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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늑대와 향신료 완독

2013.08.23 20:22

하레 조회 수:358

네타  


 투니버스에서 달빛천사를 보며 '남자애가 이딴걸 보면 부끄러운 짓이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슬쩍슬쩍 투니버스를 틀어 보다가 중간에 41화를 놓치는 바람에 프루나를 켜게 되고, 자막을 구하려다 우연찮게 D모 사이트 애니메이션 갤러리에 입갤하게 된 나에게 친구가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이 있다." 며 늑대와 향신료 1권을 건내 준 것이 2007년 겨울.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1년간 아둥거리다 겨울방학이라는 달콤한 휴식을 누리던 나는 마침 할 것도 없었기에, 돈도 없고 부모님의 눈치가 보여 뭘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기에 그 한권을 책을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소설이라는게 뭐 어떻게 얻은건진 모르겠지만 신비한 힘을 가지고 마물이나 적 문파를 죽을고비 넘겨가며 물리치고 결국에는 어여쁜 처자와 함께 알콩 달콩 산다는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달까.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기가 칼, 창, 활과 같은 무언가를 해치기 위한 무기가 아닌 돈이었다는 사실, 현랑 호로라는 존재도 생각 해 보면 주인공 로렌스가 우연히 얻은 신비한 힘에 지나지 않는, 그떄까지 몇번 봐 왔던 판타지 소설과 내용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별 다른게 없다고 보여지지만 아마 몸을 부대끼며 싸우는게 아닌 돈을 가지고 싸운다는 점에 모든걸 무시했던 것 같다.


  이렇게 내 고등학교 겨울방학의 한 구석을 꽉 들이채웠던 소설이 2013년 8월, 드디어 한국에도 17권이 발매되며 그 끝을 알렸다. 2007년 11월쯤 1권이 나온걸로 기억 하고 있으니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하고 끝나는데 약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하세쿠라 이스나라는 사람이 쓴 늑대와 향신료라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동안 라이트노벨의 개념과 트렌드는 상당히 바뀌었다. 애초에 지금도 라이트노벨이 정확히 어떤 장르의, 혹은 어떤 구성요소를 갖춰야 하는 문학인지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지만 (그저 판매를 위한 상업문학으로 치부받고, 판매 부수 증가를 위한 요소를 거리낌 없이 집어넣는 세상에서  제대로 된 문학이라 가정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는 점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초기 라이트노벨과 요새 라이트노벨이 추구하는 방향, 유행, 서술 방식이 확연이 차이난다는 사실은 알아 챌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 작품은 그런 트렌드에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해 왔다. 여자아이의 팬티와 가슴이 남자 주인공들의 공공재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민망함 없이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라이트노벨이라니. 어떤 의미에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자극적인 요소가 없다고 해서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경제라는 학문 자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쉽게 쉽게 이해 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몇날 몇일을 다시 읽어봐도 이해할 수 없는 학문이다. 그런 학문을 메인스트림에 깔아 놓고도 경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도 이야기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쉽게 풀어 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흔해빠진 청소년 교육용 소설이냐, 그건 또 아닌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복선과 갈등을 치밀하게 꾸며놓았다. 경제라는 요소를 빼더라도 소설이라는 장르가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치밀하게 다 구성해 놨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완결이 더 아쉽다. 최근 발간된 모든 라이트노벨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솔직히 대다수의 라이트노벨에선 이런 진지함이나 치밀함을 찾아볼 수 없지 않은가. 혹시나 해서 노무라 미즈키의 신작을 구입해 놨는데 과연 어떨련지. 애초에 그런 작품을 찾기 위해 작가를 보고 구입한다는 것 자체가 조크 아닌가.


 하세쿠라 이스나씨는 열린 결말이 아닌 닫힌 결말을 통해 작가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대다수 없애버렸다. 열린 결말을 통해 혹여나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할 수 없는, 하면 안 되는 희망을 가질 여지조차 막았다는 점은 소비자층의 특성상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되나 이와같은 소설을 찾기 힘들어 지친 사람에게는 글쎄. 오히려 희망이라도 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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