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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대회 종료에 즈음하여

2013.07.01 05:39

조홍 조회 수:1905

네타  

솔직히 내가 이걸 왜했지 하는 후회는 없었습니다. 결승전 끝나기 전까지는.


대회 준비기간도 짧았고 운영능력도 미숙해서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망한대회였지만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고 팀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모였습니다. 실력차이가 컸다는 점이 지적되었던 건 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가장 먼저 신청을 넣어주셨던 팬택임원진 팀 같은 경우는 언랭이 3명이었고, 신음버드팀도 실버가 주축인 팀이었기 때문에, 세번째로 들어온 큐빅팀, 팀랭을 오랫동안 하며 손발을 맞춰온 MGO 팀 등등 나중에 들어온 팀들의 전력이 너무 강해 1라운드부터 노잼이라는 예상이 많이 나왔고 또한 그랬습니다.


사실 그래서 저는 리그전을 제안해서 대부분의 팀들이 최대한 많은 수의 경기를 치르게 한 뒤 하위팀들을 위주로 보너스 상품(주로 게임이 될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을 뿌릴 생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좋아했기 때문에 매너게임이라던가 졌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게임을 한 팀에게 스카이림을 돌릴 생각까지 했었거든요(이게 진짜로 일어났다면 우승팀 상금보다 더 비쌉니다!). 하지만 팀이 8팀이나 되었고 이걸 리그전으로 돌리면 한달 내내 돌려도 모자라다고 생각해서 결국 개막을 이틀 앞두고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제로 바뀌었습니다. 이러면 최소 두경기 이상은 반드시 치러야 하니 일반 토너먼트에 비해 비교적 많은 경기가 나올 것이고, 패자조 경기를 통해 언더독이 선전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안그래도 실력차 큰 노잼대회이지만 어느정도 보완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팬택임원진 팀이 첫경기에서 MGO 팀을 상대로 상당히 선전했기 때문에.


하지만 문제는 일정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대회 참가자들이 40명이나 되고 저와 중계 관계자들을 포함하여 거의 45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일정을 제 생각대로 쉽게 맞출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저의 안일함이 문제였습니다. 또한 대회 진행상황과 관련한 대진표나 관련 문서등 -트위터에 직접 올리기 힘든- 내용들을 일일이 주지시키려는 노력또한 나름대로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족했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이루려 했다가 모든 것을 날려먹는 과유불급의 전형적인 사례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일정 맞추면서 1라운드 대진이 두번이나 변경이 되었었고, 경기가 파토나는 일 없이 모든 경기를 치루고 싶었던 마음에 무리하게 변경을 하긴 하였었지만 지금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회를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나 대진이 변경된 채로 치루었던 첫날 두번째 경기에서 나온 사건 때문에 더더욱.


결국 시작부터 대진 변경이라는 미봉책으로 덮고 갔던 일정 문제 때문에 많은 일이 터졌습니다. 저의 무리한 일정 변경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팀이 라질쨩의 하얀가루들, 우리 자랑스러운 나갈없 올스타 팀이었는데, 대회 챔피언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던 그들의 패기에 다시한번 경의를 표하는 바이며, 주최자의 무리한 변덕으로 일정상의 피해를 온몸으로 받아야 했던 데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여튼 1라운드 경기를 간신히 끝냈지만, 1라운드 경기가 끝나자 두 팀이 기권을 해 버리는 바람에 패자조 1라운드 경기 두 경기가 무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회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정말로 불행한 일이었으나, 끝나고 나니 이런식으로 기권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제가 설계한 일정 안에 대회를 마무리짓는것은 불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해설과 중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는데 사실 정말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해설에 자신이 없기도 하고 목소리에도 자신이 없어서 일정 초반에는 해설자 두분을 모셔서 중계와 해설을 같이 부탁드렸는데 해설자분들의 일정 때문에 잦은 해설 교체가 있었고, 해설을 해주실 분들이 모자라 제가 직접 해설을 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하였는데, 목소리가 혐오스러운건 둘째치고 너무 웅얼웅얼하거나 거슬리는 소리가 너무 많더군요. 


하여간 대망의 마지막날까지 -기권팀이 네팀이나 나왔지만- 무사히 잘 왔고 이제 패자조 결승과 결승전 경기만 끝내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야구보다가 잠깐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경기시간이 벌써 20분이나 지나있던 겁니다. 이날 일정을 망가뜨린 점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황급히 눈도 제대로 못 뜬채 영문도 모르고 간신히 중계방 들어가 해설할 다른 분도 안 계셔서 대신 해설까지 하긴 했습니다만.. 정말 망한 해설이 되었습니다. 결승전에서는 정말 급하게 부른 미과(@Escientist)님께서 정말 엄청난 퀄리티의 해설을 뽑아주신 덕분에 무사히 중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만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 아닐 수 없군요.


다 끝내고 숨을 고르고 있는 지금 돌이켜보니 시작부터 망한대회는 끝까지 망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생활패턴을 한국 시간에 최대한 동기화시켜서 생활한 1주일간 재미도 있었고 많은 좋은 분들도 알았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우승하신 다시는 큐빅을 무시하지 마라의 봉키스님, 호 성 님, Opt Fairydance 님, Yabuki Kentaro님, Opt ChocoRabbit 님께 다시한번 축하를 드리고, 준우승하신 MGO S2 팀원 여러분들께도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더운 날씨에 멘탈 잃지 마시고 초심을 유지하며 게임하시길 오늘도 간절히 빌며 이만 줄입니다.


한 줄 요약: 아! 대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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