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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명작의 기준은 무엇인가?

2013.09.30 01:26

갓마미갓루카 조회 수:678

네타  

네 전 이게 아주 궁금합니다.

그래서 사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고 싶습니다.

굳이 여기에 쓰는 이유도 제 얘기보다는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입니다. (라고 쓰고 병림픽 개최라고 읽는다)


(사실 "내 마음속의 명작" 이벤트에서 명작의 기준을 잡아주지를 않아서 그 이벤트에 응모할까 고민했습니다만, 하레님이 이벤트 공지글에 '애니메이션을 골라'라고 써버렸기 때문에...)


제가 나갈없에 가입하기 꽤 오래전부터, 제 개인적으로도 고민해왔고 제가 있던 커뮤니티에서도 서로 욕하고 싸우면서까지 명작의 기준을 논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누구는 판매량이다, 또 누구는 작화다, 다른 누구는 스토리다, 그것도 아니면 캐릭터성이다, 모에성이다, 노출정도(...)다 전부 다 따져라(......) 정말 다양한 기준들이 서로 부딪혔지만

단 한번도 대세의 의견이 등장한 적이 없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끊이지 않는 싸움이 이어진 것이 바로 이 '명작 논쟁' 입니다.


솔직히 이런 글을 올림으로써 얼마나 저의 궁금증이 해결될 지, 그리고 명작의 기준이 설정이 제대로 되긴 할 지는 미지수입니다만, 

그래도 혼자만의 의견보다는 여럿이 머리 맞대고 얘기를 하는게 훨씬 더 보편 기준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대표적인 견해들부터 살펴볼게요.


1. 명작은 판매량이 기준이다

저는 이 의견의 신봉자였습니다. 명작이라 함은, 말 그대로 名作, 이름난 작품이라 이겁니다. 단어를 단어 그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할까요. 

(물론 정확한 정의는 아닙니다. 소수에게만 알려졌는데 팬들이 포교용 보존용 재생용 등등의 명목으로 몇권씩 사서 많이 팔렸다면 단어 그대로 해석한 것이 아니게 되겠죠.)


일단 이 기준이 가진 기본적인 장점은 애니메이션, 특히 주로 논의되는 심야애니메이션이 양산되는 목적에 가장 부합되는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모든 예술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주로 논의되는 심야 애니메이션은 특히 '판매'라는 궁극적 목표가 있습니다.

왜 '심야 애니메이션'으로 한정하느냐 하면, 예술이 하나의 '문화 상품'이 되기 시작한 팝아트 시대 이래로, 모든 예술 작품이 판매를 어느 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또한 모든 애니메이션이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들 중 일부를 보면 꼭 판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X리 라던가)

'그냥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판매량은 내가 정성을 들인 만큼에 따라오는 것이지. 그러니까 성우도 내 꼴리는새끼 쓰고 스토리도 꼴리는대로 그림 ㅇㅇ' 하는 경우죠.


그런데 이 기준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그것도 너무나도 큰 구멍이 두개나...


첫째, 그 기준 수치를 얼마로 잡을 것이냐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5천장이면 5천장(보통 차기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는 기준입니다), 만 장이면 만 장, 5만 장이면 5만 장 이렇게 써주거나

극장판이라면 입장수입이 10억엔, 아니면 총수익이 100억엔 이런 식으로 기준 수치를 정하는 것은 누가, 얼마나 높은 수치로 정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또 이 수치를 다 똑같이 잡기도 애매한 것이, 원작이 어떤 것이냐(요즘은 오리지날 애니가 잘 안나오니)에 따라 이 기준도 달라져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둘째는 첫 단락에 설명한 그대로의 상황입니다.

소수에게만 알려지거나, 그 팬층이 매니악한 편이어서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팬들이 명작논쟁을 할 때 항상 배제하던 애니메이션들이 

판매량에서는 우위를 점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 사례로는 역시 노래하는 왕자님 시리즈가 있겠네요. 초동이 5만장이 넘었다더군요.

하지만 노래하는 왕자님, 일명 우타프리는 명작 관련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번 분기 부녀자물로 불리다가 결국 수많은 게이들을 양산한 Free보다도...

