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킬라킬은 되고 갈릴레이 돈나는 안 된 걸까
2013.10.19 20:43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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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하는 말은 엄청난 비공감으로 인해 개소리로 들릴 확률이 농후함을 미리 밝혀둡니다.
에초에 아직 3화, 2화밖에 안 나온 애니메이션을 갖고 평가 하듯이 감상을 적으려고 하는 게 무리수라는 건 알고 있어요.
다만 지금 이 감상을 안 쓰면 분명 나중에 까먹을 거 같거든요. 그리고 이런 감상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가, 혹은 변하지 않았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재밌겠죠.
내가 보기에, 갈릴레이 돈나와 킬라킬은 정말 비슷한 작품입니다.
잠깐, 잠깐만요.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정확하고 전문적이며 자세한 지적을 하시기 전에, 내 말을 잠깐 들어봐요.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이겠지만, 문제는 나의 이 협소한 취향과 부족한 시선에는 두 작품이 정말 정말 비슷하단 말이에요.
장황하게 설명하면 또 문장이 꼬여서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어디가 그렇게 비슷해 보이나 딱 떨어지게 설명을 해볼게요.
- 화면이 굉장히 화려해서 보는 내내 와아 하는 부분이 자주 나온다.
- 분명 뭔가 내용이 있긴 한데 결국은 내용에 신경을 안 쓰고 보게 된다.
- 등장 인물의 대사가 굉장히 작위적으로 들릴 때가 많다.
혹시 내 감상글을 봤다면 알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내용 전개에 굉장히 집중을 많이 해요. 내용이 없어서 스포일러 표시를 할 이유가 없는 만화라고 해도 말이에요.
재미만 있으면 OK라는 게 기본적인 평가 기준이라고 해도 그 재미를 주는 부분에서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거죠. 어차피 화면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서 이렇게 멋진 거다 그런 걸 보는 눈은 부족하고, 반면에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은 평생을 해왔으니 이렇게 된 거죠. 그 부분은 넘어가고.
그런 면에서, 이번에 골라서 보는 방영작들은 정말 특이한 경우입니다. '딱히 이거 봐야지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그래도 재밌으니까 보긴 볼 게.'라는, 좋게 말해 츤데레 나쁘게 말해 개싸가지인 태도로 보고 있어요. 반성은 합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 기회로 나에게 좀 더 다양한 판단 기준이 세워졌으면 싶군요.
그리고 킬라킬은 이 새로운 판단 기준을 세우는데 아주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엄청 재밌거든요. 보면서 장면 마다 이마를 치고 질문하긴 합니다. 아니, 왜? 대체 왜 여자들이 변신 할 때마다 옷 벗는 장면이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건데? 대체 왜 가슴이 저렇게 쓸데없이 박력 넘치게 출렁출렁이는 건데? 하지만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서 남는 감상은 이번화 재밌었다 다음화 기대된다 이거 였거든요.

문제는 갈릴레이 돈나입니다. 1화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보기로 한 건데, 2화는 뭔가, 뭔가 이상해요.
1화 초반부터 보자마자 잠시 영상을 멈추고 빨리 감기를 하게 만들었던 게 두발로봇인데, 이번에도 두발 로봇이 등장하니 영 별로였어요. 내용도 계속 갈릴레이가 어쩌구 하는데 대체 왜 갈릴레이냐 라는 의문은 그렇다치고 정말 신경 조금도 안 쓰였거든요. 그게 작품에서 펼쳐질 제일 중요한 떡밥인데 말이에요. 계속 갈릴레이 얘기를 꺼낼 거면 SF가 아니라 스팀 펑크로 가지… 이런 발상은 내가 처음 한 게 아니지만 어쨌든 듣고 보니 그게 훨씬 나았을 거 같고요.
개인적으로 비비꼬인 비 일상적인 대사를 즐기는 편인데, 갈릴레이 돈나에 나오는 대사는 '이야 80년대에는 이런 말을 작품에서 썼었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이상해요. 특히 자매의 맏이가 치는 대사는 이야…킬라킬을 보면서 이거 좀 오그라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사라지게 만들어주는 수준이었죠. 끔찍한 건 아니지만 낡아도 좀 상당히 낡았다 싶은 단어 선택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그냥 '2화보니까 별로네염 하차요~'하고 시발년처럼 굴면서 그만 보려고 했더니, 갑자기 의문이 생기는 거에요. 갈릴레이 돈나도 분명 화면은 굉장히 멋있었거든요.
이걸 전문 용어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상황에서 다음 상황으로 이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게 보기 좋다고 해야 하나요. 장면 장면은 로봇을 싫어하니까 보기 싫은 건 둘째치고 어쨌든 정말 멋있고 아름다웠거든요.
킬라킬이나 갈릴레이 돈나나 결국은 비슷하게 보이는데, 왜 킬라킬은 와 재밌다 이러면서 보고 갈릴레이 돈나는 이거 뭔가 이상한데 이러고 본 걸까요.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척을 하면서 살짝 뭔가가 있는 작품 vs 내용에 뭔가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놓고 사실 아무것도 없는 작품'이라는 단순한 비교도 생각해 봤는데, 이런 건 우선 한 쪽이라도 완결이 나온 다음에 해야 하는 말이죠.
결론은, 내가 보기엔 두 작품이 정말 비슷해서 똑같은 시선으로 보게 되는데, 킬라킬은 그냥 재밌었고 갈릴레이 돈나는 뭔가 이상했다는 겁니다. 읽어줘서 고마워요.
PS. 네타 표시를 눌러놓고 글을 썼더니 네타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네요. 우선 그래도 방영작품 감상이니까 눌러놓고 봅시다.

킬라킬은 작품이 전하는 말(스토리)과 보여주는 행동(영상)에 괴리감을 못느낌.
비록 그 말이 황당무계 할지라도 그걸 행동으로 실현해 주면 그 얘기를 귀기울일 맘이 드는게 사실.
보통 인기를 끄는 작품들에 해당.
갈릴레이 돈나는 "말"하는 설정은 여러가지 있는데(가족관계,유산,세계관)
그 중하나도 제대로 화면상에 "구현"하는게 안보임. 아직 다 안보여 준건지,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건지는 불명. 현시점에선.
보통 평가가 안좋은 작품들이 이렇게 얘기를 끌고가다 그걸로 끝나는 경우에 해당. (물론 이 부분은 킬라킬이라도 할지라도 아직은 미지수인 거고)
님이 신작을 골라서 보겠다고 한다면 하나는 완결난 뒤에 보는게 좋을 거고
나라면 망하는 과정이 궁금하달까 둘 다 보는 거고 뭐 그런거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