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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일력 166년 22월 6일 밤.hwp


이번 게임문학상에 공모해볼라고 쓴건디

초반부 한 7장 정도 되는건데 계속 생각해도 중2병 넘쳐서 탈락할거 같고 게임으로 만들기도 힘들거 같아서 

다른 이야기 단편이나 쓸려고

그냥 나갈업에나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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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력 166226일 밤

윈드버그 저택

 

달빛마저 지워질듯 한 깜깜한 밤. 성 안의 유력가문중 하나인 윈드버그 가문의 저택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저택의 담벽은 어떤 이의 시선도 새어들어 오지 못하도록 높고 두터웠고 그 안에는 몇 개나 되는 탑들이 세워져서 저택 안을 빠짐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마치 작은 요새와도 같은 이 저택의 담 한구석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잠시 달빛에 비쳤다 사라진다. 그리고 잠시 후 저택의 창문사이로 산들바람 같은 것이 들어간다. 그 바람에 저택 안 곳곳을 밝히고 있는 촛불들이 출렁인다.

그야말로 촛불이 한번 흔들릴 정도의 시간 동안 이 저택에 잠입한 그림자의 이름은 욥. 스물 살을 갓 넘긴 듯한 젊은 청년이었다. 청년은 까마귀 털같이 검은 로브에 손목과 발목을 검은 붕대로 묶고 있었고 얼굴에는 숨결조차 나오지 못하도록 검은 천을 단단히 두르고 있었다.

욥은 침침한 촛불 빛으로 밝혀져있는 저택 안을 살피며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창문은 잠겨있지도 않았고 저택은 쓸데없이 밝다. 함정의 냄새가 진동한다. 그는 슬며시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에는 암살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러 반지들이 끼워져있었다. 그중 가운데 반지에서 일순 검은 불길이 떠오르더니 저택 안에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람은 저택 구석구석으로 까지 퍼졌다가 다시 욥에게 돌아온다.

 

‘1층에 있는 녀석들이 20. 2층은 10. 3층은 0. 잠겨있는 방이 7. 게다가 사방에 거미줄이 쳐져있다.’

 

저택 곳곳에는 미세한 거미줄이 쳐져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고 뚫고 지나가더라도 느낌조차 나지 않는 미세한 거미줄. 침입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용도이다. 이 거미줄에 닿는 족족 술자에게 정보가 들어간다. 그리고 이런 거미줄이 저택 모든 곳에 쳐져있어서 도저히 적당히 피해 지나갈 수가 없었다.

욥은 손을 거두고 고개를 숙여 자세를 바로 잡는다. 그리고 갑자기 쏜살같이 복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창문이 보이는 복도를 지나 창문이 보이지 않는 안쪽 복도로 달려 들어간다. 안쪽 복도로 발을 내딛자마자 머리 뒤로 창살이 철컹 내려온다. 잠시 뒤돌아 보다 다시 앞을 보자 3명의 암살자들이 욥을 향해 달려온다. 퇴로는 창살로 막힌 상태. 욥은 멈추지 않는다.

욥이 자신의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빼어들고 적도 무기를 꺼내든다. 욥도 상대들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상태. 복도 가운데서 충돌한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촛불이 살짝 일렁이는 순간. 잠깐의 충돌 후 욥은 계속 달려 나가고 적들은 몇 걸음 더 걸어가더니 목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안쪽 복도를 거의 다 내달리자 중앙 홀이 보인다. 중앙 홀 가운데에는 윈드버그 가를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있고 양 옆에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욥이 계단을 향해 가속한다. 홀에 깔린 카펫을 밟으며 계단을 향해 발을 올리려는 순간. 계단 위에서 창이 날아온다. 욥은 반사적으로 피하며 뒤로 뛰어오른다.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했을 때 주변은 온통 적으로 둘러 싸였다. 20명 남짓 되는 적들이 불빛이 흐릿한 홀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와 말한다.

