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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 카나코가 진히로인인 이유

2013.11.30 18:44

Libra 조회 수:743

네타  

오레이모 포터블 부록 소책자 번역본





먼저 밝혀두자면, 이것은 내가 꿨던 꿈 이야기이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순간──환상이 되어 사라져 버리는, 거품같은 이야기이다.


김이 샌다해도 상관없다.


뭐야 꿈이냐, 하고.


잠깐 졸다가 깨어나면, 전부 없었던 것이 되어버리는, 의미없는 허상.


하지만──


꿈 속의 나에게 있어서는, 지금 이렇게 여기에 있는 내 쪽이야말로, 꿈일지도 모르지만.


 


회사에서 집에 돌아오니, 여동생이 거실에서 딸과 놀고있었다.


여동생의 이름은 코우사카 키리노.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 젊은 인기 모델님이시다. 라이트 브라운으로 물들인 머리카락, 양쪽 귀에 피어스, 길게 기른 손톱에는 알록달록한 매니큐어를 발랐다.


예의 트레이드 마크는 그대로인 채, 나이를 먹고, 갈고 닦아온 그 미모는 그야말로 절정을 찍으려 하고 있었다.


중학생 시절의 아야세를 천사라 친다면, 묘령의 미녀가 된 키리노는, 말 그대로 여신이다.


가족이라고 좋게 보는것이 아니다. 단순히 겉보기로는, 정말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아름다운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다. 그런 자랑스러운 여동생이, 내가 돌아오는것을 집에서 기다려주고 있으니, 나는 누구나 부러워할 행복한 녀석일지도 모르겠군.


"다녀왔습니다."


말을 걸어보니, 대답은 커녕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화사한 사복차림의 키리노는, 소파에 앉아 내 딸(세살?세상에서 제일 귀엽다)을 무릎위에 앉히고, 휴대용 게임을 하고있다. 때때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약삭빠른 녀석이군.


뭐, 흐뭇한 광경이긴 하다.


여동생과 딸에게 다가가면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키리노가 내 딸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시오리짱은 오빠와 맺어져서, 행복~하게 살았대. 다행이지 다행이야, 잘됐네~"


잠!?


"어,어어어,어이 거기 여동생……! 내 딸한테 뭘 읽어주는거야!"


들은 기억이 있는 『시오리짱』 이라는 이름에, 난 매우 당황해서 캐물었다.


그러자 키리노는, 태연히 고개를 들고,


"아, 돌아왔었구나. 어서와."


같은 소리를 한다.


"어서와가 아냐! ㄴ, 너 너…… 설마 내 딸하고──"


확실히 '그것'을 하고 있었냐, 같은건 묻지 못한채,


"교, 교욱에 안좋은 게임을 하고있던건 아니겠지!"


직전에 그렇게 고쳐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건 여동생으로부터의 사죄가 아닌, "으아~앙" 이라는 딸의 울음소리였다.


"갑자기 큰소리 내지 마! 울어버렸잖아!"


되려 혼난다.


"미, 미안"


"자-아 자자자자, 괜찮아괜찮아, 착하지착하지. 아빠 무섭네 무서워─. 나중에 마마가 혼내줄게─, 자 흐-응"


흐-응, 하고 코를 풀어주는 키리노. 울어버린 어린애를 달래는 솜씨도, 꽤나 능숙하다.


……완전히 얀마마[ヤンママ]네, 이녀석. {주1}


키리노는 딸을 한손으로 끌어안은 채, 비어있는 손으로 재주좋게 휴대용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나를 힐끗 노려보고,


"그래서? 뭐야?"


"아니……그러니까……그 게임, 뭐야?"


"아아 이거? 어제 막 나온 신작 여동생 게임."


휴대용 게임기를 자랑스럽게 들어올리는 키리노. 테이블 위에는, 게임 패키지가 놓여있다.


보아하니, 상스러운건 아닌 듯하다.


