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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네타  

몬스터넷의 장인정신이 십분 발휘된 마스터피스(?) 이터널시티 온라인. 어느덧 서비스를 시작한지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1세대 장수게임 중 하나인 이터널시티는 특유의 세기말적인 스토리로 한때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나 뭐라나. 지금이야 사행심으로 똘똘 뭉친 저씨들이 백만원짜리 무기로 용돈벌이나 하며 겨우겨우 연명하는 좆망겜이지만, 그 스토리는 지금 봐도 정말로 재밌다(뱀발로 후속작인 이터널시티2 스토리도 예전에 따로 정리를 해서 올리고 있었는데, 워낙에 방대해서 중간에 포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 시간 나면 다시 올리거나 하겠thㅓ요.).


이제 이터널시티 스토리를 정리해 보도록 하자. 이터널시티는 크게 과거, 현재, 그리고 또다른 미래로 시간대를 구분할 수 있다. 그냥 미래가 아니다. 또다른 미래다! 이 부분에 유의하고 본문을 읽어주길 바란다.


과거 


때는 한창 분위기도 흉흉한 2씹세기 말엽. 게스트(G.U.E.S.T)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외계종족이 지구를 방문한다. 인류보다 몇 단계는 진보한 고도의 과학기술을 가진 이 파란 거인들은 인류의 우두머리들과 비밀리에 접촉하였다.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하에 대중에 게스트의 존재를 공표하지 않았던 것이다. 본래 우주 여기저기를 떠도는 게스트는 방문 초기엔 인류의 발전을 뒤에서 도와주는 둥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으나, 원체 자기들이 존나 잘나셨다는 걸 잘 아는 우등 종족인지라 한편으론 인류를 미개한 벌레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게스트는 인류를 대하는 방침을 도와주기에서 멸절시키기로 변경. 이에 위기감을 느낀 세계 각지의 수장들은 언론에 게스트의 존재를 공표하려 시도하나, 거의 모두 게스트의 손에 의해서 암살당하고 말았다. 여하간, 게스트는 혼란한 시기를 틈타 생겨난 세계통합기구(WITO)에 그들의 병기기술을 전수해 주어 위토의 손으로 지구정복사업을 개시한다.


헌데, 아주 기가 막히는 타이밍에 패러사이트라 불리는 제2의 외계종족이 지구권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게스트들과는 달리 특별한 지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육체적으로 슈퍼울트라캡숑짱짱 강한 전형적인 야수 같은 종족이었다. 패러사이트는 삽시간에 달의 뒤편에 지어진 게스트 기지를 정ㅋ벅ㅋ하고, 게스트는 일단 패러사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권에서 전면적으로 후퇴하고, 남은 지구에선 외계기술을 등에 업은 위토가 전세계를 상대로 학살을 강행중이었다.


세계통합기구 위토는 문자 그대로 전세계를 하나의 국가로 통일하자며, 다른 국가들을 무력으로 침공하는 형태를 취했는데, 대한민국 또한 위토의 가입 권유에 뻐큐를 날리고 그대로 신나게 얻어터지는 중이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투하된 생체병기로 인해 생명체들이 변이를 일으켜 도시는 삽시간에 좀비들의 소굴로 변한다. 침공 개시 후 불과 며칠만에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대한민국은 사실상 멸망. 살아남은 국민들은 지방 곳곳에서 저항군이 되어, 열악한 환경 속에 위토의 침공으로부터 악전고투를 지속한다.


그러던 와중 위토의 세계정복에 무력으로 대항하는 단체인 이터널 연합이 (EL.A)결성된다. EL.A의 수장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어쨌건 EL.A는 이전의 저항군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전투능력으로 위토군에 의해 점령당했던 국토를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양상은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EL.A 세력들이 대거 등장했다고 한다.


한편, 우리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흔한 저항군 A였는데, 前 대한민국 육군 소속의 이주창 소위 휘하에 한창 위토와 교전을 벌이던 와중,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가 후송되어 온 곳은 EL.A 한국지부의 지하 기지였다.


현재


힘들었던 재활훈련을 견뎌내고, 주인공은 이번엔 EL.A의 일원으로 활동을 개시한다. 그리고 EL.A가 비밀리에 개발중이던, 패러렐 월드 시스템의 존재를 발견하고, 패러렐 월드 이용 자격을 따내어 자신이 있는 세계가 아니라, 다른 평행세계의 우리나라로 가서 위토군을 계속 때려잡는다. 


헌데, 주인공은 매일같이 시간을 넘나들며 다른 세계에서 무력개입을 하여 그 세계의 미래를 바꾸는 자신의 행동이유에 의문을 느끼고, 이래저래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하지만 결국 제대로 된 답변을 얻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주인공이 답을 얻어낸 것은, 패러렐 월드 시스템을 경유하여 2005년으로 시간이동을 했을 때였다.


2005년의 대한민국은 위토의 총공세로 인해 사실상 국토 전체가 박살이 난 상태였다. 비단 도심 한복판 뿐만이 아니라. 그냥 전국이 폐허로 변해버린 수준이었고, 잘나가다가 결국은 된통 깨졌는지 EL.A의 세력도 대폭 위축되어 지하 방공호에 겨우 숨어서 사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주인공이 혼란을 느끼던 와중, 역사재편성기구 소속이라는 의문의 연구원이 주인공 앞에 나타났다. 그 남자는 주인공이 여태 궁금했던, "왜 다른 평행우주로 이동해서 그런 생난리를 치는 건가?" 라는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그건 바로, 패러렐 월드를 이용해 다른 평행우주로 가서, 그 우주의 과거 사건들을 올바르게 잡아 놓는다면 그 미래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는 소리였는데, 요컨대 "어쨌든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미 글러먹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가 다른 평행우주로 가서 깽판을 친다면, 적어도 그 우주는 평화로운 세계가 된다"는 소리였다.