그런데 판매량에선 초동이 이미 다섯자리 숫자를 가볍게 뛰어넘어버려 저를 포함한 판매량 기준설 지지자들을 완전히 관광보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이론은 일단 배제해야겠더군요.


2. 명작은 작화가 기준이다.

이 이야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기준이죠. 특히 모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추종자들(저도 그 추종자 중 한 명입니다...)이 강하게 주장하는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전부터 K애니회사는 수려한 작화로 처음 덕계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거나, '믿고 보는 K애니' 식의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는 제작사였습니다.

등장한 지는 10년 정도 된 걸로 알지만 의외로 회사 규모에 비해 안정적이고 수려한 작화를 선보여 두터운 팬층을 지녔'던' 회사지요(엔드리스에이트 때문에 망햇습니다만...)

희대의 삽질로 팬층을 잃은 뒤에도 케이온, 빙과, 하루히의 소실 등으로 여전히 수려한 작화를 보여주며 다시 팬층을 주섬주섬 주워담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1번과 연결되는 내용으로 보일 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작화때문인지 스토리에서 깨박살이 나도 대충 2기 만들 정도의 판매량은 보여줍니다(타마코마켓 4천장, 빙과 7천장 정도)


얘기가 너무 편중되게 새어버린 것 같아 다시 논점 바로잡습니다. 윗단락은 참고만 해주세요.

아무튼 애니 명작의 기준은 작화다 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애니메이션이 시각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종합예술 분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영화같이 미쟝센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고, 상상속의 것도 그리기만 하면 표현이 되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더 작화를 따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에 반하는 예로는 위에 언급한 타바코마켓이나 예전에 K애니가 오리지날로 만든 문토, 그리고 오픈캐스트에 따로 항목이 마련된 길티크라운이 있죠...

게다가 작화를 기준으로 삼게 되면 과거 70~80년대 열악한 환경을 뚫고 등장한 애니들이나 지금 입장에서 깨끗한 컬러판을 구하기 힘든 애니들은 전부 명작라인에서 배제되겠죠.

아니,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기준에서 작화를 평가하면 90년대 애니메이션도 그리 좋은 평가는 못 받으니까 말이죠.


3. 명작은 스토리가 기준이다.

1번의 판매량 기준을 내세우는 사람들과 가장 많이 싸우는 부류가 바로 이 주장을 펼치는 분들입니다.

물론 2번 주장을 펼치시는 분들과도 엄청 싸우시죠. 특히 스토리는 이해력과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야 해석해서 명작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대 논리싸움에서 질 리가 없습니다. 1번 부류의 분들이 판매량 같은 수치 들고 오셔서 반박하면 우매한 군중 얘기까지 하시면서 깎아내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스토리, 중요합니다. 굳이 말하면 스토리는 뼈, 작화는 살, 여기에 성우진과 BGM은 가죽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요. 애니메이션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종합예술이면서

시각예술을 주 무대로 삼지만 또한 스토리가 작품 하나의 전체 방향과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장르입니다. 일관되고 힘차게 뻗어나가는 스토리는 보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더해주고 애니의 등장인물들이 하는 언행의 개연성을 만들어주며, 보는 이들에게 감동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할 수 있게 제작진을 도와줍니다.

반대로 스토리가 제대로 짜여지지 않은 애니메이션은 말 그대로 시청자들이 억지로 참아가면서 봐야 할 정도로 몰입도가 떨어지고 속이 빈 애니메이션이 되지요.


그런데도 이 중요한 스토리가 명작의 기준이 되기 어려운 점은 두 가지로 나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로 스토리를 짚어내는 인간의 한계입니다. 학창시절 문학 시간에도 배우는 것이지만, 작가와 독자는 오직 작품으로만 대화를 하는데, 독자들은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그에 따라 배경 지식도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을 읽어도 저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짚어낼 수 있는 깊이의 범위도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가 명작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 부분을 아무리 보고 설명을 들어도 짚어내지 못할 수 있는데, 또 이걸 '니가 멍청해서 모르는거임 ㅇㅇ' 하며 상대를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경우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월의식 선민의식은 토론문화에서 정말 위험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분란의 여지가 넘치는 기준을 명작의 기준으로 설정하기란 쉽지 않겠죠.


