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당장 쓸게 없어서 꿈얘기 각색해놓은거 올림
2014.12.14 22:29
정말 착한 사람이야, 오빠는.
그녀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어느 가을날 이후 착하기만 한 오빠가 되지는 못했다.
그녀는 분명 나를 좋아할거다.
그런 확신 하나만 가지고 나는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물론 평소때 했던 언행들로만 보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녀는 분명 나를 좋아할거다.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뛰어넘어 사랑한다.
이 마음이 나를 지배해버렸고 나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녀를 처음으로 만난 지 보름 정도 지나서였다.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날들이 이어졌고, 하나보다는 둘이 어울렸다.
비록 눈까지 내린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거리는 을씨년스러웠다.
아직 언 눈과 얼음이 미처 계절의 손길에 치워지지 않은 거리.
나는 그녀가 방으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나는 멋진 모습은 아니었고 몸도 그다지 정상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정말 날 좋아한다면 그런건 신경쓰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윽고 그녀가 들어왔다.
다른 방해꾼들은 없다.
나와 그녀만의 시간이다.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건다.
조금 늦었네. 기다렸지? 오빠.
나를 오빠로 부르는 그 콧소리 섞인 목소리를 사랑해.
너의 조금은 모자란듯 오똑한 코를 사랑해.
너의 처진 눈매와 오므린 입술을 사랑해.
너의 뾰족한 턱과 빈약한 가슴을 사랑해.
스스로는 두꺼워서 싫어한다던 그 매끈한 다리를 사랑해.
너의 자신감 없는 듯한 자기소개를 사랑해.
너의 자유분방함을 사랑해.
너의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나는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하고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그녀는 내가 뒤에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그렇게 있다.
마침내 나는 일을 저지른다. 그녀를 뒤에서 와락 안는다.
그냥 단순히 안는 정도가 아니다. 나의 포옹은 탐욕이 가득 차있다.
거칠게는 아니다. 그러나 절박함도, 순박함도 묻어있지 않은 포옹이다.
이것은 포옹이라기보단 포박에 가까운, 집착의 포옹이다.
그리고는 그녀의 향기를 맡는다. 전력을 다해서 숨을 들이쉰다.
몇 번이고, 그녀를 폐포 하나하나에 새기듯이 두 번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살짝 움찔 했지만, 이내 나의 팔을 살며시 잡는다.
벗어나려고도, 팔을 떼어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됐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이윽고 나의 얼굴은 그녀의 뺨을 향해 움직인다.
그녀의 뺨을 나의 코끝으로 어루만진다.
그녀도 미소짓고 있구나. 뺨의 움직임이 나에게 가르쳐준다.
그녀의 입술에서 작은 웃음이 새어나온다.
나는 팔을 살짝 풀어 그녀의 허리를 훑어간다.
믿을 수 없는 터치였겠지만, 그 정도는 허락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점점 내가 욕망에 빠져드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다.
어느새 나는 그녀의 뺨에 계속해서 입을 맞추고 있다.
그녀는 말이 없다. 내 눈에는 그녀의 미소가 계속해서 비친다.
귀에는 그녀의 작은 웃음과 부드러운 숨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그녀도 즐거운 것이구나.
아니, 즐거운 것이었으면 좋겠다.
어이가 없어서 터지는 실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이 심장의 고동이 사랑의 파동임을 확신한다.
입을 맞추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그녀의 입술도 나의 뺨에 닿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점차 서로에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의 이성의 끈을 쥐고 있었다.
이 공간은 우리 둘만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곧 들어올 거라는 생각이 나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키스를 해야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누군가가 들어오기 전에 노크를 했고,
우리의 듀엣은 그 노크 소리와 함께 끝났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침입자를 맞이했다.
그 침입자는 잠시 안을 둘러보고 무언가를 찾다 나갔다.
하지만 둘만 남겨졌다고 해서 다시 그 분위기로 돌아갈 수는 없겠더라.
침입자가 나간 뒤, 우리는 서로를 보고 웃었다.
그녀는 나의 어설픈 애무가 귀여웠을까.
나는 왠지 부끄러워져서 웃은 것 뿐이다.
우리는 곧 이마를 비스듬히 맞댔다.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지만, 우린 그 미소가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둘 다 그런 경험은 기분좋은 부끄러움으로 남았던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조금은 커진 숨소리였지만, 크게 흥분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녀의 뺨을 손끝으로 살짝 훑어본다.
여전히 곱다. 살아있는 생물이 맞는지 섬뜩할 정도로 곱다.
아직은 화장이 필요치 않다고, 날 만나러 올땐 화장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말을 기억해줬구나.
고마워서 또 웃어보인다. 그녀도 웃는다. 눈을 피하면서도 미소는 떠나지 않는다.
키스 정도는, 키스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눈을 감는다. 오히려 그녀 쪽이 먼저 눈을 감는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을 맡긴다.
나는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지......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녀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일단은 포개어 놓는다.
그리고는 눈을 감는다. 이 기억은 아마 삭제될 것이다. 쥐려할수록 빠져나가는 기억의 신비.
머릿속은 충분히 하얘지고 있다. 손은 어쩔까 고민할 새도 없다.
나는 그녀를 소유하지 않겠다 다짐했겄만, 어느새 소유욕의 노예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만다.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목덜미를 받치고 몸으로 휘감고 있다.
가슴을 만진다, 엉덩이를 더듬는다, 이런건 너무 야만스럽다고 늘 생각해왔다.
될 수 있으면 로맨틱한 키스를 하고 싶다. 상대를 기분나쁘게 하는건 싫다.
서로가 완전히 사랑한다고 느끼더라도 그 순간에 그러는건 아니다.
이윽고 우리는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아까보다 더 부끄러워졌다.
이제 그녀는 아예 얼굴을 내 품에 파묻어버리고 만다. 순간 캥거루가 생각났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를 안으려 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의도한 건 절대 아닌데. 뭔가 이상하게 꼬인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 직감이 맞다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굳이 이런 말이 필요할까 싶지만, 그래도 내 목소리로, 본인 앞에서, 확실히 말해주고 싶다.
얼굴을 보면서, 눈을 맞추며 하면 좋겠다 싶었지만, 지금 이 상황은 이 상황대로 좋다.
오히려 나의 못생긴 얼굴을 보면서 듣는 것보다는 나의 울림통과 가까운 상태로 듣는게 더 좋겠지.
나의 사랑이여,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줘.
"사랑해."
잠시간의 적막이 흐르고, 이윽고 나를 안은 두 팔이 나를 죄어오는 느낌을 받는다.
약간은 코를 훌쩍인 것 같다. 가슴팍에서 '정말?' 이라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살짝 '응.' 하고 소리를 낸다. 그리고는 그녀의 옆얼굴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간다.
그녀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할까. 나는 마음의 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다시 한번 사랑해.
울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눈을 반짝이고 있다.
그녀는 어느새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윽고 다시 짧은 입맞춤이 지나간다.
짧았지만, 기습이었기 때문에 더 심장을 뛰게 한다.
그녀도 눈물을 떨구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
그럴 필요 없어. 넌 우는 것도 사랑스러워. 하지만 이를 말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역시 누군가가 우는 것을 보는 건 그다지 마음에 좋지 않다.
나는 그녀를 꼬옥 안는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녀는 진정된 듯 보인다.
숨소리는 다시 고르게 돌아왔다. 비록 조금은 훌쩍거리지만.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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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a.de.Sica
2014.12.14 23:19
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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