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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네타  

Panty & Stocking with Garterbelt.jpg

가끔은 잘난 거에 써서 진지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근데 잘난 거는 진짜 잘 쓴 글이 많잖아요. 그래서 안 씁니다. 어쩌다 글이 잘 나오면 알아서 옮겨지겠죠. 보는거에 썼어도 진지한 분들은 진지하게 '님 틀렸음 ㅡㅡ'이라고 말 해주니까요.


애초에 다뤄오던 게 문장이랑 이야기지 영상쪽은 아니라서 바닥 긁는 소리 안들리게 쓰려고 매번 노력해요. 툭하면 가볍게 쓰려다 실패하지만, PSG는 아예 감상글 쓰는 걸 세번이나 실패한 작품이니 아마 가볍게 나올 겁니다.


서론은 이정도면 됐고, 하고 싶은 말은 제목 그대로 입니다. 난 PSG를 좋아하다 못해 찬양하지만 이건 2기가 안 나오는 게 완성도를 높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치킨 게임.jpg

가끔 돌아다니다 보면 PSG를 진지하게 해석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이 막나가는 애니메이션이 시청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는 거죠. 작중에서 규칙을 강조하는 건 악마고, 그런 규칙을 무시하고 부수려고 하는 건 천사다. 즉 규칙에 얽매이고 자유를 억압하는 건 오히려 지옥에 가까운 행동이다. 이런 거요.


그럴듯 해요. 나도 진지하게 분석하는 걸 좋아하고 그런 분석을 보는 걸 좋아하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죠.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가벼운 듯 하면서 한편으로는 진지한 면모를 품고 있다는 건 찬양할 가치를 느끼게 만드니까요.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저 해석은 뭔가 안 맞아요. 팬티 스타킹 자매는 천국에서 추방된 천사들이고, 악마들은 일도 제대로 못하는 허접들이잖아요. 지옥 끝판왕이 코르셋이었으니까 제대로 된 해석이라고 해도, 그럼 가터밸트는요. 애니메이션 내내 노력하는 게 제멋대로 날뛰는 천사들을 붙잡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진지한 해석은 계속 생각하다 보면 어딘가 이상하게 꼬여요. 정말로 이 애니메이션에 모든 편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는 건가 싶어져요


캣 파이트.jpg

나는 이 애니메이션의 가치가 그 특유의 저속함에서 나오는 거라고 봐요. 하는 얘기라곤 온통 똥, 코딱지, 구토 같은 더러운 것들이랑 인터넷 조금만 검색하면 마주칠 잡다한 대충매체 패러디 아니면 섹스 이야기 거든요. 전체 시리즈를 돌려보고 돌려보고 해서 느낀 감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건 '싸구려'라는 거죠. PSG를 대표하는 건 싸구려라는 느낌이에요. 그걸 B급이라고 하나요. 나는 그런 용어 쓸 줄 모르니까 그냥 싸구려라고 할게요.


왠지 비싸게 들리는 고급 전자 음악이지만 잘 들어보면 노골적인 신음소리가 들리고, 정말 아름다운 엔딩 음악에 같이 나오는 영상이 잘 보면 사람 썰고 묻고 태우는 내용이에요. 등장인물은 전부 하나씩 일반적인 기준에서 어딘가 벗어난 성취향을 갖고 있는데다 내용 전개는 뻔하고 단순한데 어딘가 맛이 갔어요.


흔히들 '뻔하지만 좋은 스토리'같은 말 쓰잖아요. 그 기준으로 보면 PSG는 '뻔하기도 하고 안 뻔하기도 한데 하여튼 이상한 스토리'라고 해야겠죠. 보면서 재밌기는 한데 도저히 잘 만든 명작이라고 하기는 힘든 그런 거요. 어쩌면 이것보다 좀 더 아래일수도 있고요.


그리고 없었다.jpg

그런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다들 행복하게 잘 살줄 알았더니,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반전을 때리면서 To Be Continued래요. 그게 2010년에 벌어진 일이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판매량을 못 올려서 2기가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제작진도 다 찢어졌다던데요. 가이낙스에서 아예 나갔다던데.


물론 2기가 자기들 변신씬 노래마냥 Fly Away 하게 된 게 고의는 아니겠죠. 만들고 보니까 상황이 안 되고 이것저것 말려서 안 만들어진 거겠죠. 근데, 원래 싸구려라는 게 그렇잖아요. 딴에는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면서도 잘 팔리게 이것저것 집어넣고 섞었더니 묘하게 맛있는 수수께끼의 쥬스가 나온 거에요. 만든 사람들은 맛있고 시음회에서 맛있다던 사람도 꽤 있었는데, 왠지 팔리지는 않는 거에요. 만든 애들은 팔려고 만들었는데. 많이 팔아서 다음 시리즈도 만들어야 하는데. 참고로 저 쥬스 비유는 전파녀와 청춘남에서 메메가 쓴 표현 패러디 입니다. 에리오 미안해.


2기를 예고하고 영원히 나오지 않는 2기라는 요소는 이 작품의 싸구려 느낌을 완성시킨다고 생각해요. 시작부터 정신없이 돌아가던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허무하고 '이게 뭐야;' 싶은 엔딩을 가진 채로 남으면, 그건 그거대로 재밌잖아요.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입장에서 누군가가 더 많은 돈 대신 작품의 완성도를 선택했다고 평가해 줄수도 있겠죠.


아무도 안 하려나요? 그러니까 내가 하는 겁니다. 3년이 지나고 PSG는 2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온다는 발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영원히 안 나올거라면서 왜 괜히 그런 결말을 만든거냐고 안쓰러운 눈빛을 보냅니다. 그리고 나는 이 결말 덕분에 PSG는 더욱 위대한 작품이 됐다며 고평가하고 설레발을 칩니다. 글을 읽어주신 분은 그 설레발을 본 것이니, 나중에 2기가 등장하면 돌아와서 비웃음을 날려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는 왜 2기가 나오는 거냐고 나오지 말라고 마리아 홀릭 꼴 난다고 징징대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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