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2 산다이바나시
2011.05.12 14:15
프링글스 포카칩 콜라
12시 52분 시작
"자기는... 프링글스랑 포카칩 중에 어느게 더 좋아?"
"어느쪽이던 선배가 그런 목소리로 얘기하는 시점에서 기분이 더럽네요. 꺼져"
"쌀쌀맞기는.. 난 양놈 감자칩이랑 국산 감자칩을 가지고 자기의 애국심을 판단하려고 했던거 뿐인데? 자기양~"
"그러니깐 꺼지라고요. 들러붙지 마세요."
"역시 자기도 양놈이 좋은거야? 그런거지? 하지만 그건 환상에 불과해. 멍청이같이 양키의 큰 사이즈에만 집착하다니 그건 뭘 모르는거라고.
그래. 이왕에 이렇게 된거 자기에게 사이즈가 작아도 효율이 몇만배는 뛰어난 국산의 위대함을 직접 가르쳐 줘야겠는데?"
"뭘 가르킨 다는거에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세요. 단전에 힘을 모으고 하반신을 들어올리지 마세요. 그리고 꺼지라고."
"그렇게 툴툴거리는 자기도 귀여워~ 너의 포카칩을 깨물어 주고 싶네?"
"그러니깐 아까부터 꺼지라고 했잖아 이 게이새끼야!!"
가볍게 흘려넘기는 웃음소리.
오늘도 평범한 일상.
멍청한 이야기와 멍청한 웃음이 계속되는 멍청한 나날. 그런 멍청함이... 때론 놀랍게도 사랑스럽다.
이 멍청한 사람이 언제부터 내 곁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니깐.
처음 만났을땐 이렇게 한심한 사람이 아니였는데....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
"자기 요새 나한테 너무 차가운거 아니야? 달아오른 내 몸은 어떡하라고! 책임져 이 변태!"
"왜 내가 변태고 선배가 피해자인 거처럼 말하는거에요? 변태."
"변태라고 하는사람이 변태다 뭐! 근데 변태변태 계속하니깐 변태가 무슨 다른 단어처럼 들리지 않냐? 게슈탈트 붕괴현상! 변태!"
"혼자서 열심히 뇌세포 붕괴하세요. 과제하고 있으니깐 조용히만 해주시구요."
"자기의 전매특허인 방치 플레이가 시작되는거야..? 난 몰라. 잠이나 자야지. 대신에 끝나면 놀아줘야 돼?"
"자기라고 부르는거 그만두면 생각해 볼게요."
"야호! 달링이 놀아준댄다! 잘자 달링~"
"..."
이런 사람이 아니였는데.....
그 눈오던 날 나를 구해준 사람은, 이런 사람이 아니였어.
작년 이맘때쯤, 난 한번 죽었었다.
물론 그건 비유적인 표현으로, 그때도 지금도 몸뚱이는 멀쩡하게 붙어있다.
5년동안 사귀어 오던 그녀와 헤어진 날.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어.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 그리고 밤을 새워가며 염원하던 같은 대학에 진학했던 두 사람.
두 사람의 앞길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밝기만 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행복한 나날.
그녀는 그 날도 해맑게 웃어보이고 있었어. 대학생이 되자 부쩍 늘어난 저녁 데이트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였지.
그녀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손에 들고, 그녀는 길 위를 나긋나긋 걷고 있었어.
장난기가 발동한 난 그녀를 간지럽혀 주려고 했지. 그녀의 웃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 그만둬~ 나 간지럼 잘 타는거 알면서 그래? 하핫...야.. 그만두라.. 히힛.."
그게 내가 보게 될 그녀의 마지막 웃음이란걸 알지도 못한채. 난 장난을 계속했다.
내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그녀는, 눈길위에서 중심을 잃었어.
밤 늦은 시간의 정적을 깨고 달려오는 자동차 소리.
그리곤 무엇인가가 으깨지는 소리.
