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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Kyrie

2012.05.06 23:13

무언가 조회 수:362

Kyrie(부제: 윤회의 끝)
by J.Rhee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기나긴 회랑 한가운데에 소년 한 명이 앉아있었다. 소년은 기다리다 지쳐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은 공허한 회랑 전체에 울려 퍼졌다. 분명히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건만, 바로 옆의 문은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신이 걸어왔던 저 너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높은 구두굽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또각또각. 
 잠시 후, 딱딱한 비서 같은 분위기의 여자가 보였다. 그 옆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이 곳에서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소녀를 이곳에 남기고 다시 회랑 저편으로 또각또각 걸어갔다. 소녀는 소년 옆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였다. 소년은 소녀를 슬쩍 보았다. 
 소녀는 소년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그럼에도 소녀는 싸구려 옷을 유난히 야하게 입고 있었다. 소년의 눈은 소녀의 가슴에 달린 갈색 배지로 갔다. 배지가 워낙 크다 보니 소녀의 작은 손으로는 가리려 해도 다 가릴 수 없었다. 
 '아하.' 소년은 소녀가 그런 복장을 한 이유를 이해했다.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소녀에게 물어봤다. 
 "이름이 뭐야?"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 내 이름부터 말할게. 내 이름은 조슈아야. 네 이름은 뭐야?" 조슈아는 다시 소녀의 이름을 물어봤다. 소년 자신의 이름까지 말했기에, 소녀도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소녀도 "……키리에."라고 짧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키리에구나. 음……."
 조슈아는 무엇을 말할까 곰곰이 고민하다가 "너는 어쩌다 여기 왔어?" 라고 키리에에게 물어봤다. 
 키리에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깨질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차……."
 "아무도 안 도와줬어? 마차 주인이라든지, 지나가던 사람이라든지……."
 키리에는 고개를 저었다. 
 "저 같은 걸 누가……."
 "그 갈색 배지 때문에?"
 키리에는 흠칫했다. 조슈아는 치밀어오르는 뭔가를 자기 가슴 속에 꾹꾹 눌러담으며 키리에에게 다시 물어봤다. 
 "왜 그 일을 한 거야?"
 키리에는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조슈아는 다시 키리에를 재촉했다. "왜 그 일을 한 거야?"
 "가족들을 위해서……."
 "가족?"
 "그렇게나마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니까……."
 키리에는 갑자기 무릎을 끌어안은 채 얼굴을 푹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지금도 배고파하고 있을 텐데……."
 키리에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돈 한 장을 더욱더 꽉 쥐었다. 원래부터 꼬깃꼬깃하던 돈에 주름이 더 생겼다.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억누르며 조슈아는 키리에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을 '저 같은 거'라고 표현하지는 않아. 성자라면 모를까."
 "하지만 이렇게 더러운 일을……."
 조슈아는 키리에의 말을 다 듣지도 않은 채 "그렇다고 네가 더러운 사람은 아니야."하고 키리에의 말을 끊었다. 
 "너의 그런 면을 보지 못하고 무조건 너를 더럽다고 몰아가는 사람들의 눈이 더러운 거지. 남을 위해 진흙탕을 굴렀는데, 남을 위했다는 건 보려고 하지도 않고, 진흙탕을 구르는 모습만 맘대로 보고는 그 모습만 맘대로 상상하고 기억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따위 집어치운 마차 주인이, 마차에 치인 널 보고 그냥 지나친 그 사람들이 더러운 거라고!"
 어느새 조슈아는 키리에의 어깨를 잡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처음과는 무서울 정도로 달라진 조슈아의 목소리와 과격한 행동에 키리에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그런 인생을 겪었는데도 키리에의 눈동자는 티끌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색이었다. 그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 걸 보고 조슈아는 '아차.'하고 키리에의 어깨를 놓았다. 키리에는 양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미안. 많이 아팠어?"
 키리에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하하."
 그 정적을 깬 건 조슈아의 웃음소리였다. 조슈아는 한참을 미친 듯이 웃었다. 
 "내 이야기를 해줄게." 조슈아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총에 맞아 죽었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왜냐하면, 내가 수많은 사람을 칼로 베었고, 총으로 쐈거든. 한 사람을 죽일 때마다 돈을 받았고, 두 사람을 죽이면 더 많이 받았지. 고아였던 나는 달리 돈을 벌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나는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어. 그 피비린내 나는 돈으로 나는 살아왔어. 한 사람당 세 끼. 나는 하루에 두 끼를 먹었으니까 한 사람당 하루 반 치 식량이었네. 내게 사람 목숨은 겨우 그 정도였어. 그렇기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여왔어. 그리고 죽었지. 나는 평생 그렇게 죄를 짓고 살아왔어. 오직 나만을 위해서였지. 다른 사람이 안중에 있었으면 사람을 죽였을 리 없잖아?"
 조슈아는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자기 자신을 조소했다. 수백 명의 피로 물들어있던 붉은 손이 얼굴마저 붉게 물들였다.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피. 조슈아는 손가락을 살짝 벌려 자신이 꽉 잡고 있었던 키리에의 어깨를 보았다. 평생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성녀의 어깨에는 피가 묻어있지 않았다. 
 키리에는 조용히 조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슈아는 다시 손을 바라보며 웃었다. 조슈아의 광기 찬 웃음이 회랑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웃긴 게 뭔 줄 알아? 세상의 시선과 신의 시선이 동일하단 거야. 이 세계를 만든 신도 그 사람들이랑 똑같아.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죄를 지으면 무조건 지옥으로 보내버리지. 그게 어떤 죄든, 누구를 위한 죄든 상관없어. 자신만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였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죽였든, 모두 똑같이 지옥에 간단 말이야."
 키리에는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조슈아는 꽁꽁 얼어있는 키리에를 보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이 세상은 불공평해."
 "당신은…"
 키리에는 겨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조슈아에게 말했다. 
 "…정말 친절한 사람이네요."
 키리에는 평생 사람을 죽여온 조슈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조슈아는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준 키리에를 보았다. 키리에는 조슈아를 보고 살짝 웃었다. 조슈아는 그 웃음을 보고 총을 꽉 잡았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그때, 옆쪽의 문이 열렸다. 
 "거기 두 분, 들어오세요."
 소년과 소녀는 일어섰다. 

