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성만으로는 절대 작품이라고 불릴 수 없다
2013.01.11 22:25
네타 |
---|
어쩌다 '교사 뒷편엔 천사가 묻혀져 있다' 라는 만화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왠걸?
초등학교가 배경에다 등장인물이 초등학생인데 어쩜 이리 참혹한지
.......
이걸 보고 처음엔 충격이 다음은 황당함이 종국엔 엄청난 짜증이 밀려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극성만으로는 작품이라고 불릴 수 없다, 이다
이건 등장인물이 초등학생이며 그 초등학생들이 저지르는 나쁜 죄의 이야기이다
애초에 등장인물 설정부터가 노림수이다
초등학생이라면 순수하고 순진한 결코 내용과는 무관할 듯한 인상이며 이들을 주연으로 삼는다면 그 충격이 배가 되리라 예상되며 작가 역시 그것을 노력고 독자는 역시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이것의 문제점이 정말 자극성만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게 어떻게 세상에 나오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필자는 사실 책으로 나올 정도면 그것이 작품이라고 기본적으로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필자가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라벨의 명제에 벗어난다
왜냐면, 자극성이라는 것은 소재나 혹은 이목을 끌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로서는 작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면 흔히 '마미루' 라고 불리는 충격과 공포의 3화, 우리의 이목을 끌었던 바로 그 장면
우메선생의 순진하고 순수해보이는 작화와 더불어 진행된 충격적 전개는 시청자의 머리를 크게 때렸다
하지만 이 경우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는 그저 이목을 끌기 위한, 혹은 작가의 방식으로서 해석되며 그것과는 별개로 의미있는 내용과 몰입감 넘치는 진행 그리고 잘 짜인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자극성은 위의 효과를 가져다 주지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작용하게 된다
이밖에도 여러 선혈이 낭자하는 작품들을 나열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작품의 목적이자 내용 즉 자극성이 그 작품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만화는 자극성만이 있다
잠시 내용누설이 있으니 보지 않았다면 보지 않기를 바라며 혹 보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하는 사람들만 스크롤을 내려주길 바란다
3화에서 소꿉친구인 남과 여가 결국 파국을 맞이하고 여자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사실 처음만 해도 이게 여러 것들이 그랬듯 권선징악 혹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성장 등 흔하디 흔한 주제라도 이것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괴로워하는 여자, 그것을 받아주고 지탱해주는 듬직한 남자
더군다나 이 남자애는 초등학생임에도 "도망치자!" 라는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전철을 타고 도망갈 정도의 행동력을 보여주었고 여자가 '2대째 소라' 에게 마지못해 개밥을 주려고 하자 그것을 빼앗아 배가 고프다며 씹어먹을 정도의 담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둘은 소꿉친구이면서 부르면 들릴 정도로 가까운 이웃이었기 때문에 이 남자애가 가졌던 인상은 강했다
전형적인 지지자, 역경을 같이 싸워 나갈 주인공의 상이었다
그런데?
반 애들이 둘러싸고 남자애한테 섹스를 하라고 시켰을 때, 여자는 자기가 도와준 '2대째 소라'에게 잡혀 떨고 있을때
바로 그때, 희망한 광원과 함께한 그 순간적인 희망은 다음 컷에서 빗겨나갔다
결국 저 위에 써놓은 것은 나락으로 빠지는 그 상황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행동력 있고 전혀 두려움이나 공포 따위는 없는 오히려 개밥을 대신 먹어줄만한 남자애가 말이다
결국 캐릭터성의 붕괴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이 의도한 자극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극성만으로는 결코 작품이 될 수 없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은 '재미' 정도 박에 없다
자극성은 수단은 될 수 있어도 의미가 되진 못한다
자극성은 소재가 될 수 있어도 주제가 되진 못한다
자극적인 전개를 위해 선정한 배경은 초등학교
자극성을 더하기 위해 선정한 인물은 초등학생
자극성 전개를 위해 설정한 캐릭터성의 붕괴
과연 이걸 작품으로 봐야 할까?
