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람을 죽였다. - 주역배우는 마지카의 간판배우 마리엔이었다. 역시나 라는 느낌.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몇 번째일까, 마리엔이 주역을 독차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모두 주역은 포기한 상태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으며, 연기력도 뛰어나다. 빠질 부분이 없기에 마리엔이 주역을 독차지하더라도 모두들 납득했다. 마리엔의 뒷공작이 있었다면 모를까, 마리엔이 자신들보다 훨씬 우월한 걸 알기 때문에 마리엔만을 비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마리엔처럼 착한 여자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질투까지 날 때도 있다. 언제 배우를 그만둘 지 모르고 전전긍긍하는 나와는 달리 언제나 미래가 보장된 듯한 그 모습은……. - 마음 속에서 꾸물꾸물 올라오던 검은 분노는 순식간에 붉은 살의로 바뀌었다. 결국 나는 들고 있던 칼로 그 사람을 찔러버렸다. 노란 드레스가 붉게 물들자마자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으나 이미 손마저 붉게 물들었을 때였다. - 연극 대본을 봤다.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손을 잡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어서 그들이 떨어지며 눈앞에 과거가 플래시백되는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은 극장에서 처음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나중에 그들의 아버지가 서로 철천지 원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남주인공의 아버지는 여주인공의 아버지를 죽였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서로를 거부하기에 그들은 너무 깊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여주인공의 오빠가 그 사실을 알고 남주인공의 아버지를 죽이게 되고, 남주인공은 징벌이라고 체념하면서도 결국 이 모든 사실을 견디지 못할 지경까지 간다. 결국 남주인공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여주인공을 몰래 떠나 절벽에 선다. 하지만 그 순간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의 손을 잡는다. 언쟁 끝에 두 사람은 동반자살을 결심한다. 내용은 별 것 없었다. 삼류 멜로극 정도.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서 싼 각본가를 고용한 거겠지. 마리엔이 있는 한 일정 수의 관객은 보증되니까. 어쨌든, 내용이 없는 만큼 이 연극에서는 감정연기가 중요했다. 얼마나 독자를 이입시킬 수 있는가.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초반에는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러브신이 많았고, 후반부에는 공기 자체가 바뀌었다. 남주인공과의 러브신.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리엔을 슬쩍 보았다. 만약 내가……. - "――――――" 뭐라고? 나는 당신이……내게……. 뭔가가 안개처럼 마음을 감쌌다. 분노였다. 마음 속에서 꾸물꾸물 올라오는 검은 분노는 순식간에 붉은 살의로 바뀌었다. 결국 나는 들고 있던 칼로 그 사람을 찔러버렸다. - 연극 연습이 시작되었다. 마리엔은 별처럼 무대 위에서 빛났다. 연극을 진행해가면서 마리엔과 나는 점점 친해져갔다. 친해져가면 친해져갈수록 마리엔의 흰 살결과 붉은 입술, 몸매가 탐스럽게 보였다. 저걸 가질 수 있다면. - 그 사람은 내게 일말의 자비도 없이 말했다. "지워." 뭐라고? 나는 당신이……내게……. 뭔가가 안개처럼 마음을 감쌌다. - 연극이 끝나고 마리엔이 모두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모두 술을 한 잔씩 들고 건배했다. 성공적인 끝마침을 축하하며. 한 잔 쭉 들이켰다. 마리엔의 얼굴이 빨개졌다. 귀여우면서, 요염한 매력이 느껴졌다.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는 게 마리엔이 인기있는 이유일까. 나는 팡뜨를 살짝 보았다. 그 또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연극이 끝난 게 어지간히 기쁜 모양이다. 아니면 다른 게 기쁜 걸까. 마리엔과 손가락이 살짝 닿은 듯 했다. - "무슨 소리야." 나는 되물었다. "무슨 소리냐니.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 하잖아. 안 그러면 너도, 나도 인생 망치잖아." "조용히 처리한다고? 인생을 망친다고?" 