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12.04.11 00:37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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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다가 생각나서 주저리 주저리 써 봄. 좀 민감할 수 있는 주제니 내 글을 의도와 다르게 해석한 경우가 아닌이상 답댓글은 달지 않겠음. 걍 정신없이 쓴거라 오타나 탈자가 나와도 그냥 그거려니 하고 넘어가주시면 감사. 그래도 지적해주시면 고침.
트위터를 쭉 넘겨 보다가 모 작가 겸 평론가의 트윗이 리트윗 된걸 봄. 대충 내용이 뭔가 하면 일본에서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라이트노벨 투표를 했다는데 별로 이슈화 되고 있지 않다는 것. 그 원인이 라이트노벨의 인기에 편승해 아는거라곤 자극적인 작품이나 애니화 된 작품밖에 없으면서 돈이나 명예를 얻으려는 블로그 운영자나 커뮤니티 운영자에 있고, 그런 사람들때문에 일본 라이트노벨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던데…
가끔 이렇게 업계 종사자가 저런 이야기 하는걸 볼 때마다 과연 이쪽 업계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건 오타쿠들, 즉 고객층인가 아니면 저런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하는 업계 종사자인가 헷갈리더라.
나는 만화, 라이트노벨, 애니메이션, 순문학, 영화, 미술, 연극 등등 "작품"이라는 단어를 붙였을때 어색하지 않은 모든 장르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임. 앞에서 언급한 것 중에 인간의 생존에 큰 영향을 끼치는건 없음. 심리적인 공허함이나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면 뭐 반론할 수 없겠지만,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건 저게 없어도 최소한의 생존은 가능 하며, 저런거 없이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 한다는 것.
서비스업에서 가장 중요한게 뭘까? 세부 업종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공통적인건 고객을 정신적으로 만족 시켜야 한다는거다. 그 방법이 물질적인게 되었든 정신적인게 되었든 생존 필수요소가 아닌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나서 그 댓가를 받으려면 일단 만족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거지. 그리고 더 큰 이익을 거두려면 그 규모를 키워야 함. 한 개인이 해당 서비스를 통해 얻으려는 만족의 양을 증가시키는 한편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던 사람이 이용하게 만들면 됨. 말로는 참 간단한데 이게 힘들단 말이지.
여기에 우리는 "고객"이라는 사람들이 작은 것에 감동받고 작은 것에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인식 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가던 약국이 아닌 다른 약국을 들렸더니 비타민 음료를 줘서 단골 약국을 바꾼다던가, 단골 편의점 알바가 바뀌었는데 바뀐 알바놈이 계산 할때 돈을 집어던져서 더이상 안 간다던가. 비슷한 경험들 다들 한두번씩 있을거라고 생각 함.
덕후계의 고객. 즉 우리들도 별반 다를거 없음. 비슷한 구성에 포장만 바꿨을 뿐인데 2~3만원씩 더 비싼값에 구매하고, 책깔피 모으려고 읽을거 쌓여 있으면서도 꼭 초판을 구매하고 이런걸 보면 우리도 소심한 도시 남(여)자라는 소리임.
그런데 그 대우는 어떨까? 식당에 진상손님이 나타나면 일부 주인장들은 손님이랑 대판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저희가 잘못 했습니다. 굽신굽신" 하면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임. 진상 손님이랑 싸워서 이기면 당장은 기분 좋지만 그 진상손님이 주위에 악담을 퍼붓기 시작하면 그게 곧바로 손님 감소로 돌아오거든. 근데 덕후계는 어때? 툭하면 보는 사람이 문제라는둥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둥 (물론 불법 다운로드가 옳은 수단이라는 이야기는 아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도 그런소리 한다는 둥. 잘되면 자기탓 안되면 고객탓. 그런데 재밌는점은 무시의 대상인 고객층이 그런 발언을 하는 업계종사자를 옹호하는 측과 비판(난)하는 측 두가지로 나뉘어 서로 싸우고 있다는거지. 편의점에서 알바가 거스름돈 던지면 본사에 전화한다 사장한테 이야기한다 여기 오지 말라고 소문 퍼트린다 하던 사람들이 이쪽에 관해서는 한없이 관대해지고 업계 종사자들은 그 관대함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걸로 보인단말이지.
