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 속의 크림빵
2012.05.15 14:52
쉬는 시간이 거의 끝나가려 했기에, 자리에 돌아와서 앉았다. 교과서를 꺼내기 위해 책상 서랍 속으로 손을 넣으니, 그 안에서 부스럭하고 뭔가가 잡혔다.
나는 그게 뭔지 살펴보기 위해 반만 살짝 꺼냈다. 크림빵이었다. 둥그런 크림빵.
책상 서랍 안에 크림빵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나는 크림빵을 사서 그 안에 넣어놓은 기억이 없었다.
「책상 서랍 속의 크림빵」
by 아나
Who? Why? 커다란 물음이었다.
물론 나는 저 두 가지를 신경 쓰지 않고 "어라, 내 마법의 서랍장이 크림빵을 연성해냈네? 럭키! 잘 먹겠습니다!"하고 몰래 인적 드문 계단에서 후환을 걱정하지 않고, 즉, 아무 생각 없이 냠냠 쩝쩝 크림빵을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 양심의 삼각형은 그 정도로 둥글게 닳지 않았다. 아직은 찌르면 제대로 아픔을 느낀다.
아니, 사실 양심을 빙자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저 크림빵을 준호나 영준이가 넣어놓았다면, 그게 자기들 거라고 해도 내가 맘대로 먹었을 테지만, 만약 어떤 여자아이가 김치, 육개장, 오이무침이라는 몰상식한 우리 학교의 식단을 보고 입가심용으로 사놓고 깜빡하고 먹지 않았던 거라면? 혹은 우리 학교의 소문난 파이터이자 12대 1의 전설인 흉포한 일진 김병철이 실수로 넣어놓은 거라면?
아니,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건 실수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책상 서랍 안에 넣어놓는 건 실수인가? 혹시 고의라면? 모종의 이유로 내가 눈꼴시려서 일부러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 내가 훔쳐갔다고 트집을 잡으려고 넣어놨다면? 12대 1로 싸우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내가 1.
하하, 그럴 리가 있겠나.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납득하며 손사래 치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은근히 불안했다. 나는 슬쩍 김병철을 쳐다봤다. 그는 졸리다는 듯 책상에 엎어져 있었다. 아, 맞다. 김병철은 항상 점심시간 끝나고 낮잠을 잤지. 그렇다면 김병철은 아니다.
도대체 누가 크림빵을 내 책상 서랍에 넣어놓았을까? 그 사람은 쉬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그걸 꺼내지 않고 그대로 뒀다.
국어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크림빵 봉지를 조용히 만졌다.
뾰족뾰족한 부분의 한쪽 끝부터 다른 끝까지 천천히 손가락 끝을 옮겼다. 아마 이쯤에 '뜯으시오.'라고 적혀진 화살표가 붙어있겠지? 까끌까끌한 감촉을 계속 느끼고 있으니 마치 크림빵이 "갑갑해. 내……내 비닐 옷을 뜯어줘……!! 그리고 내게 입맞춤을……. 그…그렇게 해준다면, 내 달콤한 속 안까지 모두 맛볼 수 있도록 해줄 테니까……."하고 유혹하는 듯했다. 그 달콤한 유혹에 숨이 점점 거칠어졌고,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재빨리 손을 떼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손에는 그 감촉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뭔가가 화살처럼 핑하고 지나갔다. 설마 이 악마와 같은 유혹이……?
최근에 무차별 범죄가 다시 유행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스피린에 독극물을 주사해서 자기도 모르는 임의의 사람을 죽였던 정신 나간 사람과 같은 종류의 사람이 날뛰고 있다고 오늘 아침 7시 뉴스에서 보도했던 것이다. 설마, 이 크림빵 안에도 독이 들어있는 걸까? 얇은 주사기를 통해 스트리크닌이나 청산가리, 테트로도톡신을 넣어놓고 내 책상에…….
한 입 베어 무는 상상을 해봤다. 얼굴이 파랗게 변하고, 숨이 턱 막힌 채 교실 바닥에 털썩 쓰러지는 나. 모두 당황해서 비명을 지르지만, 독은 점점 몸에 퍼져…….
아냐. 나는 고개를 흔들어서 그 상상을 연기처럼 날려버렸다.
'내가 백설공주도 아니고, 나한테 독 사과를 먹이려는 사람이 어딨겠어. 그것도 학교에서.'
