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라라라라라!
2011.11.29 03:17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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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놈들까지도 연회에 맞아들일 셈인가? 정복왕."
"당연하지. 왕의 말은 만민을 향해 발하는 법. 일부러 경청하러 온 자라면 적도 아군도 없는 것이다."
태연히 그렇게 말하고, 라이더는 술통의 와인을 국자로 담아 어쌔신들에게 내밀 듯 들어올린다.
"자, 걱정하지 말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자는 이곳으로 와 잔을 들어라. 이 술은 네놈들의 피와 함께이니라."
휭──하고, 허망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라이더의 권유에 대답한다.
국자는 라이더의 손안에 자루만을 남기고, 남은 머리 부분은 동강나 땅에 떨어졌다. 어쌔신들 중 한 명이 내던진 단도(더크)에 의한 소행이다. 담겨져 있던 와인은 무참히 안뜰의 대리석으로 흩뿌려졌다.
"……"
말도 없이, 엎질러진 술을 바라보는 라이더. 그것을 조롱하듯이 해골의 가면들이 쿡쿡하고 소리죽여 웃는다.
"──이 몸의 말, 잘못 들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뜻밖에 조용한 라이더의 어조가, 이때, 뭔가가 결정적으로 변질되어 있다고 눈치 챈 것은, 그때까지 그와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자들뿐이었다.
"『이 술』은『네놈들의 피』라고 말했을 터──그런가. 굳이 땅바닥에 쏟아버리고 싶다고 한다면, 별수 없지……"
그때, 질풍이 몰아쳤다.
뜨겁고 건조한, 타버릴 듯한 바람이었다. 밤의 숲, 그것도 성벽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는 결코 있을 리 없는──마치 작열의 사막을 지나쳐온 듯, 굉연하게 귓가를 찢는 바람. 깔깔한 자갈을 혀에서 느끼며 웨이버가 당황해 침을 뱉는다. 그것은 모래가루였다. 괴이한 바람이 옮겨온, 있을 수 없는 열사(熱砂)였다.
"세이버, 그리고 아쳐여. 이것이 연회의 마지막 물음이다. ──무릇, 왕이라는 것은 고독한가, 아닌가?"
소용돌이치는 열풍의 중심에 서서, 라이더가 입을 연다. 그 어깨에서 요란하게 펄럭이는 망토. 어느 샌가 정복왕의 장속은 영령으로서 본래의 전투차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쳐는 입가를 이죽이며 실소했다. 그런 것은 물어볼 것까지도 없다, 라는, 무언의 대답이었다. 세이버도 또한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왕도를 의심하지 않는다면, 왕으로서 살아온 그녀의 나날이야말로, 거짓 없는 그 해답이다.
"왕이라면……고독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양자의 대답에 라이더가 크게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 응하듯이, 용솟음치는 바람이 보다 한층 기세를 높인다.
"안된다구!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네놈들에게는, 역시 내가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왕인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하에서 불어 닥치는 열풍이, 마침내 현실을 침식하고, 뒤덮는다. 한밤의 숲에 있어서는 안 되는 괴이의 가운데, 거리와 위치는 의미를 잃고, 그곳은 열사(熱砂)의 건조한 바람만이 지나가는 장소로 모습을 바꿔간다.
"그, 그런……!"
경악의 목소리는, 웨이버와 아이리스필……마술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식자들의 것이었다.
"고유결계──라고!?"
내리쬐는 작열의 태양. 맑게 펼쳐진 창궁의 저편, 거칠게 부는 모래가루로 일렁이는 지평선까지, 시야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밤의 아인츠베른 성으로부터, 단지 일순간에 변환한 그곳은, 분명 현실을 침식한 환영. 기적과도 아울러 일컬어지는 마술의 극한이 틀림없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심상풍경의 구현화라니……당신, 마술사도 아닐 텐데!?"
"물론 다르다.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광대한 결계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자랑스러운 웃음을 띠고 있으면서도, 이스칸달은 부정한다.
"이것은 일찍이 나의 군세가 누볐던 대지. 나와 고락을 함께했던 용자들이, 다 함께 마음을 불태웠던 경색이다."
