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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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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깨고 새로운 발돋움을 시작한 쿠로누마 사와코를 축하하며.

드디어 오늘 새벽 카제하야에게 닿은 쿠로누마 사와코. 이는 단순히 남녀의 새로운 인연의 탄생뿐만 아니라 소녀가 껍질을 깨고 
나와 스스로 이루어낸 행복에 한걸음 발돋움하는 감명 깊은 에피소드였지. 이 날을 기념하여 사와코에 대한 생각과 축하 글을 짤막히 써볼까 해.

 

쿠로누마 사와코라는 소녀를 볼 때 내가 느꼈던 최초의 감정은 연민과 동정이었어.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오해와 편견으로 서서히 층을 쌓아간 투명한 벽은 주변에서부터 서서히 옥죄어 고립 당하던 그녀. 헌데 이 사와코라는 소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점이 있었어. 그것은 긴 시간동안 계속된 삐뚤어진 시선과 편견의 벽 속에서 그 나이에 소녀라면 억울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노여워할 법도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것이 없어. 적어도 눈에 보이기에는 삐뚤어지지도 내면에 어둠도 엿볼 수 없었어.

(겉모습을 말 한 것은 아니야.)    

자신조차 바라보지 않으며 오롯이 남을 위하는 이타적 행동, 자신과 어떤 연조차 없는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는 모습. 

마치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상처 받고 외로워도 괜찮아요. 아무렇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어. 

처음에는 이런 소녀의 성격이 납득이 되질 않았어. 저런 성격을 가진 아이가 정말로 있을까? 답답해.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거야?

자기희생(自己犧牲)을 통해 그녀는 무얼 깨닫고 얻으려는 것일까? 이런 의문점이 처음 한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았지.

그런데 작품이 조금씩 진행되며 나의 이런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었어. 

그래 그녀의 그런 행동에 깨달음과 동시에 의문점은 어느새 사라지고 지독한 연민의 감정과 동시에 눈시울이 붉어졌지. 그녀는 들리지 않는 벽속에서 나오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또 누구도 알려주지 않으니, 혼자서 들리지 않는 외로움을 토해내며, 벽을 두들기고 있던 거야. 남들이 마다하는 일들이나, 누구도 칭찬하나 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나서서 선행을 행하는 모습. 나보다 자신과 하등 관계없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점. 그녀 스스로 유일하게 바깥과 소통할 수 있다 믿는 그녀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야. 

‘바보’처럼 우직하게 포기하지 않고 벽을 손발이 헤어지고 닳도록 두들기며 계속해서 외친거였지. ‘너무 외로워요. 정말 친구가 필요해요’ 누가 뭐라고 하던 어떤 눈으로 보던, 계속해서 이 벽을 넘어서 당신들과 닿고 싶다고 자신만이 알고 있고 또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방법으로 너무도 절실하게 외치는 것이었어.

하지만 그녀의 노력에도 벽은 더욱 더 높게 쌓여 갈 뿐이었고 그녀는 벽을 두들기며 생긴 상처와 아픔에 너무도 익숙해져 소녀로써 당연히 가져야할 감성과 감정도 무뎌지고 그것을 어느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였지. 그런데 포기 할 법 하지만 포기 하지도 않아. 순수하고 착한 이 소녀는 성실하게 노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밖에 모르는 ‘바보’거든. 이런 모습은 너무도 외롭고 슬퍼보였거니와 지독한 연민에 감정은 곧이어 더할 나위 없는 사랑스러움으로 바뀌어갔지.  

이런 점을 엿 보게 된 내 마음은 어느 순간 이 소녀에게 이입되어 가슴이 저릿해지는 아픔과 동시에 새로운 기대감을 품게 되더라고. 새벽에 이슬 같은 순수를 머금은 사랑스러운 소녀가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벽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어찌하면 긴 외로움과 상처에 마모된 마음을 다시금 피어나게 해서, 자신이 바라던 ‘행복한 바램’에 닿을지에 대한 소녀의 성장과 행복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 그녀의 노력이 보상받는 모습을 보며 내 자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겠다는 욕심을 가지며 작품을 보았지.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빠르게 한 줄기 빛이 벽 넘어로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간질였지. 카제하야 쇼타라는 빛줄기. 소년은 이런 그녀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찾아온 최초의 ‘바깥사람’이지. 이 빛줄기는 너무도 따스해서 조금 더 가까이에서 쬐고 싶다. 라는 사와코 그녀의 최초의 갈망과 함께, 벽에서 나가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카제하야 역시 그녀 주변에서 벽을 직접적으로 부셔주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그녀를 끊임없이 이끌어주는 원동력이었지. 이윽고 그런 그녀의 노력을 알아봐준 치즈와 아야네를 비롯해서 조금씩 자신의 순수함과 올곧음으로 주변을 수채화로 천천히 물들이듯이 변화시키고 쌓여있던 벽들을 조금씩 허물어갔어.



그래 1기는 그녀가 다시금 확고한 계기를 가지고, 새롭게 주변과 융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화였어. 친구라는 오래전부터 동경하던 첫 번째 행복을 얻고, 주변과 녹아들며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을 배우고, 조금 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며, 더 행복한 미래를 예감하기 위해, 오해와 편견 속에서 꿋꿋하게 용기를 내어 맞서나가는 그녀의 용기와 순수한 바램에 주변의 벽은 어느새 허물어져 갔지. 자신이 바래던 첫 번째 이상적인 목표를 순수하게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그곳에 다다른 거야. 