 어두운 통로 끝에는 원형 재판장이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의자가 있었고, 재판관 12명이 쭉 앉아 있었다. 
 키리에는 덜덜 떨며 통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소녀는 소년의 손을 꽉 잡았다. 지옥에 갈 거라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지옥에 가는 것은 두려웠다. 
 그때, 조슈아가 손을 놓고 통로를 휙 달려 지나갔다. 잠시 후, 한 발의 총성이 들렸다. 
 키리에는 깜짝 놀라서 통로를 달려갔다. 재판관 한 명이 가슴을 쥔 채 돌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키리에는 고개를 돌려 조슈아를 찾아보았다. 조슈아는 보이지 않는 뭔가에 제압당한 듯 고개를 바닥에 푹 박은 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조슈아는 저항하려 했지만, 뒤로 꼬인 손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조슈아는 마구 소리 질렀다. "세계의 규칙을 파괴하겠어!" 재판관 11명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으로 11번째지?"
 "안타깝군."
 "재판장님, 어차피 또다시 기억을 잃을 텐데 그래도 말씀하실 건가요?"
 "어쩔 수 없지."
 재판관들은 모두 알 수 없는 말을 수군대고 있었다. 마침내 가운데에 앉아있던 재판장이 입을 열었다. 
 "잘 들으세요. 이번이 11번째니까."