"아, 그……렇다면 괜찮지만 말이지."


……어째선지 나도, 아야세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


이게 아이를 가진 부모의 마음이라는건가.


"그치만 너, 변함없구나, 그런점."


"뭐? 뭐가?"


"여전히 오타쿠구나 해서."


스무살도 넘고 성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내 여동생은, 여동생! 여동생! 여동생! 인 매일을 구가하고 있다. 딸이 태어나고 요 몇년간, 키리노는 해외의 업무를 내팽개치고 일본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휴일이 되면 낮부터 거실에 앉아서, 딸과 같이 메루루 재방송이나 리메이크판을 보며 열을 내고 있다.


────"영혼까지 오타쿠, 라는거냐?"


"당연하지! 나는 나니까!"


그 빛나는 미소는──인생상담을 청한 중학교 2학년때와, 똑같은 것이었다.


 




 


키리노와 딸을 지나쳐서 부엌으로 향하는 도중, 식탁을 차리고 있던 허니(아내)가 , 기쁜듯이 다가왔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여보."


"아아, 다녀왔어."


마치 신혼부부같은 대화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몇년이나 되풀이 해왔는데,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으니 신기하다.


"오늘 저녁식사,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기대하고 있어 주세요."


"응─근데,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물어보니, "후후, 축하할 일이 있어요." 하고, 자애로운 미소가 되돌아온다.


"축하? 에? 뭘까."


조금 생각해 보지만, 짚이는게 없다.


"혹시……, 둘째?"


"!? 아, 아니에요!"


아내는, 새빨개져서 내 팔을 툭 쳤다.


"하하, 아니구나. 아쉬워라."


"정말……."


볼을 부풀리고, 눈을 치켜뜬 채 올려다본다. 나는 그 머리에 손을 얹었다.


"미안하다니까. 진수성찬, 기대할게."


팔랑팔랑 손을 흔들고, 안쪽으로 가서 냉장고를 연다.


보리차를 마시고 한숨 돌리니, 삶고있는 냄비를 보고있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서 오렴."


"다녀왔습니다."


"쿄우스케, 돌아오는 도중에 아빠 못봤니?"


"못봤는데, 아버지, 어디 나가있어?"


"장난감가게. 아까 손녀(공주님)가 인형 사달라고 졸라대서──뛰쳐나가 버렸어. 지금 당장 사오마! 하고 힘차게."


"……이런이런."


뭘 숨기리. 아버지, 손녀에게 데레데레다.


그 엄격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이젠 흔적조차 없다.


"딸의 응석을 너무 받지 말아줬으면 하는데……고맙지만, 도를 넘으면 교육에 안좋으니까."


"미안하구나."


쓴웃음을 짓는 어머니. 냄비에서는, 향기로운 저녁식사의 향이 흘러나온다.


"맛있을것 같은 냄새네.……벌써 배고파."


"그래그래. 아빠 돌아오시면, 저녁 먹을테니까,"


어머니는 한손을 뺨에 댄다. 그러고서, 아내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치만──쿄우스케 너, 좋은 신부 얻었구나."


"응? 뭐, 뭐야……갑자기."


"며느리가 오고 나서부터, 너도 아빠도 맛있어 맛있어 하면서 밥 먹게 되었잖니. 자신 없어져 버리겠어 정말."


"하하, 뭐 그렇지. 그보다 나도, 저녀석이 저렇게 요리를 잘한다는걸, 결혼 할 때까지 몰랐었어."


"바보구나─, 너."


"응?"


"연습한게 뻔하잖니. 신혼일때──마나미짱에게 배워서 열심히 연습하는거, 봤단다."


"……헤에."


분명 사실이겠지. 그도 그럴게 저녀석은, 굉장히 노력하는 타입이니까.


"처음으로 저녀석(아내)을 정식으로 가족에게 소개했을 때는, 어쩌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네─, 아빠는 기절할듯이 보였단다. ──나도 굉장히 놀랐는걸. 『이 아이로 괜찮을까?』하고."


