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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http://m.dcinside.com/view.php?id=frozen&no=794859&page=5&recommend=1 의 팬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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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지막 관람이라 마음먹고 겨울왕국을 본 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지난 20여회차의 관람 이후에서도 항상 그랬던 것 처럼...그리움과 설렘 같은 것이 또 다시 그의 가슴 속에서 일렁이기 시작했다.

'하..프뽕 다 빠진 줄 알았는데...'

금요일 저녁, 사무실의 시계는 유유히 저녁 아홉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그래..오늘이 정말 마지막 관람이야....'

홀로 사무실을 나서는 그의 핸드폰에서는 영화 예매창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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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그는 코엑스 메가박스에 도착하여 매표기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 매표기를 마주보며 얼마나 많은 희노애락을 느꼈던가.

주말 싱어롱의 설렘과 흥분, 나눔의 훈훈함, 근성의 평일 싱어롱과 거기에서의 민망함과 적막함, 그리고 목도리와 함께 날아오던 눈총과 욕설. 이제 이 모든 것도 겨울을 녹이는 20도에 육박하는 날씨와 함께 추억으로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오늘도 나 한 사람밖엔....'

매표창을 쳐다보던 그의 눈이 동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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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흠칫 놀랐다.
잠시 지난회차의 여성분을 생각해낸다. 나를 설레이게한 후 나를 한-스처럼 내쳐버린 그녀. 현실에서 범접할 수 없는 엘사와 안나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그녀. 그는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괜히 얼굴이 벌게졌다. 이미 머리로는 한두번 속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가슴은 다른 생각을 품고있는 듯 했다. 역시 심장은 설득이 힘들다는 패비 할아버지의 전언이 생각났다.

'왠 마초라이더 아저씨가 포니인형 들고 선글라스 쓰고 와서 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는 조용히 7관 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는 저번과 같은 i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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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포킵시??가 울려퍼질 때 였다.
"또 뵙네요."

그는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한-스 스러운 그녀가 있었다

"아..예..믿-음직하시던 그분이네요 ㅎㅎ.."

그는 프갤러들이 오프라인에서 말을 트기
시작할 때의 어색한 웃음 소리를 내었다.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시는 분은 있었나요??"
"아 그얘기 하지 마세요 부끄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준비해서 친 드립이었어요."
"근데 영화 도중에 나가시던데.."
"이미 30번 이상 봤는데 한두번정도야 뭐.."
"아 예.."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는 분위가 어색해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드디어 노잼어홀스가 끝나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시작하네요."
"한스파트 잘 부탁 드려요."
"아...자꾸 한스 거론하지 마세요..흐.그리고 시계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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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스크린에서는 엘사가 얼어붙어버린 안나를 껴 안고 흐느끼고 있었다.

몇번을 보지만 이 장면 만은 그에게 참으로 형언할 수 없는 먹먹함을 가져다 주고있었다. 그 후의 결말을 암에도 불구하고.

잠시 생수를 마시려 고개를 살짝 돌렸을 때였을까. 잠시 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지금 우세요??"
"흐...예? 아뇨! 이거보고 왜 울어요."
"그러게요. 어차피.."

스크린에서는 안나가 트루러브의 힘으로 서서히 녹고 있었다. 곧바로 엘사와의 포옹이 이어졌다.

짝짝짝짝짝짝!!!!

둘만의 박수 소리가 극장에 울려펴졌다. 둘 뿐이었지만, 박수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모두 잘 풀리는걸..'
그는 박수를 치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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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릿고가 나오는 내내 그와 그녀는 감상에 젖어 멍때리고 있었다. 마침내 나오는 마쉬멜로우. 왕관, 그리고 미소.

"끝났네요."
"네.."
"감사해요."
"예?"
"저번에 그..한스 따라한거..너무 한번은 해보고 싶은 대사였거든요..그래서.."
"아니 뭐..괜찮아요. 오늘은 안그랬잖아요.."
"그게 쉬는날이어서 오전에 보는데 뒤에서 욕하더라고요. 노래하지 말라고. 그래서 열이 뻗쳐서..."
"그 맘 저도 잘 알아요. 디즈니는 뭘 하는 걸까요..?"
"빅히어로6 준비하지 않을까요?"
"하! 그거 봤어요. 완전 으악.."

잠시간의 웃음 뒤에 그와 그녀는 눈이 마주쳤다.