 [이 세상 이외에 위로는 천국, 아래로는 지옥이 있다.] 
 이건 그곳에 사는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사실입니다. 그곳은 지옥의 가장 밑바닥이고, 그곳에 사는 대다수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끝없이 죄를 짓고 벌을 받으며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그런 방식으로 죄수들을 고문하는 곳이에요. 
 그 지옥의 최하층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두 종류의 사람뿐이에요. 첫 번째로, 지옥이 만들어낸 인간입니다. 이들은 진짜 인간이 아니라 시스템일 뿐이며, 지옥에 갇힌 죄수들을 관찰하는 간수의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로, 죗값을 모두 치렀으나 죽지 못한 인간입니다. 이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든 행운이 오고, 행복해집니다. 더는 죗값을 치를 이유가 없는 죄수들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곳에서는 이들 모두가 죄수들을 고통받게 하는 존재 중 하나입니다. 그런 존재들에 보고 느끼는 분노, 열등감, 자괴감으로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모두 치른 후에야 그들은 이 재판소에 도달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곳에서 끝없이 환생하는 것이고요. 

 "세계의 규칙을 부숴버리고 싶은 당신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불공평한 구조가 일종의 벌입니다. 당신은 그 죗값을 모두 치르고 이곳에 올 때마다 재판관 한 명을 총으로 쏨으로써 당신의 죄를 늘렸어요. 그리고 죄를 더한 채 지옥의 최하층으로 다시 내려갔죠."
 여전히 제압된 채 조슈아는 눈물을 흘렸다. 그걸 보고 재판관은 입을 열었다. 
 "당신의 그 눈물도 11번째군요. 기억을 지워야 한다는 규칙이 언제나 안타깝습니다."
 조슈아는 입을 열었다. 울음으로 꽉 막힌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키리에는……."
 순식간에 재판소가 정적으로 가득 찼다. 재판관 중 몇 명은 약간 놀란 듯 보였다. 재판관 중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키리에는 아마 이제 아무런 죄도 없을 겁니다. 이곳에 온 대부분이 죄를 모두 청산했다는 판결을 받았으니까요."
 아아, 키리에는 구원받았다. 조슈아는 그 말을 듣고 안도했다. 
 "알겠습……."
 "잠깐만요!" 키리에가 외쳤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에게 총을 들고 오게 한 건가요!"
 "죄인들이 죗값을 청산하고 이곳에 도달할 때, 그들은 자신의 인생이 어땠는지 증명할 물품을 하나씩 들고 옵니다. 그들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증명품인 샘이죠." 
 재판장은 키리에 가슴의 배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의 경우는 그 갈색 배지죠. 그리고 이자의 경우에는 총과 총알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규칙이니까요."
 "그렇다면 어째서 기억을 계속해서 지우는 건가요? 이런 일이 반복될 거라는 걸 알고서도 기억을 지우는 건가요?"
 키리에가 처음으로 커다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면 이곳에서의 경험을 악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규칙입니다."
 "재판관을 보호할 수도 있었잖아요!"
 키리에가 말끝을 흐리지 않고 있었다. 
 "재판관은 죽지 않았습니다. 저 재판관은 인형입니다. 이자에게 재판관이 죽었다는 사실이 죄가 되는 게 아닙니다. 재판소에서 총을 쐈다는 것, 위협을 가했다는 것 자체가 죄입니다."
 "그래도……이건 전혀……"
 키리에.
 "맞지 않아……."
 "키리에!"
 조슈아가 소리를 질러 키리에를 불렀다. 키리에는 깜짝 놀라서 조슈아를 보았다.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그래도, 그래도!"
 키리에는 털썩 주저앉은 채 서럽게 울었다. 키리에의 울음만이 재판소를 가득 채웠다. 


