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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모노가타리식 구성이 애니의 본질을 파괴한다?

2013.09.01 00:58

갓마미갓루카 조회 수:1962

네타  
HD.jpg : 모노가타리식 구성이 애니의 본질을 파괴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샤프트 애니로 그 유명하다는 마마마도 안보고 히다마리도 1기 정도까지밖에 안 봤습니다. 짧은 소견임을 미리 알리는 바입니다.


바케모노가타리_conwale.jpg


서론


모노가타리 시리즈는, 그 중에서 특히 바케모노가타리는 라노베로도 애니로도 제가 가장 만족하면서 본 작품이었습니다.

명작애니의 기준이 무엇이냐 라고 하면서 하도 싸우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명작이라고 칭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판매량에서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지카가 갈아치우기 전까지 초동 최다판매량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작품이었죠.

또한 이전에는 없던 비교적 신기술의 BD가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치고나오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림체급변.jpg


데포르메.jpg


본론


저는 이 작품이 나온 다음 분기가 끝날 때쯤 덕계에 입문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실황으로 보지는 못했고, 니세모노가타리 나올 때쯤 보게 되었습니다.

한참 빠져서 볼 때에도 제가 가장 주목했던 점은 보통의 애니와 다른 화면 표현기법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에도 SD화(데포르메)라던가, 그림체를 갑자기 변경하여 분위기나 전달 방식에 차등을 두긴 했습니다만 

이 애니는 보통의 애니에서 절대로 쓸 리가 없는, 시각디자인 쪽의 작품예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법들이 넘쳐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한참 이 작품을 접해서 신세경(...)에 빠져있을 때쯤, 제가 원래 소속되어있던 디X X니 X러리 에서는 니세모노가타리에 대한 혹평이 줄을 이었습니다.

물론 니세모노가타리는 바케모노가타리만큼 성공적인 애니는 아니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짧았던 것을 억지로 1쿨 분량에 맞추느라 <카렌 비>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졌고

사실 소설 자체도 바케모노가타리의 뒷설정(아라라기가 자매들의 설정)을 보완하려고 쓴 것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평을 듣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당시 X니X러리에는 저와 같은 모노가타리 빠들이 존재했고, 저희들은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세간의 비난(...)과 맞섰습니다.


저는 주로 '모노가타리 시리즈는 애니계의 혁명이다! 애니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각종 디자인 기법들을 사용하여 애니의 새 지평을 열었다!'라고 항변했는데,

놀랍게도 X니 X러리에 있던 몇몇 노인들에게 엄청난 뭇매를 맞고 데꿀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애니같지도 않은 뽕빨물 갖다 집어치워라' '이 작품은 애니의 본질을 파괴하고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미덕을 잃어버렸다' 와 같은 의견들이었습니다.

저는 이게 어째서 애니같지도 않은 애니이며, 애니의 본질을 어떤 방식으로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았고, 그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실사삽입.jpg


실사와애니.jpg


1. 실사삽입(특히 그림과 실사 혼합).


초등학교나 중학교 미술시간에 한번쯤 해보셨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런 처리는 콜라주를 연상케 합니다.

잡지 이곳저곳에서 오려낸 사진들을 붙여서 한 폭 안에 자기 자신이 오리지날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미술 형식이지요.

애니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런 장면은 정지화면에 가깝게 표현됩니다. 즉, 저 실사들은 정지해있습니다. (움직이더라도 스탑모션의 범위를 넘지 않습니다.)

또한 몇몇 특정 장면들에서는 실사로 표현된 오브제들이 오려서 넣은 것처럼 처리되어 있기도 합니다. (아마 실제로 오려넣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이 처리를 보면서, '어떻게 애니메이션에 이런 것을 넣을 생각을 했을까?' 라며 감탄했는데 X니 X러리 완장러 분들은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움직임도 없고 심지어 그림도 아닌 사진을 저렇게 막 갖다붙여 넣어놓고 애니메이션이라면서 팔아먹겠다는 심보는 완전 도둑놈 아니냐 하는 것이지요.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의 어원을 놓고 봤을때, 움직이지(Animate) 않는, 정지화면은 애니메이션에서 낭비컷이나 다름없죠. 


하지만 이런 표현기법을 시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장면들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려 표현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단조롭기도 하구요.

정말 제대로 된 작화가 아니라면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장면을 실사없이 처리하는 걸 상상도 하기 힘들어합니다.

또 하나의 항변을 하자면, 이런 표현 기법이 애니메이션의 혁명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실사를 오려붙여 만든 애니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 전개에서 중요한 부분을, 작화가 아닌 실사에 맡긴 것 자체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해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걸 애니메이션으로서 쇠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전한 것으로 보고 항변했던 것입니다. 쓰레기를 모아놓고 예술작품이라고 했던 아방가르드를 떠올려 주십시오. 

애니메이션에선 절대로 쓰이지 않을, 즉 쓰레기들인 실사를 모아서 장면들을 구성하고는 이를 작품이라 이르는 것은, 애니메이션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전위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저프레임(정지화면).jpg


정지화면(입움직임).jpg 


2. 정지화면에 가까운 프레임구성


1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일단 실사가 빠지고 또한 프레임 자체가 아예 없거나 극단적으로 적은 수준은 아닌 장면을 말하는 겁니다.

제가 뽑은 장면들은 흔히들 말하는 뱅크씬과 비슷한 원리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 장면은 각각 종이와 센조가하라의 입만 움직입니다. 나머지는 완전 정지 상태로 화면상에 표현됩니다.