주인공은 당연히 뻥진다. 일련의 시간여행들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된 것에 대한 충격은 상당하였다.


그러나, 그때까지 주인공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주인공이 살던 세계도 다른 이의 입장에선 평행우주라는 것이다.


여하간, 주인공이 사는 세계의 연표에 따르면 EL.A는 2005년을 기해서 사실상 멸망, WITO는 대한민국을 향한 무력작전의 공식적 중단을 선언하고 병력을 거의 다 물려 둔 상태였다. 허나 2006년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내에 의해서 잔존 EL.A 세력이 다시 규합되는 조짐을 보였다. 레지스탕스라 불리는 그 세력의 수장, 흰 옷의 사내는 일반적인 사람과는 상식부터 완전히 다른 전형적인 4차원형 인물이었는데, 유독 위토군과의 전투를 벌일 때는 귀신조차 울고 갈  소름끼치는 예측능력으로 위토군의 행동반경을 완벽하게 파악. 적절한 병력 운용을 통해서 위토 입장에선 공포와도 같은 개릴라 작전을 벌여나갔다. 이후, 주인공은 레지스탕스 리더의 지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고, 마침내 서울시내를 탈환한 레지스탕스 리더는 주인공에게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이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07년을 기점으로 EL.A 병력이 위토의 남극 본부를 점령, 위토군은  사실상 항복을 선언하고 EL.A는 기나긴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다. 물론, 아직 게스트와 패러사이트라는 골칫거리가 남아 있었다.



패러사이트는 이미 게스트의 월면기지를 정복한 상태였다. 게스트들은 저런 생각도 없는 하등한 괴물들한테 털렸다는 게 정말 열받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굴욕을 감내하고 인류와 손을 잡는다. 두 종족이 연합하여 달에 있는 패러사이트들을 몰아내기로 한 것이다. 2008년, 1년 전에 뜬금없이 나타난 게스트의 손에 파괴된 나로도 우주센터를 복구하고, 마침내 2009년 인류는 게스트의 기술을 빌려 제작한 우주선으로 달으로 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패러사이트의 모선들이 지구에 착륙하여 전세계에 혼란을 빚기 시작했다. 이러한 혼란속에 EL.A의 우주선 계발 공정은 거의 개박살이 나버리고, 2008년 12월 EL.A는 이번 월면 상륙 작전이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선언한다. 이후 EL.A가 다시 일어선 건 1년이 지난 2009년이 되어서였다.


다시 생산해낸 게스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형 강습함들, 그리고 EL.A는 2009년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하여 달의 패러사이트 섬멸작전, Christ Mas Journey를 개시. 마침내 패러사이트 세력을 완전히 소탕하고 60여대 가량의 생존 강습함들이 패러사이트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돌아온다. 인류 역사상 첫 외계세력과의 무력충돌 끝에 얻어낸 승리였다.


미래


여기서 우린 패러렐 시스템의 기반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대체 누가 이 기술을 개발하여, 어떻게 이용할 계획을 세운 것인가. 그리고 EL.A의 압도적인 인력과 자금은 대체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지. 이에 대한 해답은 이러하다.


참고로, 게임상에서 몇몇 인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패러렐 시스템의 존재를 모른다. 즉 그들이 사는 세계가 그들의 고향이다.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가서, 60여 대의 강습함들이 지구권으로 귀환하는 순간, 샘플을 보관한 6대의 강습함을 제외한 나머지가 원인불명의 폭발을 일으키고 문자 그대로 소멸된다. 이는 패러사이트 샘플이 지닌 귀중한 가치에 눈독을 들인 EL.A의 일부 세력이 주도한 일로, 이후 인류는 정보를 독점하려는 세력과, 얻어내려는 세력 사이의 대립구도가 다시 형성되고, 여러 혼선을 빚으며 기나긴 싸움 끝에 진화를 한 신인류도 나타나는 등 난리 부르스를 치른다.


결국 외계종족과 힘을 합쳐 얻어낸 평화는, 인간끼리의 싸움에 의해 도로 박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고 말았고, 몇몇만 살아 남은 인류는 정처없이 방황하던 와중, 과거 게스트가 점령했을 당시 생겨난, 네바다 사막의 게스트 유적을 발견, 그 지하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게스트가 인류에게 남기고 간 선물을 찾는다.


여기서 공식적인 이터널시티의 스토리는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게스트가 남긴 선물은 뭘까. 수수께끼 투성이의 EL.A, 뭐하는 놈인지 알 수 없는 레지스탕스 리더. 이런 모든 연결고리들을 하나로 묶어줄 해답은 바로 이것이다.


(단 이하의 서술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팬들의 추측일 뿐이다.)


게스트 지하 유적엔 패러렐 월드 시스템이 있었다.


즉, 이터널시티는 루프물인 것이다. 시간순이 아닌 루프 순서대로 다시 이터널시티 연표를 정리해보자.


구세계의 인류는 상기 서술했던 전쟁사를 거친 끝에, 최종적으로 멸망했다.


게스트 유적에서 패러렐 시스템을 발견했다.


패러렐 시스템을 이용해 과거 멸망을 맛보았던 인류는 우리(플레이어)가 있는 평행우주로 건너왔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번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EL.A를 창설한다.



앞서 말했던, 우리가 사는 세계도 다른 이들의 입장에선 평행우주의 하나라는 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L.A의 기반세력, 미래를 예측하는 것처럼 귀신들린 전술능력을 자랑하는 레지스탕스 리더 등, 패러렐 시스템을 이용하면 그 모든 게 설명된다. 다른 평행우주로 가서 미래를 바꾸는 것도,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 놓여 있던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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