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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편의점 핸드폰 꽃

2011.12.11 21:07

무언가 조회 수:267

"저기..."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손에 든 핸드폰에 잠금을 걸고 그녀를 쳐다봤다. 
"왜 그러시죠?"
"아니오...그게 그냥..."
그녀는 공손히 말했다. 
"왜 항상 그곳에서 그렇게 서계시나요?"

그녀가 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어느날부터 이 기묘한 손님은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몇 분 후에 들어와서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끝내기 몇 분 전에 나가는 것을 반복했다.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이 한가한 낮 시간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잠들 새벽 2시~5시인데 그는 꼭 그 시간에 들어왔다 나갔다. 그런 기묘한 나날이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은 자칫 잘못 물어보면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오늘 그녀는 용기를 내서 그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그에게서 온 대답은 이거였다.
"꽃을 보고 있어요."
그는 그의 앞에 걸려있는 그림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실 이전부터 그녀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왠지 편의점에는 맞지 않는 고풍스러운 그림이 걸려있었다. 여러 색깔의 장미가 유화톤으로 그려져있었다. 확실히 기묘한 매력이 있는 그림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1달 동안 이 그림을 보기 위해서 왔다는 건 이상하다. 1달 동안이나...
"그렇게 아름다운가요...?"
"예. 아름다워요. 예쁘고, 고고하고, 매력있어요."
"그런가요...그래도 1달동안 그걸 보는 건..."
"그만큼 예뻐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오실 건가요?"
"예. 가져갈 용기가 없으니까...계속 보고 있을레요."
"매일 보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좀 사주세요."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가판대로 돌아가자, 그는 핸드폰의 잠금을 풀었다. 그곳에는 검은 선으로 방금 전 가판대로 간 그녀의 얼굴이 그려져있었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쓱쓱 그어 그 그림을 완성해갔다. 
'그만큼 예뻐요. 가져갈 용기가 없으니까...계속 보고 있을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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