느리게 떨어지는 종이들, 그리고 가려진 입에서 센조가하라는 살기어린 대사를 내뿜습니다. 또한 둘째씬에서도 저 시걸식 목꺾기(...) 상태로 대사를 읊조립니다.


1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비판받은 장면들입니다. 움직임도 없이 화면만 채워넣는다고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이겁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모노가타리의 모든 시리즈를 읽는 것은 글씨의 바다속에서 진짜 이야기의 줄기를 찾아내야 하는 채굴과 같은 작업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간단한데,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니시오이신이 자기 손에서, 머릿속에서 쏟아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메인스토리와 상관없이 쏟아내곤 합니다.

재미있었던 부분들도 있고, 이게 뭐야 하는 부분들도 있었으며, 그러므로 원작 팬이라면 애니로 꼭 보고싶다고 말할 만한 장면들을 살리는 것 또한 샤프트의 일이었죠.


샤프트 내부에서 얼마나 고심을 했을지 모르겠지만(아니, 사실은 고민조차 안하고 그냥 대번에 이거 저희가 맡겠습니다  낚아채선 자기멋대로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수도없이 쏟아지는 등장인물들의 만담, 언어유희, 토의, 잡담들을 화면으로 담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것은 성우의 일이고, 시나리오 작가들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작화가는 손놓고 까만 화면이나 내놓아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반대로, '애니메이션이니까', 쓸데없어도 움직여야 하니까 원작에도 없는 움직임을 넣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건 동작에 대한 낭비이고, 애니메이터의 열정낭비, 재능낭비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성우들과 시나리오 라이터들이 귀를 즐겁게 해주는 동안 동시에 눈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정지화면들을 집어넣어 모든 신경을 내용 파악에 주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모노가타리를 제대로 애니화하여,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내용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게 해주는 게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죠죠서기.png 하고


마치 이 장면처럼 말이죠. 이 장면에서도 가하라는 계속 대사를 읊어대지만, 이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은근 요염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대사를 내뱉기 때문에 실제로 신경은 귀에 집중되어 있지요.


하미시로공원.jpg학교.jpg학교2.jpg


3. 디자인으로 채워넣기


이 부분은 조금 민감할 수 있습니다. 저는 디자인은커녕 중고등학교 미술도 매번 양 가 받던 놈이기 때문에 함부로 제가 말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이 부분도 지적이 나올 수 있기에(제 기억에 배경가지고 지적하는 사람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한번 추가해봤습니다.

최근 국내 개봉한 <언어의 정원>은 배경 작화가 정말 뛰어난 애니라고 하죠. 속된 말로 배경딸...

그런데 모노가타리는 배경 작화마저 자로 그어넣은 듯이 각지고, 어떤 효과도 없이 평면적이며, 색깔도 상당히 단조롭고 몇몇 부분에만 강조색을 넣을 뿐입니다.

특히 오른쪽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배경으로 검은색 부분을 화면의 반 이상 집어넣어놓고 저희의 작품입니다 하고 앉았습니다.


저는 배경을 이렇게 만든 것도 특정한 의도(귀찮아서 말고...)가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첫째로는 등장 캐릭터들의 독백이나 대사전달에 신경을 더 집중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해.

둘재로는 등장 캐릭터를 더 돋보이게 하여 캐릭터성을 살리기 위해.

물론 여기에서 가장 큰 반론은 역시 샤프트표 작붕이 되겠지만... 그러게 샤프트 이놈들 작붕좀 그만내지...

하지만 그렇게 주변을 칙칙한 배경으로 만들고 상대적으로 캐릭터를 좀 더 밝고 눈에 띄게 함으로써 샤프트는 가하라도 마요이도 츠바사도 스루가도 나데코도

그리고 누구보다 시노부도 모두 나름의 팬층을 가진 인기 캐릭터로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한두명 밀어주기 식으로 띄우는게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죠. 심지어 무라라기도.


결론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의 근간을 흔들어버린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고, 자세히 파헤쳐보면 제가 폈던 논리에 정면으로 반박이라도 하듯(...)

시원하게 작붕을 날려주시는 샤프트의 통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사의 사용이라는 것은 그림을 기대하고 샀더니 사진을 준, 일종의 사기라고 할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문제점들에도 저는 이 애니를 높게 쳐주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화 자체가 무리라고, 원작자 니시오이신마저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수차례 표현하였던 소설을, 발매 때마다 초동 매상 기록을 갈아치우던 샤프트의 모노가타리 시리즈.

샤프트는 모노가타리의, '이야기' 부분에 주목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택하여 화면상에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록 정적(Static)이지만, 모노가타리로서 애니메이션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되려 지금껏 없던 Stanimation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HD.jpg

(절대로 못그려서 실사쓴거 아니다!)


참 길었습니다.

이 글 쓰는데 한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네요. 글솜씨가 없어서 어떻게 글을 끝맺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읽기 불편하다고 하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제가 모노가타리 쉴드치면서 썼던 말들을 하나로 이어붙이다보니

어찌 이어야 서-본-결 형식에 그나마 비슷하게 다가갈까 고민하면서 쓰느라 글이 두서없어진 겁니다......ㅠㅠ

이렇게 제가 글을 쓰는 사이에 8월이 가고 9월이 왔네요. 저는 개강을 하고 앞으로 한걸음 나아갈 준비도 같이 하고 (알바도 하고...) 바쁘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환절기 감기도 조심하시고 9월부터 혹 새로 시작하시는 일 있으시면 순탄히 나아가시길, 그리고 하시던 일도 평온히 이어나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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