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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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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방 좀 치우고 살아. 혼자 살아도 정도가 있지.

비.

치울거야, 치워.

김치 잘라서 넣어놓고. 저거, 곰국 담은 통은 냉동실에 넣어뒀다 나중에 냄비에 넣고 끓여먹으면 돼. 집 꼭 좀 치워놔, 여자애가 이렇게 어지르고 다니면 몸에도 안 좋아. 엄만, 걱정도.

비.

그러게 엄마 걱정 안 되게 잘 좀 해, 기왕이면 청소도 좀 해놓고 가고싶은데 비가 이렇게 와서야….

비.

괜찮다니까. 알아서 잘 해요. 비 더 오기 전에 어서 들어가.

비.

그래, 그래야겠다. 아무튼 엄마 갈테니까 아프지말고. 수업 열심히 듣고. 부모가 못나 고생이다 생각해. 됐어, 엄마 자식도 만만찮아.

비.

아 그리고. 응. 조만간 아빠가 얼굴 한 번 보잰다. 아빠? 그래, 얼굴 못 본 지 꽤 됐잖아. 아빤 싫어. 왜? 다 큰 딸하고 마주앉아서 술이나 한 잔 마시고 그럼 좀 좋아. 술만 마시면 주정에 능청에 늘 자기 편한대로만 사는데 좋긴. 너 그러는 거 아냐. 아빠가 너 얼마나 챙겼는데. 내 몸 말고 자기 몸이나 챙기라 그래. 말 하는 것 좀 봐라, 하여간 자식 키운 보람이 없네.

비.

나 혼자 살고싶어한 거 반은 아빠 때문인 거 알아? 아빠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 아빠 집에서 매일 뒹굴고 편한대로 먹고자고하는 거 꼴보기 싫었다구. 몸도 안 좋은 주제에 대체 뭘 믿고 그러는거야. 너네 아빠가 좀 그렇긴 하지. 나 애비없는 자식 만드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 같아. 그래도 연아, 그러는 거 아냐. 네 말대로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 그래도 부모자식간이 다 그런 거야. 대화로 풀어나가야지. 됐어, 시비걸고 싸워봤자 이기면 부모한테 대드는 배은망덕이고 지면 그 때부터 자기합리화에 잔소리만 몇시간에, 아빠랑은 대화자체가 하기 싫다고.

비.

아유, 점점 쏟아지네. 아무튼 마음 풀어. 저저, 나 갈테니까 따라나오지 마라. 나올 필요 없어. 레포턴가 리포튼가 뭔가 써야한다며.

비.

알았어, 조심해서 가. 도착하면 전화해. 그래.

복도 안쪽으로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한 손을 길게 뻗어 열어놓은 현관문을 천천히 닫는다. 한쪽으로 끼익끼익, 녹슨 소리가 거슬린다.

뒤돌아서서 휑하니 홀로 켜진 형광등을 보며 잠시 외로움을 느꼈다. 습도를 먹은 빨래가 닫힌 노트북 옆으로 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닿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 전원을 누르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엄마, 엄마야? 급하게 발을 빼다 쓰레기통을 넘어뜨렸다. 우산을 놔두고 갔지 뭐냐, 요새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하여간, 엄마 건망증은 여전하네. 너네 할머니 빼다박았어. 조심해서 가. 우산을 건네주고 다시 현관문을 닫는다. 아까보다 심한 쇳소리를 내며 마지못해 닫힌다.

불이 꺼진 방에서 전원이 켜진 컴퓨터 불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불을 켜고 쪼그리고 앉아 엎어진 쓰레기통으로 흘러나온 내용물을 주워담고는 손을 씻는다. 덧없는 덧투성이 인생이여. 괜스레 우울해졌다. 블라인드 밖으로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으려나. 도저히 그치지 않을 것 같아도 어느새 보면 그쳐 있다. 멈추지 않을 것처럼 살아도 어느 새 보면 죽어있다. 거침없이 쏟아졌다가 자취를 감추는. 그런 의미없는 반복들. 의미 없는 삶들.

하여간, 비만 오면 청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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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은 아니고 프롤로그임 . 이 부분은 여자 시점이라서 감정적인 느낌이 강함 안느껴지면 됐고 아무튼 오그리토그리손발퇴갤


이런 거 올리는 거 아니면 지우고 딴거씀 애니팬픽은 잘 안쓰지만

로1리 나오는 소설 쓰고싶다 근데 상상하기 귀찮으니까 걍 로1리그림이나 그리러감 로1리는 상상보다 보는 게 진리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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