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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제목 : 미아 - 迷兒 , 美兒


철컹.

 

문이 닫히고 잠시 밝아 졌던 현관은 이내 다시 어두워진다. 마치 이 집안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러나 난 익숙한 발걸음으로 거실의 불을 키고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내가 이 집을 나갈 때와 달라진 점을 찾는다. 허나 침대위의 이불은 흐트러짐 하나 없으며 심지어 바닥의 잘린 융단의 결을 그 특유의 음영마저 그대로이다. 이토록 아무변화 없는 집안을 보고 있자면 미칠 것 같은 쓸쓸함에 사로잡히곤 했다.

 

이런 생활이 3년째에 접어들 때, 이제는 친숙하기까지 한 쓸쓸함에 난 져버리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포기가 맞겠지. 3년차의 경력으로 이제 남은 것은 더 큰 성공으로의 열린 길 뿐이었다. 어머니가 나보다 어린나이에 나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이와 같은 생활을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약한 소릴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난 쉬고 싶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부신 카메라 플래시,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 피하고 싶은 조명, 그리고 들려오는, 이 일을 하며 제일 듣기 거북한 말.

 

어른스럽구나.”

 

무엇이 어른스럽단 걸까? 내 웃음? 표정? 내 기분과는 다른 얼굴위의 가면?

 

가면을 쓰는 것이 어른이 되는 거라면 난 나라는 인식을 가질 때부터 어른이었던 셈이다. 언제나 반겨주는 어둠 속의 쓸쓸함이 차올라 나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난 어린이였던 적이 없다. 카메라 앞에 서면 무조건 웃으라고 학습 받았으며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웃음을 팔았다. 가면은 가짜라는 것을 인식할 겨를도 없이 나에게 익숙해졌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순간, 난 불을 껐다.

 

딸각

 

아무것도 보이진 않지만 3년 동안 지낸 집이니 익숙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내 집에 들어와 익숙하게 불을 킨다면 분명 그 누군가는 이 맨션의 구조에 익숙한 사람일 것이다.

 

딸각

 

환해졌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만약 날 이해해줄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 내 직업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 누구보다 날 낯설지 않게 대해줄 사람.

 

전화기에 눈길이 갔다. 어두워진 이 집의 불을 켜듯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나를 반기는 건 쓸쓸함이 아니라,

여보세요?”

 

...?”

 

왜 우리 딸?, 엄마보고 싶어서 전화했니? 아직 어린애네.”

 

날 그저 어린애로 받아주는, 마냥 어리광 부리고 싶어지는 목소리.

 

“...”

 

무슨 일이니? 천하의 네가 아무용건 없이 전화했을 리는 없고,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니?”

 

문득 기억났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너무나 단편적인 기억이라 잊고 지낸 모양이다. 내가 어릴 적, 무대 위에서의 엄마는 지금의 나와 마찬가지로 카메라 앞에서 너무나도 예쁜 옷을 입고 웃음을 짓고 계셨었다. 난 그 시원한 웃음에 매료되어서 엄마에게 졸랐던 것이다. 나도 엄마처럼 되고 싶어요. 라고.

 

지금의 나는 그 당시 그녀의 위치에 서있다. 만약 동경하던 사람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꿈의 달성이라 한다면, 난 분명 꿈을 이루었다. 그것도 한참 이전인 3년 전에, 하지만 난 내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 무대 위에서 엄마가 입었던 옷보다 더 화려한 옷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보아도,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웃음을 짓는 내 사진을 보아도 그 어떤 만족감도 얻을 수 없었다. 사진에 남아 있는 것은 그 옛날의 어머니를 모사한 소녀의 가식적인 웃음 뿐 이었다. 5/2

 

내가 지은 미소는 날 매료시켰던 엄마의 미소가 아니라 날 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소였다.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이었다. 그러나 내가 보낸 조소는 고스란히 내게 반송되어 버렸다.

 

도대체 뭐가 다른 거야? 입고 있는 의상과 사진을 찍는 기술은 시간이 지나 달라졌을망정 사진 찍히는 자의 역할은 변했을 리가 없을 텐데. 내 기억 속, 그녀의 웃음이 기록된 추억과 내게 되돌아온 웃음을 비교해본다. 한 손에 수화기를 든 채로, 다른 한손에는 잡지를 들고서 난 한동안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녀 역시 딸의 침묵에 조용히 응답해주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어떤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 이 집안을 보며 난 암막이 쳐진 무대가 떠올랐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곳은 환하고, 관객은 나 하나, 아니, 수화기 너머의 여자 한명이 내 공연이 끝난 뒤에도 남아 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단 하나 남은 관객은 분명 나의 최후까지 봐주리라. 이렇게 내 멋대로 공상을 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글쎄, 완전한 공상은 아니지. 엄마는 반드시 날 끝 까지 지켜봐줄 것이며, 엄격한 관객으로 날 바라볼 테니까. 이 두 가지만큼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사치임과 동시에 나만이 가졌으며, 내가 가진 전부이다.