나는 불안감의 편린이 가슴을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내게 일말의 자비도 없이 말했다. "지워." -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기 힘들어졌다. 비틀거리면서 문에 머리를 부딪치자 마리엔이 내게 말했다. "그렇다면 오늘만 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가시는 게 어때요?" "괜찮겠나요?" 나는 조심스레 물어봤다. "뭐가 어때서요. 사람이 많이 있으면 좋은 거에요!" 마리엔은 내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뭐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마리엔은 씨익 웃더니 나를 여분의 침실로 데리고 갔다. 그 이상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술을 더 마신 것 같기도 하고……기억해내려고 하면 머리가 아팠다. 뭔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 얽히고 섥히는 느낌. 그런 추상적인 느낌 이외에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깜짝 놀라 침대를 뛰쳐나올 뻔했다. - "진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사람은 한숨을 후 쉬더니 내게 말했다. "어디 능한 사람 없나?" "무슨 소리야." 나는 되물었다. - 그 이후로 마리엔과 굉장히 친밀해진 것 같다. 모두가 부러운 듯 나를 쳐다본다. 이제는 서로 배를 만지면서 살짝 튀어나온 것 같다고 농담도 자연스레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진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 이후, 자주 마리엔의 집에 놀러갔다. 재앙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언제가 그 씨앗이 되었는지 모른다. - "임신했어."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진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사람은 한숨을 후 쉬더니 내게 말했다. "어디 능한 사람 없나?" "무슨 소리야." 나는 되물었다. "무슨 소리냐니.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 하잖아. 안 그러면 너도, 나도 인생 망치잖아." "조용히 처리한다고? 인생을 망친다고?" 나는 불안감의 편린이 가슴을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내게 일말의 자비도 없이 말했다. "지워." 뭐라고? 나는 당신이……내게……. 뭔가가 안개처럼 마음을 감쌌다. 분노였다. 마음 속에서 꾸물꾸물 올라오는 검은 분노는 순식간에 붉은 살의로 바뀌었다. 결국 나는 들고 있던 칼로 그 사람을 찔러버렸다. 노란 드레스가 붉게 물들자마자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으나 이미 손 마저 붉게 물들었을 때였다. 오늘, 사람을 죽였다. 어느 날 밤에 비극이 시작되었을까, 알 수 없다. 그와 함께 보낸 첫날밤일지도 모른다. 술에 취해서 그와 하룻밤을 보냈을 때……. 러브신을 함께 찍으며 그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운명적인 밤이 찾아왔고, 그와 가까워졌다. 그와 친해졌다고, 그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다.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배에 칼을 대고 깊숙이 찔러넣었다. 아빠를 따라 같이 가자, 아기야. ---- 서술 트릭 연습. 맞춤법 퇴고조차 안 거쳤기 때문에 조악합니다. 1. 모든 글의 화자가 똑같다고 느껴졌다. 2. 마리엔이 아닌 화자가 여자로 느껴졌다. 이렇게 느껴졌다면 제 연습은 성공. 아니면 FAIL.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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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각키
2012.06.24 11:57
퇴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하루 묵혀두고 다시 보는 거라긔 근데 내가 그렇게 해본바로는 새벽에 쓴글은 백프로 오글려거려서 다 지워버리게됨 -
아라각키
2012.06.24 11:58
나는 배에 칼을 대고 깊숙이 찔러넣었다. 아빠를 따라 같이 가자, 아기야.
이 문구 맘에드네요 -
달룡
2012.06.24 12:14
정확히 4문단 마지막에서 2번째 줄에서 화자가 2인임을 짐작했고 7문단에서 확신했어요. 사실 서술트릭 연습이라고 써 있어서 철학책 읽을 때만큼 집중해서 읽었기 때문에 바로 파악했겠지만 그래도 서술트릭은 좀 fail. -
응딩이매니아
2012.06.25 01:18
좋은 평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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