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단편 소설 『모닥불』
2011.05.24 02:56
여느 때와 같이 오늘도 데이브는 아침 6시에 일어 났다. 일어난 후에는 습관적으로 바로 운동을 한다.
그 운동이란 것은 그냥 집 주위를 30분동안 뛰는 것이다. 그것도 운동이라면 운동 이였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나선 바로 아침을 먹는다.
그리곤 습관적으로 옷장으로 가서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밤새 입었던 잠 옷을 양복으로 갈아입는다.
데이브는 그 행동을 셀 수 없을 정도로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하는 옷을 찾는데 서툴다.
그래서 매일 아침 한숨을 쉬며 손으로 서랍 깊숙한 곳을 뒤적거리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와이셔츠가 아닌 무언가 부드러운 촉감의 무언가가 잡혔다.
“이런 게 여기 있을 줄이야...”
데이브는 이미 너무나 작고 낡아져 낄 수 조 차 없게 된 그의 장갑을 손에 쥐고 조용히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읖조렸다. “잘 살고있을까?”
그 시절 데이브는 상당히 냉소적이고 말이 없는 아이였다. 그렇기에 주위에는 거의
친구가 없다시피 하였고 친구라고 해도
데이브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가 대부분 이였다.
항상 귀에 이어폰을 달고 살던 데이브는 공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좋아 하는 게 있었던 것 도 아니다.
다만 좀 특별한 것 이라고 말할게 하나 있었긴 했었다. 그건 산에 올라가
하루고 이틀이고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는 것 이였다.
확실히 그것은 특별하다못해 별난 행동이였다.
대단히 준비물들을 챙겨가 재밌게 지내는 게 아니라 텐트와 음식, 그리고 책과 mp3
이어폰, 그리고 손전등만 들고 가 낮에는 하루 종일 하늘만을 바라보고
저녁이 되기 시작하면 하염없이 지는 노을을 바라보다 손전등을 키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것뿐이였다.
그것 뿐이였는데도 데이브는 그것이 좋았다.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었다.
그 시절 데이브가 유독 수십 번 수백 번을 읽는 책이 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 이였다.
데이브는 왜일까 자신이 꼭 홀든 콜필드(주.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의 이름)라고 생각했었다.
그 시절에는.
주위 친구들은 데이브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둘도 아니고 혼자 산에 이유도 없이 올라가 캠핑하는 모습을 보고는 모두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모두 그랬던 건 아니 였다. 반 친구
중에 제인 이라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얼굴이 이쁜 건 아니 였는데 그렇다고 못생긴 것 도 아니 였다.
그런 그녀는 내게 몇 안되는 친구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 부터 같은 동네에 살아 알고 지낸지가 5년이 넘어가고있었다.
어느날 수업후 어느새 그녀는 내 앞에서 살며시 웃고 있었다. “나도 같이 캠핑하러가도 될 까?” “응..? 니가 왜?
” “그냥.. 나도 산에서 한 번 자보고 싶어”
“그래? 그런데 준비물 많이 챙겨 가면 안돼”
“알았어, 언제 갈꺼야?” “내일이나 모레쯤”
“그래 그럼 그 때 같이 가자”
너무나 의외 였다. 그것도 여자애가 남자인 나와 같이?.
뭐 별거 아니겠지 데이브는 생각했다.
다음 날 밤, 데이브와 제인은 밤에 만나 같이 산에 올라갔다.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고 같이 텐트에 앉아 있었다.
조용히 타는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던 제인이 갑자기 말했다.
“아참, 데이브 나 선물 가져왔어”
“웬 선물?”
“그냥, 오늘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서”
“응..”
그녀가 웃으며 건넨 건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손장갑 이였다.
그 때는 10월 말 쯤 이여서 슬슬 추워지려는 시기였다.
“앞으로 점 점 추워 질텐데 겨울에 캠핑할 때 이거 꼭 끼고 해”
“고마워. 제인,
졸리진 않아?”
“으응... 조금 졸리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그럼 먼저 자”
“응 먼저 잘게”
그렇게 제인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먼저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잠 들었다.
난 읽던 책을 옆에 놓아두고 밤새도록 그 장갑을 바라보고, 껴보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본 장갑.
얇았지만 정말 따뜻했던 장갑.
데이브는 그 시절의 그 순간의 기억을, 그 순간의 감촉을, 느낌을, 감정을, 기분을 잊을 수 가 없다.
아니, 잊어버렸지만 가슴 깊은 곳에 남아있었다.
얼마 전 제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피로연에서 본 남자는 굉장히 세련되어 보였고 그 옆에 있는 제인 또한 매우 행복한 모습이였다.
그녀의 웃음은 역시 해맑았다. 그 시절처럼.
제인은 청첩장을 나에게 보냈다.
왜 보냈을까?
오랜 친구니까.
그렇겠지.
그래 그런 거 겠지.
갑자기 그 시절 모닥불이 생각 난다.
장갑을 이리 저리 둘러보던 내 뒤로 제인이 자면서 하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생각났다.
얼굴도 잊혀져 버릴 정도로
시간이 흘렀어도 그동안 기억 하지 못했던 제인의
목소리.단어.말.
“데이브, 사랑해”
왜 이제야 생각 났을까. 왜 지금까지 잊고 살았을까.왜 그때 그 말을 듣고도 난 아무말도 그녀에게 해주지 못했을까.
오늘도 데이브는 아침 6시에 일어 났다.
그의 아침 행동들은 다른 여느 날과 변함 없이 똑같다.
다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테이블위에 지금은 바래고 바래진 그 시절 제인과 캠핑 갔을 때 찍었던 사진
그리고 그 옆엔
제인이 데이브에게 줬었던 작은 장갑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끝
어느날 갑자기 삘이 와서 휘뤼릭 쓴 자작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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