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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네타  



 어제는 굉장히 재미 있었다.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고 나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마침표를 찍긴 했지만 나는 그 마침표의 꼬리를 살짝 돌려 아직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스토리가 좋은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느낌이지만서도 한편으로는 이것만큼 배다른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이라고 몇 개 꼽아본다면, 흔히 추천감들을 몇 개 뽑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천원돌파 그렌라간>, <코드기아스>.




 아시다시피 천원돌파 그렌라간은 열혈물의 특징인 '열혈은 있으나 스토리는 없다' 의 정석을 밟고 있다. 그만큼 열혈물의 정석을 밟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 순간 오오오! 하는 패기로움을 맛볼 수는 있으나 그 분위기가 식어버리고 나면 "무슨 내용이지?" 하고 고개를 기울이는 그런 것이다.

 또 다른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은 코드기아스.

사실 흡입력에 있어서는 이만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중독성과 몰입을 할 수 있는 작품이며 캐릭터와 설정 역시 흥미롭다. 하지만 스토리면에서 찬찬히 훑어본다면 한껏 축축해진 바지의 지퍼를 조용히 내린 뒤 '오줌발사' 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처참하다.



 그렌라간의 경우는 2기에 열혈물의 정도답지 않은 진지한 주제에 대해 논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결국 주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보다 더 큰 위험을─열혈로─이겨내면 된다' 는 식으로 처리해버렸기에 왜 굳이 진지함을 넣었는가, 라는 의문과 함께 써버린 그 몇 화에 아쉬움이 남는다. 솔직히 이 부분에 관해서는 비슷한 주제를 논한 길티 크라운 중후반 부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꽤 알려진─이 단어를 쓰기에는 좀 분분하지만─소위 명작이라고까지 불리는 작품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본다면, 사실 스토리 라인에서는 아쉬움이 크다.(웃음)






 다른 예로 아직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 역시 좋은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이다. 지금까지 십수 해를 넘겼음에도 인기가 있다는 게 그 증거이기도 하고.(웃음)

 

 하지만 사실 에반게리온의 강점은 스토리가 아닌 연출과 반복에 있는데다 상징성 역시 너무나도 강하고 매혹적이었기에 '연구' 라고 할 법한 감상들 역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연출과 상징성이 강해 돋보일 뿐 스토리 라인에 있어서는 조금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괜히 애니메이션 판 <유년기의 끝>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 말해두고 싶다.

(전에 있었음에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리지날 특유의 불투명함과 연출, 그리고 상징성이 어우러져 그 색체가 돋보였고 지금까지 명작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것을 배제하고서 라도 굉장한 작품임에는 변함 없지만 말이다.)




 이렇듯 명작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작품들 역시 스토리만으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여기서 내가 꽤 스토리에 있어서 고평가를 하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 작품은 바로 <동쪽의 에덴>이다.


 사실 이 작품 꽤나 논란이 많고 용두사미라는 소리 역시 심심찮게 듣고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엔 뒷맛의 아쉬움 때문에 그렇지 조금 시간을 들여서 생각해 보면 정말 괜찮은 작품이지 않나 싶다.


 나 역시 극장판까지 모두 다 본 직후에는 그 깔끔함과 메시지를 다 이해하지 못해 아리송했었다고 고백해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동쪽의 에덴은 스토리 라인에 있어서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라고 지금은 단언할 수 있다.

 

 물론 '에어킹' 이라는 TVA 대미를 장식했던 연출은 정말 소를이 돋을만큼 굉장하기도 했고 아기자기한 우메노 치카의 특유의 화풍으로 그려진 개성 없어 보이는 캐릭터 디자인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길만큼 매력적이었던 캐릭터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지만 동쪽의 에덴이라는 작품의 메시지(주제)와 스토리 라인이 꽤나 잘 버무려져 있는 작품이라는 점 만큼은 소리 높여 말하고 싶다.



 12명의 구세주들의 일본의 미래를 둘러 싼 싸움, 세레손.

 '일본의 미래' 라는 거창한 주제를 가진 만큼 커다란 스케일과 주제를 가졌음에도, 잔잔하면서도 거침 없는 전개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런 작품은 굉장히 드물다. 손쉽게 쥬이스(세레손 휴대폰)에게 말만 하면 뭐든지 들어주기에 더 간단해 보이기도 하고.(웃음)



 내용데 대해 좀 더 말하고 싶지만 그 특유의 재미와 전개의 신선함에 있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그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기에 그만 두겠다.