아마 이쪽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전부 업계 종사자 쉴드를 친다면 별 문제가 없을거임.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라는거. 이대로 방치하면 할 수록 큰 변수가 없는 이상 내부 분열을 통해 업계 규모는 점점 작아질거고 결국 어느쪽에게나 해피엔딩은 저 너머로 날아가겠지.
그래서 이야기 하고 싶다. 고객 탓을 하지 말라고.
서비스업에서 고객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건 마이너스가 되면 마이너스가 되었지 절대로 플러스 요인은 될 수 없다. 막 진상을 부리다가도 점원이 친절하게 나오면 가끔 "아 내가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을거임. 하지만 저쪽도 싸우자는 식으로 나오면 점원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깎이고, 그게 그 점포에 대한 이미지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그 업체와 업계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음.
특히 "~한 사람들은 이쪽에 필요 없는 사람들이다." 식의 발언은 가장 멍청한 발언이라고 생각함. 잠재적인 단골 고객을 안티로 만드는 동시에 그런 사람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 수 없다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거라고 생각하거든.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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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나선
2012.04.11 00:40
이쪽 업계는 그런 것들이 심하군요 -
아카리
2012.04.11 01:03
해당업종의 말단사원으로서 조금이라도 소비자가 모르는 판매자의 입장 또는 행동을 써보려고 했는데 어깨너머로 배운것밖에 없어서 뭐라 댓글을 못쓰겠음...orz
하레님 말마따나 고객탓을 할수 없는, 사원들 끼리끼리는 한다고 해도 바깥에선 절대로 해선 안되는 업종이기도 함. 그리고 덕후같은 매니아층은 핵심고객층이 될수도 있고 초 진상집단층이 될수도 있음. 알기 쉬우면서도 오히려 갈피를 잡을수 없다고나 할까... -
칸나즈키
2012.04.11 01:38
덕후들 덕분에 커놓고서 "덕후들 따위만 우리 제품을 사주다보니까 나머지 인간들이 안 사서 우리가 망해간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개소리. -
이 업계의 특성상 그럴수밖에 없음.
종사자들이 나쁘다 고객이 나쁘다 문제가 아니라
처음 이 짓거리를 시작할떄부터 어딘가 어긋나 있었음
그게 쌓이고 쌓여서 지금 이렇게 된거고
누군가 자극적인 작품을 쓰니 그게 잘팔리고 어느새 대부분의 고객은 자극적인걸 원하고 작가이기 이전에 이게 밥줄인 인간들은 억지로라도 선정성 진득한 작품을 쓰게되고 고객은 또 그걸 좋다고 삼.
뭔가 근본적인걸 뜯어고치지 않는한 이업계가 살아나긴 힘듬 -
사람사는곳
2012.04.11 15:18
"케이온 같은 작품이 성공하면 일애니 망함" 이라고 공식 인터뷰에서 떠드는게 업계인이다. 고퀼작화를 요구하는 풍조가 제작환경을 비용적, 시간적으로 압박해서 알맹이 없는 작품이 작화빨로 팔리게 된다나.
잘만들수 있다면 당연히 잘만드는게 정상이다. 못만드는걸 외면한 소비자를 탓하는 업계인들, 그것도 공식인터뷰에서 '덕후가 일애니 말아먹음' 하고 떠드는 마인드. 망할만 하니까 망하는거지.
일애니는 일애니의 아버지라는 데스카 오사무 시절부터 스스로 열악한 환경으로 몰아 넣음으로서 성립해 왔음.
즉 업계인이 저지른 업을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것임.
미야자키하야오는 그래서 데스카에 대한 욕을 하는거지.
환경이 열악하니 좋은 작품을 만들 우수인력은 애니판으로 안오고 미야자키 할아버지는 그래서 은퇴를 못하고 계십니다.
일애니의 문제는 산업시스템 자체가 50년대 전후복구시절 풍의 그것에서 변한게 없다라는데 있다. 영세하고 규모가 없지. 관리도 부실하고.
이러면 생산자나 소비자나 다른데로 떠남. 게임이나 라노베, 만화 같은 곳으로. 아니면 동인계나.
극단적으로 말 하자면 지금의 업계인은 다른데 가지 못한 잉여들의 집합이기도 하다. 잉여가 만든 컨텐츠를 잉여들이 소비하는거지.
누가 누굴 탓할 수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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