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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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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IRC

2013.08.23 19:34

뀨뀨함폭 조회 수:740

나는 그날 저녁 나갈로프 시(市)에서 발생한 기묘한 사건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광장변에 자리잡은 토크토프 카페는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은 나갈로프 시에서 유일하게 활기 넘치는 장소였다. 많은 시민들이 그곳에서 잡담을 주고 받았으며, 맞은 편에 위치한 술집 체트방과 더불어 시민들의 사교의 장으로 활용되곤 했다. 나는 그날도 일과를 끝마치고 토크토프 카페에서 석간 신문을 접어가며 읽고 있었다. 그때 창가쪽 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불만을 터뜨렸다. "토크토프나 체트방과 같은 장소는 너무 좁고 불편하단 말입니다. 우리도 더 편리한 사교 시설을 하나 새로 설치하는 게 어떨까요? 이를테면……."

"이를테면?"

그는 장난치는 듯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 "IRC 라든가?"

나는 경악했다. 내내 시끄럽던 카페 전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사방에서 "맙소사, IRC 라구?" 라느니, "좇목질의 끝장을 보겠다는 건가?" 라는 등 당황한 시민들이 속삭이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사람에게 반문했다.

"자네 진심인가? 농담이라면 여기서 끝내고, 진담이라면 그 저의를 들어보지."

"왜요? IRC가 어떻단 말입니까? 많은 도시와 촌락들에서 IRC를 도입했어요. 그건 무척 편리하다구요."

"다들 알겠지만 IRC는 저 옛날 핀란드의 한 매드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사교 장치지. 자네도 말했듯, 그건 무척 편리하네. 덕분에 수많은 공동체에서 IRC를 설치하여 이기의 혜택을 누린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그 끝은 항상 불행했네."

"어째서죠? 무슨 일이 있었길래?"

"IRC는 사람들의 마음에 악을 심었네. IRC는 좇목을 야기했어. IRC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곧 공동체에서 소외됐고, IRC를 사용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은 서로 성기를 빨고 항문을 써킹 해주다가 자기들끼리 친목 라인을 형성하여 결국 '좇목종자'화 했네. 유입을 배척하고, 다른 라인끼리 싸움이 붙었지. 그렇게 파국으로 치닫았고, 대부분의 공동체가 그 수순을 밟아 멸망했지. 그래. IRC는 단순한 사교 장치가 아니야. 핀란드인 프로그래머가 악마와 계약하여 만들어 낸, 궁극의 커뮤니티(community) 최종 파괴병기였던 거야." 나는 숨을 한 번 돌리고 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나갈로프 시를 위하고 싶거든, 다시는 IRC를 언급하지 말게."

그때 술취한 듯한 공격적인 목소리가 카페 입구쪽에서 들려왔다. "개소리 집어 치워! 무슨 좇목질을 한다는 거야!" 풀발기한 루드비크였다.

루드비크 안녜비제스키 2세는 열정적인 시민이었다. 그는 학문에 조예가 깊었고 시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시민들 사이의 과도한 친교가 곧 시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개인주의적 사상을 갖고 있었으며, 시 정부의 전제적 독재와 간섭에 반대하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요 아나키스트였다. 그는 오래전 토크토프 카페 폐쇄를 부르짖으며 나갈로프 시장을 '장군님'(독재자)라고 비난하다가 시장의 권한으로 시에서 영구 추방 당했는데, 어느새 변장하고 나갈로프 시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었다.

"너희들 잘 들어. IRC가 좇목을 야기하니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 이제 와서 좇목을 배척한다? 이런 가식적인 인간들. 너희들이 지금 이 카페에서 떠들고 있는 건 대체 뭔데? 이건 좇목이 아닌가? 저 건너편의 체트방에서 술을 깔짝대는 건 좇목질이 아니고, IRC만 좇목질이다? 아주 그냥, 기가 차는구만. 치가 떨릴 정도야."

그 말을 듣고 한 노인이 침착하게 답했다. "토크토프, 체트방과 같은 곳들은 IRC와 본질적으로 다르네. IRC는 소통을 명목으로 공동체와의 소외와 단절을 불러 일으키지. 하지만 토크토프나 체트방은 엄연히 시의 일부이며 누구라도 와서 여흥을 즐길 수 있잖나?"

