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이바나시[달력, 빵, 시계]
2011.05.26 22:30
9:20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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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고등학교의 급식은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빵으로 해결한다. ㅡ과거에 급식소라는게 있지만 급식업체에서 영 좋지 않은 일이 있어 물러난 뒤 그 급식소를 통째로 카페테리아로 만든 모양이다.ㅡ 물른 빵 말고 여러가지도 팔지만 가장 간편하게 먹고 배채울 수 있어서 제일 인기 있는건 빵, 굳이 플러스하자면 우유까지다. 학교 옆의 [쿄코쨩네 제과점]에서 출장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이곳 빵은 아예 급식 대신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특히 금요일에만 들어오는 야키소바빵은 왠만하게 빨리 오지 않는 이상은 절대 사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초절정을 달린다. 물른 그만큼 맛있는건 말 안해도 비디오고.
지금 달력이 가리키는 요일은 금요일. 4교시. 국사시간이다. 손에 찬 G-쇼크 손목시계가 시간을 1초만큼 갱신하고 있다. 지금 남은 시간은 20분. 자리는 기본적으로 번호순대로 배정되다 보니 내 자리는 맨 뒷자리가 되는 지라 전부 파악할 수 있었는데 벌써부터 애들의 엉덩이가 하나둘씩 의자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 물론 키가 작거나 눈이 나쁜 녀석은 앞에 앉지만 그 녀석들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예 멀쩡한 의자를 놔두고 공기의자를 앉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야키소바빵이 먹고 싶었냐 네녀석들.
"에. 여기서 게이쵸의 역慶長の役, 한국에서는 정유재란이라 불리는 이 전쟁은 이순신의 노량 해전으로 실질적인 마무리가 되었다. 그 당시 일본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 후, 일본 내에서는 내전의 조짐이 보이자 조선에 진출해있던 모든 무장들이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명량 해전에서 제해권을 장악한 이순신은 이제까지 전쟁을 일으킨 무장들에게 전쟁의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하여...."
젠장. 망할 역사선생. 1시간 내내 이순신 이야기나 하고. 그 사람이 한국의 넬슨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한건 알고 있지만 어찌 설명하면 분노쿠의 역文綠の役ㅡ한국에선 임진왜란으로 쓰는 모양인 그 전쟁ㅡ과 게이쵸의 역이 전부 이순신 전설로 설명할 수 있는거지? 다른 무장은 없어? 조선의 무장은 이순신과 원균밖에 없는거냐?! 게다가 당신 일본인이잖아. 그렇게 한국인 이야기를 계속 하다가 의심받을 수 있다고. 아아.... 빨리 끝내줬으면 좋겠다. 이순신이니 고니시 유키나가니 이런 소리는 집어 치우고 빨리 마치고 어서 뛰어갔으면 좋겠다.
긴장으로 수축하고 있는 아킬레스건이 언제든지 튀어나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반에서 까페테리아까지는 약 3-400미터. 씨발 진짜 마음같아서는 수업중인걸 무릅쓰고 우사인 볼트처럼 빨리 뛰어가서 야키소바빵과 카스타드빵을! 아아.. 생각만 할수록 입에 침이 고인다. 아 옆에 타카기 이녀석 벌써 입이 침으로 번들거리고 있다. 게다가 여자애가 말이지.. 뭔가 야겜의 히로인이 ■■■을 잡혀 ■■에다 ■■■을 ■■하고 ■■■■을 당한 것과 같은 얼굴과 똑같아서 조금 이상하게 보인다.
