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 시리즈 14화는 좋은 의미로 기분 나빴습니다
2013.10.06 23:00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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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는 이제 끝났어 같은 분위기 일때 여전히 이걸 즐기는 녀석들 중 하나로서, 글은 쓰지 않지만 그래도 매번 대충 만족하면서 보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는 거의 볼 때마다 뭔가 글로 쓰고 싶어지는 무언가 나오네요. 아이 기뻐라. 지난번 이야기에서 글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 없어서 얼마나 실망했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을 노출하기를 즐기는 건 관음증이 아니라 본능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왠지 그게 그거인 거 같지만 딴 소리고.
에…제목에 쓴 대로, 이번 편은 내가 굉장히 기분 나쁜 내용이었어요. 우선, 초반에 나오는 츠키히. 이 중딩년이 하는 대사와 행동이 겁나 기분 나빠요.
물론 뭐 많은 분들은 '좋아한다면서 어물쩍 거리는 나데코가 더 기분 나쁘지.'라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글쎄요, 어물적 거리는 게 뭐 어때서요?
아니, 누굴 좋아하고만 있는 게 뭐 어때서요? 누굴 좋아한다는 기분에 취해있는 게 뭐 어때서요? 나데코 때문에 누가 크게 피해 본 거라도 있나요?
뭐, 나데코한테 고백했다 차인 남자애들이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못 받아주겠다는 말 같은 건 거짓말로도 하는 거잖아요. 그걸 실제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구체적인 형상으로 갖고 있는 게 뭐 어때서요. 진짜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서 곤란한 거고, 덕분에 얼굴 봐서 기분 좋아하고, 그게 뭐가 문제죠.
이런 나데코를 가엽다 귀엽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얘가 진짜로 가엽고 귀엽기 때문이잖아요. 나데코가 이따위로 굴어서 실제로 피해를 받는 건 나데코 하나인 거니까, 그게 의도한 거라고 해도 어쨌든 불쌍한 상황에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얘는 그게 뭐가 진절머리 난다느니 그러는지 싶더라고요. 어쩌면 내가 나데코 과니까 옹호하는 거겠지라는 내용은 밑에서 얘기하고.
츠키히가 친구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과감한 행동을 한 거다, 이런 참견과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아라라기 삼남매의 특징이다 이런 해석이 맞겠지만, 그래도 앞머리를 자른다는 행동에 도달하는 과정부터 앞머리를 자르는 장면까지의 츠키히는 나를 거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주 기분 좋은 경험이었죠.
왜냐하면, 이 머리를 잘린다는 전개가 중반부에서 나오는 굉장히 기분 나쁜 장면들하고 너무 보기 좋게 연결이 됐거든요.
대충 보면 '머리 잘려서 기분 안 좋음 + 괴이가 들러붙어서 닥달함 + 선생님이 반 문제 해결해달라고 지랄' 이런 거 때문에 스트레스가 폭발해서 이러는 거 같은데, 여기서 나데코가 사실은 딱히 반 문제로 곤란해하지 않는다는 묘사가 나오거든요.
결국 츠키히는 얌전하게 생긴 얼굴이랑 다르게 성격은 대충대충이고 책임감 따위도 없는 애라는 거죠. 내가 이런 애들 잘 알죠. 인간시절 얘기지만 내가 이랬으니까. 그런 애들이랑 친구도 많이 했고. 주변이 온통 생긴거랑 따로 노는 애들이었거든요. 겉모습 때문에 온갖 책무를 떠맡는 그런 부류요. 난 그런 애들이 마구 화내고 폭발하고 그러는 걸 보면 되게 시원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아니네요. 이야, 겁나 기분 나빠요. 나데코가 막 화내면서 선생한테 험한 말 하고 반 애들한테 험한 말 하면서 한국식으로 하면 '씨발 지나간 일은 쫌 좆까고 잘 지내보자고 개새끼들아!' 이러는데, 이게 나데코 특유의 그 얌전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좋아하던 분들처럼 이미지 붕괴 충공깽 이러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상황과 대사만으로 불편함을 주네요.
게다가 이 마무리, 츠키히의 지적을 인정 하다가 기회가 되니까 코요미랑 잘 되면 좋지 않을까 이러고 있잖아요. 결국은 이 성격에 아직도 좋아할리 없다느니 상처나 고민없이 좋아할만한 멀리 있는 꽃이라느니 말해도, 좋아하긴 좋아한다는 걸로 보였거든요.
그리고 이건 겁나 불편해요. 엄청 기분 나빠요. 귀엽고 착실한 아이와 어쩌다보니 예쁘게 태어난 게으름뱅이를 돌고 돌아서 도달한 곳이 '별로 이렇게 생기고 싶어서 이렇게 생긴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 남자는 사랑해'라고요.
1화 시작부터 괴물이 되서 캬악캬악 너 따위 싫어 죽어라 꺄하하하 피분수 촤악 이런 거였으니 이야기를 보는 내내 어떻게 그 장면으로 도달하게 됐나 그걸 집중해서 보게 되는데, 이거 결국은 지가 코요미를 못 가지니까 아예 부셔버린다 이러고 흑화하는 스토리일 거 아니에요. 뭔가 평범하지만 그래도 재밌는 스토리네요.
그게 웃긴 쪽이던 진지한 방향이던, 이런 식으로 불편함을 안겨주는 게 나는 정말 좋아요. 나데코라는 케릭터도 점점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고요. 다음화는 막 말다툼하다 신한테 빌었는데 원숭이 손 마냥 괴물 되고 뭐 이런 식이지 않을까 싶은데, 모르겠습니다, 뭐가 튀어나올지. 이렇게 기분 좋게 기분 나쁜 스토리가 여기에서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요. 다음주를 기대해 봅시다.
PS.
'평범하게 야한 거에도 관심있는 여중생'이라는 묘사로 보이고 어쩌고 저쩌고 진지한 얘기는 관두고, 그냥 귀여워서 찍었습니다. 역시 난 여자 + 변태 + 오타쿠가 좋아요. 요효효 거리면서 성적인 거에 집착하는 여자는 귀엽습니다. 이제 얘가 오타쿠만 되면 나도 나데코를 좋아하게 되는 걸까요.