세계의 변전(變轉)에 따라, 그곳에 휩쓸렸던 자들은 위치관계까지도 뒤집혀 있었다. 다세(多勢)로 포위를 짜고 있었을 어쌔신들은 한 무리의 덩어리가 되어 황야의 저편으로 쫓겨나고, 중앙에 선 라이더를 사이에 끼고, 반대측에 세이버, 아쳐와 두 사람의 마술사가 물러세워져 있다. 그것은 무리지은 어쌔신의 군세를 앞에두고, 라이더가 단신으로 막아서는 구도이기도 했다.
──아니, 과연 지금 라이더는 단독인가?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그의 주위에 나타난 신기루와 같은 그림자를 응시한다. 하나가 아니다. 둘, 넷 하고 배로 숫자를 늘리면서 대오를 짜나가는 아련한 군마의 모습. 그것들이 점차로 색과 두께를 갖추어간다.
"이 세계, 이 경관을 형상화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우.리.들.전.원.의 심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경악의 눈빛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속속 이스칸달의 주위로 실체화해가는 기병들. 인종도 장비도 가지각색이지만, 그 다부진 체구와, 용장(勇壯)에 치장된 구족(具足)의 반짝임은, 마치 각각이 서로 경쟁하듯이 찬란하고 정한(精悍)하다. 단 한사람, 웨이버만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엄청난 괴이의 정체를.
"이것들……일기일기(一騎一騎)가 서번트야……"
정당한 계약을 맺은 마스터에게만 주어지는, 서번트의 영격(靈格)을 꿰뚫어보고 평가하는 투시력. 지금 이 장소에서 그것을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웨이버는 알아버렸다. 자신의 서번트인 영령 이스칸달의 비장의 무기. 그 두려워 해야 할 최종보구의 정체를.
"봐라, 나의 무쌍한 군세를!"
지금 한없이 자랑스럽게, 드높게, 정복왕은 늘어선 기병의 대열을 양팔로 펼쳐 보인다.
"육체는 사라지고, 그 혼은 영령으로서 『세계』의 부름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게 충성하는 전설의 용자들. 시공을 넘어서 나의 소환에 응한 영원한 붕우(朋友)들. 그들과의 유대야말로 나의 보물! 나의 왕도! 이스칸달인 내가 자랑하는 최강보구──『왕의 군세(아이오니언 헤타이로이)』이다!!"
랭크 EX 대군보구. 독립 서번트의 연속소환. 군신(軍神)이 있었다. 마하라쟈가 있었다. 이후 대대를 이어가는 왕조의 시조가 있었다. 그곳에 모인 영웅의 수만큼 전설이 있고, 그 모두가 빠질 것 없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들 전원이, 그 위명의 근원이 한결같이 같은 눈빛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위대한 이스칸달과 말머리를 함께 했던 용자, 라고. 단 하나, 아무도 타지 않은 말이 라이더의 곁으로 나간다. 유달리 날렵하고 다부진, 거수(巨獸)라고 부르고 싶어질 정도의 준마였다. 인간이 아닌 존재이면서, 그 위풍은 다른 영령들에게 뒤지지 않는 용장(勇壯)이다.
"오랜만이구나, 나의 짝이여."
어린아이 같은 만면의 웃음으로, 라이더는 거마의 머리를 팔로 강하게 끌어안는다.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그녀』야말로, 후에 신격까지 주어져 숭배 받는 전설의 명마 부케팔로스다. 정복왕의 진영에 있어서는 이제 군마까지도 영령의 격인 것이다. 모두가 경탄에 소리도 내지 못했다. 같은 EX랭크의 초보구를 자랑하는 아쳐조차도, 이 빛나는 군세를 비웃을 수는 없었다.
왕의 꿈에 걸고, 왕과 함께 달린 영걸들. 죽어서도 여전히 끝나지 않는 그 충의를, 파격의 보구로 모습을 바꾸어 구현시킨 정복왕.
