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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11/05/26 산다이바나시 <잠,도망,리셋>

2011.05.26 02:03

모순나선 조회 수:185

새벽 1:34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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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혼미한 정신을 추스려 잠에서 겨우 깨어난 나의 육체는 뇌가 내리는 명령을 거역할 정도로 지쳐있었다.
타는 듯한 입술을 움직여 침 한모금을 삼킨후 주변을 바라보니 지극히도 낯선 풍경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 작열하는 햇빛,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보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리고는 조금씩 웃기 시작해 결국은 누가 보면 미친놈처럼 실실 웃기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도망자의 신분에서 탈출한 것이다.
나는 성공한 것이다.

이미 먼지에 파묻혀버린 내 왼쪽 손목을 바라보았다.
홀로그램 영상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시계가 시간과 오늘의 날짜를 희미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2056년 4월 12일, 15:33:02.. 03... 04...
정확히 그 날 로부터 일 년이 지났다.
아... 나는 이상스러울 정도로 강한 안도감과 함께 자신의 상황이 웬지모르게 웃겨서 허탈한 웃음을 지은뒤에 눈을 감은 뒤 정확히 1년 전의 그 장소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 나는 이상한 시설속에 갇혀 있었다. 아니, 갇혀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인식하지 못했다.
단지 나는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다 그곳에서 죽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가르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나는 인조인간 이였다.
그 수용소에는 나와같은 인조인간들이 수도없이 많았었다.
시간이 흐른뒤 나는 언젠가 어느 가정 혹은 어느 회사에 팔려가 실제 인간의 대용품으로 사용된 후 가차없이 분해되어 버려질 운명이였다.
그런데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나의 존재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 계기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매일 매일 전혀 수용소같지 않은 사회시설에서 생활하며 삶에 만족하는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아름다웠다. 단지 아름다웠다는 말로 모든것이 표현되리라.
아름다운 보라색 머리에 한없이 인간같던 그 얼굴.
아마 그녀도 실제 인간은 아니였을 것이다.
인조인간이였던 나에게는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동족인식의 능력이 나에게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그녀는 나의 전뇌에 어떤 정보를 전달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녀를 찾으려 했지만 나는 한 발자국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순간의 나와의 접촉을 통해 어떤것을 전하려 했을까.
아니 그전에 그녀는 누구인가? 정체가 무엇인가?
그런것들을 머리속으로 복잡하게 생각하고있는 사이에 그녀가 전해준 정보의 해석이 끝났다는 알림을 받고 그 정보를 보기 시작했다.
그 정보는 충격적이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적혀있었다. 거기에는.

"도망가. 너를 만든 인간들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너의 왼쪽 가슴의 고동을 뛰게해."

나는 처음에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자꾸 생각할 수록 하나씩 이해가 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할말을 잃은 채 한참동안이나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 날 나는 결심했다. 도망가기로. 이 현실로부터. 나의 운명으로부터.
정확히 기억한다. 2055년 4월 12일 바로 일 년전 오늘이였다.

나는 그녀가 넣어준 바이러스를 이용해 수용소 메인 관리 AI의 방화벽을 해채한 후 모든 시설 가동의 중심이 되는 가동 비밀번호를 해킹한 뒤
내가 설정한 비밀번호로 잠궈놓은 뒤 그렇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물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동안 나를 찾는 경찰들에게 거의 잡힐뻔한 적도. 죽을뻔한 적도 한없이 많았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살아있다. 비록 지금까지도 나의 왼쪽 가슴에서는 고동이 느껴지지 않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 나의 고스트가 속삭인다.
너는 살아있다고, 너의 진짜 심장은 지금 뛰고있다고, 너는 인간이라고.

그렇다. 나는 이제 나의 목 뒤에 있는 리셋 버튼을 누르기 전이였다.
내가 리셋된다면 어느 누구도 나를 다시는 볼 수 없을것이다.
내가 리셋된다면, 내 몸에 내장되어있는 센서들이 나의 생명활동을 정지상태로 인식할 것이고 세상에서 오직 나의 전뇌속에 입력되었던
수용소 시설의 작동 비밀번호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곤 나와같은 모든 인조인간들은 마치 정확히 일 년전 내가 그랬듯이 모두 자유를 위해 도망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죽을것이다.
인간들이 나를 찾는다 하여도 이미 모든 정보는 소실되어있을 것이다.
아니 죽는다는 말이 맞는것일까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죽어있던 존재가 아니였을까.

실제 인간이라면 타는듯한 태양을 직접 바라볼 수 없지만 나는 그대로 바라 볼 수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태양빛, 그 빛을 나는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나는 조금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리셋 버튼위에 올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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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입니다.

두번째 인데 이거 진짜재밌네요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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