례로 마지막 선물을 주지."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단어만 희미하게 들었을 뿐이다.
#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세상은 밝았다. 마치 모든 게 꿈만 같았다. 그녀를 보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로렐라이는 마지막 선물의 의미를 알았다.
"괜찮아?"
그는 걱정스러운 듯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밤에 호수까지 가서 빠져있던 거야."
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때와는 달랐다. 기쁨의 눈물이라는 걸 그녀는 처음으로 흘려 보았다.
".................."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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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어째서...'
나는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다. 폐속으로 들어오는 공기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도대체...'
이 모든 상황이 이상했다. 나는 지느러미였어야 할 손을 움직여 봤다. 그리고 나의 앞면을 만졌다. 기묘한 굴곡이 느껴졌다. 서툰 손을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봤다. 이상했다. 그리고 나는 내 몸을 돌아봤다. 두 다리. 연주황빛 살. 마치...
'인간같아...'
나는 목소리를 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잘 나오지 않았다. 기묘하게 꺽꺽댈 뿐이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목에서 따끔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 고통은 가지 않고 날 계속 괴롭혔다. 나는 목을 감싸쥐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끄..꺼..."
그 때 문이 열렸다.
이 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그 때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내가 누구인 줄도,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면서 나를 지극정성으로 대해줬다. "로렐라이"라는 예쁜 이름도 붙여주었고, 그의 도움으로 나는 차츰차츰 말을 배우고, 규칙을 깨달으며 인간의 세계에 적응해갔다. 지금은 17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내 이름은 로렐라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한다.
탁!
"아야!"
"집중해라."
교실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기나긴 회상을 끝내고 다시 선생님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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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봐!"
"응!"
로렐라이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고 빨리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멈춰섰다. 갑자기 숨이 막혔다. 마치 모든 세계에 물이 찬 듯이. 온 세상이 차가워졌다. 꼼짝도 못한 채 기포가 차오르는 푸른 세계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여라."
"그를 죽여라."
"너는 그것만을 위해 이 곳에 나온 자."
"죽여라."
"이런 세계로 돌아오고 싶지 않으면."
로렐라이는 뭐라고 외쳤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명심해라."
"너는 그를 죽이기 위해서 물 밖으로 나온 자라는 걸."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게 돌아왔다. 그녀는 횡단보도 한복판에 서 있었다. 신호는 이미 빨간 불로 바뀌었고, 경적 소리가 주위를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반대편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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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문을 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를 반겼다.
"어서 와."
그는 주방에서 무를 썰고 있었다.
"오늘은 뭐야?"
"돼지고기 무조림."
"도와줄께."
"됐어."
"글은 안 쓰고 자꾸 요리만 하고 있으니까 자꾸 편집장이 글 빨리 쓰라고 독촉하잖아."
"너 숙제나 열심히 하세요."
"칫."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서 빙글빙글 돌며 그녀는 생각했다.
"아직도 나를 어린애로 생각하는 걸까..."
그 순간 다시 숨이 막혀왔다. 파랗게 물든 세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죽이지 않았지? 요리를 도와주는 척 하면서 식칼로 찌르면 쉬웠을 텐데. 어째서 죽이지 않았지. 절호의 찬스였는데. 어째서."
온 세계가 울리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지?"
기포에 막혔던 그녀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그 외침에 대답했다.
"나는 신이다."
"뭐?"
"네 녀석을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바꾼 신. 증거를 원하나?"
일순간에 그녀의 몸이 황금색으로 빛나더니 점점 물고기의 것으로 바뀌어갔다.
"싫어! 싫어!!!!!!!!"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다 됬어. 밥 먹자."
그녀는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새로 바꾼 안경 안 어울려?"
"아니. 잘 어울려."
그녀는 불안을 품고 의자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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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에 그녀가 일어났을 때 냉장고에 메모가 붙어있었다.
"오늘 자료수집 때문에 집에 하루종일 못 있을 것 같아. 아침은 시리얼로, 점심은 피자로, 저녁은 레토르트로. 미안. 내일은 맛있는 곳에 데려가 줄께!"
그녀는 꿍한 표정으로 그 쪽지를 보고 시리얼을 향해 손을 뻗었다.
2시간동안 그녀는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TV를 보고 있었다. 눈만은 TV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TV광선으로 빛나는 그녀의 눈과 별개로 그녀는 그동안 일어났던 기묘한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푸른 세계. 절대자의 목소리.
"나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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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그녀는 호수 앞에 앉아있었다.
"그래서, 네녀석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거냐?"
"응."
그녀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물고기로 돌아가면 아마도 모든 걸 잊어버릴지도 몰라. 감정도. 기억도. 하지만 지금은 그를 죽일 수 없어."
그녀는 천천히 호숫가를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차가운 물이 그녀의 발을 감쌌다. 그 물은 점점 위로 차올라, 그녀의 가슴팍까지 차올랐다.
"나를 인간으로 만든 게 당신의 실수였어."
그리고 그녀는 쓰러지듯 호수 깊은 곳으로 빠졌다. 점점 숨이 가빠왔다. 밤의 호수는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고독과 같이 어두웠다. 호수 깊은 곳으로 가면 갈수록 그녀의 의식도 점점 옅어져갔다. 호수 표면에 비치는 달빛이 점점 흐려져갔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희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사랑했어요. 안녕."
이윽고 달빛마저 보이지 않자, 어둠의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군. 그게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차이였던 건가. 너는 좋은 걸 가르쳐줬군. 답례로 마지막 선물을 주지."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단어만 희미하게 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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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눈을 떴을 때 세상은 밝았다. 마치 모든 게 꿈만 같았다. 그녀를 보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로렐라이는 마지막 선물의 의미를 알았다.
"괜찮아?"
그는 걱정스러운 듯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밤에 호수까지 가서 빠져있던 거야."
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때와는 달랐다. 기쁨의 눈물이라는 걸 그녀는 처음으로 흘려 보았다.
".................."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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