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의 소나무 - 첫 번째 그루
2012.02.20 03:05
#1. 2012년 2월.
처음 만났을 땐, 그녀와 그런 사이가 될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그때의 난, 왜 그렇게 눈치가 없었는지.
#2. 신학기. 2007년 봄.
신학기.
봄의 파릇파릇함과 함께 새롭게 학교에 들어온 새내기들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사소한 일에도 입에서 웃음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오늘 우리 조 친구들 다같이 모여서 한잔 하자 ㅋㅋㅋ]
새내기.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오고 나서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른다.
새내기라는 이름은 대학의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존재들이었고,
그 이름만으로도 나는 여러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뭔가 이런 것들이 귀찮게만 느껴진다.
나는. 재수생이었다.
#3.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하하하 그래서 그때 수진이 걔 토하고 난리났었잖아"
"아 그 얘기 좀 하지 말라고!"
새터 같은 조 친구들과 갖는 술자리.
술만 먹고 토하고 그랬던 일들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이 친구들은 계속 그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난 처음부터 이상한 이미지를 심고싶지 않아 웃기지 않은 이야기에도 남들과 같아 보이기 위해 옅은 미소를 짓는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술잔, 술게임, 그리고 이야기들.
지루하지만, 꾹 참는다. 그리고 지루한 이야기에도 웃는다. 재미있는것처럼.
어두컴컴한 술집의 조명은 많은 것을 눈에서 감췄고,
알콜의 힘과 함께 모든 것을 보다 더 신비하게 바라보게 만들어주었다.
"어? 어디가세요?"
"아. 화장실좀."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 조금씩 취기가 오른다.
어디 가는지 묻는 후배를 뒤로하고, 나는 바람을 쐬러 나갔다.
"흑...흑......."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가게를 나왔을 때, 문 옆에 어떤 여자 하나가 울고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와 무슨 상관인가! 귀찮은건 질색이다.
신경쓰지 않고 조용히 문에서 멀어져 불을 붙였다.
후.. 나는 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걸까.
왜인지 모르게 이런 모임 자리는 나에게 너무 불편했고, 그 결과 내 주변에는 몇몇 소수의 친구들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저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걸까? 이 모임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을까.
잠시동안 멍하니 서서 연기를 뿜어내다 보니 조금씩 추워졌다. 으.. 들어가야지.
문 옆에는 예의 그 여자가 여전히 앉아있었고, 난 그대로 지나쳐 문으로 들어가려했다. 그때,
"저기요."
"...네?"
"담배 하나만 주시겠어요?"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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