 재판관이 말했던 대로 키리에는 죄를 모두 청산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키리에는 한참을 울다가 마음을 정리하고 왼쪽 문을 향해 걸어갔다. 조슈아는 그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끝없이 검은 통로였다. 조슈아는 뒤돌아보고 싶었다. 뒤돌아보면 키리에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았기에 앞을 보고 걸어갔다. 
 뒤에서 뭔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자신의 뒤에서 멈췄다. 뭔가가 자신을 끌어안았다. 조슈아는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결심을 깼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키리에가 서 있었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도 키리에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키리에의 하늘색 눈이 조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긴 왜……."
 조슈아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키리에가 그의 양 볼을 붙잡은 뒤 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키리에의 입술은 부드러웠다. 입술을 떼고 키리에는 조슈아에게 말했다. 
 "기다릴게요."
 하늘색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또다시 실수할 수도 있어.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수도 있어."
 "아니에요."
 키리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그걸 어떻게 알아."
 "저는 알 수 있어요. "키리에는 웃으며 말했다. 환한 웃음이 참 아름다웠다. 
 "혹시 저를 못 믿으시나요?"
 그 웃는 얼굴에 믿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알았어. 반드시 돌아올게."
 그 말이 끝나자마자 키리에의 눈은 눈물로 가득 찼다. 키리에는 그의 목을 감싸 안고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조슈아는 그런 키리에를 꽉 껴안았다. 
 "돌아올 테니까, 그때가 되면 웃어줘."
 조슈아는 부드럽게 말했다. 걷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그는 다시 등을 돌려 걸어갔다. 두 사람은 점점 멀어졌지만, 마음이 이어진 듯 동시에 똑같이 말했다.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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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기나긴 회랑 한가운데에 소년 한 명이 앉아있었다. 소년은 기다리다 지쳐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은 공허한 회랑 전체에 울려 퍼졌다. 분명히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건만, 바로 옆의 문은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렸더니, 문이 열렸다. 
 "들어오세요."
 "저기……."
 소년은 목소리에 물었다. 
 "예?"
 "원래 두 명이 함께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어라, 내가 왜 이런 질문을 하지?' 소년은 자신이 그런 질문을 하고도 어리둥절해했다. 딱딱한 목소리는 소년에게 차갑게 대꾸했다. 
 "가뭄에 콩 나듯 그런 경우가 있지요. 8개의 재판소가 모두 쓰이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들어오게 된다면 말이죠. 지금까지 저는 딱 한 번밖에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그리고 열린 문을 향해 들어갔다. 
 눈앞에 재판정이 보였다.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세계의 규칙을 만들어놓은 재판정. 소년은 그 재판정을 파괴해버릴 것이다. 그렇게 결심했다. 
 소년은 달려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행하려는 소년을 막는 상냥한 무언가가 있었다. 총을 꺼내려는 소년은 그 상냥한 목소리를 따르기로 했다. 
 뜻밖에 소년은 지옥에 가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신기하다는 듯 소년을 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됩니다. 재판소 위를 겨냥하고 총을 쏘세요."
 재판장이 말했다. 소년이 재판관들을 쏠 기회였음에도 소년은 상냥한 무언가의 말에 따라 순순히 재판정 위를 향해 총을 쐈다. 
 탕. 
 총은 축포와 같이 재판정을 울렸다. 재판관들은 그 총을 보더니 소년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이곳으로 나가세요."
 재판관은 모두 왼쪽 문을 가리켰다. 소년은 그런 재판관들에게 물었다. 
 "어째서 제가 지옥에 가지 않는 건가요?"
 "문을 걸어가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
 소년은 왼쪽 문을 열고 나갔다. 기나긴 빛의 통로였다. 
 소년은 끝없이 빛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걸어 올라가는 동안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해냈다. 
 전생의 기억. 죽음. 11번의 재판. 11번째 재판. 그 세계의 규칙. 
 키리에. 
 마침내 조슈아는 문 앞에 다다랐다. 조슈아는 커다란 문을 열었다. 
 천천히 문 너머가 보였다. 그곳에는 하늘색 눈의 성녀가 조슈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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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썼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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