"이순신은 총에 맞아 전사했지만 그는 '싸움이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라며 싸움을 종용했다. 그렇게 노량 해전은 끝나게 되었고 일본군은 겨우 50척만 남아 돌아가게 되었지. 퇴각하고 있는 군을 치고 있음과, 죽었는데고 계속 싸움을 종용하는 이순신의 행동과 결정에 학계에서는 여러 비판이 따랐고 전쟁광이라는 일설도 있지만 그건 조선인의 국민성을 파악하지 못한ㅡ"
칠판에는 지도와 배와 바다와 땅으로 가득차 있다. 1시간 내내 이순신의 해전에 대해서 지도까지 그리면서 그 전황을 칠판으로 일일이 그리면서 설명했던 것이다. 이봐요 선생님. 이 시간은 국사 시간이지 군사학 시간은 아니라고 젠장할. 게다가 판옥선이니 안택선이니 그 스펙과 일본군과 한국군의 전술이라던지 그런게 시험에 나오기라도 합니까. 지금 남은 시간은 2분. 다행인 것은 선생님은 점점 이야기가 떨어져가는지 말을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에.. 그러니까. 이 수업은.. 흠.. 다음 시각은 세키하가라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예습 잘 하도록ㅡ"
"기립!"
어서 일어서서 힘차게 외쳤다. 선생은 깜짝 놀랐지만 학생들은 어서 일어설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일어났던 것이다.
"경례!"
그 말과 함께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수업 종이 울리자 나, 그리고 우리 반 애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젠장할. 질수야 없지. 빨리 문 밖으로 나가자 말자 보이는건 다른 반 애들의 폭주였다. 야키소바빵은 까짓해야 300개. 두번째로 인기있는 카스타드빵은 500개. 그래서 한치라도 늦는다면 그날은 그냥 맛도 뭣도 없는 단팥빵이나 미군 부대에서 사온 이상한 레이션이나 처먹으면서 신세를 한탄해야 했다.
그러나 까페테리아 안은 혼란의 도가니요 헬게이트다. 가판은 벌써 시체어 굶주린 구울들에게 포위되었으며 계속 증식을 거듭하고 있었다. 완전 경보벨이 울릴때의 [레프트 4 데드]와 비슷하군. 좀더 온건하게 말하자면 주가 대폭락의 현장이다.
"야키소바빵과 카스타드빵요!"
"비엔나 롤과 야키소바빵!"
"고로케와 카스타드빵 부탁해요!"
젠장 뭘 시키든 야키소바빵과 카스타드빵은 꼭 들어간다. 망할 녀석들. 사실 이쯤되면 거의 늦은 것이다.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이라는 의미도 다 구라인 듯 온갖 새치기와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되지. 여기에서 중요한건 기백인데 그게 꺾이면 영락없이 단팥빵이나 레이션이나 처먹어야 했다. 참고로 이 학교 이사장이 어느 용병 출신라고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게 사실인지 까페테리아에선 항상 레이션이 들어온다.
인간의 물결 속을 허우적대듯 헤치며 외쳤지만 그래도 부족한지. 아니 인파속에서 튕기고 말았다. 이런 씨발. 오늘은 재수없게도 유도부와 스모부 애들까지 끼어 있어서 더더욱 헤쳐가기가 힘든 것이었다. 오늘도 즐겁게 단팥빵에 우유를 처먹어야 하나. 그때였다. 사람 그림자가 얼굴을 가리고 있기에 위를 쳐다보다 보이는 것은ㅡ
한 명의 여자아이였다. 여자애가 날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도약하고 있는 것이지만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몸을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려서 자세한 얼굴은 보지 못했다. 여자애는 지가 닌자라도 되는 것처럼 인파 위를 거닐며 사람의 어깨와 머리를 가볍게 밟고 앞까지 착지한 것이었다. 참고로 우리 학교에 체조부는 없었다. 육상부도 그저 그런 수준이지만 육상이란게 저렇게 닌자처럼 사람을 위를 날아다니는 스포츠는 절대 아니다.
"뭐 이딴게 다 있어."