 

항복해라. 순순히 잡히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

 

욥은 아무 말 없이 상대를 노려본다. 상대가 반지를 낀 손을 들어올린다. 슬며시 눈을 감는다.

 

후후 포기한건가. 현명한 선택이야.”

 

상대는 손을 거두고 욥을 포박하기 위해 접근해 왔다. 바로 그때였다. 욥이 손을 쳐들자 반지에서 또다시 검은 불꽃이 나타났다. 그 순간, 욥을 중심으로 돌풍이 몰아쳤다. 날카로운 돌풍은 폭탄처럼 퍼져 순식간에 중앙 홀의 모든 불을 꺼뜨렸다. 모든 촛불이 꺼진 중앙 홀은 자기 코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뒤이어 중앙 홀 여기저기서 숨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욥은 적 대장의 숨이 완전히 끊어진걸 확인한 뒤 계단을 달려올라 2층으로 도착했다. 2층 역시 조금 전의 바람으로 모든 불을 꺼뜨렸기 때문에 칠흑같이 어두웠다. 또한 저택의 모든 거미줄도 남김없이 끊어 놓았기 때문에 아무도 욥의 위치를 알 수 없다. 욥은 잠시 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본다. 다시 한번 산들바람을 일으켜 적들의 움직임을 살핀다. 2층에 잠긴 방은 4. 이 곳에 목표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적들은 우왕좌왕하며 불을 켜려고 발버둥 치고 있고 그중 간부급으로 보이는 몇 명이 3층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병사들이 하는 행동은 뻔하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 주인 곁으로 달려갈 것이다. 분명 저들이 가는 방향에 주인이 있을 것이다.

1층과 2층은 중앙 홀로 통해 있지만 3층은 다른 층과 연결되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과 달리 2층에서 3층으로 가는 계단은 좁다. 그쪽을 제대로 방어하기 시작하면 3층에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아직 혼란중인 이때에 올라가야한다.

욥은 처리한 적의 시체에서 망토를 빼앗아 두르고 계단으로 달린다. 현재 계단을 지키고 있는 적은 5. 급하게 만든 횃불을 들고 서있다. 아직 허술하다. 그들은 망토를 두른 욥을 확인하자 칼을 겨누며 묻는다.

 

아군인가? 이쪽으로 와서 얼굴을 보여..... !”

 

안이한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목이 달아난다. 남은 적들이 놀라서 반격하려하지만 칼을 머리높이까지 들기도 전에 모두 목이 그어진다.

욥은 지체 없이 계단을 올라가 구석에 몸을 숨긴다. 3층에 잠긴 방은 3. 이 중 하나에 목표가 있다. 욥은 다시 한번 반지를 들어 바람으로 3층의 상태를 살펴본다. 이미 많은 수의 적들이 각 방을 지키고 있다. 정확히 병력을 삼분해서 지키고 있기 때문에 어느 방에 목표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래층에 있는 적들이 3층으로 올라 올 것이다.

욥은 빨리 결단했다. 다시 손을 들자 이번에는 약지 손가락의 반지가 검게 불탄다. 그러자 곳곳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난다. 갑작스런 폭음에 당황한 적들은 자신이 지키고 있는 방에 폭탄이 안 터지는데 안도하며 폭탄소리가 나는 다른 방을 향한다. 그들은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달려갔다.

물론 폭탄 따위는 처음부터 터지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반지가 만든 환청. 욥은 즉시 다른 적들보다 먼저 목표가 있는 방으로 달렸다. 이쪽 방도 갑작스런 폭음에 놀라하는 눈치였다. 그러던 와중 윈드버그 가의 망토를 입고 달려오는 욥을 다른 방에서 보낸 전령으로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곳 저곳에서 피 튀기는 소리가 들린다. 욥은 순식간에 경비하는 적들을 모두 따돌리고 문을 박찬다.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문 안으로 들어오지만 이내 문이 잠기고 욥의 검지에 있는 반지가 검게 빛난다. 이윽고 문이 암석처럼 단단해진다.

 

하아..............”