실례야.


"괜찮았잖아?"


"──응, 그렇네. 지금의 저 아이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그 때의 비디오를 보여줘도, 아무도 동일인물이라고 눈치 못채지 않을까."


"하핫, 틀림없어."


"──저기, 무슨 얘기를 하고 계시는 거예요?"


나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종종걸음으로 작은 동물같이 다가온다.


"내가 널 사랑한다는 얘기야."


"헷!?"


아내는 거듭 빨개지고, 앞을 보고 경직 된 채로, 흐느적흐느적~하고, 비디오의 되감기같이 뒷걸음질쳤다.


 




 


"마마라고 부르는거야? 알겠니? 키리노 언니를 부를땐, 마마라고 부르는거란다?"


"응! 아줌마!" {주2}


"으으으으! 제, 젠장……리얼 아이키우기는, 초 하드 모드네."


거실에 돌아오니, 키리노가 딸에게 쓸데없는걸 주입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신경은 쓰였지만……이녀석.


나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쉰다.


"……뭐 하는거냐?"


"귀여운 조카에게, 마마라고 부르게 하려 하고있어.'


"하지마."


"에─, 왜에?"


"요전번에, 나랑 아내랑 딸이랑 너의 네명이서 장보러 갔을 때──딸이 너를 마마라고 부른적이 있잖아?"


"응응! 그거 귀여웠었는데에──"


"그 때 정육점의 아주머니가, 나를 엄청난 눈으로 봤다고! 『이 사람들 무슨 관계야!?』라는 눈이었어! 주변에 심각한 소문이 퍼지면 어쩔거야!"


"남매라고 설명하면 되잖아."


"내 딸이 내 여동생을 마마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란거냐!"


"하아? 마마는 마마잖아?"


변함없이 말이 안통하는 여자다!


그러자니, 거기서 딸이, 키리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한마디.


"아줌마, 배고파."


"조금만 더 기다려~♪ 할아버지 돌아오시면, 밥 먹는대♪"


"으~응, 할아부지 늦어~"


"늦네~. 저기저기, 저녁밥 먹고나면, 메루루 인형갖고, 마마랑 같이 놀자♪"


"응!"


메루루는 최근에 다시 붐이 일어나서, 리메이크 된 애니를 방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키리노 언니를 부를땐, 마마라고 부르는 거란다?"


"응! 아줌마!"


"으아─, 진짜!"


……복잡한 심경이다. 부모자식간보다 사이 좋잖아, 이녀석들.


내가 그 둘에게 향해있는 소파에 앉으니, 키리노가 눈물 맺힌 눈으로 노려보았다.


"저기, 얘 어째서 나를 마마라고 불러주지 않는거야? 지난번에는 불러줬었는데."


"아아, 그 일로 나도 혼이나서 말이지. 네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사람은 아줌마』『이 사람은 아줌마』하고 반복학습 시켰어."


"무슨짓이야!? 나 아직 이십대거든요!"


"그녀석한텐 아줌마야."


"윽."


"그보다 너, 아이가 좋으면 결혼이라도 하지 그래? 남자친구 정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잖아?"


"하아!? 그, 그런짓 했다간 일에 문제 생기잖아!"


"그 이유를 모르지는 않지만, 너 요즘 일 안하잖아. 집에서 그녀석이랑 놀고만 있고."


거의 니트다.


중학생 시절의 키리노에게, 네 장래는 니트야 하고 말하면, 어떤 얼굴을 할까.


"너랑 상관 없잖아! 랄까……내, 내가 없으면 외롭지 않아─? 말했었잖아, 저번에, 미국까지 와서 말이야."


"저번이라니……."


몇년 전 얘기냐.


"게다가 그 뒤에도──"


"그 얘긴 관두자!"