나는 식탁에 앉아 인파가 빨리 빠져나가기를 빌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시각은 12시 10분. 5분정도 지나면 인파는 점점 빠져나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호주머니에 PSP를 꺼내는 찰나였다. 왠 여자아이가 내 앞에서 서 있었다. 물빛색 단발에 안경을 쓴 한 제법 귀여운 여자애였다. 그녀는 내 앞에서 뭔가 머뭇거리더니 살짝 외면하며서 빵을 내미는 것이었다. 야키소바빵과 카스타드빵. 나는 순간 이 여자아이가 아까의 닌자 여자애인걸 직감했다.
"에 뭐.. 누구였더라."
"미키 나츠미 美樹 夏美. 반장 주제에 반 애 이름도 제대로 못 외우는 거냐?"
분명히 반에 그런 애가 있었다. 기억이 났다. 하지만 반 내에서 미키의 이미지는 '조용하고 존재감도 없는 문학소녀'였다. 그녀의 손에는 맨날 책이 잡혀 있었다. 소설책인 모양이지만 친구와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책만 붙들고 있고, 그리고 성적은 맨날 상위권이라 별다른 괴롭힘도 없이 조용히 지내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번 닌자 액션은 물른이고 빵까지 내밀다니. 대체 정체가 뭐냐.. 라고 물으려던 차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 받아갈꺼야 반장? 빵값이나 내놔."
아차. 이렇게 멍해서는 안되지. 나는 그녀가 선뜻 내준 빵을 받으며 그 가녀린 손에 동전을 얹어주었다.
"자. 210엔. 맞지?"
"응."
미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순간 이키리 신지가 라미엘을 물리치면서 아야나미 레이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마치 레이를 따라하는 것처럼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차.. 착각하지마. 딱히 너 때문에 내는건 아니고.. 그냥 실수로 산 거니까."
얼굴까지 살짝 붉어지는 듯 하다. 이래선 완전히 츤데레구만. 오늘은 그녀를 다시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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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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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고등학교의 급식은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빵으로 해결한다. ㅡ과거에 급식소라는게 있지만 급식업체에서 영 좋지 않은 일이 있어 물러난 뒤 그 급식소를 통째로 카페테리아로 만든 모양이다.ㅡ 물른 빵 말고 여러가지도 팔지만 가장 간편하게 먹고 배채울 수 있어서 제일 인기 있는건 빵, 굳이 플러스하자면 우유까지다. 학교 옆의 [쿄코쨩네 제과점]에서 출장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이곳 빵은 아예 급식 대신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특히 금요일에만 들어오는 야키소바빵은 왠만하게 빨리 오지 않는 이상은 절대 사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초절정을 달린다. 물른 그만큼 맛있는건 말 안해도 비디오고.
지금 달력이 가리키는 요일은 금요일. 4교시. 국사시간이다. 손에 찬 G-쇼크 손목시계가 시간을 1초만큼 갱신하고 있다. 지금 남은 시간은 20분. 자리는 기본적으로 번호순대로 배정되다 보니 내 자리는 맨 뒷자리가 되는 지라 전부 파악할 수 있었는데 벌써부터 애들의 엉덩이가 하나둘씩 의자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 물론 키가 작거나 눈이 나쁜 녀석은 앞에 앉지만 그 녀석들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예 멀쩡한 의자를 놔두고 공기의자를 앉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야키소바빵이 먹고 싶었냐 네녀석들.
"에. 여기서 게이쵸의 역慶長の役, 한국에서는 정유재란이라 불리는 이 전쟁은 이순신의 노량 해전으로 실질적인 마무리가 되었다. 그 당시 일본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 후, 일본 내에서는 내전의 조짐이 보이자 조선에 진출해있던 모든 무장들이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명량 해전에서 제해권을 장악한 이순신은 이제까지 전쟁을 일으킨 무장들에게 전쟁의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하여...."