댓글 29
-
리카아메
2013.01.11 22:31
-
청록야광봉
2013.01.11 22:34
그건 스토리라인이 있잖아 그리고 그건 재미를 추구하는 거고
그런데 이건 스토리가 오직 충격 즉 자극성만이 목적이라고 -
하이웨이
2013.01.11 22:51
공감. 암살교실이나 마인탐정도 비슷하지..... -
하이웨이
2013.01.11 22:53
그래도 암살교실은 재밌긴하다. 교사 뒷편은 그냥 보고나면 짜증나기만하고 기분나쁨. 미스미소우, 마법소녀 디 엔드도 마찬가지 -
청록야광봉
2013.01.11 22:55
솔직히 네우로는 좀 병신이라 넘어가는데 암살교실은 그래도 재밌잖아 위에 써놨듯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건 재미 뿐이라고 암살교실은 재밌는 만화임 의미없는 거랑은 다르지 -
하이웨이
2013.01.11 22:56
마마마 이후로 좀 고어스럽고 잔혹하게 해서 보는 사람만 경악시키면 작품성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너무 많아졌다. -
터메릭
2013.01.11 23:18
맞아 나도 네우로볼때 비슷한기분 느낌; -
newshower
2013.01.11 23:23
ㅇㅇ 짜증남. 내가 원래 시리어스한걸 별로 안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못봐주겠음. -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왜 굳이 꺼내는가 싶네.
만약에 만화계가 그런 작품으로 도배되어 있다거나 트렌드가 그런식으로 바뀌려는 추세를 보인다면 이 글이 그런 만화들에게 일침이 됐겠지. 그들은 듣지도 않겠지만.
애초에 대리만족(=딸딸이)칠라고 만화보는거 아니냐, 그런걸 원하는 애들도 있겠지. 너가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업다는 그런 만화들말이야. -
내가 방금 암살교실 나베르에 검색했다. 번역본이 바로 뜨더라고.
글에서 언급되어져야 할 만큼, '출판되는게 미친것처럼 느껴지는 작품'에 접근하기가 너무 쉬운 이 세상이 미치긴 한거다.
건가 싶은게 아니라 미치긴 한거같다. -
청록야광봉
2013.01.11 23:29
아니 이렇게 보란듯이 출판되고 그러니 세상이 미친건가 싶어서 -
그냥 뽕빨이랑 똑같은거 아닌가
스토리 캐릭터 다 집어치우고 멘붕하는거 맛보려고 미스미소우등등 찾아보는 도M변태새끼도 있을 수 있잖아
그게 적어도 사람들한테 읽히는이상 그건 작품이지 ㅇㅇ. 좆같으면 좆같은거고.
난 여타 의미없는 뽕빨라노베들 몇천몇만부씩 팔려나가는게 더욱 이해가 안되. 그래도 내가 그것들을 개똥으로 취급하진 않지. 좋아하는 사람도있으니까. -
한줄요약 : 취존점여 헤헤
-
사람사는곳
2013.01.11 23:48
그걸 작품성이라고 하는 풍조가 실제로 지난세기에 대유행한 장르가 있었습니다. 들어보셨을거예요 아마.. 미술이라고. -
사람사는곳
2013.01.11 23:53
ㅇㅇ. 문제는 그게 뭐라도 있는줄 알고 타 장르에서 흉내내려는 거. 실패한 사례인데 말이지.
벌써 그걸 보고 작품론을 건드려야 하는 단계니 나쁜건 배우는게 빠르긴 한가봄. -
청록야광봉
2013.01.11 23:49
거긴 그냥 예술이라는 말 한마디 붙이면 다 됨 -
Winial
2013.01.11 23:58
이거 되게 좋은 글인데 왠지 잘난거에 있어야 할것 같아요 -
청록야광봉
2013.01.12 00:05
그정도는 아닌듯 -
그래도 난 자극적인거 좋음.