세이버는 전신을 떨었다. 라이더의 보구의 위력을 두려워한 것은 아니다. 보구의 존재 그 자체가, 기사왕으로서의 그녀가 자랑하는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완벽한, 절대적인 지지(支持)──
보구의 영역에까지 도달한 신하와의 유대──
이상(理想)의 왕으로 있어왔던 기사왕의 생애에 있어서, 최후까지 그녀가 손에 넣지 못했던 것──
"왕이라는 것은──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살고, 모든 이를 매혹시키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
부케팔로스의 등에 다리를 걸친 라이더가 소리 높여 노래한다. 그것에 응하여 늘어선 마상의 영령들이, 일제히 방패를 두드려 울리며 환호한다.
"모든 용자의 선망을 지고, 그 도표로서 서는 자야말로, 왕. 따라서──!"
압도적인 자신감과 긍지를 담아, 정복왕은 세이버와 아쳐를 비예(...)한다.
"왕은 고독하지 않다. 그 위대한 뜻은, 모든 신민이 품은 뜻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영령들의 제창은 땅을 울리고, 창천의 저편으로 퍼져나간다. 어떠한 대군도, 성벽도, 마음을 하나로 모은 정복왕의 붕우들의 앞에 적이 아니다. 드높은 그 전의의 총합은, 대지를 뚫고 바다를 가른다.
하물며, 그림자 속 간자(間者)의 집단 따위는 안개의 무리만도 못할 것이다.
"자, 그러면 시작할까, 어쌔신이여."
그렇게 그림자의 무리에게 미소 짓는 라이더의 시선은, 한없이 영맹하며 잔인했다. 왕의 말을 가로막고, 왕의 술을 거절한 불한당에게, 이제 그는 일말의 자비도 베풀 마음이 없는 것이리라.
"보다시피, 우리들이 구현화한 전장은 평야. 공교롭게도 숫자로 이기는 이쪽에 지형의 유리함이 있겠지?"
핫산 안의 백의 얼굴은, 이 순간 성배를 잊어버렸다. 승리를, 령주의 사명을 잊고, 서번트인 자신을 잃었다. 소용없음을 알고 도주하는 자. 자포자기에 사로잡혀 소리치는 자. 어쩔 줄 모르고 얼어붙은 자──가망을 잃어버린 해골의 가면은, 이제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유린하라!"
용서 없이, 주저 없이, 단호하게 울리는 라이더의 호령. 그리고──
『AAAALaLaLaLaLaie!!』
호응하며 울리는 함성. 저 옛날 아시아를 동서로 횡단했던 무적의 군세의 웅규가, 다시 전장을 진동시킨다. 그것은, 이미 투쟁조차 아니었다. 소탕전이라 부를 만한 보람도 없었다. 쌀알 한 톨이 맷돌에 갈려나가는 모습이라 해도, 조금은 더 볼만 했을 것이다. 빛나는 『왕의 군세』의 촉형진형이 달려 나간 그 후에는, 일찍이 어쌔신이라 불린 서번트가 존재했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저 피비린내를 풍기는 모래먼지가 허무하고 자욱하게 솟아오를 뿐이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승리의 함성이 터져나온다. 왕에게 바친 승리를 자랑하고, 왕의 위명을 찬미하면서, 일단 소임을 마친 영령들은 다시 영체로 돌아가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그에 따라 그들의 마력의 총합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던 고유결계도 해제되고, 모든 것이 물거품의 꿈이었던 것처럼 경색은 본래의 밤의 숲으로, 아인츠베른 성의 안뜰로 되돌아온다. 하얀 달빛 속의 정적은, 미진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세 사람의 서번트와 두 사람의 마술사는, 앉아있던 위치도 그대로 다시 술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 단지, 어쌔신들의 모습만이 없다. 단도에 의해 양단된 대나무 국자의 잔해만이, 유일한 흔적이었다.
"──마무리는 흥이 깨져버렸구먼."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라이더가 그렇게 불평하며, 아직 잔에 남아있었던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세이버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아쳐만이 무엇인가 심기가 불편한 듯이 코웃음 칠 뿐이었다.
"과연. 아무리 잡종들뿐이더라도, 그만큼 숫자를 모으면 왕이라고 떠들 수도 있겠는가. ──라이더, 역시 너라는 놈은 눈에 거슬린다."
"마음대로 떠들어라. 어차피 나와 네놈은 직접 결착을 짓게 될 테니까."
시원스럽게 웃으며 받아넘기고, 라이더는 자리에서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