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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데이트 어플

2014.03.10 23:46

Winial 조회 수:852

'성격이 나쁨. 외출하고 사람 만나는 걸 지독히 싫어함. 매사에 부정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하지 않음. 얼굴 딱 한 번 본 사람의 어플 가입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줬으니까 부탁은 잘 들어주는 듯. 종합하면, 매력이 없음.'

나는 데이트 어플의 매력을 적어달라는 말에 이런 문장을 단숨에 쏟아냈다. 이정도면 여길 지나가던 누군가가 적당히 잘못 찍힌 사진을 보고 혹해서 연락을 시도하려다 정신나간 내용을 보고 그 선택을 꺼려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것이니 도와주길 바란다는 이메일에 버려져있던 스마트폰을 들긴 했지만, 무조건 얼굴 사진을 올려야 한다는 조건은 끔찍했다. 그래도 이미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걸 어쩌겠는가 싶어 나는 몇 년 전 실수로 찍힌 손바닥이 얼굴의 반을 가린 사진을 골랐다. 문제는 그 사진은 나의 외모를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비교적 어릴 때 찍힌 사진이라 해도 그 사진 속에서 왜곡된 나의 외모는 현실에 비해 지나치게 괜찮았다. 때문에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솔직하게 밝히는 문장을 통해 타인의 시간낭비를 방지해 주기로 결심했다.

아무리 남자가 고픈 여자, 외로움에 미쳐 누구라도 괜찮다 말하는 여자라도 이정도로 배배 꼬인 자기 소개에 대화를 시도할리가 없었다. 자신의 매력을 소개하는 문구로 고른 게 저따위 단어라면 어느정도 내 의도를 눈치채고 조용히 다음 남자를 살펴볼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구입 후 약 삼개월동안 조용했던 내 스마트폰이 갑자기 진동한 이유가 그 어플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나는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이미 도착한 연락을 무시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코와 눈만 간신히 보이는 옆 얼굴의 사진만으로는 상대방의 성격이 어떤가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심지어 매력을 적어 달라는 칸 마저 온점 하나만 찍은 채 였다. 혹시 여성이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은 이렇게 찍어도 통과되는 줄 알았다면 대충 이런 식으로 올릴 걸 그랬다는 후회에 파묻혔다.

"프로필 읽었어요. 성격 나쁘다면서요. 평소처럼 굴어요. 나이는 나보다 어린 거 같은데 말은 안 놓을테니까."
"아, 그런 게 원하는 거였어요? 그럼 그냥 평소대로 말 할게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하는 태도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말투에 나는 약간 화가 났다. 어쩌면 나이를 언급한 것이 나를 더욱 화나게 만든 걸지도 몰랐다. 나이가 어리다는 말은 그 때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던 말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연락한 거에요? 딱 보면 대충 눈치보고 넘어가라는 거잖아요."
"그래서 연락 했는데."

나는 그 사람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답장을 끊었다. 이대로 연락을 멈춰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연락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연락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뭐가 무슨 말이에요. 완전 최악으로 작성해서 연락했다고요. 이 어플에서 가장 최악인 남자를 찾고 있었거든요."
"나보다 최악인 인간 많을텐데요. 못생겼으면서 당당하게 사진 찍어 올린 남자라던가, 잘난 척 가식적인 척 잔뜩 하는 놈들이라거나."

나는 저런 말을 보내면서 내 태도가 재수없어 보이기를 소망했다.

"많았죠. 근데 내가 찾던 건 너 같이 대놓고 자기에 대해 나쁜 말만 적어놓은 남자였어요."
"대체 그게 무슨 심보에요? 자신에게 솔직한 남자를 찾고 있었다 뭐 이런 거에요?"
"아뇨. 그냥 자기를 최악으로 써놓은 남자를 찾고 있었어요."

대화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기미가 보였다. 나는 적당한 시점에서 상대방을 질리게 만들 작정이었지만 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사람은 끈질기게 답변을 했다. 나는 대화 상대의 성별을 의심하는 마음에 대해 솔직한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가슴 사진이라도 찍어 보내주면 믿겠냐는 말을 꺼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욕망에 가득찬 짐승이 사진을 받고 연락을 끊을 것을 추궁했지만, 나는 컴퓨터를 틀어 포르노를 볼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그 짐승을 잠재웠다. 대신에 그녀에게는 믿어 주겠다는 말을 대신 보냈다.