방안의 침실을 보자 욥은 한숨이 나왔다. 창문하나 없는 방 한가운데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침대가 있었고 누군가가 잠들어 있었다. 욥은 어쩔 수 없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왼손으로 나이프를 바꿔 쥔다. 그리고 즉시 목표에 달려들어 목에 칼을 꽂았다. 갑자기 목을 찔린 노인이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필사적인 눈으로 욥을 노려본다.

그때였다.

목을 찔린 상대방의 얼굴이 흐물흐물해지더니 이내 온 몸이 검은 진흙으로 변한다. 욥이 급하게 손을 빼지만 진흙은 순식간에 욥의 팔을 타고 오른다. 진흙은 뱀처럼 욥의 팔을 조이며 욥을 먹어치울 기세로 달라붙어온다. 삽시간에 왼쪽 어깨를 다 먹어 치우고 목을 타고 올라 욥의 숨통으로 향한다. 진흙이 무서운 기세로 입술까지 올라왔을 때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다. 검지의 반지로 진흙을 굳힌 것이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었다. 문 쪽에서 굉음이 나더니 암석처럼 굳어있던 문이 와르르 무너졌다. 욥이 소리가 난 곳으로 눈을 돌리자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욥을 덮쳤다. 욥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대로 벽까지 날아가 처박힌다.

 

걸려 들었군

 

정신을 차린 욥은 단단한 말뚝으로 벽에 묶여있었다. 진흙이 단단하게 굳어 암석처럼 된 것이었다. 욥은 눈을 들어 문 쪽을 보았다. 거기에는 귀가 어깨에 닿을 만큼 과도하게 목이 꺾여있는 장신의 남자와 황금빛 로브를 바닥까지 늘어뜨린 노인이 서있었다. 황금빛 로브를 입은 노인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건장한 체격에 금빛 머리 사이사이에 흰머리가 섞여있으면서도 눈빛만은 사자같이 위엄 있었다. 월광석 반지를 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욥의 목표로 보였다. 옆에 서있는 남자 또한 만만치 않아보였다. 천장에 닿을 듯이 커다란 키에 거미같이 긴 손발에는 근육이 잘 붙어있었다. 그리고 머리카락 대신 새겨져있는 문신들과 초점을 알 수 없는 깊은 눈은 보는 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때까지의 잔챙이들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른 인물들이었다.

노인이 금으로 장식된 지팡이를 고쳐 쥐며 말했다.

 

자네의 말이 맞군. 이 녀석은 병사들의 움직임으로 내 위치를 찾는 거였어

 

녀석의 중지에 있는 일광석의 힘이죠. 놈은 바람을 다룹니다.”

 

자네 말대로 병사들에게 내 위치를 속여 놓길 잘했어. 그 멍청한 놈들은 생각이란 걸 할 줄 모르니 말이야.

 

그래도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요. 그럼 이놈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남자는 오른쪽으로 꺾여있는 머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더니 왼쪽으로 꺾기 시작한다. 목뼈가 우드득. 불길한 소리를 낸다.

 

죽이진 말고 팔다리만 부숴놓게. 이놈을 보낸 녀석이야 뻔하지만 증거는 있는 게 좋으니까.”

알겠습니다

 

명령을 듣자 남자는 손을 들어 올린다. 그의 손에 가득한 반지중 하나가 검은 빛을 발하자 남자의 앞에 진흙들이 모이더니 집채만 한 토인(土人)이 나타난다.

 

움직이지 말게. 잘못하면 머리가 부숴질테니까.

 

토인이 욥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들어 올린다. 욥은 여전히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 욥이 막아보려는 듯 아직 단단한 진흙이 붙어있는 왼팔로 몸을 감싸자 적들이 욥을 비웃는다. 그러나 토인이 주먹으로 욥을 내리치려는 그때, 욥의 반지에서 다시 검은 불꽃이 타오른다.