좋지 않은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키리노가 어떤 에피소드에 대해 말하려 한 것인지 까지는 모르지만, 까놓고 말해 뭐가 되든간에 똑같다.


그 시기의 우리들은──뭐랄까, 이상할 정도로 제멋대로였다.


제멋대로에, 어리고, 미숙하고──앞뒤 생각않고 마구잡이로 행동했다.


그렇다, 되돌아 볼 때마다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소란스럽고, 딱하고, 너무 즐거운 나머지 쓸쓸해지는──


그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들.


"저기 말인데, 키리노"


"왜─?"


"나──어젯밤에, 옛날 꿈을 꿨어. 네가 유학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되었을때의 꿈."


"헤에……역시 시스콘."


그 순간 키리노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뭐, 말하지 않는걸로 해두자.


"그립네."


"아아."


"다들 뭐하고 있을까."


"사오리랑은 만났어, 지난번에."


"진짜로?"


"그래, 기운차 보였어. 오래간만에 사옵니다 들었다."


"풋!"


깔깔대며 폭소하는 키리노. 일단 진정하고 난 뒤, "그런가아"하고 숨을 내뱉는다.


잠깐 간격을 두고──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아야세랑은 꽤 만나고 있어, 나."


"OL 하고 있댔지?"


"응응, 완전 예뻐졌다? 사진 보고싶어?"


"보고싶어보고싶어! 엄청 보고싶어!"


"……밥맛. 뭐야 그 먹이를 보고 달려드는것 같은 꼴은."


"아니……뭐어."


아야세는 아직까지 나에게 있어서, 첫사랑의 상대 같은 느낌이다.


눈을 감으면 떠오른다.


그──두려울 정도인 하이킥의 파괴력.


"가 아니라."


처음 만났을 때의, 천사같은 미소.


팔로 몸을 가리며 부끄러워하는 그 몸짓.


키리노를 위해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그 진심.


잊을리가 없다.


사오리도, 아야세도, 마나미도, 아카기 남매도, 리아나 브리짓, 미카가미 형제, 겜연의 녀석들 역시──내 안에서, 그때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말하다보니 죽은것처럼 말해버렸지만, 물론 지금 언급한 녀석들은 살아있고, 만나고자 하면 만날 수 있다.


"키리노,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일래?"


"진심이야?"


"그래. 진심이야. 다들 이래저래 할 일은 있겠지만, 예정 맞춰서 말이야."


"뭔가, 동창회같아."


"그래 그거야. 그런 느낌. ──어때?"


"응. ──좋을지도. ……아키바의 메이드 카페, 이름이 뭐였더라……아직, 있을까?"


"글쎄. 알아볼게."


키리노 치고는 굿 아이디어다. 언젠가처럼 그 메이드 카페에서 모이는 거라면……마치 타임슬립을 한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겠지. 그 시절과는 어느정도 모습들이 바뀌어 버렸겠지만……추억 이야기꽃을 피워, 불타오를게 틀림없다.


"기왕이면 성대하게 하자. 사오리한테 상담해서 말이야. 멀리 있는 녀석들도 부르고 싶고, 연락이 닿지 않게 된 녀석들도, 사오리라면 어떻게든 해줄지도."


"너, 금방 사오리한테 기대는 버릇, 전혀 안나았네."


"……음."


그치만 의지가 되잖아, 그녀석.


"그래도, 이럴때 기대지 않으면 되려 화낼지도 모르기 그──"


빙글빙글 안경, 이라고 하려다 만 듯한 키리노는, 거기서 잠시 말을 삼키고,


"어떤 모습으로 올까, 그녀석. 설마 싶지만, 스무살 넘어서 『버지나』로 올 셈인건……"


"하하, 하루뿐인 부활이군."


"……농담으로 안들려 그거."


키리노는 거기서, 딸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는다.


엄마와 닮은 검은머리가, 매끈하게 흐른다.


"우힛, 간지러워어……"


"미안미안. ……풋, 역시 부모자식간 이구나─, 웃는 얼굴이 똑같아."


