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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일상 3

2011.06.13 01:18

하루카나 조회 수:278


살인자의 일상 3

다음 날 아침도 똑같았다. 강도형은 버스 정거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보다 한결 나아진 듯 김하혜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장면을 이상현은 뒤쪽에서 몰래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집중의 대상이 김하혜가 아니었다.

학교도 어제보다는 한결 조용해졌지만, 여전히 시끌시끌했다. 두 사람도 어제보다는 노골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손을 잡고 다니지는 않았다. 강도형은 다음 수업을 위해 미술실로 이동하며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미안."
"괜찮아. 이쪽이 사과해야지."
강도형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친절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조소.
승리자가 패배자에게 짓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는 미술실로 떠났다. 그 뒷모습을 이상현은 마치 죽이기라도 할 기세로 쳐다보고 있었다.
"......"
그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혜야!"
"어?"
"우리 같이 노래방 가자!"
"아..."
그녀는 망설였다. 그리고 옆을 쳐다봤다.
"같이 가. 오늘은 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 할 것 같거든."
"그래도..."
"괜찮으니까."
"...알았어."
"그럼 가자!"
친구들이 하혜의 손을 잡고 달려갔다. 하혜는 그 기세에 끌려가듯이 교문 밖으로 갔다. 그 모습을 강도형은 잠깐 쳐다본 뒤 손을 양 주머니에 넣고 교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노래방만 가는 것이 아니라 쇼핑도 가는 것이었다. 덕분에 돈이 없던 그녀는 자기 친구들이 사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왜 구경만 하고 있어!"
"돈을 안 가지고 나왔어."
"어머, 얘는. 오늘 기분 좋으니까 내가 하나 쏠께!"
"그럼 이거."
김하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30만원짜리 만년필이었다.
"알았어. 저기..."
"장난 장난 장난 장난!!"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친구를 말렸다.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그녀의 집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차분히 주변을 돌아보던 그녀는, 갑자기 가로등 밑에서 멈췄다. 붉은 자국이 있었다. 마치 피와 같은 무언가가 떨어져 있는 듯한 붉은 자국이었다. 그리고 그 붉은 자국은 띄엄띄엄 떨어져 있긴 했지만, 한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 붉은 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녀는 아침을 먹기 위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TV를 켰다.
"오늘 새벽 11시 경에, 또다시 변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고등학교 2학년 남성으로, 거듭되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범인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살인 사건은 그동안 일어났던 고등학생 연쇄살인사건의 연장선으로 보이며, 이번으로 이는 6번째 살인사건이..."
그녀는 TV를 껐다. 그리고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보았다. 그 살인사건의 현장을. 붉은 길의 끝을. 그리고 범인의 얼굴도. 그녀와 같은 반이었기에 기억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이상현...'
그리고 그녀는 방송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이름도 알고 있었다. 살해당한 사람. 그 사람은...
'이상현이 강도형을 죽였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살인자의 일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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