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기념 소설
2012.01.01 00:37
'새해가 왔다!'라고 기뻐하는 건 아마 어른이 되기를 꿈꾸는 아이들 뿐일 것이다.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태도가 바뀌고, 대략 17세 정도 쯤에 그들에게 새해에 관해서 물어보면
"새해요? 그거 이마에 주름 하나 긋는 날 아닌가요?"
할 정도로 애늙은이같은 발언이나 할 것이며, 새해의 목표따위 전부 부질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17세 청소년들 중에서 예외는 없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단적이고 가까운 예로, 지금도 나는 모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인 윷놀이를 즐기지 않고 방에 박혀서 컴퓨터를 켜서 한창 유행하는 Reague of Regend, 일명 ROR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말을 잡고 기뻐할 때 나는 적을 향해 Q, W, E, R을 막 누르며 이겼다고 기뻐하고 있었다.
"그게 재밌어?"
그 때 옆에서 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홍색 기다란 머리에 교복을 입은 OOO였다. 예전에는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귀찮게 옆에서 쫑알쫑알거리기만 하는 존재이다.
"재밌으니까 하지."
"밖에서 가족들이랑 같이 노는 것보다?"
"그래."
그 때, 밖에서 어머니가 '쟤도 부르자.'고 하는 소리가 방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게임소리에 가려져서 잘 안들리긴 했지만.
"쟤도 부르자고 하시잖아. 쟤가 너 아냐?"
그러자 아버지가 말하셨다. '쟤는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게 놔둬.' 우연히 그 때는 게임소리를 듣지 않고 있었기에 잘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필요 없다시는데?"
"그래도 지금이 최선의 타이밍 아냐? 지금 나가면 분명히 같이 재밌게 놀 수 있을 거라고."
"필요없어."
"혼자 가족들이랑 동떨어져서 이렇게 있으면 외롭지 않아?"
"안 외로워."
"그건 니 생각이고. 내 생각에는 외로울 것 같은데?"
"그건 니 생각이고. 나는 안 외로워."
"거짓말. 너도 알잖아?"
나는 쉼없이 움직이던 마우스와 키보드를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그래. 너는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잖아. 그러니까 빨리 사라져."
그곳에는 나 혼자 남아있었다. 아마 나는 영원히 이 방에서 진실을 깨달은 청소년으로 살아갈 것 같다. 갑자기 게임이 재미없어졌다. 나는 게임을 끄고 의자를 밀어 침대까지 쑥 날아갔다. 그리고는 대낮부터 침대 안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잠에 빠졌다. 방안이 어두웠기 때문에 잠이 더 잘 왔다. 작년과 같은, 그리고 제작년과 같은 평범한 새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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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머리 깎으러 간답시고 날려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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