-
古戸ヱリカ
2013.01.12 23:07
영감님, ㅁOㅎ 버튼 찾는게 아니고요? -
그래서 네놈 글 비추 ㅗㅗㅗ 비추 버튼이 어딨냐!
-
청록야광봉
2013.01.12 00:49
잘 알죠^^ -
주제가 어떻든 엄연히 줄거리와 만화적 내러티브가 있는 개인의 창작물이니, 그 역시 만화 작품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생각함.
일단 모두 작품이되, 그 작품이 명작이냐 설사똥이냐 하는 평가만 상대적인 거고.
개연성과 뚜렷한 의미가 없이 오로지 자극성만을 주제로 삼는 작품은 모든 문화 장르에 다 있다. 특히 현대에는 그래. 원 씨발 개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철학적 비평론에 의해서든, 순수하게 컬트적 자극이 좋을 뿐인 매니아들에 의해서든, 모두 제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인정받고 있음. 그러니까, 존나 두살짜리 애기가 물감 대충 흩뿌린 캔버스도, 감독이 대놓고 싸구려 자극만을 노린 B급영화 펄프픽션도 작품이라고 인정받는 시대란 말이지.
당장에 쇼타망가도 작품이라는게 나으 지론이다.. -
청록야광봉
2013.01.12 02:35
음 네 말도 일리가 있어 더 이상 들어가봤자 네가 가진 상대적인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주장과 내 작품이라면 어느정도 기준이상이어야 한다는 견해차이만 더 드러날 뿐이라 말하지 않을게
음 이건 그냥 말하는거지만 상대적 관점이라는 게 다양성과 만든이에 대한 존중을 가지게 만들어줄 수는 있을지언정 작품이 가지는 이미지의 기준점을 낮출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망가 등의 포르노는 이 이야기와 무관한 것이 포르노는 성적 만족을 위한 것이고 그게 작품의 내용이고 목적이자 만드는 이유야 만화 등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창착물이랑은 케이스가 다르지 ㅋㅋㅋㅋ 그러니까 포르노는 포르노라고 -
내가 갑자기 현대 사조나 영화 이야기를 꺼낸건 그냥 대세도 이렇다는 참고적인 의미고...
위에 단 댓글과는 조금 다른 논점, 더 포괄적인 논점에서 얘기하자면, 누군가가 공들여서 창작한 결과물이며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품으로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런 함의 없이 그저 개연성이 부재된 끔찍함을 추구할 뿐인 요 만화를 '야 이거 내용적으로 물건이네' 라고 칭송할 사람은 드물 거다. 하지만 다른 가치나 기준이나 취향에 따라서는 '물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임. 이를테면 그저 끔찍한 자극뿐이라는 점에서 '작품'이라는 사람도 있고, 끔찍한 자극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요소가 좋으니 '작품'이라는 사람도 있겠지. 전자는 무사시건도, 후자는 길티크라운에 대한 평을 떠올리면 될듯
그러니까 씨발 망가도 작품이라고. 야한 자극만이 목적이지만 그래서 좋은 것이기에... -
청록야광봉
2013.01.12 01:41
음 솔직히 내가 주제나 의미 좀 따져서 그런거 같긴 한데
뭐 시대흐름 이런 이야기하면 내가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작품이라는 게 그냥 만든 물건이 아니라 야 이거 물건이네 할 때의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식으로 치면 약간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닌가 싶음
그 뭘 하든 "저는 이걸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면 음 그래? 하고 넘기는 것처럼;; -
LIIII
2013.01.12 01:44
미스미소우는 내가 완결된 상태에서 결말이 어떤지 듣고 봐서 그래도 참고 끝까지 봤지만 만약 이 작품 연재 초부터 따라가면서 보기 시작했더라면 진작에 기분 나빠서 하차했을꺼라고 생각함 그래서 난 이 작품 완결 되거든 보려고 함 ㅇㅇ -
밀리미터
2013.01.12 05:08
작품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있어서 의견차이가 생기는것 같음 -
작품은 맞지만 좋은 작품은 아닌거 같음

근데 싫어하는거랑은 별개로 작품은 작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