"그렇네. 앞으로 10년정도 있으면, 그 때의 그녀석이랑 똑같아지지 않을까?"


"성격도 쏙 닮는다든가."


"……무서운 소리 하지마."


불안해진다.


결혼한 지금에 와선 완전히 얌전해졌지만……


당시의 그녀석은, 뭐랄까, 뭐……그거였으니까 말이지.


그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기다렸지?"


그 아내가 저녁을 날라왔다. 생선회나 고기라든가, 도미의 머리──화사한 일식이다.


딸이 "와아, 맛있겠다" 하고 코를 킁킁댄다.


"맛있어 보이지~? 저기, 다음에, 특별히 마마가 요리 만들어줄까? 뭐든지 좋아하는거 만들어줄게."


"맛없어서 시러!"


애는 자비가 없군.


키리노는 엄청난 쇼크에 "……그런가아" 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런 광경에, 아내는 "아하하" 하고 쓴웃음을 짓고, 식탁에 요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마침 그 때 현관에서, 쿵쿵거리는 어수선한 소리가 났다.


"다녀왔다! 사왔어! 인형! 사왔단다!"


아무래도 『손녀가 엄청 좋은 할아버지』가 돌아온 듯하다.


"자, 저녁 먹자" 하고, 어머니가 말한다.


"그전에──진수성찬의 이유를, 물어도 될까?"


나는, 기다리다 지친 미소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자,


"승진, 축하드려요."


아내는, 부드럽게 웃음지었다.


"─알고 있었구나."


"네, 부장님에게서 들었어요. 다음주부터, 과장인거죠?"


"──"


"왜 그러세요?"


"아니, 뭐랄까, 대단한건 아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딱 맞아 떨어져서 쓴웃음을 짓는다. 옛날 꿈을 꾼 탓인지, 이녀석과 만났던 날의 일이, 마치 어제였던 듯이 뇌리를 스쳐갔다.


"네가 말한대로 되었네."


"네?"


아내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지만,


"아아, 분명히 말했었죠, 그때, 그런걸."


금방 내 뜻을 알아차려 준 듯하여, 천천히 끄덕인다.


그리고,


"하─아아, 처음 만났을 때는──맥빠지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에. 왜 이렇게 됐냐고."


그녀는, 처음 만난 시절로 돌아간듯이, 작은 악마같이 웃으며 투덜거렸다.


"시끄러."


나는 그 머리에 한 손을 올리고, 부비적 하고 휘젓는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사랑스러운 감촉.


그 온기는, 의심할 바 없는 진짜다.


결코 꿈과 환상 따위가 아닌 현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취직활동에 분주하며, 생애의 반려를 얻어, 아이를 낳았다.


『나』가 걸어온 세월(여정)은, 뒤돌아보면 그곳에 있다.


 


 


어젯밤 꿈에서 본, 지금은 먼 그 시절. 청춘의 정중앙에 있었던, 그 때의 나.


『그』가 걸어갈 인생은, 과연 나랑 같은 것일까.


 


 


따스한 사랑에 둘러싸여서, 나는 문득, 그런것을 생각하였다.


 


 



 






────────────────────────────────────────────────────


 


 


 


 


{주1} : 얀마마(ヤンママ)라는건, young and yankee mama 의 줄임말로, 일종의 신조어? 라는군요. 요즘에도 신조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주2} : 원문은 오바챵(おばちゃん). 일본어로 아줌마와 고모가 같은 말인데요, 고모라고 하면 키리노가 화를 내는 이유가 살짝 어색해지는 것 같아서 아줌마라고 해놓았습니다.







본문의 아내는 카나코라는 추측이 가장 유력하고, 저 소책자가 퍼진 이후로 나온 짤이 아래



짤 이름은 '코우사카 카나코'



현실은 씨발 현관합체 근친 뻐큐머겅 ㅗ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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