 "그래. 그건 동의한다 칩시다, 영감님. 그런데 당신들은 좇목을 그토록 배척하면서도 스스로 좇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잖아. 그게 가식적이라, 영 야니꼽다는 말이라구. 당장에 저 앞 광장만 보더라도, 저 거대한 라틴계 성녀(聖女) 조각상은 대체 뭐요? 나갈로프 시 정부와 시민들은 일개 시민 한 명을 성녀화하여 거의 반쯤 우상숭배 하고 있지 않나? 외지 사람들이 보면 그저 우스꽝스러운 가족놀이에 불과하겠지. 이것이 좇목질이 아니면 뭔지 궁금하오만? 왜 IRC만 배척하지? 좇목질에도 개좇목 양민좇목 분류가 따로 있소?" 풀발기로 인해 그의 바지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이 과격한 어조로 대신 대답했다. "아니 그러니까, 루드비크 너도 분명 동의한다고 했잖아. 우리도 우상숭배나 정모와 같은 과도한 친교 행위를 썩 반기지 않네만, 그건 시 발전을 저해하는 정도는 아니라구. 하지만 IRC는 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강력한 파괴병기라고. 멍청한 양반아."

그러자 루드비크가 "아 이런 답답한 사람들! 됐네, 됐어. 나갈로프에 돌아온 내 잘못이지." 하더니 그의 부풀어 오른 하반신이 펑 하고 터져버렸다. 카페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폭발과 동시에 루드비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게 무슨……. 급격한 풀발기로 인해 인체의 자연발화 현상이 발생한 건가!?"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었다.

모두 당황하여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결국 최종병기 IRC의 전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로군. IRC가 여러 공동체에서 괜히 금기시 되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단순히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언급하거나 논쟁하는 것만으로도 공동체의 몰락을 부르는 저주받은 물건이지. 보게. 방금 우리는 IRC로 인해 공동체가 혼돈에 빠지고, 결국 공동체 구성원 하나가 흔적도 없이 소멸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어. 그러니까 다시는 IRC의 I자도 입밖에 꺼내지 말자고."

이어, 한 노인이 탁자 위로 올라가 외쳤다. "여러분, 이것은 어쩌면 최근 해이해진 우리 나갈로프 시민들을 일깨우기 위해 루드비크가 자기를 희생하여 준,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싶소. 다시는 이런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도한 친교를 자제하고 모두 세줄 이상 애니글로 보는거를 하루 1페이지씩 꽉꽉 채워 나갑시다. 마치 저 옛날 에겔로스카 영광의 시대처럼!"

그 이후 나갈로프 시는 발전을 거듭했고, 사람들은 좇목질을 자발적으로 거부하게 됐다. 지상에서 존재가 소멸된 루드비크. 모두에게 잊혀진 루드비크는 별하늘에서 그런 나갈로프의 번영을 내려다 보며 미소지었다.

"악역은, 익숙하니까……."
나는 그날 저녁 나갈로프 시(市)에서 발생한 기묘한 사건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광장변에 자리잡은 토크토프 카페는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은 나갈로프 시에서 유일하게 활기 넘치는 장소였다. 많은 시민들이 그곳에서 잡담을 주고 받았으며, 맞은 편에 위치한 술집 체트방과 더불어 시민들의 사교의 장으로 활용되곤 했다.

나는 그날도 일과를 끝마치고 토크토프 카페에서 석간 신문을 접어가며 읽고 있었다. 그때 창가쪽 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불만을 터뜨렸다. "토크토프나 체트방과 같은 장소는 너무 좁고 불편하단 말입니다. 우리도 더 편리한 사교 시설을 하나 새로 설치하는 게 어떨까요? 이를테면……."

"이를테면?"

그는 장난치는 듯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 "IRC 라든가?"

나는 경악했다. 내내 시끄럽던 카페 전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사방에서 "맙소사, IRC 라구?" 라느니, "좇목질의 끝장을 보겠다는 건가?" 라는 등 당황한 시민들이 속삭이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사람에게 반문했다.

"자네 진심인가? 농담이라면 여기서 끝내고, 진담이라면 그 저의를 들어보지."

"왜요? IRC가 어떻단 말입니까? 많은 도시와 촌락들에서 IRC를 도입했어요. 그건 무척 편리하다구요."

"다들 알겠지만 IRC는 저 옛날 핀란드의 한 매드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사교 장치지. 자네도 말했듯, 그건 무척 편리하네. 덕분에 수많은 공동체에서 IRC를 설치하여 이기의 혜택을 누린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그 끝은 항상 불행했네."

"어째서죠? 무슨 일이 있었길래?"

"IRC는 사람들의 마음에 악을 심었네. IRC는 좇목을 야기했어. IRC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곧 공동체에서 소외됐고, IRC를 사용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은 서로 성기를 빨고 항문을 써킹 해주다가 자기들끼리 친목 라인을 형성하여 결국 '좇목종자'화 했네. 유입을 배척하고, 다른 라인끼리 싸움이 붙었지. 그렇게 파국으로 치닫았고, 대부분의 공동체가 그 수순을 밟아 멸망했지. 그래. IRC는 단순한 사교 장치가 아니야. 핀란드인 프로그래머가 악마와 계약하여 만들어 낸, 궁극의 커뮤니티(community) 최종 파괴병기였던 거야." 나는 숨을 한 번 돌리고 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나갈로프 시를 위하고 싶거든, 다시는 IRC를 언급하지 말게."

