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걸까요
2013.09.08 22:58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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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결이 나온 건 아니지만, 이번 편을 보면서 확실하게 생각을 굳힌 건 전체적인 내용이 굉장히 미화가 심하다는 거에요. 단순히 농가의 생활이 즐겁게 묘사됐다는 거 갖고 하는 말이 아니고, 중간중간 대화와 묘사에서 뭍어나오는 사상을 포함해서요.
저 부분에서 나오는 대사는 가치관이 굳은 무리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가 들어오면 새로운 논의가 생기며 진화한다는 건데, 이건 그야말로 이상적인 무리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거든요. 현실에서는 가치관이 굳은 무리에 다른 가치관이 끼어들면 그 가치관을 무시하고 억압하는데 집중해요. 아니라고 말 하는 분이 있다면 참 부럽습니다. 내가 만나온 무리는 암묵적인 모토가 다른 사상 배척인 거 같은 곳이었는데 말이에요. 진화를 포기한 무리만 줄창 만나온 내가 불행한 거라고 쳐야하는 걸까요.
어쨌든, 난 이 만화가 그 어떤 일상물 보다 인간 생활에 대한 미화가 심한 만화로 보이고, 그게 너무 설득력 있게 나오는 거 때문에 약간의 투정을 부리게 되는 거죠. 만약 이게 이 은수저라는 만화가 아니라 다른 만화에서 이런 식으로 전개를 했다면 다들 좋아하는데 나는 불편하게 보는 만화가 됐을 거에요.
문제는 이게 진짜 너무 재밌다는 거에요. 뭐가 어떻다 말할 거 없이, 그냥 잘 만들었어요. 그게 그림이나 연출에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진행에서 느껴진다고요.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을 잔잔하게 이어가면서 또 다시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게 정말 환상적이에요. 정말 편안하고 정말 아름다워요.
단순히 잔잔하게 웃기고 잔잔하게 감동적인 만화라고 하면 되겠지만, 이건 그 단순한 걸 너무 잘 해서 단순하다라는 생각이 안 들게 만들어요. 인물이 주제를 다루는, 어떤 사건을 다루는 태도가 너무 재밌다고요. 진지한 장면에서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웃긴 장면에서는 생각없이 웃게 만들어요. 그 와중에도 이걸 만든 사람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를 예측하게 하고요.
정말 재밌게 보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부류인가, 그건 애매해지는 거에요. 마지막 화까지 보고나면 내가 이걸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집니다. 잘 끝나서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되길 바랍니다.
PS.
타마코의 변신에서 애들이 놀라는데, 난 안 놀래요. 왜냐하면, 내가 실제로 이런 사람을 봤거든요. 이건 만화적 과장이 아니라 현실의 여성을 묘사한 겁니다. 진짜에요.
그 사람도 진짜 타마코 수준으로 변신했었지…대체 남자친구랑 무슨 짓을 했길래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된 거야….
PS 2.
너무 멋있어서 결국 찍어서 올렸습니다. 대체 이 한 장면으로 이 한 대사로 이렇게 많은 걸 표현하다니 이거 만화가는 실력이 장난 아니네요. 강철의 연금술사 역시 봐야하는 걸까요.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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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마미갓루카
2013.09.08 23:15
타마코마켓 보셨습니까. 그거랑 비슷합니다. 뭐 그런것보다 애니는 평가할 필요 없이 느끼면 되는데 프로그램이라 힘들지도. -
castorpollux
2013.09.08 23:16
강철은 꼭 보는 걸 추천 -
사람사는곳
2013.09.08 23:35
혹시 농고가 아닌 농대이야기 모야시몬 보셨슴까? -
사람사는곳
2013.09.09 00:32
본문의 이상적이다 란 말을 판타지스럽다라고 해석한다면 딱 맞아떨어지는게 이 모야시몬이란 작품이거든여.
평자체는 무난하니 봐보시는것도 어떨지ㅎㅎ -
Winial
2013.09.08 23:41
안 봤습니다. 농고고 농대고 그런 쪽 이야기는 관심이 없어서…이것도 어쩌다가 엔딩이 너무 좋아서 보게 된 거라서요. -
불멸의아스카
2013.09.10 10:19
근데 이런식의 접근은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비롯한 서브컬쳐 문화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트는 문제적 접근이라..
사실 일반적인 학원물을 보더라도 그렇게 학교에서 생활하는 사람 없죠. 부활동에 남자는 나하나에 여자가 드글드글한 하렘인데 여름엔 바다에 놀러가고..
이미 청자 독자들은 이것을 보고 '일종의 판타지'라는 전제를 깔고 작품들을 접하니까요.
극단적인 예로 꽃보다남자 같은 드라마도 현실과 완전 딴판인 판타지세계인걸요.
유사 이래로 인간이 만들어낸 정신적 창작물, 예를들면 소설이나 그림같은 것들은 항상 이상향을 그려왔죠.
애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
그냥헤비
2013.09.14 13:50
애니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