 

엄마, 엄마는 카메라 앞에서 웃음 지을 때 어떻게 했어요? 전 그게 잘 안돼요. 포토그래퍼가 날 보고 표정을 주문하고 난 그 표정을 만들어내요. 카메라가 내 왼쪽에서 찍을 땐 왼쪽입술을 위로, 턱을 위로 치켜들죠. 그리고 나면 감독님은 ok사인을 그리며 저에게 말씀하세요. 네 미소는 정말 어른스럽다고 프로답다고. 감독님께 어른스러운 게 뭐냐고 묻자, 칭찬이니까 기분 좋게 받아들이라 하셨어요. 하지만 난 웃지 않았는걸요. 난 그냥 얼굴근육을 움직인 건데 사람들은 그것을 미소라고 말해요.”

 

꼴사납게 점점 목소리가 떨려온다. 무언가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올라와 내 입을 틀어막는 것만 같다. 그래도 난 꼭 말해야만 한다. 말하지 못하면 이대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내가 웃는 건 다른 것인 데,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엄마가 내게 짓던 미소인데... 난 그저 엄마처럼 되고 싶었던 것 뿐 인데 왜 엄마가 남긴 발자국을 쫓으면 쫓을수록 더욱 더 멀어지는 것 같죠? 분명 올바른 방법으로, 모두의 인정을 받아서 걸어온 이 길이 나는 왜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거죠? ... 난 그냥 엄마처럼 멋진 미소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난 엄마처럼 웃을 수가 없어요. 제가 지은 표정은 마치 비웃음 같아서 내 얼굴인데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지어 보내는 것처럼 비춰져서 마주할 용기가 나질 않아요. 보고 싶지 않아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찍히지 않은 사진 따위, 그저 근육을 움직여서 웃는 거처럼 보이는 사진 같은 거 보고 싶지 않다고요. 지쳤어요. 웃는 게 뭔지도 모르고 웃음을 동경하고 웃는 표정을 짓는 일 따위 지쳐버렸다고요.”

 

마지막 한마디는 새어나오는 울음에 묻혀버려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끄집어냈다. 하지만 난 계속 흐느꼈다. 이 일을 하며 쌓인 울분 때문이 아니다. 내가 가진 나에 대한 괴리감 따위가 아니다. 이토록 무책임한 후배를 둔 선배에 대한 연민이고 어리광 아닌 어리광을 받아줄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지쳐버렸다는 수화기 너머 들리는 딸의 목소리에 엄마는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계실까? 만약 이 자리에 계신다면 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셨을까? 관객의 시선일까, 선배의 시선일까, 어머니의 시선일까? 아니, 만일 나와 함께 이 정체된 집안에서 이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난 그녀의 시선은 커녕 표정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 하다. 그토록 동경해온 5/3 그녀의 표정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니.

 

엄마도 말이다 지금 네가 가진 고민에 빠져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적이 있었단다. 그야말로 꼴 볼견 이었지. 넌 네 표정이 네게 보내는 비웃음 같다고 했지? 엄마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해서 내가 마치 인형 같았단다. 혼자 무대 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인형,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감정을 잃는 진짜 인형 말이야. 일을 하고 출력되는 내 사진을 보면 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어. 내 감상은 그저 아 그냥 사진이 나오는가보구나이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까지 이르렀었다고 여겨진단다. 그 당시는 마치 나를 나로 하여금 보지 않는 내레이션 없는 다큐멘터리 같아서 꽤나 거북한 시절로 기억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은 아니다. 솔직히, 이 엄마는 네가 지금이라도 이 일의 그림자를 깨달아서 얼마나 다행인줄 모른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단다. 지금 너는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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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승만


1945일본군의 군국주의가 한반도에서 물러갔다그러나 좌익과 우익의 이데올로기가 점령했다무엇이 옳은 줄은 몰랐으나 이 양익()의 대립은 민족의 비상이 아닌 추락을 향해 달려갔음에는 틀림없다

1950내 생각은 사실이 되었다믿고 싶지 않다그리고 보도연맹에 가입된 A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무사히 살아 있길 바란다

1952이승만 박사가 당선이 되었다배운 분이시니 믿을 것이다.

1954어안이 벙벙하다. 45입이라니뭔가 잘못되었다.

1956모두가 이승만을 지지한다혼란스럽다

1960, 4월 11일. 마산의 김주열 청년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19이승만의 지지자들은 혁명가로 바뀌었다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다

                  25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대구의 군인 친구B에게서 A의 죽음과 이승만의 명령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이젠 정지할 수 없다

                 26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었다, A. 삼베옷을 입고 서울시내에 나갔다이승만이 하야했다거리에 펄럭이는 대자보들이 보였다아무 색도 칠해지지 않은 백익()이었다나라는 배운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배운 자들인 학생들을 보고 깨우쳤다집에 돌아와 제사를 지냈다백지에 새로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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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입니다. 미아는 수능끝나고 다시 한번 제대로 쓰고싶은 작품입니다.

미아의 의미는 여러분이 아시는 갈 길을 못찾는 아이와 아름다운 아이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토라도라 아미에서 따왔다는 건 비밀.


이승만은 근현 공부하다 그냥 써봄. 상징적 의미 좀 넣어보고 싶었는데 역시 문학책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백의 민족이라는 것과 흰색이 가진 의미에 중점을 둬서 써봤습니다. 상복=삼베옷=백의=백지=새로운것

굳이 제 의도를 말하자면 삼베옷은 이승만 정권에 대한 상복이자 친구A를 위한 것이고, 제사 역시 비슷한 의미라고 받아들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부디 댓글 좀 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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