그때 술취한 듯한 공격적인 목소리가 카페 입구쪽에서 들려왔다. "개소리 집어 치워! 무슨 좇목질을 한다는 거야!" 풀발기한 루드비크였다.

루드비크 안녜비제스키 2세는 열정적인 시민이었다. 그는 학문에 조예가 깊었고 시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시민들 사이의 과도한 친교가 곧 시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개인주의적 사상을 갖고 있었으며, 시 정부의 전제적 독재와 간섭에 반대하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요 아나키스트였다. 그는 오래전 토크토프 카페 폐쇄를 부르짖으며 나갈로프 시장을 '장군님'(독재자)라고 비난하다가 시장의 권한으로 시에서 영구 추방 당했는데, 어느새 변장하고 나갈로프 시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었다.

"너희들 잘 들어. IRC가 좇목을 야기하니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 이제 와서 좇목을 배척한다? 이런 가식적인 인간들. 너희들이 지금 이 카페에서 떠들고 있는 건 대체 뭔데? 이건 좇목이 아닌가? 저 건너편의 체트방에서 술을 깔짝대는 건 좇목질이 아니고, IRC만 좇목질이다? 아주 그냥, 기가 차는구만. 치가 떨릴 정도야."

그 말을 듣고 한 노인이 침착하게 답했다. "토크토프, 체트방과 같은 곳들은 IRC와 본질적으로 다르네. IRC는 소통을 명목으로 공동체와의 소외와 단절을 불러 일으키지. 하지만 토크토프나 체트방은 엄연히 시의 일부이며 누구라도 와서 여흥을 즐길 수 있잖나?"

"그래. 그건 동의한다 칩시다, 영감님. 그런데 당신들은 좇목을 그토록 배척하면서도 스스로 좇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잖아. 그게 가식적이라, 영 야니꼽다는 말이라구. 당장에 저 앞 광장만 보더라도, 저 거대한 라틴계 성녀(聖女) 조각상은 대체 뭐요? 나갈로프 시 정부와 시민들은 일개 시민 한 명을 성녀화하여 거의 반쯤 우상숭배 하고 있지 않나? 외지 사람들이 보면 그저 우스꽝스러운 가족놀이에 불과하겠지. 이것이 좇목질이 아니면 뭔지 궁금하오만? 왜 IRC만 배척하지? 좇목질에도 개좇목 양민좇목 분류가 따로 있소?" 풀발기로 인해 그의 바지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이 과격한 어조로 대신 대답했다. "아니 그러니까, 루드비크 너도 분명 동의한다고 했잖아. 우리도 우상숭배나 정모와 같은 과도한 친교 행위를 썩 반기지 않네만, 그건 시 발전을 저해하는 정도는 아니라구. 하지만 IRC는 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강력한 파괴병기라고. 멍청한 양반아."

그러자 루드비크가 "아 이런 답답한 사람들! 됐네, 됐어. 나갈로프에 돌아온 내 잘못이지." 하더니 그의 부풀어 오른 하반신이 펑 하고 터져버렸다. 카페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폭발과 동시에 루드비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게 무슨……. 급격한 풀발기로 인해 인체의 자연발화 현상이 발생한 건가!?"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었다.

모두 당황하여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결국 최종병기 IRC의 전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로군. IRC가 여러 공동체에서 괜히 금기시 되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단순히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언급하거나 논쟁하는 것만으로도 공동체의 몰락을 부르는 저주받은 물건이지. 보게. 방금 우리는 IRC로 인해 공동체가 혼돈에 빠지고, 결국 공동체 구성원 하나가 흔적도 없이 소멸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어. 그러니까 다시는 IRC의 I자도 입밖에 꺼내지 말자고."

이어, 한 노인이 탁자 위로 올라가 외쳤다. "여러분, 이것은 어쩌면 최근 해이해진 우리 나갈로프 시민들을 일깨우기 위해 루드비크가 자기를 희생하여 준,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싶소. 다시는 이런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도한 친교를 자제하고 모두 세줄 이상 애니글로 보는거를 하루 1페이지씩 꽉꽉 채워 나갑시다. 마치 저 옛날 에겔로스카 영광의 시대처럼!"

그 이후 나갈로프 시는 발전을 거듭했고, 사람들은 좇목질을 자발적으로 거부하게 됐다. 지상에서 존재가 소멸된 루드비크. 모두에게 잊혀진 루드비크는 별하늘에서 그런 나갈로프의 번영을 내려다 보며 미소지었다. 

"악역은, 익숙하니까……."


그냥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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