젠장. 망할 역사선생. 1시간 내내 이순신 이야기나 하고. 그 사람이 한국의 넬슨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한건 알고 있지만 어찌 설명하면 분노쿠의 역文綠の役ㅡ한국에선 임진왜란으로 쓰는 모양인 그 전쟁ㅡ과 게이쵸의 역이 전부 이순신 전설로 설명할 수 있는거지? 다른 무장은 없어? 조선의 무장은 이순신과 원균밖에 없는거냐?! 게다가 당신 일본인이잖아. 그렇게 한국인 이야기를 계속 하다가 의심받을 수 있다고. 아아.... 빨리 끝내줬으면 좋겠다. 이순신이니 고니시 유키나가니 이런 소리는 집어 치우고 빨리 마치고 어서 뛰어갔으면 좋겠다.
긴장으로 수축하고 있는 아킬레스건이 언제든지 튀어나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반에서 까페테리아까지는 약 3-400미터. 씨발 진짜 마음같아서는 수업중인걸 무릅쓰고 우사인 볼트처럼 빨리 뛰어가서 야키소바빵과 카스타드빵을! 아아.. 생각만 할수록 입에 침이 고인다. 아 옆에 타카기 이녀석 벌써 입이 침으로 번들거리고 있다. 게다가 여자애가 말이지.. 뭔가 야겜의 히로인이 ■■■을 잡혀 ■■에다 ■■■을 ■■하고 ■■■■을 당한 것과 같은 얼굴과 똑같아서 조금 이상하게 보인다.
"이순신은 총에 맞아 전사했지만 그는 '싸움이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라며 싸움을 종용했다. 그렇게 노량 해전은 끝나게 되었고 일본군은 겨우 50척만 남아 돌아가게 되었지. 퇴각하고 있는 군을 치고 있음과, 죽었는데고 계속 싸움을 종용하는 이순신의 행동과 결정에 학계에서는 여러 비판이 따랐고 전쟁광이라는 일설도 있지만 그건 조선인의 국민성을 파악하지 못한ㅡ"
칠판에는 지도와 배와 바다와 땅으로 가득차 있다. 1시간 내내 이순신의 해전에 대해서 지도까지 그리면서 그 전황을 칠판으로 일일이 그리면서 설명했던 것이다. 이봐요 선생님. 이 시간은 국사 시간이지 군사학 시간은 아니라고 젠장할. 게다가 판옥선이니 안택선이니 그 스펙과 일본군과 한국군의 전술이라던지 그런게 시험에 나오기라도 합니까. 지금 남은 시간은 2분. 다행인 것은 선생님은 점점 이야기가 떨어져가는지 말을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에.. 그러니까. 이 수업은.. 흠.. 다음 시각은 세키하가라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예습 잘 하도록ㅡ"
"기립!"
어서 일어서서 힘차게 외쳤다. 선생은 깜짝 놀랐지만 학생들은 어서 일어설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일어났던 것이다.
"경례!"
그 말과 함께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수업 종이 울리자 나, 그리고 우리 반 애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젠장할. 질수야 없지. 빨리 문 밖으로 나가자 말자 보이는건 다른 반 애들의 폭주였다. 야키소바빵은 까짓해야 300개. 두번째로 인기있는 카스타드빵은 500개. 그래서 한치라도 늦는다면 그날은 그냥 맛도 뭣도 없는 단팥빵이나 미군 부대에서 사온 이상한 레이션이나 처먹으면서 신세를 한탄해야 했다.
그러나 까페테리아 안은 혼란의 도가니요 헬게이트다. 가판은 벌써 시체어 굶주린 구울들에게 포위되었으며 계속 증식을 거듭하고 있었다. 완전 경보벨이 울릴때의 [레프트 4 데드]와 비슷하군. 좀더 온건하게 말하자면 주가 대폭락의 현장이다.
"야키소바빵과 카스타드빵요!"
"비엔나 롤과 야키소바빵!"
"고로케와 카스타드빵 부탁해요!"