다른 문제는 원작에 관한 문제입니다. 오리지날은 여기서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때 어느 정도 이미 애니화를 겨냥해 놓은 셈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심야 애니메이션은 원작이 존재하는 애니(만화원작, 게임원작, 심지어 애니 자체를 원작으로 리메이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애니가 잘 되면 스토리를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을 찬양할까요, 원작을 찬양할까요?

아니, 남들에게 추천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추천하게 될까요, 원작을 추천하게 될까요? 자신들의 원래 주장대로라면 당연히 원작을 추천해야 되겠지요.

이 분들에게 요즘 심야 애니메이션은 그다지 볼 필요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토리 우선이라면 시간(1~2쿨)과 비용, 기타 어른의 사정으로 이것저것 잘린 애니보다는

그냥 원작을 보는 것이 스토리 이해와 구성을 따질 때 훨씬 완벽에 가까울테니까 말입니다.


4. 명작은 캐릭터가 기준이다

러브라이브, 아이돌마스터나 케이온을 필두로 시작된 모에계 애니메이션(속된 말로 봊목물...)들의 팬들이 주로 주장하는 기준입니다 (필자 역시 악질케빠...)

이 분들은 조금 주장의 타당도가 떨어지는데 무슨 주장을 하다가 결론은 "OOO(캐릭터이름) 다이슷키"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 분들의 주장은 차치하고서라도, 캐릭터 자체는 애니메이션 안에서 꽤나 중요합니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가 얼마나 강한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 작품을 기억하고, 

언급하는 횟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에계 애니메이션은 큰 스토리가 존재한다기 보다는 일상의 하루하루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캐릭터들이 어떤 식으로 등장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장르입니다. 이런 장르의 애니메이션 내에서의 기준은 캐릭터가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장르를 벗어나면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지는 주장입니다. 모에계나 일상물, 치유물, 혹은 개그물을 벗어나는 순간, 즉 꽉 짜여진 플롯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순간

캐릭터는 단지 스토리라인의 재료 내지는 부품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시나리오 작가의 꼭두각시랄까요.


5. 단일 기준은 없다. 스토리-작화-캐릭터-성우/OST 복합작용이다

한때 디시 애니갤이나 일베수용소에서 돌아다니던 사각형 짤방이 이 주장의 핵심을 보여주는데, 제가 그 짤방을 가지고 있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i) 작화, 캐릭터, 성우 및 OST가 좋은데 스토리가 문제다->미소녀 동물원

 ii)캐릭터, 성우 및 OST, 스토리는 좋은데 작화가 문제다->양배추 눈썪애니

 iii)성우 및 OST, 스토리, 작화는 좋은데 캐릭터가 문제다->안팔리고 망하는 애니

 iv)스토리, 작화, 캐릭터는 좋은데 성우 및 OST가 문제다->귀썪애니

뭐 이런 것 같습니다. 저도 잘 기억이 없네요. 아무튼 저 네 요소가 전부 모이면 판매량이 되는 점에서는 1번과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기서 캐릭터가 빠지고 판매량이 들어갔을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검색어를 뭘로 놓고 찾아야 될지 감도 오지를 않네요.

모쪼록 저런 식의 순환논리였고 모든 조건을 충족해서 판매량이 잘 나오면 '카미아니메' 가 되었습니다.


역시 이런건 각각의 장단점을 모두 가지게 되겠지요. 게다가 모든 요소가 주관적 요소이니...


쓰다보니 긴 글이 되었습니다.

제가 발제를 제대로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과제할 때에도 이런 정성은 쏟지 않는데 궁금한 것이 생기니 이렇게까지 쓰게 되네요.

이 글은 단순히 논의만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진에게도 동시에 질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이벤트 글쓰기 주제의 '명작'은 무엇이 기준입니까?


P.S 성우 및 OST는 제가 제외했는데, 이 부분은 사실상 부차적인 부분이고 실제로 명작논쟁에서 언급되지 않는 부분이어서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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