 급작스럽지만 결말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결국 '너희들이 사는 일본의 미래에 대해 자신들이 생각해 보라' 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 응원의 기념으로 모두의 계좌에 1엔 씩 송금하는 것은 꽤나 의미심장한 연출이었다.

 

 느끼겠는가? 이 장면은 그걸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결국 이 동쪽의 에덴이라는 작품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 역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일본은 아니지만─비슷한 국제 정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 게 말하는 메시지이자 주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작중으로 따지자면, 타키자와에게 이끌려 쇼핑몰에 몰려 있던 니트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움직여라, 그리고 생각해라'


 작중 니트(NEET)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명심하자.




 이 점에서 얼마 전 완결을 맺은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사이코패스(PSYCHO-PASS)>와의 차이점이 드러나는데 결국 '보여주기' 밖에 하지 못했던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너희들 역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사람들, 즉 이 작품을 본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라는 교훈을 전해 주어 '동참' 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만 1엔을 못 받았을 뿐이다.(웃음)




 아까도 말했듯 이 동쪽의 에덴이라는 작품이 주제(메시지)와 스토리 라인이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주제에 대해 조금 중점을 두었지만 그것이 관통하고 있는 스토리 라인 역시 굉장하다는 걸 거듭 강조해본다.


 스토리에 있어서는, 각자 감상하고 느끼길 바란다.





【 P.S) 추가해보면, 극장판 2부의 급전개에 있어서는 할 말이 없다. 어디서 소설판이 완전판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었는데 말이다. 또한 수수꼐기같은 매력이 있는 아키자와 아키라의 과거가 말 그대로 수수께기가 되어버린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이이누마 총리의 아들이라는 증거가 개정 전에도 몇 있었는데 DNA검사 결과는 아니라니........뭐 수수께기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서도.】




 

 

 여기까지 오니 "아, 이렇게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이 적은데다 무릂을 탁 칠만 한 게 없구나." 라는 생각이 조금 든다. 어쩌면 어제 말했던 일애니의 한계, 오리지날을 만들 만한 능력 부족이라는 게 조금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정도가 어디냐,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기도 한다. 왠지 모르게 외주(애니메이션 각본 제작 외)가 조금 고평가 되는 듯한 인상이 드는데 사실 오리지날임을 배제하고서도 이만한 작품들 역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소설가들에도 급이 있듯이 제작팀의 각본가들에게도 급이 있다. 어제의 이야기는 좀 떨어지는 쪽이었고.(웃음)


 사실 여러 작품들을 더 말하고 싶다.


 C - the money of the soul and possibility control 같은 것도 사실 경제라는 소재를 썼음에도 조금 붕 뜬 감이 없지 않아 있고 서로 용해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겠지만 엔딩 자체는 좋았고 시도도 좋았다. 후반의 스토리와 함께 마슈의 정체 같은 아무래도 좋을 것이 부각되었기도 했고 결국 미쿠니와 센노자의 주장 속에서 허우적대기도 했었고 말이다. 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고평가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웃음)



 이밖에도 여러 작품, 흔히 이런 주제에 관해서 나오는 여러 소위 '철학 애니메이션' 들이 튀어나올 법한데 그 작품들은 '주제' 가 있지 '스토리' 는 약하다. 정말 아쉽게도 말이다. 이런 부류의 작품들에게서 스토리란 주제를 나타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작품들이 상징성이나 은유를 하듯 스토리도 그저 표현의 수단일 뿐인 것이다.


 주제와 스토리, 혹은 스토리만으로 부각될 만한 작품은 정말도 드물다.






 이제와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스토리라는 것은 구곽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닐까' 라는 것이다.

 여지껏 상징성과 주제, 의도와 연출에 있어서의 메리트를 배제한 채 스토리 혹은 스토리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어쩌면 스토리라는 것이 주제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음에도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새로운 물음이 머리 속에 일고 있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최소한의 인물상과 한 단어로 축약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있던 고전문학에서 이야기의 재미를 느꼈듯 어쩌면 작은 주제, 작은 이야기임에도 좋은 스토리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지 않냐는 말이다.



 써놓고 보니 내가 생각해오던 좋은 스토리의 라벨과는 조금 다른 맛이 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싶다.

 

 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위의 글이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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