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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다리털 겨털 항문털

기묘한 사건

누가 그랬더라? 우리들은 수많은 신비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벌어진 사건에서 뿜어지는 신비는 그리 환상적이지도 낭만도 없었다. 단지 더러웠다. 5월의 따사로운 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대학 내 캠퍼스는 새내기 대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흐르는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르다. 그래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익숙지 않은 공기가 캠퍼스 내를 휘감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연둣빛 잔디가 펼쳐진 소공원으로 그 불길한 공기를 내뿜는 중심지가 눈에 들어온다. 분수대 주변을 에워싸고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래 저게 그 정체다.

“쿠로누마 저기인 것 같아.”

카제하야가 날 바라보며 조금은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아이고 귀여운 것 또 흑심이 마구 생기네. 허나 아직도 성으로 부르는 카제하야가 내심 맘에 안 들기는 했다. 이제는 자연스레 이름을 불러주면 고맙겠다 이 말이지. 상큼아

“저…….저기 비켜주세요. 져지멘트(judgement) 간부 쿠로누마입니다.”

팔에 찬 노란색 완장을 보여주자 마치 모세가 홍해의 기적을 보여주듯 좌우로 갈리어져 나갔다. 내심 부심 돋네. 분수대로 천천히 다가갔다. 평소에 분수대와 다름이 없었다. 허나 조금 더 찬찬히 살펴보자 그 기묘한 이질감의 정체를 찾아내었다.

분수대 안에는 안경에 여드름이 덕지덕지 난 뚱뚱한 사내가 속옷도 안 입은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사건은 아직 일어난 것은 얼마 안 되었다. 시신은 아직 그 형태가 온전했다. 허나 두 눈을 뜨고 제대로 바라보기에는 심성이 두부스럽고 연약한 나 같은 숙녀에게는 안 맞는다 이거지.

“도시요~ 손나 히도이요. 카제하야!”

“우선 저 시신을 끌어내야지.”

“다메다요!”

잠시의 실랑이가 있고 물속에 푹 절은 오타쿠 시신을 끌어내었다. 보기 민망한 부분은 주변에 벗겨진 옷가지로 가리긴 했지만 속이 울렁거린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시신을 꺼내놓고 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쿠로누마 이것 좀 봐.”

카제하야가 분수대에 손을 넣어 초록색에 무언가를 끄집어 올렸다. 그것은 청색의 테이프였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거뭇거뭇한 무언가가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저게 뭐지?’ 가까이서 다가가 그것을 바라본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털들이었다. 길거나 짧고 혹 꼬불꼬불한 털들이 잔뜩 붙어 있는 청색의 테이프는 악몽에서도 접하지 못할 정도로 끔찍했다.

그럼 저 털의 주인이? 역시나 그 오타쿠의 시신에 다리는 마치 여성이 제모를 한 것처럼 깔끔하게 털이 제모되어 있었다. 퉁퉁한 다리가 새하얀 족발을 내밀고 있으니 격하게 식욕이 올라가면서도 한편으론 속이 메슥거리는 게. 호....혹시? 아니야 그럴 리 없어. 항상 카제하야는 콘돔을 사용하는걸. 그리고 날짜 계산도 제대로 하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저번 달에 마법이 걸렸었나? 안 걸렸었나? 어쩌지.

‘이……. 이렇게 되어버리면 같이 결혼 할 수 밖에 없잖아! 당신도! 나도!’

“쿠로누마 왜 그래? 안색이 아까부터 안 좋아 보여. 잠깐 저기서 쉬고 있을래?”

