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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네타  

원래는 그 글을 마지막으로 도배에 가까운 감상문 적기를 멈추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글 네 개 중 두 개가 까는 글이고 두 개가 칭찬이냐 욕이냐 애매한 글인 건 내 생각에도 깨림칙해서, 좋아하는 에피소드 묶음의 감상평을 적고 몸이 괜찮으면 소실 감상까지 적어서 끝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욕한 거 두 개, 애매한 거 두 개, 좋다는 거 두 개면 왠지 나의 강박증에도 굉장히 보기 아름다울 거 같아서요.

글 제목은 원래 축제와 일상이었으나, 왠지 나가토 이야기가 많아서 바꿨습니다. 소실도 나가토 얘긴데 이 만화 스즈미야 하루히가 주인공이잖아. 왜 좋다고 하는 부분은 전부 나가토인 거죠.


The Adventures of Asahina Mikuru.jpg

1. 아사히나 미쿠루의 모험


아…이게 내가 제일 처음 본 스즈미야 하루히 관련 물이었어요.

이게 첫화라고 하길래 그냥 봤는데, 갑자기 내가 아는 스즈미야 하루히는 안 나오고 이상한 노래가 저화질 영상에서 나오는 거에요.

얼마나 당황했었는지…하지만 내용이 황당하면서도 엄청 웃겨서 그냥 헤헤헤 거리면서 봤죠.


다시 보니까, 뭔가 영화 촬영인 척 하면서 중요한 대화를 하는 게 보이네요. 예를 들어 나가토와 코이즈미의 대화는 분명 스즈미야 하루히와 쿈에 대한 이야기인 거겠죠. 잘은 모르겠지만.


뭐, 그게 중요한가요. 이 괴악한 발편집과 엉터리 스토리, 엉터리 나레이션을 들으면서 웃으면 되죠. 이거 열심히 볼 때는 일본어는 쿈 처럼 하는 게 멋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에요. 아직도 쿈 목소리를 멋있네요. 은혼 보면서도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왜 쿈 목소리는 이렇게 멋진 걸까요.


Live Alive.jpg

2. 라이브어라이브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학교 문화제! 라고 해도 되는 걸까요. 나온 거로 따지면 이게 굉장히 선구자 식으로 나온 게 되는 거 아닌가요. 자세한 부분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즈망가 대왕이 훨씬 앞이기도 하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시작부터 훌륭한 개그가 나옵니다. 점이 아니라 예언을 해주는 나가토, 연기가 아니라 얼굴을 보여주는 코이즈미 같은 거 말이죠. 영화 촬영장에서 어쩐지 쿈 친구들과 미쿠루 츠루야 이쪽간에 대화를 많이 없게 만들었다 싶더니, 예전에 이걸 이렇게 해놔서 그랬군요. 시간 순으로 보니까 그림은 안 자연스러워도 흐름은 자연스럽네요.


하지만 이 편에서 진짜 하이라이트는, 역시 강당에서 노래 공연하는 장면이죠. 연주 장면이 진짜 그냥 연주 영상 찍은 다음에 손만 따라 그린 건가 싶을 정도로 화려하네요. 음악도 좋고 연주 장면도 장난 아니고, 역시 영상은 음악이 좋아야지 싶습니다. 반대도 성립 하고요.


그리고 여기서의 하루히를 봐요! 완전히 성장이 느껴지잖아요. 도움을 준 다음에 고맙다는 말을 듣고 지금까지 몰랐던 감정을 느낀다던가 진지한 말을 한다던가 이러고 있잖아요. 엔들리스에 에이트를 지나고 조릿대잎 랩소디를 지난 하루히가 여기 있습니다.

한숨에서의 하루히가 여기 있었으면 보나마나 또 흥 내가 잘나서 해준거야 고마운 줄 알아 이딴 말이나 했을텐데 말이에요. 한숨에서의 하루히는 뭔가 이상해요. 역시 생리인가. 성희롱이지만.


마무리에 생기가 돌아오는 부분도 짜증나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웃음을 짓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아, 정말 좋은 편이에요.