그리고.... 내 손에 남겨진 따듯한 감촉.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하는 거처럼 보였던 흰 눈에, 빨간 빛 물감이 물들어 간다.
방금 전까지 웃고 울고 장난치고 있었던 그녀가 한낱 '물체'가 되어 있었다.
그녀를 치어버린 운전수는 도망쳐 버렸지만, 난 그를 원망할 마음 조차 들지 않았다.
내가. 내가 죽였다. 지금 눈앞에 멀쩡한 하반신과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얼굴이 굴려다니는 그 사람을,
내가. 이 손이 죽이고 말았다.
이럴리가 없는데, 두 사람의 미래는 이제부터 였을텐데, 그냥 즐거운 데이트에서 돌아오는 길이였는데...
하느님, 이건 뭔가 이상하잖아요? 이거 꿈이겠죠? 너무나도 행복한 우리에게 내려주신 장난스러운 꿈.
그럴리 없겠죠...?
내가 그녀를 죽이다니 그런일이 일어날리 없잖아...?
무엇인가가 내 발밑으로 굴러왔다. 그녀가 좋아했던 음료수가 들려있는 누군가의 오른팔이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그 무기질한 감촉에, 서서히 감각이 현실로 돌아오는걸 느낀다.
"-------!"
울었다. 그자리에서 어쩔 줄을 모른채, 말로 표현되지 않는 오열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그날 나는 한번 죽었다.
그 뒤로는 무엇을 해도 인생에 의미가 없었다. 그녀와 함께 들어오기위해 공부한 대학도, 그녀와 함께 놀았던 친구들도,
매일같이 그녀와 걸어왔던 통학로도....
그저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영위해가는 인형. 마음이 죽어버린 껍데기.
그런 나에게, 어떤 멍청이 한명이 다가왔었다.
"니가 우리 과에서 제일 어두운 자식이라며? 얼굴도 잘생긴게 왜 아침부터 죽을상이야? 이거나 마시고 기운내라."
그 멍청이가 던져준건 그녀가 제일 좋아하던 음료수.
그 날부터, 그 멍청이는 날 구해주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점심, 쉬는시간. 과제에 집적대기, 술자리에 부르기, 휴일에 쳐들어오기.
그녀가 사라진 이후로 누구와도 접점을 가질 생각이 없었던 내 마음속을, 그 사람은 억지로 비집고 들어왔다.
한번은 간섭하지 말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주먹질을 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그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너, 죽을 상 말고도 다른 표정도 지을 줄 알게 됬구나?"
어이가 없었다.
한번은 왜 이렇게 까지 나한테 달라붙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미친척하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자 그 멍청이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는 친구중에 너랑 비슷한 놈이 한명 있었거든. 그 자식은 혼자서 일어서기에 너무나도 힘들었어.
누구도 만나지 않고, 매일매일 죽고싶은 생각뿐이였고, 누군가가 도와주지도 않았어.
그렇지만 어느날 그녀가 정말 이런 내모습을 바라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먼저 떠나버린 그녀가 등을 떠밀어주기까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런데 그 자식이 자기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 후배를 보고, 가만히 놔둘 수 가 없다네?
그래서 나랑은 전혀 아무렇지도 별 관계없는 친구이긴 하지만 내가 도와주기로 했단 말씀이야."
"....."
"니 잘못이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어. 그렇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웃어준건
이런 한심한 너를 위해서가 아니였을거라는 생각을 하란 말이야.... 라고 그 친구가 전해주라네."
"꺼져요."
"싫다."
"꺼지라고요!"
"싫다고 이 멍청한 새끼가!"
그날은 나도 물러날 수 없었다.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둘은 싸웠고, 결국 먼저 쓰러진건 내쪽이였다.
새하얀 눈이 한송이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병신 자식이! 니가 이렇게 지내는건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는거 모르냐! 그녀가 평생 널 살인자로 만들고 싶어하는줄 알아!"
"....."