순간 또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반지에서 일어난 격렬한 폭풍이 욥의 살을 갈기갈기 찢고 동시에 욥을 붙잡고 있던 말뚝과 벽 또한 박살냈다. 폭풍이 온 방을 가득 메웠고, 욥을 내리치던 토인의 손 역시 바스러져 내렸다. 적들은 갑작스런 푹풍에 몸을 숨기기에 바빴다.

욥은 그 때를 놓치지 않았다. 몸을 얽매던 말뚝이 풀어짐과 동시에 바람처럼 목표의 가슴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목표를 향해 힘껏 나이프를 찔러 넣었다. 나이프가 살에 박히는 느낌이 욥의 손을 타고 올라온다. 욥은 박힌 나이프를 버리고 뒤로 뛰쳐 올랐다.

말도 안 되는 힘이야.”

 

노인이 말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쪽 팔에 나이프가 박힌 장신의 남자가 서있었다. 노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설마 바람으로 이정도 힘을 낼 줄이야....... 무서운 재능이군.”

 

장신의 남자는 팔에 박힌 나이프가 거슬린다는 듯 거칠게 뽑아버린다.

 

설마 우리가 함정을 파고 있었던 것 까지 계산하고 있었던 건가?”

 

“...... 딱히 계산하고 있었던 건 아니야.”

 

욥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런 소동이 일어났는데 쿨쿨 자고 있을 놈이 세상에 어딨어? 당연히 함정이지. 그렇다면 이대로 함정에 걸리면 목표가 나오지 않을까했지. 그런데 멍청하게도 진짜 나오더군.”

 

그렀군.... 확실히 그런데 까지는 생각 못했어.”

 

물어볼 건 모두 물어봤다고 생각한 노인은 장신의 남자에게 손짓을 한다. 남자는 손을 들어 올렸고 또 다시 검은 불꽃과 함께 토인이 나타난다.

 

뭐 어쩔수 없지. 그런데 보아하니 더 이상 반지를 쓸 기력도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어떻게 빠져나갈까 궁금하군

 

쥐새끼를 보는 고양이의 눈빛. 너덜너덜해져있는 욥의 몸에 그런 눈빛이 따갑게 꽂힌다. 욥은 슬쩍 뒤를 돌아 본다. 폭발로 인해 뚫렸던 벽도 어느새 진흙으로 메꿔진 상태. 퇴로는 없다. 욥은 자세를 가다듬었다.

서로를 노려보는 대치 상황. 욥의 반지가 불타려 하는 것을 신호로 토인의 주먹이 욥을 내리친다. 종이 한 장차이로 피하지만 제대로 자세를 바로 잡을 틈도 없이 오른쪽 왼쪽 주먹이 날아온다. 쾅 쾅 귀가 터질 듯한 폭음을 내며 대리석 바닥들이 튀어 오른다.

폭탄 같은 공격이 거듭 될수록 욥의 자세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 아슬해져간다.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던 주먹도 점점 욥의 옷과 살갗을 찢어간다. 이번에도 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바닥을 잡았다. 철퇴처럼 내려오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철퇴가 욥을 향해 떨어질 때 욥이 잡던 바닥이 부서졌다. 욥은 그대로 자세가 무너져 철퇴와 바닥사이로 몸이 들어가려한다.

욥은 급하게 몸을 튼다. 바닥과 몇 손가락 떨어지지 않은 지점. 철퇴는 극적으로 욥의 살갗만을 찢으며 떨어졌다. 간신히 치명상만 피한 욥은 박살난 대리석 바닥과 함께 벽 쪽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벽을 향해 쳐박히려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욥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지켜보던 노인의 눈이 동그래진다.

촛불 빛만이 어스름히 밝혀진 방에서 욥이 다시 시야에 들어왔을 때는 장신의 남자 뒤편이었다. 토인을 무시하고 술자의 목을 치려는 생각이었다. 나이프가 술자의 목을 향해 공기를 찢는다. 칼끝이 술자의 살점에 닿은 듯 했다. 완전히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욥의 눈앞이 점멸한다.

끝까지 잔재주를.............”