The Day of Sagittarius.jpg

3. 사수자리의 날


으아…이것도 정말 재밌는 편이죠. 우선 발상부터 얼마나 평범하면서도 재밌어요. 복수를 위한 승부라니. 컴퓨터 게임이라니.


그리고 만화는 그 게임 속으로 등장 인물들을 직접 집어넣어요. 실제로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키보드 마우스만 두드리는 부분을 더 실감나고 재미있게 만드는 연출이죠. 난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나가토 유키의 이 능동성을 봐요. 아니, 능동이라기 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이라고 해야겠죠.자기 말마따나 그냥 인간 형태의 무언가 인 거 같던 나가토가 겉모습만 인간인 게 아니라 진짜 인간인 부분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하잖아요. 승부욕 자유의지 이런 것을 마구 발산합니다. 초인적인 속도로 컴퓨터를 두들기면서요.


소소하면서도 재밌고 편한 이야기의 흐름, 같은 이야기는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 같으니 하지 맙시다. 중요한 건 이 편이 재밌고 잘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거죠. 단번에 그걸 알 수 있어요. 편하고 재밌으면서도 색이 있잖아요. 아 이런 얘기 하지 말자고 했지. 정말 좋다 하고 넘어갑시다.


Someday in the Rain.jpg

4. 섬데이 인 더 레인


스즈미야 하루히 애니메이션은 완전히 쿈을 화자로 설정하고 쿈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제목이 저러니까 1인칭 주인공 관찰자 시점 아니겠어? 하고 보기에는 쿈의 비중이 대단했다고 하면 설명이 될 거 같아요.

스즈미야 하루히는 타이틀만 붙는 주요 인물이지, 온갖 모험을 겪는 건 쿈이니까요.


저런 이야기를 첫 문단에 꺼낸 이유는, 이 섬데이 인 더 레인이 그런 쿈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난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세계관의 공식 매체는 애니메이션 밖에 안 봤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단 하나뿐인 쿈이 없는 곳을 보여주는 이야기였죠.


타이틀이 올라왔기에 캡쳐한 저 화면 구도는 이 편에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주로 나오는 화면은 어쩌다가 부실에 혼자 남은 나가토가 조용히 책을 보는 장면이죠.

에반게리온에서 화면 멈춰있는 걸 까고 그러니까 이런 것도 싫어하지 않냐 하실수도 있지만, 여기서 나오는 장면은 그냥 화면이 멈춰 있는 게 아니더군요. 뒤에서 작게 뭔가 왁자지껄하게 개드립 비슷한 즐거운 소리가 들리는데, 그거랑 상반되게 나가토는 조용히 책을 보는 장면이, 뭐라고 할까, 빗소리랑 묘하게 섞이면서 화면을 더 쓸쓸하게 보이도록 만든다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그 와중에 쿈이 들어오고, 지쳤다면서 쓰러져 잠들고, 등에는 가디건이 두 겹 걸쳐있죠. 그 와중에도 미쿠루 생각이나 하루히 생각만 하는 쿈을 보면, 예전에 봤을 때는 아 그냥 잔잔하고 편한 마무리 내용이다 했는데 지금은 나가토가 진짜 부실의 비품 같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 막 들면서…으음.


뭐, 이런 저런 새로운 감상이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TV로 방영된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차분한 내용인 거 같아요.

1기 2기 다 합치면 28화나 되는 내용인데, 이 많은 내용 내내 왁자지껄 떠들고 난리 피우다가 이 편에 와서야 이런 차분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휴식이자 마무리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5. 그리고 이 분위기가 소실에서도 이어지죠.


이 참 알 수 없는 쓸쓸함과 발랄함의 조화는 극장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로 넘어가면서 더 많이 느껴지고 뭐 그래요.

늦은 시간이라 자야지 싶지만, 이렇게 시간 순서로 이어보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갑자기 아침에 아침에 하는 것도 좀 그렇겠죠.


막 왁자지껄한 게 싫은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이 시리즈에서 내가 기대하는 건 이런 겨울의 느낌인가 봅니다.

지금은 여름인데 말이에요. 비가 와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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