학교에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서 크림빵을 내 자리에 넣어놓고 갔다면 누구도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아, 그렇다면 범인은 우리 학교 학생이라는 것인가! 범인은 이 안에 있어!
……헛소리는 그만하자. 거기다가 독 사과가 아니라 독 크림빵이잖아.
그렇게 자기 자신의 논리와 사고에 태클을 걸며 여전히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 있었다.
'아니면 조각난 커터칼이 가득 들어있는 건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이미지가 생각났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스토커에게 슈크림 빵에 커터칼을 넣어서 줬다는 일본 여자. 물론 그 이미지는 뜬소문 또는 컨셉 또는 조작 또는 관심병이겠지만, 어디까지나 진실이 될 수도 있는 거다.
나는 스토킹을 해본 적이 없다. 결론은 소문으로만 듣던 얀데레라는 거다. 매일 밤, 자신의 붉은 피로 "사랑해, 한수. 너도 나만 사랑해야 해. 나만 바라봐야 한단 말이야. 그런데 어째서 다른 여자를 보는 거야? 용서 못 해. 이건 벌이야."라고 적다가 결국 크림빵에 날붙이를 잔뜩 넣어서 내게 줬을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H 마을 병에 걸린 도끼 소녀라든지.
둘 다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지는 않을까? 저 머나먼 산속에서 별을 보는 망원경을 나한테 겨눈 채 "그래. 고민해! 고민하라고! 하하하. 헛된 고민일 뿐이다. 어차피 너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할 테니까, 불쌍한 조한수. 너는 내 손에 놓인 꼭두각시일 뿐이야. 크하하하하하!" 하고 천재가 웃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나를 일부러 겁에 질리게 하려고?
약간 소름이 돋아서 옆을 쳐다보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렌즈 같은 건 발견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저 먼 거리를 맨눈으로 확인하기는 힘들잖아. 너는 도대체 뭘 하는 거냐. 생각은 하는 거냐.
이렇게 전혀 현실감 없는 망상을 이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크고 둔탁한 것이 퍽 하고 내 머리를 가격했다. 나는 억 하고 뒷머리를 부여잡았다. 국어선생님께서 두꺼운 출석부를 든 채 '얘가 귀가 먹었나, 사회에 불만이 있나, 봄기운에 취했나, 아니면 정신이 나갔나.' 하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빨리 일어나서 안 읽어? 계속 반항할래?"
선생님의 퉁명스러운 말에 나는 국어책을 들고 재빨리 일어났다. 하지만 이내 어디를 읽어야 할지 모른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나는 얼빠진 표정,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어디 읽어요?" 라고 물어봤고, 우리 반은 금세 폭소로 휩싸였다.
나는 한 대 더 맞았다.
"아, 쉬는 시간에 마희가 거기 앉아있었어."
점심시간에 우리 반에 남아있었던 학생에게 물어봤더니 그렇게 대답했다. 아, 마희라면 독살범도, 얀데레도, 도끼 소녀도, 스토커도 아니겠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크림빵을 꺼내보니 온전히 비닐봉지 안에서 보름달과 같이 둥근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둥근 모양이 찌그러져서 옆구리가 터진 채 크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면 나는 마희에게 바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었을 것이다. 그건 분명히 "너, 죽었어."라는 뜻의 협박이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건 아니구나.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무릎을 꿇고 비냐 하면, 마희는 천사이기 때문이다. 여신과 같이 고운 마음씨, 예수와 같이 자비로운 심성, 어린 양과 같이 여리고 순수하며 착한 마음을 가진 소녀다. 우리 학교 남성 대부분이 비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고, 마희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그런 마희가 우그러진 크림빵을 보내올 정도였다는 건 진짜로 커다란 잘못 아닌가. 진짜로 손이 발로 변할 정도로 빌었어야 했을 터였다. 물론 나는 마희에게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으므로 그럴 리는 없다.
하하하. 나는 호쾌하게 웃으며 크림빵을 다시 보았다. 혹시 깜빡하고 안 가져간 거라면 진즉 가지러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마희가 내게 준 거다.
[누구?]는 간단하게 풀렸지만, [왜?]는 여전히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고 있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듯이 잘라버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순간 마희의 환한 웃음이 머릿속에 영상처럼 재생되었다. 그 웃음이 한 가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때에 대한 대답인가?'
