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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네타  

꿈나라 이야기.jpg

아직 완결이 나온 건 아니지만, 이번 편을 보면서 확실하게 생각을 굳힌 건 전체적인 내용이 굉장히 미화가 심하다는 거에요. 단순히 농가의 생활이 즐겁게 묘사됐다는 거 갖고 하는 말이 아니고, 중간중간 대화와 묘사에서 뭍어나오는 사상을 포함해서요.


저 부분에서 나오는 대사는 가치관이 굳은 무리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가 들어오면 새로운 논의가 생기며 진화한다는 건데, 이건 그야말로 이상적인 무리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거든요. 현실에서는 가치관이 굳은 무리에 다른 가치관이 끼어들면 그 가치관을 무시하고 억압하는데 집중해요. 아니라고 말 하는 분이 있다면 참 부럽습니다. 내가 만나온 무리는 암묵적인 모토가 다른 사상 배척인 거 같은 곳이었는데 말이에요. 진화를 포기한 무리만 줄창 만나온 내가 불행한 거라고 쳐야하는 걸까요.


어쨌든, 난 이 만화가 그 어떤 일상물 보다 인간 생활에 대한 미화가 심한 만화로 보이고, 그게 너무 설득력 있게 나오는 거 때문에 약간의 투정을 부리게 되는 거죠. 만약 이게 이 은수저라는 만화가 아니라 다른 만화에서 이런 식으로 전개를 했다면 다들 좋아하는데 나는 불편하게 보는 만화가 됐을 거에요.


근데 너무 재밌어.jpg

문제는 이게 진짜 너무 재밌다는 거에요. 뭐가 어떻다 말할 거 없이, 그냥 잘 만들었어요. 그게 그림이나 연출에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진행에서 느껴진다고요.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을 잔잔하게 이어가면서 또 다시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게 정말 환상적이에요. 정말 편안하고 정말 아름다워요.


단순히 잔잔하게 웃기고 잔잔하게 감동적인 만화라고 하면 되겠지만, 이건 그 단순한 걸 너무 잘 해서 단순하다라는 생각이 안 들게 만들어요. 인물이 주제를 다루는, 어떤 사건을 다루는 태도가 너무 재밌다고요. 진지한 장면에서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웃긴 장면에서는 생각없이 웃게 만들어요. 그 와중에도 이걸 만든 사람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를 예측하게 하고요.


정말 재밌게 보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부류인가, 그건 애매해지는 거에요. 마지막 화까지 보고나면 내가 이걸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집니다. 잘 끝나서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되길 바랍니다.


PS.

실제로 있습니.jpg

타마코의 변신에서 애들이 놀라는데, 난 안 놀래요. 왜냐하면, 내가 실제로 이런 사람을 봤거든요. 이건 만화적 과장이 아니라 현실의 여성을 묘사한 겁니다. 진짜에요.

그 사람도 진짜 타마코 수준으로 변신했었지…대체 남자친구랑 무슨 짓을 했길래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된 거야….


PS 2.

맛있다.jpg

너무 멋있어서 결국 찍어서 올렸습니다. 대체 이 한 장면으로 이 한 대사로 이렇게 많은 걸 표현하다니 이거 만화가는 실력이 장난 아니네요. 강철의 연금술사 역시 봐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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