- 물론 그것에 다다르는 계기와 방법 등을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고 알려주었지. 허나 이것은 사와코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사와코 자신은 이런 노력에 결과물을, 주변의 도움덕분에 바뀌었다며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리지만, 내가 보기엔 카제하야의 말대로 그건 그녀가 노력한 만큼 얻어야 할 당연한 전리품이야. 그리고 그토록 그녀가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어 하고 자신에게 ‘수많은 처음’을 알게 해준 카제하야란 빛은 더욱 더 따스하게 그녀를 따스하게 비추며 간질였지. 



그리고 2기는 이런 자신을 이끌어준 계기이자 자신이 진정 동경과 존경을 넘은 커다란 감정. 사랑이란 감정을 깨닫게 해준 첫 번째 존재. 카제하야라는 궁극적인 행복에 다다르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었지. 

쿠로누마는 이것에 닿기 위해선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용기와 내면의 성숙, 그리고 깨달음이 필요했어.

긴 세월 상처와 고독에 길들어져 감정에 둔감한 소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전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지.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마음을 전할 때 다가오는 혹여 닿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거대한 두려움. 상대를 좋아하는 만큼 되돌아오는 ‘겁(怯)’은 자신의 진실 된 감정을 짓누르고 스스로 상처받지 아니하게 몸을 웅크리며 상대방을 바라보던 시선과 마음을 스스로 왜곡하게 되지. 좋아한다는 같은 단어의 뜻을 ‘나와는 다를 것이야.’ 그리고 이것은 오해라는 흉흉한 것을 낳게 되어 결국 잠시나마 서로 엇갈리게 되지. 

그리고 단순히 용기의 부족뿐만 아니라 그녀는 둔감해진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 자신보다 타인을 더 생각하고 맞추는 것에 길들어져서 정작 본인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지 아니한 것도 문제였지. 벽은 오래전에 부셔져 내렸지만, 그녀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거대한 벽 속에 다시금 갇혀버린거지.    



하지만 자신이 일구어낸 ‘친구’라는 존재가 이번엔 카제하야를 대신하여 캄캄한 어둠속에 길을 비추는 등대처럼 그녀를 이끌어가지. 사와코 역시 자신이 원하던 평범한 소녀로써의 동경하던 삶을 손에 넣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카제하야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는 또 다른 계기이자 각성하게 된 것이고. 이번에도 사와코는 그대로 주저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다시금 벽을 허물고 앞으로 걸어 나가지.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당당하게 드러내보자고! 카제하야에게 너의 그 모든 것을 원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그녀는 그렇게 달려갔지.




그리고 닿았어. 무슨 말이 필요 있으랴? 그와 동시에 조금 미성숙하고 마모된 그녀의 마음에 한 줄기 꽃이 피며 긴 겨울 땅에서 깨어나 피었지. 그녀의 성장을 지켜보며 만족감과 위안을 끌어안던 나에게 이 순간만큼 더한 보답과 기쁨은 없었지.

사와코에 긴 겨울은 끝났어. 그녀가 그토록 그리던 봄날이 다가 온 것이지. 잠시 따스한 봄날을 시기한 차디찬 꽃샘바람이 불기 하였지만 그것조차 지나갔지. 현재로써 다다를 수 있는 드높은 행복에 닿은 그녀에게 무어라 말해줄까? 

굳이 말해주자면 그동안 소녀로써 누리지 못한 권리를 마음껏 누렸으면 한다. 카제하야한테 칭얼거려보기도 하고, 다른 여자에게 한 눈 팔면 옆구리를 꼬집으며 삐치거나 화도 내보기도 하고, 이따금 데이트를 하며 너무 즐거워 크게 웃어보기도 하면서, 조금 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 할 줄 아는 평범한 소녀로써 말이야. 그리고 우는 것은 이제 그만해도 좋아. 우는 것보다는 웃는 게 좋으니깐

분명 그녀의 봄날이 언제까지 갈지 누구도 모르지. 모든 것은 지나갈 뿐이니깐.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다시금 그녀가 싫어하고 슬퍼하던 겨울도 오겠지. 하지만 이제는 걱정하지는 않을래. 예전에 추위에 홀로 떨면서 슬피 울던 소녀가 아니잖아? 스스로 주변에 온기를 모으고 지독한 겨울을 헤쳐 나가는 법도 배운 어엿한 숙녀로 성장하였으니깐 앞으로 힘든 일이 생겨도 싱긋 웃으면서 넘겨 보낼 꺼라 기대해도 되겠지?      
      
이상으로 쿠로누마 사와코 그녀의 봄날이 스스로 누릴 수 있는 만큼 즐기고 지나가길 빌며, 두서없이 떠든 이 글을 마쳐본다. 

- 원작을 미리 봤고, 또 최근 연재본까지 봤지만, 마치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어. 특히 카제하야가 사와코 끌어안았을 때. 내 심장이 다 두근거리더라.

- 내가 사와코의 아버지라면, 카제하야가 착하고 귀하게 키운 내 딸 사와코와 사귄다고 하면 반대 할 것 같다. ‘너같은 놈에게 귀하게 키운 내 딸아이를 줄 수는 없어! 대신 딸아이는 포기하고 나랑 사귀는 게 어떤가?’ ‘좋아요 아버님’ 헠헠

:

<BGM> 김윤아 솔로앨범 2집 ‘유리가면’ - 봄이 오면(p)

 

 

 

개념글이 허전하다는 이유로 썻던글 복붙함. 그것도 완결때 쓴게 아니라 3월 9일 날 9화 부분 가지고 쓴거네 으잌ㅋ

 

자칭 너닿팬으로써 완결 부분도 넣어야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넘어가겠음. 뭐 어떰 나중에 너닿 추천글 정성들여 하나 쓰면 되지 뭐. 흥

 

 

http://gall.dcinside.com/list.php?id=anigallers&no=287740 -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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