“아냐 괜찮아. 절대 카제하야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시신에 대한 검사는 생각보다 늦게 진행되었지만 - 같은 남자인 카제하야라도 이런 시신을 보며 조사하기는 다소 힘든 모양이다. 물론 죽은 이분에게는 실례지만 말이야. 조사결과 처음 익사로 추정했지만 이는 아니었다. 오타 아니 피해자는 테이프로 온몸에 있는 털을 청 테이프로 이리저리 뜯기며 고문을 당하다가 쇼크사 한 것으로 카제하야와 난 결정지었다.
피해자에 몸 전체적으로 퍼진 상흔이나 고통으로 가득한 표정 등을 봐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다 이거지.
이제 져지먼트는 그만두고 상큼한 조교를 둔 여성 탐정이나 할까보다. 그 왜 잘난 박사님 만나서 마취 총이 달린 시계라든지 아니면 만날 빈둥거리고 놀러 다녀도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고등학생을 보면 부러웠다 이 말이지.

그래 아무튼 본론으로 넘어가서 입에 담기 그렇지만 다리털부터 시작해서 겨드랑이 털, 성기는 물론 항문에 있는 다소 애매한 부위에 털까지 하나하나 뽑혔으니 그 충격과 수치심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하지만 피의자는 누구이고 어떤 의도로 5월에 따스한 햇볕 쬐는 대학 캠퍼스 분수대에 이리 죽어서까지 수치심을 주려했는지, 이는 차차 고민해야 할 문제다.

대강에 추리가 끝나자 사이렌 소리가 저 멀리서 다가온다. 이윽고 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부랴부랴 뛰어온다. 참 빨리도 온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인데? 고개를 돌리자 깔끔한 외모에 이 따스한 봄날에도 고집스레 검은 슈트를 걸친 유키아츠 형사였다. 또 딴죽이나 걸려고? 하지만 오늘은 힘들걸? 너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이 말이지. 유키아츠 형사가 큰 걸음으로 씩씩거리며 다가온다.

“저지멘트면 다야? 멋대로 사건 현장을 훼손하다니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는 거야?”

“아노 유키아츠 형사님. 매번 늦으시면서 똑같은 레퍼토리의 대사를 하면 듣는 사람도 지겹답니다.”

“뭐라고? 꼭 희멀건게 시월에 한 품고 죽은 처녀귀신 같은 게 어디 해보자는 거야?”

“하얀 색 원피스. 여장”

내가 나지막이 그의 귀에 대고 말하자 그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져갔다. 식은땀마저 흘리는걸 보니 나도 모르게 속에서 쾌재가 나오네.

“무…….무슨 소리야?”

“제가 주말마다 뒷산에 올라가 쓰레기를 줍는 데, 그날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걸어 다니는 이상한 처자를 봤습니다. 헌데 이 처자 몸이 우락부락할뿐더러 무언가 상당히 낯익다 싶어 조심스레 그 뒤를 밟았는데 그게 우연인지 유키아츠 형사님을…….”

“데꿀멍이라도 하겠습니다. 쿠로누마님 봐주십시오. 그 사실이 퍼지면 가정이 붕괴되고 나라가 망하고......”

패닉 상태에 빠진 유로아츠 형사는 뒷정리는 우리에게 맡기라며 식은땀을 주룩 흘리며 말하는 모습이 자신이 만든 작품은 반드시 성공한다며 설레발을 떨다가 말아먹은 어느 감독의 뒷모습과 같더이다. 이제 사건의 해결은 지금부터다. 그의 주변에 인물들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수사망을 펼쳐 나가면 해답은 나올 것이다.

가뜩이나 변태들이 넘치는 이 기괴한 시대에 이런 사건은 또 다른 시발점이자 기폭제가 된다. 철저히 조사하여 어디에도 갈 곳 없는 신세로 만들어야한다.

“카제하야 배고파 족발이라도 사줘. 살이 잔뜩 붙어있는 걸로”

“쿠로누마 원래 족발 돼지 냄새 난다고 안 먹지 않았어? 이상하네. 꼭 아이라도 가진 임산부처럼”

“소…….손나. 무리다요.”

범인을 찾기 전에 가까운 병원에서 뱃속부터 수색 해야 할 것 같다.



- 어엌ㅋㅋㅋㅋ 여흥거리로 잠시 끄적인 개드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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