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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욕설이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이일군~~ 기이일군~~"


잠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남자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로 머리 맡의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눈을 반쯤 떴다.


발신자 표시 제한이라고 뜬 디스플레이를 확인한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종료 버튼을 누르고는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기이일군~~ 기이일군~~"


이번에 남자는 확인조차 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표정은 다분히 신경질적이었으나 목소리는 아직 졸음기가 가시지 않은 전화용 목소리였다.


"1637 콜렉트콜입니다. 발신자를 확인해주세요."


"누구세요?"


남자는 전화용 목소리가 아닌 짜증을 듬뿍 담은 목소리로 물었다.


"길군! 길군맞지? 나야, 나. 양수!"


상당히 가벼운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넘어왔다.


"무슨 일이야? 자야 하니까 빨리 용건만 말하고 끊어."


남자는 1을 눌러 통화를 승인하고 물었다.


더 이상 전화용 목소리는 없었다.


"아, 어제도 교수님한테 늦게까지 시달렸나 보네. 미안미안."


"오늘, 2시간 전까지다. 됐고 빨리 용건이나 얘기해."


"아, 요즘 시즌이잖아?"


"시즌?"


"왜 있잖아...... 그 발렌타인."


"그래서 뭐?"


"아, 그게. 내가 지금 군인이잖아? 근데 발렌타인에 나갈려고 했는데 말야 사정이 생겨서 그 날 못 나갈 거 같단 말이지."


"응, 계속 해 봐."


"어, 그래서 너한테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해 볼까 하고."


"못 해."


"그러지 말고, 제발. 내 여친이 너 말고 다른 애들은 별로 안 좋아한단 말야. 응? 너밖에 없어. 다 내가 준비할 테니까. 응? 응?"


"그래도 안 돼."


"응? 제발 부탁이야."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아, 진짜 왜 안 되는데?"


"니가 잘 생각해 봐. 난 이만 잔다."


"잠깐! 잠깐,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어. 콜렉트콜도, 너 뻔히 자고 있다는 거 알면서 전화한 것도. 응? 그러니까 제발. 응?"


"그럼 끊는다."


"와, 진짜 친구새끼가 돼가지고 거 하나도 못 가져다 주냐? 어? 뭐가 그렇게 귀찮다고. 너 진짜 다시 봤다."


"후우우." 남자는 긴 한숨을 쉬었다.


"병신아, 그 날은 니가 받는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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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검수 : 달룡


4번째 작품입니다. 3명중 3명 낚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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