그때가 어느 때인고 하니, 내가 마희에게 얼떨결에 고백해버린 날이다.
나도 마희를 좋아하는 수많은 우리 학교 학생 중 하나였다. 솔직히 그 환한 얼굴, 곱고 고운 피부, 슬렌더한 보디 스타일에 나비 같은 소녀를 좋아하지 않을 남학생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분명히 동성애자이거나, 시각장애인이거나, 백치일 것이다.
절대로 그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 정도로 마희는 예뻤고, 귀여웠으며, 인기가 많았다. 진심으로 사랑스러웠다. 거기다가 특이하게도 마희는 유달리 하얀 피부에 자연 금발을 가지고 있었다.
마희와 같은 반이었던 아이가 일부러 염색해놓고서 자연 금발이라고 속인 거라고 마희를 놀렸던 적이 있다. 그러자 마희는 다음 날 3살 때 사진을 들고 와서는 우리에게 보여줬다. 그때도 마희는 금발을 하고 있었다. 물론 금발이냐 아니냐의 여부보다는 3살 때 마희가 얼마나 귀여운지가 더욱 화제가 되었었다.
그 이후로 마희를 염색해놓고 속였다고 놀리는 사람은 사라졌다. 다만, 외국인이라고 놀리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니, 피차일반이었다.
어쨌든, 그런 마희와 방과 후에 같이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얼떨결에 "혹시 남자친구 있어?"하고 물어봤다. 약 2초 후에 나는 그 상황에서 갑자기 그 질문을 꺼낸 나 자신을 욕하고 있었다.
마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마희는 입을 열고 "없어."라고 말했다.
야호! 하고 소리칠 뻔했다.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그렇다면 혹시 나……."
거기까지 말을 꺼내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너무 들떠서 막나가버렸다.
웨스터마크 효과라는 게 있다. 유소기부터 같이 자란 근친자는 상대방에 대해 성적인 호기심을 잃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간단히 말하자면,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난 소꿉친구나 가족은 서로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거다. 그걸 생각해보면, 마희는 소꿉친구인 나를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거다.
그런데도 너무 밀고 나가버렸다.
'죽고 싶어. 오늘 죽을까?' 라고까지 생각했다. 나는 왜 이리 항상 멍청한 걸까. 중간에 멈춰서 다행이지.
……다행인가?
나는 마희를 보았다. 마희의 귀까지 시뻘게졌다. 설마, 내가 뭘 말하려고 했는지 눈치챈 건가? 으아아. 내 귀도 폭발할 듯 벌겋게 달아올랐다. 뇌내 CPU가 까맣게 타서 검은 연기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조금만……기다려줘."
어라?
내 귀가 이상해진 걸까? 혹시 마희는 사실 "미안. 어릴 적부터 친구라고는 생각해왔지만, 그 이상으로는 생각해본 적 없어. 너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으니까, 포기해 줘."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으면 내가 너무 충격받아서 즉사할 것 같으니까 내 뇌가 임의로 주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바꿔 인식한 것인가? 아니면 이건 꿈인 건가? 귓가에 프랑스 노래가 울려 퍼지고…….
아쉽게도 볼을 꼬집어보는 방법 빼고는 꿈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살짝 꼬집어보니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 듯했다. 꿈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니, 다시 뇌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열리지 않는 입을 강제로 열어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보통 때라면 화기애애하게 오늘은 뭘 배웠고, 어떤 선생님 수업이 너무 졸렸고, 무슨 과목이 어려웠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우리들의 시간이 순식간에 어색함으로 꽁꽁 얼어붙었고, 그 분위기는 두 갈래 길에서 헤어지기 전까지 바뀌지 않았다. 마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안녕."이라고 말했다. 나는 "응."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내일 다시 만나면 마희가 답을 줄까? 가능성이 있는 걸까?
다음날,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희를 만났더니 마희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내게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아직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한 건가?
'대답은 생각해봤어?' 하고 직접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어색한 분위기를 또다시 만들기 싫어서 나는 물어보지 못했다.
설마 그 대답을 크림빵 하나로 할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기억을 떠올려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쪽으로 점점 마음이 기울었다.
어릴 적부터 마희는 은근히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UFO 잡으러 가자!"며 질질 끌려다니던 건 일상이었고, 도대체 무슨 만화인지 책인지를 봤는지 "개울에 갓파 찾으러 가자! "라며 여름에 개울가에 끌려가 홀딱 젖은 적도 있었다.
