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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3D 킹스맨을 보고 왔다.

2015.02.22 21:54

사태. 조회 수: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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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은 철저한 상업영화다. 사람들은 메세지가 담긴, 깊이있는 영화에 비해 상업영화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B급 감성을 싸구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B급 감성의 상업영화가 굉장한 대중성과 탄탄한 내공, 그리고 센스를 갖추고 있다면 그것을 단순히 상업영화라고 펌하할 수 있을까? 킹스맨은 바로 그런 영화다. 킹스맨은 스파이 영화를 표방한다. 또한 철저한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스토리 플룻 자체는 대중적이며 굉장히 이해하기 쉬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킹스맨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시점과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급조절을 아주 잘 해냈으며 이해하기도 쉽다. 그것은 어지간한 능력으론 해내기 힘든 것이다.


이 영화의 세일즈포인트는 우선 철저한 상업성, 그리고 폭력성이다. 초장부터 요원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질 않나, 중요한 주연급 인물도 허무하게 죽어버린다. 매우 폭력적이면서, 잔혹하고, 또한 죽음을 가볍게 상업적으로 다룬다. 그런 B급스러운 영화는 보통 싸구려틱하게 보이기 쉽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떻게 균형을 잡았느냐 하면, 바로 스타일리시하며 유머러스한 연출이다. 이 영화는 '영화는 영화일뿐'이라는 신조를 철저하게 지키며, 현실성을 살리는 대신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또한 영국 귀족 신사라는 소재와 그들의 기풍있는 모습은 언밸런스하게 작용하여 오묘한 분위기를 형성해낸다. 예전에 소위 엣지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는데, 이 영화는 엣지있게 폭력을 담아낸 상업영화인 셈이다. 그걸 모 위키에서는 천박함을 무기로 고급문화의 세계에 들어가는 독특한 구성의 스파이물이라고 표현했고, 나는 그냥 영국의 블랙 유머가 생각났다.


아, 이 영화는 여러가지 면에서 인상깊은 편이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굳이 가장 인상깊었던 것을 두가지 꼽아보라면, 악역인 발렌타인과 시각적 연출을 꼽고 싶다. 발렌타인은 굉장히 이중적인 인물로, 뒤틀린 윤리관을 가진 자칭 정의의 사도시다. 그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얼마전 기계를 통해 교회의 사람들을 서로 죽이도록 만드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킹스맨 요원을 자신의 총으로 죽이는 것에는 거부반응을 보이는 장면이었다. 이러한 그는 의상이나 억양, 분위기에서부터 킹스맨과 대비되는 편이다. 킹스맨 요원들이 전형적으로 영국스럽다면, 발렌타인은 전형적으로 미국스럽다. 그러한 대비가 발렌타인을 더욱 인상깊게 조명했지 싶다. 또한, 시각적 연출의 경우 1인칭을 매우 잘 활용했다. 요즘 액션신을 보면서 예전만큼 감탄하는 일은 줄어들었는데, 정말 오랫만에 감탄하면서 보았다. 정말 생동감넘치는 액션이여서 보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런 액션이 작중 내내 끊임없이 나온다]

쉽게 말하자면 철저한 B급 영화임에도 대중성 역시 잘 잡은 영화다. 그러나 본질은 B급 영화이기 때문에, B급 감성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반발이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조금 엉뚱한 얘기인데, 게임으로 치면 세인츠로우3가 생각났다. 굉장히 정신나갔고 현실성은 없지만, 스타일리시하며 '가상의 내용일 뿐!'이라는걸 인지하면 제법 매력있는 점이. 속편을 은근슬쩍 암시했는데, 꼭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그 때도 나는 극장을 찾아가 볼 생각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런 감각적인 B급 영화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스콧 필그림도 좋아하는 마당인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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