"나도... 나라고 해서 매일매일 웃으며 지내는게 아니야!
그녀한테 부끄럽지 않도록, 그녀와의 추억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힘들어 죽겠단 말이다!
그것도 못하는 병신새끼한테 손좀 내밀어 주겠다는게 뭐가 그렇게 나빠! 멍청한 새끼가!"
"...."
"나도....흐...흑....시발새끼..."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멍청한 남자가 두명. 그렇게 바닥에 퍼질러진 채로 몇시간이 흐른걸까.
선배가 입을 열었다.
".... 목마르다. 좀만 기다려."
그리곤 잠시후 나에게 던져준 음료수 한병.
그녀가 매일같이 마셔대곤 했던, 빨간 라벨이 붙은 콜라였다.
내 완패였다.
그 눈오던날 날 한번 죽였던 음료수병이, 지금 흩날리는 눈과 함께 이번엔 날 구원해줬다.
시간이 흘러 봄이 완연한 지금. 그 멍청이는 과방 에 놓여있는 소파에서 곤히 잠들고 있었다.
"...... 고마워요. 선배."
"그럼 츄~ 해주면 안되? 달링~"
함정이였다.
"자는 척 하지 말라고요! 무슨 말을 못해...."
"히히.. 가끔씩 상냥한 달링도 멋지다니깐~"
"그러니깐 꺼지라고요."
"아 목마르다. 가방속에 뭔가 있었을텐데..? 아직 남아있었네! 달링도 마실래? 물론 나랑 100% 간접키스지만."
책상너머로 던져진건 빨간색 라벨이 붙은 콜라 한병.
...선배한텐 정말 못이기겠어요.
오늘도 평범한 일상.
멍청한 이야기와 멍청한 웃음이 계속되는 멍청한 나날. 그런 멍청함이... 때론 놀랍게도 사랑스럽다.
14:14분 종료.
이번엔 시간도 망하고 분량조절도 망했네ㅜ
BL냄새가 난다면 그건 너님의 코가 병신인거지! 깔깔!
12시 52분 시작
"자기는... 프링글스랑 포카칩 중에 어느게 더 좋아?"
"어느쪽이던 선배가 그런 목소리로 얘기하는 시점에서 기분이 더럽네요. 꺼져"
"쌀쌀맞기는.. 난 양놈 감자칩이랑 국산 감자칩을 가지고 자기의 애국심을 판단하려고 했던거 뿐인데? 자기양~"
"그러니깐 꺼지라고요. 들러붙지 마세요."
"역시 자기도 양놈이 좋은거야? 그런거지? 하지만 그건 환상에 불과해. 멍청이같이 양키의 큰 사이즈에만 집착하다니 그건 뭘 모르는거라고.
그래. 이왕에 이렇게 된거 자기에게 사이즈가 작아도 효율이 몇만배는 뛰어난 국산의 위대함을 직접 가르쳐 줘야겠는데?"
"뭘 가르킨 다는거에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세요. 단전에 힘을 모으고 하반신을 들어올리지 마세요. 그리고 꺼지라고."
"그렇게 툴툴거리는 자기도 귀여워~ 너의 포카칩을 깨물어 주고 싶네?"
"그러니깐 아까부터 꺼지라고 했잖아 이 게이새끼야!!"
가볍게 흘려넘기는 웃음소리.
오늘도 평범한 일상.
멍청한 이야기와 멍청한 웃음이 계속되는 멍청한 나날. 그런 멍청함이... 때론 놀랍게도 사랑스럽다.
이 멍청한 사람이 언제부터 내 곁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니깐.
처음 만났을땐 이렇게 한심한 사람이 아니였는데....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
"자기 요새 나한테 너무 차가운거 아니야? 달아오른 내 몸은 어떡하라고! 책임져 이 변태!"
"왜 내가 변태고 선배가 피해자인 거처럼 말하는거에요? 변태."