 

욥은 벽에 몸이 처박히고 주르르 내려온다. 욥을 강타한건 술자의 비정상적으로 긴 팔. 시야조차 닿지 않는 완전한 사각에서 욥의 머리를 정확히 날려 버렸다.

 

나를 너무 얕보는군. 내가 그저 토인이나 조종할 줄 아는 허접한 술사라고 생각했나? ”

 

바닥에 처박힌 욥을 내려다보며 남자가 말했다. 고작 생각해낸 게 이거냐는 듯 실망한 눈빛이었다. 완전히 끝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욥이 떨어뜨린 나이프를 주워들고 욥을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나이프 끝이 예리하게 빛난다.

 

내가 친히 팔다리를 분리 시켜주지

 

남자가 한발자국 앞까지 다가왔지만 욥은 바스러진 돌들 위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미동도 없다. 남자는 익숙한 듯이 나이프를 역으로 쥐더니 욥을 해체하려 다가간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순간

남자의 눈에 바늘 같은 충격이 들어온다. 남자의 눈을 덮친 건 한 무더기의 돌 부스러기들. 피할 틈도 없이 남자의 눈을 파고들어왔다.

눈이 찢겨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상황을 눈치 챈 남자는 눈을 가리려는 본능을 억누르고 나이프를 찍어 내린다. 그러나 무의미하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이윽고 닥쳐오는 건 어둠속에서 다가올 공격에 대한 공포. 남자는 공격이 올 거라 생각하고 몸을 움츠리지만 뜻밖에 비명이 들려온 건 남자의 뒤였다.

늙은 가축의 숨이 끊어질 때 나는 단말마. 소리가 짧게 올리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는 증거. 남자는 분노 속에서 빠르게 판단한다. 시각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적의 위치가 분명한 지금 처리해야한다.

남자의 명령을 받은 토인이 순식간에 몸을 돌린다. 그리고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철퇴를 내리친다. 철퇴가 바람을 뭉개며 목표를 향한다. .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맞은 느낌이 술자에게 느껴진다.

이어서 고기가 벽에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토인은 즉시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가 미친 듯이 철퇴를 내리친다. 쾅 쾅 고기가 다져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멈춘 건 고기가 형체도 남지 않도록 수십 번 다져진 후였다. 벽은 한참 전에 박살이 났고 주변은 고기 부스러기들이 가득했다.

남자는 이제야 진정이 됐는지 다친 눈을 움켜쥔다. 토인을 조종하느라 기력을 많이 썼는지 숨을 헐떡인다. 간신히 파편을 제거하고 벽을 바라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벽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 그리고 하반신만 남은 고깃덩이. 고깃덩어리의 하체에 걸려있는 옷조각들.

황금빛 로브

 

고깃덩이의 하반신에는 황금빛 로브가 입혀져 있었다. 남자는 경악했다.

 

....리더..... 어째서 주인을...?”

 

그제서야 곁으로 뛰어나온 부하가 두려움에 몸을 떨며 말했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그렇게 묻다가 문득 시야가 없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 생각난다. 돌부스러기를 가득 쥔 손, 살기에 가득한 눈빛 그리고........

 

검지에 불타던 반지.

 

완전히 속은걸 깨닫는다. 그때 남자의 뒤에서 들린 단말마는 환청. 욥은 노인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남자가 어둠 속에서 욥이 공격할걸 겁내 폭주하는 걸 기다렸을 뿐. 토인의 일격에 목표가 고깃덩이가 되고 벽이 박살나자 뚫린 벽을 통해 밤하늘로 사라진 것이다.

남자를 먼저 공격하지 않은 이유는 탈출구를 만들 힘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짜여진 각본. 남자는 그 각본에 놀아났을 뿐이었다.

 

이런 개자식!!!!!!!!!!!!!!!!!!!!!!!!!!!!!!!!!!!!!!”

 

피가 가득한 남자의 눈이 분노로 붉게 빛난다. 으깨질 듯 얼굴을 감싸며 욥이 사라진 밤하늘을 향해 분노를 토해낸다.

욥의 임무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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