어쩌면 내가 생각보다 외로웠던 걸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은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때문에 그런 비 정상적인 대화,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할 것이 확실한 대화에 쓸데없이 목을 매달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컵에 물을 따르는데, 스마트폰이 다시 한 번 진동했다.

"그래서, 결혼을 해야겠는데, 정확히 어디 살아요? 이거 어플이 가끔 이상한 위치를 찍어주던데."
"…나 방금 폰에다 물 뿜은 거 알아요?"
"당연히 모르죠. 여기서 당신이 뭘 하는지 안 보이는데."
"나 직업도 없고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부모님 집에 살아요."
"그건 좀 아쉽네. 같이 돈 벌면 좀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는데."
"내가 왜 일을 안 하냐면, 방에만 맨날 쳐박혀 지내려고 해서 그래요. 사람 얼굴 보기가 싫어요."
"그건 좋네요. 나도 그러고 사니까. 나중에 같이 살아도 귀찮은 일은 안 생기겠어요."
"일 한다면서요?"
"가택 근무에요."
"나 돈 없다니까요? 돈 한 푼도 없고 앞으로도 벌 생각 없다고요."
"그럼 내가 먹여 살릴게요."
"대체 나의 뭘 믿고 그런 말을 하는 거에요?"
"당신은 어려서 괜찮겠지만 나는 슬슬 집에서 결혼 안 하냐 남자친구 없냐 이런 말 듣기 시작하는 나이에요."
"그렇다고 제대로 대화도 안 해본 사람한테 결혼하자는 얘기가 나와요? 난 심지어 당신 얼굴도 모르는데?"

그녀는 내 말에 잠시 기다려보라는 말을 한 뒤 어플의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플의 사진을 바꿨으니 직접 확인하라는 문자를 보냈고 나는 그녀의 말대로 어플을 다시 시작했다. 정면에서 대충 찍은 게 분명한 사진은 전혀 꾸미지 않았다는 걸 감안해도 그렇게 예쁘지도 그렇게 못생기지도 않은 수수한 얼굴이었다. 확실한 건 그녀가 밝힌 나이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지만, 그런 칭찬은 하지 않기로 했다.

"굳이 따지자면 중하 정도지."
"자기 얼굴을 그렇게 말하는 여자가 있네요."
"다 그렇잖아? 티브이 나오는 애들 말고 진짜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얼마나 있어."

그녀가 갑자기 말을 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사실을 무시하고 계속 비교적 공손한 말투를 유지하기로 했다.

"어쨌든 결혼은 무리에요."
"왜, 나이 때문에?"
"아니야!"

내 짧은 말에 담겨있는 감정을 읽은건지 그녀는 처음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결혼이 싫은 이유가 뭐냐고 묻는 것은 잊지 않았다. 나는 적당한 이유를 생각해내기 위해 고민했다. 어정쩡하게 평범한 사람같은 대답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집안의 허락이라던가 개인적인 감정 같은 상투적인 말들이 머리속을 맴도는 가운데, 나는 가장 상투적이고 나다운 말을 골라냈다.

"우리 만나본 적이 없잖아요. 직접 얼굴 보고 만나고 그런 적 없잖아. 그런 건 한번이라도 만나본 다음에 정해요."

그녀는 알겠다 대답하고 약속 장소와 시간을 잡았다. 일방적인 선택이었지만 그녀가 꼼꼼하게 위치를 찍어 보내주고 시간 역시 대충 맞아 떨어졌기에 나는 정해진 시간 그곳에서 볼 것을 약속했다. 그렇게 대화는 끝났고, 나는 머리를 감싸쥔 채 방금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후회의 되새김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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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야기가 중간에서 툭 끝난 거 같은 이유는 이게 그냥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기 때문입니다. 퀄리티가 이상하다고 느끼신다면 죄송합니다.
근데 사실 지금까지 써서 올렸던 것들도 그렇게 긴 시간 집중해서 쓴 다음 올렸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로 막 쓰진 않았어요. 그것들은 적어도 맞춤법은 맞췄으니까.
그냥 왠지 막 써서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 번, 글 퀄리티가 이상하게 개판이었다 못 읽겠다 싶었으면 미안해요.

이 다음 이야기가 있긴 한데 쓸지 말지는 모르겠습니다. 더 생각나면 쓰고 아니면 말고.

참고로 이전에 올린 제목없는 두 이야기의 시퀄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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