"변태라고 하는사람이 변태다 뭐! 근데 변태변태 계속하니깐 변태가 무슨 다른 단어처럼 들리지 않냐? 게슈탈트 붕괴현상! 변태!"
"혼자서 열심히 뇌세포 붕괴하세요. 과제하고 있으니깐 조용히만 해주시구요."
"자기의 전매특허인 방치 플레이가 시작되는거야..? 난 몰라. 잠이나 자야지. 대신에 끝나면 놀아줘야 돼?"
"자기라고 부르는거 그만두면 생각해 볼게요."
"야호! 달링이 놀아준댄다! 잘자 달링~"
"..."
이런 사람이 아니였는데.....
그 눈오던 날 나를 구해준 사람은, 이런 사람이 아니였어.
작년 이맘때쯤, 난 한번 죽었었다.
물론 그건 비유적인 표현으로, 그때도 지금도 몸뚱이는 멀쩡하게 붙어있다.
5년동안 사귀어 오던 그녀와 헤어진 날.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어.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 그리고 밤을 새워가며 염원하던 같은 대학에 진학했던 두 사람.
두 사람의 앞길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밝기만 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행복한 나날.
그녀는 그 날도 해맑게 웃어보이고 있었어. 대학생이 되자 부쩍 늘어난 저녁 데이트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였지.
그녀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손에 들고, 그녀는 길 위를 나긋나긋 걷고 있었어.
장난기가 발동한 난 그녀를 간지럽혀 주려고 했지. 그녀의 웃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 그만둬~ 나 간지럼 잘 타는거 알면서 그래? 하핫...야.. 그만두라.. 히힛.."
그게 내가 보게 될 그녀의 마지막 웃음이란걸 알지도 못한채. 난 장난을 계속했다.
내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그녀는, 눈길위에서 중심을 잃었어.
밤 늦은 시간의 정적을 깨고 달려오는 자동차 소리.
그리곤 무엇인가가 으깨지는 소리.
그리고.... 내 손에 남겨진 따듯한 감촉.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하는 거처럼 보였던 흰 눈에, 빨간 빛 물감이 물들어 간다.
방금 전까지 웃고 울고 장난치고 있었던 그녀가 한낱 '물체'가 되어 있었다.
그녀를 치어버린 운전수는 도망쳐 버렸지만, 난 그를 원망할 마음 조차 들지 않았다.
내가. 내가 죽였다. 지금 눈앞에 멀쩡한 하반신과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얼굴이 굴려다니는 그 사람을,
내가. 이 손이 죽이고 말았다.
이럴리가 없는데, 두 사람의 미래는 이제부터 였을텐데, 그냥 즐거운 데이트에서 돌아오는 길이였는데...
하느님, 이건 뭔가 이상하잖아요? 이거 꿈이겠죠? 너무나도 행복한 우리에게 내려주신 장난스러운 꿈.
그럴리 없겠죠...?
내가 그녀를 죽이다니 그런일이 일어날리 없잖아...?
무엇인가가 내 발밑으로 굴러왔다. 그녀가 좋아했던 음료수가 들려있는 누군가의 오른팔이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그 무기질한 감촉에, 서서히 감각이 현실로 돌아오는걸 느낀다.
"-------!"
울었다. 그자리에서 어쩔 줄을 모른채, 말로 표현되지 않는 오열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그날 나는 한번 죽었다.
그 뒤로는 무엇을 해도 인생에 의미가 없었다. 그녀와 함께 들어오기위해 공부한 대학도, 그녀와 함께 놀았던 친구들도,
매일같이 그녀와 걸어왔던 통학로도....
그저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영위해가는 인형. 마음이 죽어버린 껍데기.
그런 나에게, 어떤 멍청이 한명이 다가왔었다.
"니가 우리 과에서 제일 어두운 자식이라며? 얼굴도 잘생긴게 왜 아침부터 죽을상이야? 이거나 마시고 기운내라."
그 멍청이가 던져준건 그녀가 제일 좋아하던 음료수.