무참히 배신당한 저번의 기억이 생각났지만, 그는 다시 한번 더 그 질문을 물어보기로 했다.

"...생각하는게 같다는건?.."
"한마디로 운명이야"
그는 바로 치고나오는 그녀의 반응에 쿡 웃음이 터졌다.
"우리는 천"
"천생연부운~"
"그러고보니 제가 안나파트를 부르고 있었네요."
"ㅋㅋㅋㅎㅎㅎㅎㅎ"

그가 말을 다시 이어간 것은 잠시간의 적막이 흐른 뒤였다.








용기 내어 다시금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 1번
가만히 있는다. →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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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미친소리 하나 해도 될까요?"
더빙 ost를 들으며 수억수만수천번을 중얼 거리던 대사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프들프들 떨리고 있었다. 그 반응은 당연 거사를 앞둔 긴장감 덕이기도 했으나, 눈이 뗑그라진 채 그만을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 덕이기도 했다.

'침착하게.....'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전화번호 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어느정도 예상한 대사라는 듯 미묘한 웃음이 그녀의 입 밖으로 세어나왔다. 이미 한번 들어봤기도 했기 때문 이었을까.
그리고 이내 홍조를 띈 그녀의 얼굴에서 그녀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더 미친소리 하나 해도 될까요??"


잠시 후, 불이 켜진 영화관 내에서 그와 그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서로의 핸드폰 홈 화면에 있는 엘사와 안나가 그들을 축복하는 가운데, 멀리까지 훈훈한 기운을 내뿜는 그들을 메가박스 직원이 죽일 듯이 째려보고 있었다.

























2번


"......."
그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 이건 절호의 타이밍이 분명했다. 허나 과거의 기억들이 거사를 망설이게 하고있었다.

눈앞의 그녀는 말없이 여운에 젖어 의미없이 핸드폰만을 만지작 거리고있었다.

"흠흠....저.."
싱어롱에서 노래가 시작할때 흘러나오는 헛 기침 마냥 마른 기침으로 그녀의 시선을 끌어낸 그 였지만 역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
그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젠 무슨말을 할지 생각조차 나지않았다. 그저 보이는 것은 그녀의 얼굴 뿐.

어색한 적막을 먼저 깬 것은 그녀였다.
"...에....그러니까말이죠...저번에....제가 낚시를 했잖아요?..그래서.."
그는 이제야 그녀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거에 화도 안내시고..거기에다가 또 한번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래서 말인데.....저......요.."
어렵사리 입을 여는 그녀의 멘트.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시기에 들어서 그랬는지, 처음과 끝만을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제대로, 다시듣고 싶었다.

"...다시한번 말씀해주시면 안될까요?.."
그녀는 얼굴이 홍당무가 된채 고개를 푹 숙였고 개미만한 목소리가 겨우겨우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ㅇ ....라요...."
"네?"
그는 장난기 있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쭈뼜거리며 말도 못 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몰라요...."
"...??.."

"메리다는 아무것도 몰라요!"
뜬금없는 드립을 치며 고개를 드는 그녀. 그곳엔 방금전의 그 여자분은 온데 간데 없고 비빔면 괴물만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 이 공포! 이 전율!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야. 즐거운 꿈이었길 바래. 하지만 이미자보단 못 한 꿈이더군요.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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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잇고~ 렛잇고~ 턴어웨이엔 슬램 더 도어~"
조그마한 방에서 8시 정각을 알리는 핸드폰의 알람이 그를 깨우고 있었다.

"오징어덮밥!!"
기묘한 기합을 외치며 깨어난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그가 마침내 이 곳이 자신의 방임을 깨닫고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어제 그 일 덕이구나..."
아쉬움이 그를 휘몰아쳤다. 더 과감해도 좋았을껄...왜 말을 걸지 못 했을까...안되더라도 해 볼껄...가진 후회들이 잠이 덜 깬 그의 뒷통수를 후려갈기고 있었다.

"오...나여, 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 어딘가에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의 뒷통수를 친 것은 다름아닌 그 자신이었다. 어제는 마지막 관람. 다시 한번 그녀를 볼 수 있을까.

"아들아. 밥먹고 회사가라."
비몽사몽한 그에게 어머니는 식사를 재촉했다.
"어머니, 오징어덮밥이죠??"
"아닌데? 시래기국이여."
"으아아아 안돼!!!!"

오늘따라 시래기국이 쓰게 느껴지는 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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