젠장 뭘 시키든 야키소바빵과 카스타드빵은 꼭 들어간다. 망할 녀석들. 사실 이쯤되면 거의 늦은 것이다.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이라는 의미도 다 구라인 듯 온갖 새치기와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되지. 여기에서 중요한건 기백인데 그게 꺾이면 영락없이 단팥빵이나 레이션이나 처먹어야 했다. 참고로 이 학교 이사장이 어느 용병 출신라고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게 사실인지 까페테리아에선 항상 레이션이 들어온다.
인간의 물결 속을 허우적대듯 헤치며 외쳤지만 그래도 부족한지. 아니 인파속에서 튕기고 말았다. 이런 씨발. 오늘은 재수없게도 유도부와 스모부 애들까지 끼어 있어서 더더욱 헤쳐가기가 힘든 것이었다. 오늘도 즐겁게 단팥빵에 우유를 처먹어야 하나. 그때였다. 사람 그림자가 얼굴을 가리고 있기에 위를 쳐다보다 보이는 것은ㅡ
한 명의 여자아이였다. 여자애가 날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도약하고 있는 것이지만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몸을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려서 자세한 얼굴은 보지 못했다. 여자애는 지가 닌자라도 되는 것처럼 인파 위를 거닐며 사람의 어깨와 머리를 가볍게 밟고 앞까지 착지한 것이었다. 참고로 우리 학교에 체조부는 없었다. 육상부도 그저 그런 수준이지만 육상이란게 저렇게 닌자처럼 사람을 위를 날아다니는 스포츠는 절대 아니다.
"뭐 이딴게 다 있어."
나는 식탁에 앉아 인파가 빨리 빠져나가기를 빌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시각은 12시 10분. 5분정도 지나면 인파는 점점 빠져나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호주머니에 PSP를 꺼내는 찰나였다. 왠 여자아이가 내 앞에서 서 있었다. 물빛색 단발에 안경을 쓴 한 제법 귀여운 여자애였다. 그녀는 내 앞에서 뭔가 머뭇거리더니 살짝 외면하며서 빵을 내미는 것이었다. 야키소바빵과 카스타드빵. 나는 순간 이 여자아이가 아까의 닌자 여자애인걸 직감했다.
"에 뭐.. 누구였더라."
"미키 나츠미 美樹 夏美. 반장 주제에 반 애 이름도 제대로 못 외우는 거냐?"
분명히 반에 그런 애가 있었다. 기억이 났다. 하지만 반 내에서 미키의 이미지는 '조용하고 존재감도 없는 문학소녀'였다. 그녀의 손에는 맨날 책이 잡혀 있었다. 소설책인 모양이지만 친구와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책만 붙들고 있고, 그리고 성적은 맨날 상위권이라 별다른 괴롭힘도 없이 조용히 지내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번 닌자 액션은 물른이고 빵까지 내밀다니. 대체 정체가 뭐냐.. 라고 물으려던 차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 받아갈꺼야 반장? 빵값이나 내놔."
아차. 이렇게 멍해서는 안되지. 나는 그녀가 선뜻 내준 빵을 받으며 그 가녀린 손에 동전을 얹어주었다.
"자. 210엔. 맞지?"
"응."
미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순간 이키리 신지가 라미엘을 물리치면서 아야나미 레이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마치 레이를 따라하는 것처럼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차.. 착각하지마. 딱히 너 때문에 내는건 아니고.. 그냥 실수로 산 거니까."
얼굴까지 살짝 붉어지는 듯 하다. 이래선 완전히 츤데레구만. 오늘은 그녀를 다시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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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END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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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Grad
2011.05.26 22:47
뭔가 뒤에 더 있을것같은느낌이네. -
AugustGrad
2011.05.26 22:47
어쩃든 재밋게 잘 봤음요 -
앱씨
2011.05.26 22:48
아ㅋㅋ 마치 우리학교의 점심시간을 보는 거 같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