그 날부터, 그 멍청이는 날 구해주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점심, 쉬는시간. 과제에 집적대기, 술자리에 부르기, 휴일에 쳐들어오기.
그녀가 사라진 이후로 누구와도 접점을 가질 생각이 없었던 내 마음속을, 그 사람은 억지로 비집고 들어왔다.
한번은 간섭하지 말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주먹질을 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그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너, 죽을 상 말고도 다른 표정도 지을 줄 알게 됬구나?"
어이가 없었다.
한번은 왜 이렇게 까지 나한테 달라붙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미친척하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자 그 멍청이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는 친구중에 너랑 비슷한 놈이 한명 있었거든. 그 자식은 혼자서 일어서기에 너무나도 힘들었어.
누구도 만나지 않고, 매일매일 죽고싶은 생각뿐이였고, 누군가가 도와주지도 않았어.
그렇지만 어느날 그녀가 정말 이런 내모습을 바라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먼저 떠나버린 그녀가 등을 떠밀어주기까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런데 그 자식이 자기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 후배를 보고, 가만히 놔둘 수 가 없다네?
그래서 나랑은 전혀 아무렇지도 별 관계없는 친구이긴 하지만 내가 도와주기로 했단 말씀이야."
"....."
"니 잘못이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어. 그렇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웃어준건
이런 한심한 너를 위해서가 아니였을거라는 생각을 하란 말이야.... 라고 그 친구가 전해주라네."
"꺼져요."
"싫다."
"꺼지라고요!"
"싫다고 이 멍청한 새끼가!"
그날은 나도 물러날 수 없었다.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둘은 싸웠고, 결국 먼저 쓰러진건 내쪽이였다.
새하얀 눈이 한송이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병신 자식이! 니가 이렇게 지내는건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는거 모르냐! 그녀가 평생 널 살인자로 만들고 싶어하는줄 알아!"
"....."
"나도... 나라고 해서 매일매일 웃으며 지내는게 아니야!
그녀한테 부끄럽지 않도록, 그녀와의 추억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힘들어 죽겠단 말이다!
그것도 못하는 병신새끼한테 손좀 내밀어 주겠다는게 뭐가 그렇게 나빠! 멍청한 새끼가!"
"...."
"나도....흐...흑....시발새끼..."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멍청한 남자가 두명. 그렇게 바닥에 퍼질러진 채로 몇시간이 흐른걸까.
선배가 입을 열었다.
".... 목마르다. 좀만 기다려."
그리곤 잠시후 나에게 던져준 음료수 한병.
그녀가 매일같이 마셔대곤 했던, 빨간 라벨이 붙은 콜라였다.
내 완패였다.
그 눈오던날 날 한번 죽였던 음료수병이, 지금 흩날리는 눈과 함께 이번엔 날 구원해줬다.
시간이 흘러 봄이 완연한 지금. 그 멍청이는 과방 에 놓여있는 소파에서 곤히 잠들고 있었다.
"...... 고마워요. 선배."
"그럼 츄~ 해주면 안되? 달링~"
함정이였다.
"자는 척 하지 말라고요! 무슨 말을 못해...."
"히히.. 가끔씩 상냥한 달링도 멋지다니깐~"
"그러니깐 꺼지라고요."
"아 목마르다. 가방속에 뭔가 있었을텐데..? 아직 남아있었네! 달링도 마실래? 물론 나랑 100% 간접키스지만."
책상너머로 던져진건 빨간색 라벨이 붙은 콜라 한병.
...선배한텐 정말 못이기겠어요.
오늘도 평범한 일상.
멍청한 이야기와 멍청한 웃음이 계속되는 멍청한 나날. 그런 멍청함이... 때론 놀랍게도 사랑스럽다.
14:14분 종료.
이번엔 시간도 망하고 분량조절도 망했네ㅜ
BL냄새가 난다면 그건 너님의 코가 병신인거지! 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