애초에 갓파는 일본 요괴인데 한국에 있을 리 없잖아! 그렇게 마희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결국, 나는 마희의 손에 휩쓸려 이 숲 저 산 그 강을 본의 아니게 탐방하게 되었다.
그러던 마희에게 탈출하게 된 건 중학교 때부터였다. 그때부터는 맘대로 놀 수도 없으니까. 그래도 그 성격은 없어지지 않았는지, 가끔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전자석은 왜 에나멜선을 철에 많이 감을수록 더 강해지는 거에요? 많이 감으면 감을수록 전기가 더 많이 빙빙 돌아야 하니까 어지러워서 더 약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라는 기상천외한 질문을 하는 바람에 과학 선생님을 당황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그렇다고 크림빵을 답변으로 줄까? 도대체 크림빵이 시사하는 게 뭔데? 반지, 편지라면 몰라도 크림빵은 지나치게 뜬금없지 않은가.
사줬으니까 YES? 아니면 실연의 상처를 보듬어 줄 선물의 의미로 NO?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번쩍!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아하, 그렇구나. 드디어 마희가 내게 뭘 원하는지 알 것 같다.
분명히 그녀는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거야!
일부러 대답을 질질 끄는 것도, 크림빵을 내 책상 서랍 속에 넣어놓은 것도, 모두 내가 자신의 남자친구로 적격인지 확인하는 일종의 테스트였던 것이다.
마시멜로 이야기.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에게는 마시멜로 2개가 주어진다.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었고, 소수만이 인내한 결과 그 보상을 받았다.
나는 그저 인내를 가지고 크림빵을 먹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인지 테스트하기 위함이 분명하다.
다시 크림빵을 보았다. 마희가 손을 X 모양으로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사랑을 얻는다. 나는 참을성을 가진 소수가 되겠어. 마희, 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겠어!
마희의 진의를 안 덕분에 너무 기뻐서 수학 시간에 2×3=5라는 실수를 해버리기까지 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이제 그녀의 남자가 될 수 있다.
종례가 끝나고, 뜯지 않은 크림빵을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희를 만나러 마희의 반을 찾아갔다. 하지만 반에 마희는 없었다. 내가 그녀의 오른쪽에 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춰 왔는데 그녀가 없다니!
실망해서 터덜터덜 돌아가려고 하니, 뒤에서 나의 그녀는 기습처럼 찾아왔다. 마희는 내 손에 들린 크림빵을 보더니 "어, 안 먹었어?" 하고 물어봤다. 나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희의 한 마디.
"왜, 그 크림빵 싫어해?"
"……뭐?"
"지난번에 버스비 빌린 거 갚으려고 너 좋아하던 크림빵 사줬는데, 왜 안 먹었어? 식성이 그새 바뀐 거야?"
……아.
그거였구나.
예전에 마희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녀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마희에게 다가가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어봤다. 그러자 마희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오늘 어딘가에 버스 타고 가야 하는 데 버스비가 없어졌어!"라며 내게 간곡히 애원했다. 그날, 나는 버스비 1천 원을 마희에게 빌려줬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적도 있었지.
그것 때문에 1천 원짜리 크림빵을 사준 거구나.
그걸로 나는 별의별 개망상을 한 거지. 하하하.
금방이라도 뇌 속에서 대폭발이 일어날 것 같았다. 으아아아. 내 뇌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
나는 크림빵을 뜯어서 앙 물었다. 독약도 없었고, 커터칼도 없었다. 달콤한 크림이 내 입가에 묻었다.
"맛있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그나저나, 대답은 아직도 준비가 안 된 거야?" 나는 너무 허무해진 나머지, 마희에게 대뜸 물어봤다. 인내심 테스트가 아닌 이상에야, 어차피 물어봐도 화내지 않을 테니까.
마희는 당황해서 "어, 어, 그게……."라며 말을 더듬었다. 얼굴은 이미 빨개져 있었다.
"미안해. 아직……."
"괜찮아. 언제까지든 기다려 줄 테니까." 나는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마희는 그런 나를 보더니 "너, 조금 이상해졌어." 하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걱정마. 내일이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나는 마희에게 웃으며 말했다. 마희도 그에 화답하듯 환하게 웃어줬다.
아마 대답은 Yes일 것이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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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중독 님이 막 뭐라고 해서 화나서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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