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고리 아츠시는 천원돌파 그렌라간과 PSG의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아저씨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가이낙스 퇴사 이후에는 아이돌마스터 애니메이션(이하 애니마스)의 감독으로 자신의 아이마스 덕력을 만천하에 과시하기도 했다. 이 양반은 비록 캐릭터 디자인으로 유명해졌으나 그가 담당한 OP/ED무비와 처녀작 애니마스에서 보듯 작화능력과 연출능력 또한 비범한데, 특히 일상적인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펼쳐내는 몽타주 연출에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필시 이런 능력이, 일상물도 아니면서 여캐들 십수명이 낄깔꼴꼴대는 모습과 기복을 공평하게 표현해야하는 애니마스라는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 한 몫 했을 터이다.
뭐 니시고리를 A to Z 탐구하자는건 아니고... 니시고리가 잘 그리는 특정 카메라워크에 대해서 한마디.
VIDEO 이 사람이 나의 주인님 OP ( 2005)
작화감독, 연출, 원화, 콘티 담당
1:00~1:10
VIDEO 마호로매틱 다녀왔어◆어서와 OP ( 2009)
작화감독, 연출, 원화, 콘티 담당
1:04~1:26
니시고리가 담당한 위 두 영상은 그냥 그 자체로도 잘 만든 오프닝 무비로 칭송받고 있지만, 일단 시간 표시한 부분에 주목하자. 클라이맥스의 놀라운 카메라워크를 볼 수 있다. 막 휙휙 빙글빙글 돌며 등장인물을 비추는 요런 형태의 카메라워크는 일일이 한컷 한컷 그려야 하는 2D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연출하기 힘든 편인데, 이는 카메라(*편의상 카메라라고 쓰지만, 실제 카메라가 아닌 가상의 시점)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맞춰 배경과 사물, 인물들이 모두 제각기 다른 속도/각도/움직임으로 그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니시고리만의 엄청 유닠크한 연출...!따위로 후빨할 수는 없는게, 솔까말 이런 연출 자체는 옛날부터 널리 쓰였던 거다. 많은 애니메이션 - 특히 메카물에서 비슷한 종류의 연출을 찾을 수 있고, 잘 그리는 애니메이터도 많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한계들로 인해 대부분이 하늘이나 우주 등 단조로운 배경에서 사용되며, 앵글도 한정적이고, 한 화면에 동시에 등장하는 인물/사물도 적은 편이다. 애당초 일상물적인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카메라워크를 써먹을 껀덕지가 없기도 하고.
게다가 이 카메라워크는 그냥 잘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한층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하여 보다 연출적인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더 고난이도다. 이를테면 어느 부분에선 어떤 방향으로 카메라가 이동해야 하는가? 어디서 각도를 틀어야 하는가? 특정 인물의 신체부위를 어디까지 비춰야 하는가? 니시고리는 그런 면에서 신의 경지를 보여준다.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와도 같은 저 현란한 움직임을 보라! 샥! 샥! 샥! 코레고슈 주인공 삼인방을 스쳐 지나가는 카메라의 뭅먼트! 마치 아폴로의 잽을 훅훅 피하며 스텝밟는 록키 발보아를 보는 것 같구만!
그리고 몇년 뒤...
VIDEO 아이돌마스터 25화 READY&CHANGE (2011)
http://youtu.be/OmXnMbRqE60 웬 에스빠뇰들이 불러제낀 한심한 커버보컬은 무시
25화 작화감독, 원화, 콘티 담당
1:04~1:15
25화 READY&CHANGE의 카메라워크는 지금까지 그 어떤 심야 애니메이션의 무대씬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혁신 그 자체였다고 감히 단언까진 못 하겠지만 아무튼 대단했다고 모든 덕후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동시에 수많은 캐릭터가 춤을 추는 공연씬에 이런 정신나간 카메라워크를 아무런 위화감 없이 녹여낸 것이다. 위 두 오프닝 무비의 카메라워크가 말 그대로 오프닝의 목적(캐릭터 소개)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제한적인 연출에 불과했다면, 이 READY&CHANGE는 그러한 카메라워크가 애니메이션 본편 내에 실제 적용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속도감은 덜하지만 훨씬 현실적이고 부드럽다.
배경에 춤추는 여캐들까지 세심하게 표현한 초인적 작화력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연출적인 감각' 역시 두드러지는데, 마치 실제 공연장에서 크레인 카메라가 움직이는 것처럼 캐릭터들을 자연스러운 앵글로 하나하나 지나치다가 최후에는 이오리의 손키스 뿅. 캬! 끝내준다! 이거야말로 덕후들에게 실제 라이브 공연장에 온 것처럼 압도감을 심어주는 연출 아니겠는가. 덕후들아, 보고서 질질 싸라! 블루레이 사라! 싸랑해요 아이마스! 머 그런 니시고리의 삼중메시지가 여실히 전해진다.
VIDEO
니시고리 감독은 현재 애니마스 극장판을 작업하고 있다. 그와중에 올 1월 신작인 비비드레드 오퍼레이션에서 오프닝의 작화감독, 연출(공동작업), 원화(공동작업)를 담당했는데 영상 초중반의 일상 부분이나 후반부의 '언덕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은 확실히 니시고리의 냄시가 느껴진다(이 사람이 나의 주인님 오프닝, 애니마스 CHANGE!!!! 에도 같은 구도가 있다). 여담이지만 비비드레드 오퍼레이션의 감독이자 오프닝 콘티/공동연출을 맡은 타카무라 카즈히로 역시 가이낙스 출신의 애니메이터다.
결론 : 비비드레드 오퍼레이션 빨아라
90초 내내 카메라를 빙빙돌리면 어지럽기만 하겠지만
연출에 필요할 때 알맞게 사용했다는게 호감이네.
그나저나 비비드는 걍 치유물로 가려는듯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