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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브금)오렌지소녀를 아십니까 (2) (수정)

2012.06.24 13:32

DogBlade 조회 수:403

네타  

 

지난 편에 이어서 서비스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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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녀를 찾겠다고 마음먹은 건 좋지만, 한낱 한정치산자*에 불과한 소년이 무엇을 할 수 있으리오. 흥신소에 사람 찾아달라 부탁을 할 수도 있는 노릇도 아니니, 그저 무식하게 소녀가 있을 것만 같은 장소를 찾아가서 기다리는 짓만 반복하기 시작함.

 

그러던 와중에, 매우 우연히도 동네 식당에서 오렌지소녀를 다시 만나게 됨, 무려 3주동안 대기를 탄 끝에 드디어 만난 것임. 환희에 젖어든 소년은 살금살금 소녀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음. 소녀는 흔쾌히 합석을 허락해줬음.

 

소녀는 언제나처럼 오렌지색 재킷을 입고 오렌지를 한아름 담은 봉투를 안고 있었음. 신비로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소녀를 보며, 소년은 가슴이 콩닥콩닥 이쿠기모찌이이 하는 상황이었음. 거기다 금상첨화로 소녀는 베시시 웃으며 소년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임.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진 소년은 나직하게 말을 꺼냈음.

 

"당신은 다람쥐야."

 

이에 소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식당에서 빠져나가버림.

 

하지만, 그 이후로는 소녀를 볼 수가 없었음. 소년은 실의에 빠져서 하루하루를 허비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소녀를 찾아나서기로 결심함. 그리고 이번엔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몇 가지를 분석하고 추론을 해내기에 이르게 됨.

 

-오렌지소녀는 두 번 모두 월요일에 만났고, 두 번 다 오렌지를 한 아름 안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오렌지들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인근에 있는 대형 시장에 있는 청과물점, 그리고 돈이 많지 않은 이상은 택시보단 근처에 있는 전철을 타고 가겠지! 오시발 난 천재야! 게다가 그 청과물점에선 예의 "누런 종이봉투"에 물건을 담아주지!-

 

소년은 이후로 3주나 연달아서 월요일마다 과일과 채소를 사러 그 시장으로 가게 됨. 대학생으로서 자신의 영양섭취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자기최면을 걸면서 어떻게든 시간낭비를 합리화하는 안쓰러운 모습도 보여줌. 덤으로 소세지를 그렇게 좋아하던 식성도 다소 고치게 되었다고. 그리고 마침내, 3주째에 소년은 시장에서 오렌지색 형체를 발견하게 됨. 낡은 오렌지색 점퍼를 입은 젊은 아가씨가 과일 판매대 앞에서 커다란 종이봉투에 오렌지들을 담고 있었던 것임. 소년은 살금살금 걸어서 소녀의 후방으로 접근함. 마치 흉악범을 현장에서 체포라도 한 듯한 묘한 기분에 도취되어선 침을 꼴깍 삼킴.

 

소녀는 오렌지를 꽤나 특이하게 사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면 오렌지를 그냥 집어서 담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높이 들어서 이리저리 관찰해보고 (독이라도 들었는지) 무게를 일일이 따져보는 것이었음. 덕분에 소년은 이 아가씨가 오렌지를 단순히 마시쎵 9999 하면서 먹을 목적으로 사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음. 하지만 식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음.

 

 소녀가 드디어 오렌지를 다 고르고, 계산을 하고 시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함. 소년은 소녀의 뒤를 따라서 전철역 즈음에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을 함.

 

그런데 아시발?

 

소녀가 도착한 곳엔 전철이 아닌 흰색 도요타 승용차가 놓여 있었음. 그리고 그 안에선 정체불명의 남자가 운전석에 타고 있었음. 소년이 입을 쩍 벌리고 제로필에 빠진 와중에 소녀가 탄 도요타 승용차는 유유히 모퉁이를 돌아서 시야에서 사라져버림.

 

하지만, 그래도 아예 울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소녀가 승용차에 탑승하기 직전에 소년을 응시했다는 점임. 소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채 발길을 돌림.

 

--

 

마침 게오르그가 편지를 읽던 와중에 방문을 크게 두드리는 소리가 남, 화들짝 놀라서 자물쇠를 따고 문을 여니 성난 표정의 어머니가 있었음. 게오르그는 어머니한테 "애새끼가 뭔 일 있다고 집안에서 자물쇠 잠그고 지랄이여?" 하는 잔소리를 들었지만, 예의 오렌지소녀 이야기 때문이라곤 입 밖에도 내지 않았음.

 

--

 

다시 편지 이야기로 돌아와서, 소년이 오렌지소녀를 다시 만난 건 한참 뒤인 크리스마스 이브였음. 오렌지 소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그만두고, 그냥 다른 동네에서 작은 아파트 하나를 구해서 친구랑 같이 살고 있던 참이었음.  크리스마스고 하니 가족들이나 보러 갈까 하다가, 충동적으로 이 동네 교회 행사에 가보기로 했던 게 신의 한 수였던 것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그만뒀지만, 여전히 소녀를 잊지 못했던 소년은, 소녀도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다른 사람들이랑 희희낙락 놀아보려고 교회 행사같은 곳에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되었음. 그리고 그렇다면 동네의 대성당에서 만나게 될 확률이 가장 높으리라 판단하여 찾아갔더니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임.

 

대성당에 들어가서 대형 오르간 연주를 듣는 와중에 소녀를 마침내 발견함. 소년은 순간 심장이 얼망 든 리븐한테 쳐맞은 마냥 멎어버리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음. 소녀는 중앙 통로 구석탱이에 앉아 있었음. 이번엔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있지 않았고. 오렌지 봉투를 안고 있지도 않았음. 대신 검은 외투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핀으로 목덜미 쪽에 묶어 둔 상태였음. 소녀의 옆에 앉은 남자가 신경쓰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소녀와는 한 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음.

 

지루했던 목사의 설교가 끝나고, 사람들이 성당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함. 소년은 소녀의 뒤로 바싹 붙어서 이동했음.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이야기 나누기 바빴지만 소년의 눈엔 오로지 오렌지소녀만 들어올 뿐이었음.

 

그리고, 마침내 인적이 좀 뜸해진 거리에 다다랐을 때, 소년은 소녀의 앞으로 튀어나가 뒤돌아본 후 유쾌한 목소리로 외쳤음.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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